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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8년 4월 7일 월요일

『초호기의 초호기에 의한 초호기를 위한 보완』 제사화


「미안! 미안하데이 아야나미!」
심장박동 118만 7362회만에 등교한 나를 기다린 것은, 땅에 머리를 처박은 스즈하라 토우지의 모습이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뒤뜰로 데리고 나가기에, 이제야 나를 때릴 마음이 들었던 것인가 싶었는데.
「…뭐야?」
「저번에 대피소에서 기나가가 폐를 끼쳐부렀제. 그거를 사과해야겠다」
「나도, 그 말 그대로」라며 옆에 선 아이다 켄스케가 고개를 숙였다. 그 옆의 이카리군은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 그것이 쓴웃음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샴시엘 때 나와서 재미를 보았다는 아이다 켄스케는, 그래서 라미엘 때도 대피소에서 기어나왔던 것 같다. 역시나 스즈하라 토우지를 부추겨서.
그것을 일러 준 카츠라기 대위는 「혼쭐이 났으니 이제 기어나오지 않겠지」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참말로 미안하데이. 면목이 없다.
 그카이」라며 일어선 스즈하라 토우지가, 오른쪽 뺨을 내밀어 온다. 왼뺨의 멍은 타박상인가.
「내 한 대 쎄게 쌔리라」
「…?」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야」
이카리군이 통역해 주었지만, 그래도 의미를 모르겠다.
「…왜지?」
「좀 마! 안 카면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안 카나!」
확실히 폐를 끼치긴 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때린다고 무엇이 어떻게 해결된다는 걸까?
「이렇게 쪽팔리는 자식이야. 뭐, 그걸로 매듭지을 수 있다면, 때려주는 게 어때?」
이카리군은 그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 그대로 뺨만 긁고 있다.
어째야 좋을까, 모르겠다.
「너희들! 이런 데 아야나미양을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돌아보니, 승강구에 호라키 히카리.
「아이고~」
순식간에 여기까지 뛰쳐나온 호라키 히카리가, 나와 나머지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등이 왠지 나를 봐주는 것 같아서, 기쁘다.
「무슨 일인지 여하에 따라서, 그냥 안 넘어갈 거야!」
「…안녕, 호라키양」
아침에 만나면 인사. 사람의 기본이라고 카츠라기 대위가 그랬다.
「안녕, 아야나미양…, 그래서 괜찮아?」
돌아본 호라키 히카리는, 치켜떴던 눈썹을 순식간에 떨어뜨렸다.

 ……
「에에ー!?」
이카리군과 아이다 켄스케에게 사정을 들은 호라키 히카리가 소리질렀다.
「그래서 아야나미양, 또 다친 거야?」
「…조금, 척골을 다쳤어」
「그래?」라며 호라키 히카리는 의아해한다.
「그래도, 그런 사정이라면 쥐어박아 줘야지, 아야나미양. 이 녀석들 피난 때마다 어디로 새고, 아야나미양이 안 때리면 내가 때려줄게」
「…그래?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스즈하라 토우지 쪽으로 돌아서서, 오른손을 쳐들었다.
「아, 잠만~」
왜 도망치는 거야?
「아야나미양, …깁스로 때리는 건 아무래도 좀」
「…그래? 잘 모르겠어」
「아야나미는 토우지를 때리고 싶지는 않잖아? 게다가 오른손을 또 다칠지도 모르고」
「…그래? 그럴지도」
오른손을 내리자, 스즈하라 토우지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돌아온다.
「아야나미, 봐주지 말고 확 쌔리라」
「…알았어」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왼쪽 다리를 틀어 비틀어 굽혔다.
허리 아래까지 당긴 왼손을 움켜쥔다. 엄지가 검지 둘째 마디를 지나 새끼지에 닿도록 의식한다. 주먹의 위력은 악력에 비례하니까, 힘껏 꽉 쥐었다.
중요한 것은 타격면과 전완의 각도. 직각으로 때리지 않으면 때린 쪽이 오히려 관절을 다친다.
 
에반게리온 파일럿인 이상, 격투훈련은 필수다. 아야나미 레이는 신체활동에 그리 의욕을 보이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나한테 일일지장一日の長이 있었다.
…봐주지, 말랬지.
힘껏 내딛은 왼다리의 반동으로, 오른다리를 쳐든다. 오른무릎을 차올리듯이.
그대로 땅을 내려찍는 오른다리와 동기화해서 왼손을 쳐든다.
노리는 것은 스즈하라 토우지의 오른쪽 뺨. 주먹 하나 정도 왼쪽.
오른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왼주먹을 시계방향으로 틀었다.
삐직
실패했다. 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오른쪽 제7늑골 접합면이 어긋나 버렸다. 카운터웨이트counterweight로 휘두른 오른팔 석고붕대의 무게를 잊고 동체를 너무 비틀었다.
 
내 왼주먹을 오른뺨에 받아들인 스즈하라 토우지가, 등부터 쓰러진다. 내 질량과 근력으로 그 정도 위력이 나올 리가 없으니, 균형이 무너져서 그런 것이다.
그 기세 그대로 2회전 정도 굴러가서, 소각로에 후두부를 부딪었다.
 
「…엑!? …앗! 스즈하라, 괜찮아!?」
호라키 히카리가 달려가고, 스즈하라 토우지는 오른손 엄지를 세워 보인다.
「 …나, 나이스 펀지구마, 아야나미」
「…그래. 잘 됐네」
「스즈하라, 스즈하라!?」
흰자위만 드러낸 스즈하라 토우지를 불러대는 호라키 히카리의 목소리가, 난데없이 들려온 엔진음과 뒤이은 타이어 스키드음에 묻혀 지워졌다.
 

***
 

교실 문을 열자, 복도에 늘어선 의자에 카츠라기 대위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이카리군. 두 사람을 에워싸듯이 스즈하라 토우지와 아이다 켄스케. 스즈하라 토우지는 오른뺨 태반에 반창고,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있다. 조금 떨어진 데 앉은 호라키 히카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어머, 레이」
이쪽을 쳐다본 카츠라기 대위는, 한 박자 늦게 표정이 흐려졌다.
「…안녕하셨어요. 카츠라기 대위」
「레이. 너 보호자는 어쩌고?」
진로상담. 내게도, 아야나미 레이에게도 의미가 없는 행사. 그것은 보호자도 마찬가지일 것.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전달하지 않았다니, 너」라는 카츠라기 대위. 하지만,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지, 신음성을 흘린다.
「…다음, 이카리군. 선생님이 불러」
「아, 으응…」
의자에서 일어선 이카리군은, 카츠라기 대위 쪽을 살피며 엉거주춤했다.
「…그럼, 잘 있어さよなら
 

****
 

「어떠니? 레이. 사양하지 말고 먹어」
「만든 건 저인데요…」
왜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늘 그랬듯이, 영양보조식품과 영양조정식품으로 영양섭취를 수행하려던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내방한 카츠라기 대위는, 「듣던 것 이상이네」라며 무언가를 혼자서 납득하더니, 그대로 나를 납치해 왔다.
 
컴포트17 맨션 11-A-2호실의 다이닝. 눈앞의 식탁에는 이카리군이 손수 만들었다는 요리가 늘어서 있다. 밥과 된장국, 함박스테이크, 뿌리채소 소테에 잎채소 샐러드, 그것들의 지식은 아야나미 레이의 기억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에반게리온이었던 나는, 사람의 섭취식사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효율적이고 번거롭다.
「…」
「못 써! 편식하면 안 돼!」
식탁의 대각선상에서 몸을 뼏어 온 카츠라기 대위가, 내 머리를 쥐고 흔들었다. 내 볼을 꼬집었을 때의 눈으로.
시야 구석에서, 이카리군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에 손을 뻗자, 만족스러운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간 카츠라기 대위가 두 캔째 음료캔을 땄다.
에반게리온이었던 내게, 어느손잡이라는 개념은 없다. 왼손으로 든 젓가락으로, 함박스테이크를 집어 한입 베어문다.
아야나미 레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기피했지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
입에 머금고 저작한다.
「아야나미!?」
순식간에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에, 무심코 입을 눌렀다.
「괜찮아? 무리해서 안 먹어도…」
미뢰를 자극하는 여러가지 자극. 단맛, 매운맛, 감칠맛, 무엇에서 유래한 것인지 모를 잡맛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자신이 함박스테이크라는 요리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원래 에반게리온에는 미각 자체가 없었음을 잊고 있었다. 사람의 혀에 상당한 신경조직이 집중되어 있는 것의 의미도 눈치채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미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도적인 정보량이 가르쳐 준다.
아니, 하지만. 아야나미 레이의 기억에도, 내 자신의 경험으로도, 지금까지의 영양섭취에서 이 정도의 정보량을 얻었던 기억은 없다. 영양조정식품 이외의 조리된 식품을 입에 댄 기억이 있는데도.
저작을 반복할 때마다, 내 타액의 맛까지 더해지며 정보량이 계속 늘어난다. 과잉했던 자극이 부드러워진다.
「즐겁지? 이렇게 다른 사람하고 식사하니까」
즐거워? 영양섭취가? …아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내가 몰랐을 뿐, 이 행위를 기쁘게 환영하고 있다. 그것이 즐겁다. 라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삼킬 때의 그 목넘김까지 즐겁다.
「신쨩이 레이를 위해 솜씨 발휘한 함박이야♪ 맛있지?」
「미사토씨…, 냉동이에요」
Non 농♪ 입술 앞에서 검지를 흔든 카츠라기 대위가 세 번째 음료캔을 깠다.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동기. 마음이야, 마・음♪ 신쨩이 레이를 위해서. 그게 중요한 것.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게 아니야. 거기에 담긴 마음까지 먹고 사는 거지♪」
내려다본 접시 위에, 한 입만 먹은 함박스테이크. 이카리군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사람에게 영양섭취가 그만큼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행위임을 실감한 지금, 그것을 누군가를 위해 한다는 것의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접시에서 함박스테이크를 집어올리자, 피어오른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서 입 안에 아까의 맛을 재현한다. 솟아나오는 침을 삼킨다. …희미하게 달콤하다.
만든 사람과, 함박스테이크와, 먹는 나.
이카리군 쪽을 돌아보니, 함박스테이크를 매개로 이 보인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카리군. 맛있어. …고마워」
「아, …응」
왜 이카리군은 천만에요라고 하지 않는 걸까.
「어머어머♪ 얼굴 빨개졌네. 혹시 신쨩…?」
「아, 아니에요!」
「또 또 쑥스러워하고. 잘 된 거 아냐~, 기쁘게 받아준 건데♪」
「놀리지 마세요, 좀!」
「우후후후, 지ー인짜 정색하고 대드니까, 더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라며 다리를 고쳐 꼰 카츠라기 대위가, 네 번째 음료캔을 열었다.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렸던 이카리군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식기 전에 먹어」
「…응」
 
함박스테이크는 벌써 식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슬펐던 것은, 영양보조식품과 영양조정식품으로 영양섭취를 계속해온 아야나미 레이의 육체로는 위의 용적이 부족해서, 상당히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련이 남는다. 라는 말을 나중에 알았다.
 

****
 

아침, 이카리군에게 도시락을 받았을 때, 함께 먹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자, 스즈하라 토우지와 아이다 켄스케가 더해져 넷이서 옥상으로 향했다.
어떠한 경위로 호라키 히카리도 더해져 총원 5명.
인원이 늘어나면 즐거움도 늘어날까? 라고 기대한다.
 
호라키 히카리가 권유하는 대로, 울타리 옆에 앉는다. 보따리 매듭을 풀려고 하는 순간, 비상소집 콜의 착신음이 울린다.
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고, 알아차린다. 내가 아니다.
올려다보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카리군. 울리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자기 것임은 인식하지 못한 모습.
「…이카리군. 비상소집」
엣? 하고 입을 벌린 이카리군은, 곧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나만…? 아야나미는?」
꺼낸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고개를 젓는다.
이상하게 생각한 듯, 이카리군이 발령소 핫라인을 열었다.
「저기…, …이카리 신지인데요….   …네. …에에,   …에엑! 네, …네. 알겠습니다」
핫라인을 끊은 이카리군의 표정이 밝지 않다.
「사도는 아닌 것 같아. 하지만 에바로밖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터져서, 영호기를 내보낸대」
그러고 보니, 딱 한 번 사도가 아닌 이동물체를 저지하기 위해 출격했던 적이 있다. 이것이 그건가?
라미엘과 싸웠을 때의 상처가 다 치유되지 않았으니, 초호기를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파일럿이 이카리군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젯밤 같이 잔 카츠라기 대위가 껴안아오면서 오른쪽 제8늑골과 제9늑골 접합면이 다시 어긋난 것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나가도 될 텐데.
「…이카리군」
일어선 나를 보는 이카리군의 시선이, 미묘하게 옆으로 벗어난다.
「…내가 갈게」
삐직. 하고 울린 소리는, 이카리군이 쥔 휴대전화에서 난 소리.
그 시선이 보는 것이, 오른팔 석고붕대임을 눈치챈다.
「내가 갈게. 위험은 거의 없는 거 같고」
「…하지만」이라며 발을 내딛으려는 나를 몸짓으로 제지하고, 이카리군이 웃는다.
「모처럼 만들었으니까. 도시락 먹고 있어」
휴대전화를 집어넣은 이카리군이, 「그럼 먼저 실례」라며 문으로 향한다.
「단디 하그레이ー, 범생아」
「힘내, 신지」
「조심해, 이카리군」

달려가는 등에 대고 목소리를 높이던 세 사람이, 이카리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어깨가 처졌다.
「범생이 괜찮을까?」
「사도가 아니고, 위험은 거의 없다 그랬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피난…, 안 해도 되는 걸까?」
그 이동물체를 멈춰세운 곳은, 제3신동경시에서 윙캐리어로 5조 4192억 7836만 9105 카운트 정도 떨어진 장소였으니까, 여기까지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 없어」
「아야나미양이 그렇게 말한다면 안심이네」라며 호라키 히카리가 고개를 든다.
「그럼 점심이나 마저 먹자. 자, 아야나미양도 앉아. 도시락, 이카리군의 수제?」
「…응」하며 앉는다.
「그런 것 치곤…. 이카리군, 어제까지는 빵 먹지 않았나?」
얼굴의 방향으로 추측하건대, 이것은 내게 하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부엌일은 당번제인데, 도시락은 처음 도전해 본다고 그카더라」
「미사토씨가 부양가족이 늘어서 절약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던가」
「흐음」하는 호라키 히카리. 뭔가 납득하지 않는 모습으로, 내게 시선을 옮겼다.
보따리를 열자, 반투명 용기에 밥과 반찬들이 채워진 것이 보인다.
터퍼Tupper라니…. 센스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급하게 준비하게 된 것이라 도시락통을 따로 못 구했다고 이카리군이 그랬다. 「다음에 같이 사러 갈까」라면서.
「양 적다…. 그 정도로 괜찮아?」
「…응」
충분하다.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들고,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난감해졌다. 
…소독저.
왼손만으로는 쪼갤 수 없다.
「와 카노 아야나미? …아아, 한손 뿐이가, 젓가락 몬 쪼개겠제. 그럴 때는 마, 이빨로 깨물어가 잡으면 된다. 이렇게…」
「그럴 리가 없잖아! 아야나미양도 곧이듣고 그런 상스러운 짓 따라하면 못 써. 이봐, 이리 줘. 내가 쪼개 줄게」
입가에 갖다대던 젓가락을, 내밀어온 손에 넘겨준다.
「아야나미양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고…, 방심할 틈이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소독저를 쪼갠다.
「…고마워」
「천만에요」
쪼갠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집는다.
맛있다. 굉장히 맛있지만, 어제 저녁이나 오늘 아침 식사만큼 즐겁지는 않다.
그것은, 역시 이카리군이 없기 때문일까? 맞은편에서 카츠라기 대위가 음료캔을 쌓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그런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혼자 영양조정식품을 먹던 때만큼 무미하지는 않다. 이 사람들과도 끈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
멀리 바라보던 시선 끝이, 호라키 히카리의 눈과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입가가 올라간다.
「아참. 아야나미양, 차 마실래? 컵이 하나밖에 없어서 나하고 같이 써야겠지만」
왠지 침착하지 않아 보이는 모습으로 수통을 연 호라키 히카리가, 차를 따른 컵을 내밀어 왔다.
「…고마워」
천만에. 라고 대답한 목소리가, 이번에는 작다.
받아든 컵에 입을 대고, 차를 삼킨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온점의 경보, 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인후로 밀고들어오려 해서, 호흡까지 방해된다.
구강내 온점에서 전달되는 정보가, 아무래도 과잉하다. 이 신체는 뜨거운 음식물에 익숙하지 않고, 감각이 과민한 것 같다.
온점에서의 정보를 다소 무시하고, 차를 들이켰다.
그러자 온점을 대신해 증대된 통점의 경고. 입 안에 화상을 입었다.
돌려준 컵에 차를 따른 호라키 히카리가, 입을 대고 얼굴을 찌푸렸다.
「아야나미양, 입 데지 않았어?」
후우후우, 컵에 입김을 불어대는 호라키 히카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좀 더 식혀서 마시는 게 좋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돼지고기 카쿠니角煮를 입에 넣었는데, 화상 때문에 미뢰가 상했는지, 느껴지는 맛이 작아졌다.
신경전달 정보는 제한하거나 무시할 수는 있지만, 층폭하거나 생성할 수는 없다. 우활하게 입 안을 다치면 먹는다는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잘 묵겠심다!」
짝. 하고 손을 치는 소리에 시선을 돌려 보니, 스즈하라 토우지의 앞에서 대량의 빵과 삼각김밥이 사라져가고 있다. 나라면 6회분 식사에 상당할 것 같은 양. 나도 호라키 히카리도 자기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다 켄스케도 이제 겨우 2개째 빵을 먹어치운 참인데.
「에고에고고」
흰 비닐봉투에 빈 포장지를 집어넣은 스즈하라 토우지가, 비닐봉투를 묶고 일어섰다. 그대로 울타리로 걸어가 양 팔을 내던지듯이 기댔다.
「하아~, 다 뭇다, 다 뭈어~」
그것을 쫓아간 호라키 히카리도, 다시 스즈하라 토우지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 왠지 슬퍼 보이는 그 눈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바라보는 것을 깨달았는지 호라키 히카리가 눈을 피하고, 분홍색 감자 사라다를 입으로 옮긴다. 두 입, 세 입, 뭔가 분주하다. 내 시선이 신경쓰이는지, 저작하면서 눈길을 보내온 것이 세 번 정도.
 
「아야나미양은, 요리 안 해?」
다 삼킨 것 같은 호라키 히카리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는 풋강낭콩 소테를 저작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
아작아작. 풋강낭콩이 씹히는 맛을 충분히 즐기면서 내려다보는 도시락. 떠오르는 것은, 그것을 만들었을 이카리군의 등.
「…해본 적, 없어」
이쪽을 살피듯이, 호라키 히카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보고 싶지 않아? 예컨대, 답례로 이카리군에게 만둘어 주고 싶다던가」
「…내가?」
마주본 호라키 히카리의 표정,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쁨도, 상냥함도, 어리둥절함도 아닌, 기대와 불안이 모두 섞여 있는 것처럼 복잡하다.
「…」
사람에게 중요한, 영양섭취를 담당하는 행위. 그것을, 내가. 이카리군에게….
「…해 보고 싶어」
뭔가 혼자 납득한 듯, 호라키 히카리가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째선지 굉장히 기뻐한다.
「그렇다면…, 요리, 가르쳐 줄까?」
도시락 상자를 무릎가에 내려놓고, 깍지를 끼듯이 양손 손바닥을 맞대고 있다.
「…호라키양이?」
「으응」
호라키 히카리의 도시락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아까 보았던, 분홍색 감자 사라다. 아야나미 레이의 적은 경험 가운데에도, 책으로 알게 된 지식 가운데에도 없었던 존재. …왠지, 마음이 끌린다.
호라키 히카리에게 요리를 배우면, 그 만드는 법도 전수받는 걸까?
이카리군은 그것을 먹고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만든 분홍색 감자 사라다를.
 …
「…부탁합니다」
「그래, 맡겨줘」
가슴께에 손바닥을 대고, 호라키 히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나중에 결정하고, 일단 도시락부터 먹어치우자. 점심시간 끝나겠어」
「…그래」
시선을 돌렸다가, 깨닫는다.
「…이카리군의, 도시락」
하얀 냅킨에 싸인 그대로인 도시락이, 거기에 있었다.

계속 つづく

2008.04.06 PUBLISHED
2021.11.24 TRANSLATED
2021.12.03 TRANSLATION REVISED




원본 初号機の初号機による初号機のための補完 第四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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