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전: 『월간 뉴타입』 vol.110 (1995년 1월호)
출처: http://anime-room.jp/modules/evangelion/eva-doc/siryou1.htm

-어느덧 90년대도 중반을 맞이하여 슬슬 21세기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요즘입니다만, 가이낙스의 중심적인 멤버로서 「왕립우주군」이나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에서 활약해 온 두 분이, 그 다가오는 21세기에 있어서 애니메이션의 자세, 그리고 그 희망이나 예측 등을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안노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것에 한정해서 이야기한다면, 애니메이션의 미래에는 의문을 느끼고 있네요. 희망은 본래 절망의 산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명백하게 절망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닌 거지요. 그리고 절망이라는 것은 별명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까요.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그런 상태에서 단지 자기방위로 희망을 말하면서 얼버무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정보지 형태를 취하고 있는 애니잡지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사태는 이미 거기까지 와 버렸다는 것인지.
안노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애니라 하면 만화나 게임을 각색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스폰서도 제작자도 관객도 그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등이 셀화가 되어서 좋아하는 성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그만이다,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니 자체가 이미 2차적인 것밖에 없습니다. 미디어의 핵으로서의 힘은 이미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한 상황에 저는 실망하고 있습니다.
사다모토 하지만, 아직 「에반게리온」이라는 신작을 만들려 하고 있잖아요.
안노 절망의 산물이긴 하지만 말이야.
사다모토 제 경우에는, 곧 발매될 『소년 에이스』에서 그 「에반게리온」을 만화로 그리게 됩니다만, 작화에 참여하지 않고 코믹스 쪽을 선택한 이유는, 절망 정도를 넘어서 애니메이션을 포기했기 때문이네요. …물론 저는 안노씨처럼 희망하는 게 있어서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온 게 아니고, 물욕을 채우고 싶다는 찰나적인 이유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절망”도 같은 척도로 헤아리면 다소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요.
사다모토 물론 저도 제가 손댄 작품에는 생각하는 바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전반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해서, 실은 꽤 이전부터 제 안에는 애니메이션을 포기하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주위 사람들ㅇ리 저를 필요로 해 주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조금 더 두고보자는…. 예컨대 말하자면 「패트레이버 2」에 등장하는 츠게(柘植)같은 느낌이지요 (웃음).
안노 어떻게 될지 보고 싶다, 그런 심경이라는 거군.
사다모토 다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다소의 흼아도 품고 있기는 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한때 텔레콤에 적을 두었고, 그 후 「왕립우주군」으로 가이낙스에 참가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만, 저에게 있어서 적어도 그 이후의 일이라는 것은 모두 「왕립우주군」 때 얻은 노하우의 일부를 써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거기에 한 번 끝장을 내보고 싶어서 그걸 위한 기획도 진행하는 게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끝장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것이 큰 요인이 되어 만화 쪽으로 전향할 각오를 굳혔습니다만, 저는 체념한 것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만화로 전향하면 「저놈 도망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어디까지나 역습 이전의 하나의 스텝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노 절망이라기보다 실망이라고 해야 하나, 저버렸다는 느낌이네.
사다모토 그렇지, 상업주의에만 이상하게 무게가 실리고 있으니, 지금의 애니메이션에는 말이지요. 하지만 가이낙스에는 안노씨를 비롯해서 아직 애니메이션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도 거들 생각이긴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안노씨가 신작을 만들 마음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노 물론 자기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웃음). 뭘 만드는 이유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항상 있습니다. 그 이상은 지금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TV애니인 이상, 그것은 상품이므로 마스터베이션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비즈니스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가 하는 프로듀싱도 포함해서, 지금은 「그냥 단순히 애니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유행하던 미디어믹스 인가요.
안노 미디어믹스라는 것도 「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단지 약한 것들이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핵 부분에 강력한 애니 작품이 위치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오리지널 애니가 좀처럼 나오지를 않네요. 결국은 오리지널이 희박한 TV세대의 비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싶습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정비부터 들어가야 하는 것이 괴롭네요. 세상은 애니 사회에 차갑기 때문에 (웃음).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요.
안노 안 된다, 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그것들을 이런 짧은 시간 안에 오해 없이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의 애니 상황은, 이미 종언을 고했다고 하는 방화(邦画)의 말기와도 비슷하다는 말도 들은 바 있습니다. 애니가 이미 미디어로서의 수명이 다해서 종식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시대적인 것이라 해도, 현재의 우리들의 파워・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감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10년 전에 비하면 분명히 떨어지네요. 팬들이 가지고 있는 것도 포함해서요.
이거는 에너지가 만화나 게임 등으로 분산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러면 안 되지. 과거를 쓸데없이 미화하고, 현실이 나쁘다고 욕하고, 미래를 동경하는 것은 위험하네요.
사다모토 저는 어린 자식이 있는데, 그 아이가 가장 매료된 것이 결국은 초대 「울트라맨」이거든요. 분명 그것은 에포크한 작품만이 갖고 있는 힘에 이끌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최근의 애니, 특히 오리지널 애니는 이런 종류의 힘을 거의 느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어 버린 책임의 일단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이번 신작은 왜 로봇물로 했더라? 왜 그랬냐고 물어서 그 때 들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것 같은 기억은 있는데….
안노 장사해야지 (웃음). 아니 진짜로. 제가 오리지널 기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로봇물일지 우주물잊리 미소녀물일지 상품가치를 생각했을 때 베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폰서가 돈을 대기도 쉽고.
-그런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잘 유지되고 있다고도 생각되는데요.
안노 그건 그냥 「만들고 있다」는 상황이겠지요. 사실은 이 정도 상황도 감사해야 하긴 해요. 일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애니는 아직 장사가 되고는 있어요. 하지만 애니가 닫힌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느낍니다.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들의 애니를 세계에 대하여 가슴을 펴고 자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TVA는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른 TV 프로그램에 비하면 사극 다음 정도의 고액 예산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의 상품가치는 있다는 것입니다. 더더욱 경제적 파급의 중심에 위치했으면 좋겠네요. 오락의 왕(영화를 가리키는 사어)은 어렵겠지만 (웃음).
-하지만 그럼에도 오리지널을 고집하는 것은?
안노 그래야 자신이라는 존재가 필름에 남기 때문이겠지요. 비교적 스트레이트하게. 이것은 쾌감입니다. 필름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는 상당한 쾌감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애니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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