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모습의 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실험 준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카지씨의 말대로, 마음을 놓은 상대에게는 가차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쁘기도 하지만.
「얘기 해 주시겠어요? 지금이면 아야나미도 없고」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입가심이라도 하려고 커피를 홀짝였다.
미지근하군.
그것은 그녀의 기억. 14년간의 소녀로서의 추억과, 2년간의 마음의 미궁의 궤적.
그 모든 것을 이어받았다. 그녀의 모든 것을.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갑자기 불려가서, 억지로 남극에 따라갔어. 그리고 무서운 걸 보게 되었지」
몸이 기억하고 있는 시추에이션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지도 못하는 것에 타라고, 알지도 못하는 것과 싸우라고 강요당하지는 않았으니 그보단 낫겠지만…」
웃는 얼굴. 그것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 바치는 힘없는 행동.
그녀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으로서.
「……미사토씨는, 강요 같은 거 하지 않으셨잖아요. 제 의사로 탄 거예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분 좋네. 고마워, 신지군」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주고받는 말.
그것은, 상대방의 상처를 보고 싶지 않기에, 손으로 더듬으면서 상처를 피해 보려는 어리석은 겁쟁이의 스킨십.
「사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어」
들고 있던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때 아버지가 건네줬던 유품이, 이거야」
가슴에 늘어뜨린 로자리오를 집어서 보여준다.
나에게 이 은색의 그리스 십자가는 그녀의 유품이지만.
「살아남은 건 다행이었지만, 그때의 쇼크로 마음을 닫게 되었어」
그녀의 과거를 엿보고 깨닫게 된 것은, 나를 동일시하고 있었을 그녀의 마음이었다.
세컨드 임팩트 당시의 자신과 같은 나이의 소년에게 그 처지를 겹쳐 보고. 흘러가 버릴 것 같은 모습에 자신의 실패를 떠올린다.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서 서투르게 격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제멋대로 자신을 투영해서 간섭했다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실어증이라고 할까」
실어증이라는 것은 뇌의 물리적 손상으로 일어나는 기질적 장애이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이 아니지만, 정신분열증의 음성증상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2년 동안 마음을 닫고 있었대」
실제로는 그녀의 마음의 문은 현재 더욱 단단히 닫혀 있다. 그녀는 아직 그 안에 갇혀 있는 것일까?
「그 뒤로도 여러 가지로 고생했어. 그 당시의 나는, …레이쨩과 걑았다고나 할까」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이 몸으로 정신이 든 그날 이래로,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고생한 것은 사실이다. 여자다운 표정을 하지 못해서 무표정하게 살아갔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래서, 그냥 둘 수 없다. …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인다. 거짓말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카츠라기 미사토”로서의 이유다.
아야나미에게 마음을 쓰는 것을 주위에 납득시키기 위해서 꾸며낸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리츠코…도 놀라고 있는 게, 나…, 레이쨩과도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 같지 않아?
경험 탓일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도 거짓말.
그럴싸한 구실이지만, 그저 아야나미를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지군을 미끼로 사용해 버려서 미안해.
가능한 한 빨리 어떻게든 할 테니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 라는 듯이 그가 좌우로 도리질을 했다.
「……저도 그냥 둘 수 없었던 건가요? ……꽤 비슷하니까」
「에에, 그렇네」
이것도 거짓말. 전생의 그녀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의 자신의 이유는 아니다. 역시 구실에 불과하다.
자신이 희망하던 상냥한 세계를, 자신을 위해서, 지금의 그를 위해서.
지금의 그가 멸망의 길을 선택하고 후회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욕먹어도 싸네.
나하고 비슷한 처지의 아이를 발견했으니까, 상냥하게 대해준 것뿐이야.
상냥하게 대해지고 싶었으니까, 상냥하게 대해준 것뿐이야.
나를 대신해서, 나를 위해서일 뿐이었어」
이건 본심. 오직 이것만이, 거짓 없는 나의 마음.
……
「……울지 마세요, 미사토씨」
…
눈물.
「나, 울고 있는 거야?」
손수건을 찾는 것 같지만, 플러그 슈트에는 주머니가 없다.
포기한 그가 쭈뼛쭈뼛 손을 뻗쳐 온다.
전생의 나라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해 서 있기만 했을 텐데.
아니, 그럴 뿐 아니라 이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미사토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카지씨였다면 짜증나게 집게손가락을 사용했을 텐데, 그는 서투르게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하지만, 오늘 미사토씨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또 미사토씨가 이야기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색한 미소.
거기에 답하여 웃어주려는 순간, 갑자기 울리는 얼러트.
≪ ……라져. 전원, 제1종 경계태세. 반복한다. 제1종 경계태세. ≫
「신지군, AT필드 실험은 중지야. 대기실에 가 있어」
「네」
이번 사도의 강렬한 일격이 떠오르자, 기분 탓인지 가슴이 아파왔다.
****
「본 작전의 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브리핑룸.
2명의 파일럿이 앉아있다. 오퍼레이터 자리에는 휴가씨.
「적 사도는 강력한 하전 입자 포와 견고한 AT필드를 가지고 제로 에어리어로 진격 중.
현재는 레이저 빔을 갖춘 보링머신으로 천정도시를 천공 중」
사도가 AT 필드를 전개하는 모습. 공격 빌딩이 녹아내리는 모습. 지면을 파헤치는 시추기의 모습이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몇 차례 위력 정찰 결과.
적 사도는 위아래 방향으로의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고, 또 공격을 응용할 만한 지적 능력도 없다고 판단하여, 제로 에어리어 지하, 천장 장갑판 사이에서 매복, 기습을 실시합니다」
사도에 가하는 여러 가지 공격의 모습. 또 그 때 마다의 반격의 결과가 비추어지고, 마지막으로 제3신동경시와 지오프론트의 모식적 단면도가 쌓아 올려진다.
매복 정말 좋아하시네. 라는 그의 중얼거림은 무시.
전술을 선택하는 데 편식할 여유는 없다.
사도의 목적지야 확증이 있지만, 그 진공 시기나 루트에 대한 내 기억은 애매해서 확정정보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숙련도는 충분하지 못하고, 애당초 나는 그들을 병사로서 완성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이 몇 개나 있을까?
「제5장갑판과 제6장갑판의 사이에 내열 완충 용액을 충전한 제135흡열조를 드레인시켜 공간을 확보」
표시된 모식도 안에서, 진격하는 사도의 앞에 135라고 쓰인 울타리의 수위가 낮아진다.
휴가씨. 재주가 너무 세심하세요.
「에바 양기는 무기동 상태에서 전용 트레일러로 이동」
아니나 다를까, 도안화된 에바가 트레일러에 엎드려 실린 상태로 옮겨져 온다.
「기동 후, 1기는 필드 중화에 전념. 만약을 위해 방어용 방패를 장비합니다」
어쩐지 주석이 추가되었다.
【에바 전용 내열・내광파 방어 병기(급조사양)】
「나머지 1기는 에바 전용 포지트론 라이플로 사도를 공격」
【 원환가속식 시험작 20형 양전자포 】
스크린 속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것은 그만두자.
「사도를 섬멸합니다」
방금, 왠지 화면이 플래시한 것 같은….
「본 작전에서의 각 담당 역할을 전달합니다」
그러기 위해, 클립보드를 집어 들어보인다.
「우선…, 레이쨩은 영호기로 포수를 담당.
에바 전용 포지트론 라이플로 사도를 공격」
【 영호기 with 원환 가속식 시험용 20형 양전자포 】
흘끗. 클릭 음이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스크린의 주석이 바뀌었다.
「…라져」
전략자위대의 연구소가 자주식 양전자포를 개발 중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징발하는 것은 보류했다.
AT필드를 중화시킬 수 있다면 그때와 같은 고출력은 필요 없을 것이고, 원래부터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자위대와 네르프 간에 이 이상으로 알력을 늘리고 싶지 않다.
언젠가 알력이 필요해진다 하더라도, 미리 관계를 좋게 해 두는 편이 수월하리라.
게다가, 사도를 필드 중화 없이 물리력만으로 섬멸할 수 있다고 여봐란 듯이 광고해도 좋은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음 신지군. 초호기로 방어 및 적의 AT필드의 중화를 담당해」
【 초호기, 에바 전용 내열・내광파 방어 병기 (급조사양)장비 】
이번에도 타이밍 좋게 주석이 바뀐다.
「네」
「이 배치의 근거는, AT필드에 대해서 신지군이 더 뛰어나기 때문.
둘째로, 부상당한 신지군의 상태로는 인덕션 모드에서 세밀한 조준・조작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그의 미간 쪽 눈썹 끝이 내려갔다. 자신이 구실로 사용되었으니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짐작한 것 같다.
「…레이쨩. 기동실험이 성공한 바로 직후인데 실전에 투입해서 미안해.
신지군을 도와줘.
그리고, 신지군이 너를 지켜줄 거야」
「…네」
뭔가 또 드문드문 중얼거리기 시작한 아야나미를, 그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말 매복 참 좋아해. 라는 그의 중얼거림은 무시했다.
계속 つづく
2006.08.07 PUBLISHED2006.09.01 REVISED
2011.12.23 TRANSLATED
2021.09.22 TRANSLATION REVISED
********
라미엘을 아래쪽에서 공격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에바 역행물의 제1인자로서 존경하고 있는 몽마씨의 작품 중 「상냥함을 그대에게」에서 따왔습니다.
상대에게는 멀게, 자신에게는 가깝게 한다는 궁극의 사정거리는, 중국 권법의 오의와도 통하고, 보통 수단이 아닌 최고의 작전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몽마씨의 작품에 흘러넘치는 이런 아이디어들은, 자극제도 되었지만 동시에 거대한 벽이기도 했습니다. 그 넘기 어려운 벽의 앞에서 본작 자체를 접을까 생각도 했을 정도입니다.
갈등 끝에, 이렇게 몽마씨의 아이디어 그대로 이야기를 쓴 것은 「뛰어난 아이디어는 인류의 공공 재산」이라는 뻔뻔함이라고 말해도 좋겠지요.
하여튼, 갑자기 보낸 「아이디어를 빌려도 될까요?」라는 무례한 메일에 쾌히 허락해 주신 뒤, 격려의 말까지 해주신 몽마씨에게는 아무리 감사를 드려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음 다 읽은 후에 감상 메일이라도 보내 드렸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몽마씨의 작품은 그분의 사이트 「역시 아야나미겠지」에 기고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패턴의 역행물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게제되어 싫증나지 않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伍話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스포일러 경고
[열기・닫기]
- 「사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어」
- 미사토가 세컨드 임팩트의 경위를 어디까지 보았을지 회의적이라 이렇게 표현함. 기절했던 미사토가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이미 아담이 뿌리는 빛으로 가득했고, 이어서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빛의 기둥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니 구체적인 것은 거의 모른다고 추측. 나중에 릴리스를 아담으로 오인하는 것으로 보아, 아담 자체를 본 적은 있으며 그것은 릴리스와 흡사하다고 기억했다고 판단했다.
- 실어증이라는 것은 …… 정확한 표현이 아니지만,
- 실제 실어증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하기가 곤란」한 질병으로, 원작의 묘사와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재활에 몇 년이나 걸리기에 리츠코와 만난 시점에서 촉새가 될 수는 없다. 원작에서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실어증이라고 불렀을 뿐이라고 추측했다. 원작의 미사토의 증상은 【심인성 발성장애】가 맞을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어증(jargon 실어증: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지만 상대의 말을 들어도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기 자신의 말도 이해되지 않아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하기 어렵다)이라서 원작의 미사토가 남들과 소통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지만, 이 발상은 곧바로 도로 파묻었다.
- 「레이저 빔을 갖춘 보링머신」
- 원작에서는 「실드」라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아래로 파고들어가는 실드공법은 있을 수 없고 실드가 설치된 묘사도 없어서 「보링」으로 했다.
- 「적 사도는 위아래 방향으로의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고, 」
- 라미엘이 상하로 공격을 할 수 없는 것은 에바 팬픽에서 기출소재.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방패는 들려 보냈다.
- 「제5장갑판과 제6장갑판의 사이에 내열 완충 용액을 충전한 제135흡열조를 드레인시켜 공간을 확보」
- 지오프론트에 매복하면 뾰족한 본부동 건물 위에 드러눕는 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사도의 시추가 끝날 때까지 넋놓고 기다리는 것도 바보같은 그림이라, 천정부에 공동이 있다고 날조했다.
- 【 영호기 with 원환 가속식 시험용 20형 양전자포 】
- 「with」 는 메탈피규어 등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그렇다고 딱히 휴가를 메탈피규어 수집가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 「…레이쨩. 기동실험이 성공한 바로 직후인데 실전에 투입해서 미안해」
- 이것은 아스카편에서 고찰한 것이지만, 기동실험 후 곧바로 출동할 수 있는 편이 아야나미의 정신위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스카편에서의 신지가 인식하지 못했듯, 이 미사토도 그것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 「작전 시작은 16:00. 이후 이 작전을 앰부시로 호칭합니다」
- 물론 일육시 공공분(히토로쿠 마루마루)이라고 읽었다. 루비도 달지 않았고, 군인인 미사토가 새삼 의식할 것 같지도 않아서 따로 언급은 안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신지가 못 알아듣고 질문해도 되지 않았나 싶다. 작전명은 유명한 매복전인 「트라시메누스」로 할까 생각도 했지만, 알기 쉬움을 최우선으로.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잘보고 갑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