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비상사태 선언으로 발이 묶인 리니어트레인에서, 선이 가는 남자아이가 혼자 내려선다.
그 못 미더운 모습에 울고 싶어진다. 그에게 다가올 미래를 동정하고, 자신의 추억의 괴로움을 느끼면서.
그를 마중 나갈 때 즈음, 그녀와의 만남을 재현해야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차를 슬라이딩 시키는 건 너무 우연에 의지하는 방법이다.
그게 노려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나는 그녀처럼 차에 대한 취미는 없었다.
조종 기술에도 자신이 없고, 가지고 있는 차도 그런 스포츠카가 아니다.
독일에 있을 때 좁은 데서도 선회할 수 있는 작은 차를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그 푸른 스포츠카와 같은 메이커였기에 쓴웃음이 나왔었지만.
애당초, 나는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그녀의 성격을 재현할 수 없었다.
거침없이 올라타 문답무용으로 정이 든다? 그것도 단단하게?
사귐성 모자란 나에게는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어프로치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하지만 단단하게 맺은 끈일수록, 도로 멀어지려면 시간을 들여가며 풀든가, 단칼에 자르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자신이라면, 거리를 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 그 상대를 철저하게 거절할 만 했다.
포기할 리 없는 그녀이기에 신경도 쓰지 않은 얼굴로 다시 억지로 정을 붙여 주었지만, 나에게 그것은 어렵다.
거절당하면 자기 자신을 부정당한 것 같아 두렵다.
사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자신에게기에, 그런 대담무쌍한 커뮤니케이션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카리 신지군이지?」
가능한 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그는 타인이 힘들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워할 정도다.
그러니까, 해치려는 의도가 없음을 힘껏 어필한다.
「아, 네. …그쪽은…?」
경계하는 어조.
낯선 곳에서 이름을 불렸는데, 당연한 반응일까.
하지만, 그런 사정을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자신이다. 준비에 실수는 없다.
새하얀 원피스는 심플한 A라인.
메이크업은 자연스럽게.
챙이 넓은 모자.
시력이 양쪽 모두 1.8이 아니었다면 안경이라도 썼을 것이다.
도수 없는 패션안경이라도 준비해야 했을까? 아니야, 그건 역시 너무 약삭빨라.
아버지에게 버려지고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땅거미가 지는 가운데 혼자서 모래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그때, 자신을 걱정해 주는 존재를 바라고 또 갈구했다.
물론 그런 존재가 나타날 리 없었고, 모래 피라미드를 차서 무너뜨렸지만.
「나는 카츠라기 미사토. 너를 마중 나왔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 누나의 이미지로 열심히 연습한 미소다.
그의 뺨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
「저게 사도……, 인가요……?」
「그래. 인류의 적, 으로 여겨지는 것이야」
산을 넘어가는 길 가운데, 멀리서 괴물을 보기 위해 차를 멈추었다.
이 시점에서 주어진 정보는 가면서 이야기하자.
「저한테……, 저것과 싸우라는 말인가요?」
그의 꾹 참는 목소리에, 먼 기억이 되살아나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친절한 아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약함일 뿐이다.
옆에서 누가 울면, 울린 책임과 위로할 수 없는 무능을 비난당할까봐 두렵다.
그래서 타인이 울지 않도록, 타인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경계했다.
남이 울어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어, 서 있기만 한다.
그 나약함을 이용하기 위해 연기하려 한 것인데, 눈물이 흘러넘친다.
나 역시 모든 것이 시작된 그 날이 아직도 괴롭게 떠오른다.
아니, 가해자의 입장이 된 지금이 더 괴로울 것이다. 타인을 비난할 수 없는 처지인 만큼.
그 때의 그녀도 괴로웠던 것일까……? 닫혀 있는 그녀의 마음이 대답해주지 않을까, 진심으로 그러길 바랐다.
「미사토씨. 울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정말로 울며 엎드려 버린 것 같다. 내 마음은 나약한 그대로다. 여기까지 오면서 단련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약하다. 만일의 경우 각오를……. 아니, 정색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손수건을 꺼내 눈꼬리에 대었다.
「미안해. 울고 싶은 건 신지군 쪽인데……. 이런 게 작전부장이라니, 한심하지」
「아뇨……」
훔쳐보는 듯한 시선을 느낀다. 내 눈치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저를 위해서……, 울어 주신 건가요?」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이때라면, 자신을 위한 눈물과 그를 위해 흘린 눈물은 같은 의미다.
그 정도의 기만은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말을 듣는 것 보다 말을 하는 쪽이 괴로울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안 되는 때였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가요?」
「신지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지금 여기서 에바를 조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건, 신지군 뿐이야」
그의 시선을 받아들인다. 철저히 상냥하게.
「나, 억지로 적격성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어.
아이들을 싸우게 하지 않고 끝낼 가능성이 1% 라도 있었다면,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놓고 아이들에게 「명령」할 수는 없잖아」
아니나 다를까, 「명령」이라는 말에 반응했다.
명령이란, 자신을 무시하는 말. 자신을 봐 주지 않으면서 건네는 말. 상냥하지 않은 말. 듣는 사람에게도, ……말하는 사람에게도.
「……그러면 「명령」하면 되잖아요……, 싸우라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잖아요?」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이 시점에서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그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유치하게 비꼬는 말로 응석을 부린다. 그런 식으로 상대를 시험하고 상대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여기서 명령하면 에바에 탈 것이다. 「도망치면 안 돼」에다가 도망칠 길을 막아버리기까지 하면 싸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첫 수 만에 몰아 세우는, 파국으로 향하는 외통수.
어른의 고뇌는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고뇌도 무시당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은 세계를 거부했다. 고뇌하는 것이 자신 뿐이라고, 세계가 모두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시선을 피한다.
꽉 움켜진 로자리오.
그것은 나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명령」했던 그녀의 것. 그리고 지금 그에게 싸우라고 「명령」해야할 내가 짊어져야 할 것.
그녀는 고뇌했을 것이다. 다만 말해주지 않았을 뿐.
나는 고뇌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뇌하는 척 한다.
내가 원하던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녀와, 지금의 그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제에 그걸 내미는 척 하는 나.
어느 쪽이 더 지독한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짊어져야 했기에 이어받은 십자가. 자신이야말로 그 본래의 정당한 주인.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나도 무서운 걸……」
이건 본심이다. 타 보았으니까, 싸워 봤으니까 이해한다……. 그 공포를.
「그걸 신지군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이것도 본심이다. 할 수 있으면 평온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이 몸으로는 에바에 탈 수 없어서 그 선택은 할 수 없었지만.
「그러니까……, 나는 부탁밖에 할 수 없어……. 싸워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밖에」
준비해둔 이 말은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 내가 듣고 싶어했던 말.
아버지는 절대로 해 줄 리 없는 말이니까, 적어도 내가 말해준다. 응석을 부릴 정도로 가까워졌다면, 나의 말이라도 그에게 닿아 줄 것이다.
시야가 일그러진다. 또 눈물이 넘친 것 같다.
그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에 분개한 것도 아니다. 고뇌나 회한은 있을 수 없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그에게 말해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의 오해가. 오해를 풀지 않음이. 십자가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
고개를 들고 그를 응시했다. 눈물을 훔치지 않는다.
「부탁해, 신지군. ……싸워 줘」
……
……안약, 소용없게 되었네.
……
……나는, 최악이다.
つづく 계속
2006.07.10 PUBLISHED
2006.08.04 REVISED
2011.11.10 TRANSLATED
2021.09.22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壱話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스포일러 경고
[열기・닫기]
- ↩ 선이 가는 남자아이가 혼자 내려선다.
- 상황적으로 전세가 아니었을까 추측. 다른 승객이 있었다면 리니어모터카에서 내리자마자 대피소로 향했을 텐데, 원작에서 신지는 전화를 걸기 위해 역에서 나온다.
- ↩ 그에게 다가올 미래를 동정하고, 자신의 추억의 괴로움을 느끼면서.
- 자신이 미사토가 되었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서, 내심 신지를 그(彼), 스스로를 자신(自分)이라고 부른다.
- 역자: 이후로도 미사토(내용물 신지)는 독백에서 1인칭 대명사로 중성적인 자신(自分)을 사용한다.
- ↩ 알고 보니 그 푸른 스포츠카와 같은 메이커
- 차종은 원작대로 르노. 독일차가 아니었던 것은 중고차를 고른 결과 우연히 그랬다는 설정이지만, 물론 편의주의.
- ↩ 자신이 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라이트노벨처럼 짧은 개행을 여러 번 하기를 의식적으로 했다. 또한 개행 간격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공백행을 사용해 밀도가 낮다.
- ↩ 「아, 네. …그쪽은…?」
- 원작과 달리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는 의미.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사토(내용물 신지)는 (빙의대상의 얼굴을 마주히기 힘들어서) 사진이 서툴다. 이것은 나중에 유이편의 거울혐오증으로 업그레이드된다.
- ↩ 새하얀 원피스는 심플한 A라인.
- 왜 A라인이냐 하면, 그편이 가슴이 덜 강조되니까.
- ↩ 시력이 양쪽 모두 1.8
- 미사토가 사격에 능하다고 알고 있으므로, 그에 맞춰 눈도 좋다고 생각했다.
- ↩ 패션안경이라도 준비해야 했을까?
- 갭을 드러내는 동시에, 빙의 때문에 이미지가 본래의 미사토와는 역의 이미지로 바뀌었나? 라는 미스디렉션도 섞었다.
- ↩ 외톨이인 나를 걱정해 주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이름도 모르는 누나를 망상했다.
- 불우한 아이가 상냥한 보호자를 망상하는 것은 흔한 일. 그 보호자가 여성인 것은 이야기 사정상.
- 역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어린 신지가 아스카와 아야나미를 연상시키는 인형들과 모래 피라미드를 만드는 장면이 있다. 그것을 지켜보던 여성이 신지를 남겨놓고 인형들만 데리고 사라지는데, 이 여성이 각본에 「미사토」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작품을 쓸 때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신기한 우연.
- ↩ 그의 뺨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 사실 붉은 바다에서 기다리던 릴리스가 이 장면을 원작 1화의 환영 아야나미처럼 보고 있었다는 설정. 참고로 이 시리즈에서는 원작 1화의 환영 아야나미는 신지의 데자뷔였다는 설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 시점에서 신지가 정말로 아야나미를 목격했다면 뒤에 엄빌리컬 브릿지에서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 만큼.
- ↩ 「저게 사도……, 인가요……?」
- 타임라인적으로는 원작에서 신지가 사키엘을 처음 보았던 것이 이 타이밍. 즉 순항유도탄이 맞았을 즈음.
- ↩ 「그래. 인류의 적, 으로 여겨지는 것이야」
- 승차 시점에서 모자는 벗었을 터이지만, 이제 와서 묘사할 수 없어서 생략.
- ↩ 아니나 다를까, 「명령」이라는 말에 반응했다.
- 원래 명령(命令)이란 명한 사람이 책임진다는 것으로 나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에바 세계관에서 미사토와 칠드런들의 관계에서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고, 이 시리즈에서 일관되게 “명령”은 나쁜 의미로만 묘사된다..
- ↩ 그것은 그를 첫 수 만에 몰아 세우는, 파국으로 향하는 외통수.
- 이것은 이 시리즈의 입장이기도 한데, 미사토(내용물 신지)는 신지의 마음만 굳세었다면 그 참극을 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주변으로 향하지 않는 것이 신지다운 것이고, 미사토로서 살아온 13년간의 인생경험이기도 하다. 라는 설정이다.
- ↩ 꽉 움켜진 로자리오.
- 이 작품에서 에바 원작과 가장 다른 것은 당연히 미사토(내용물 신지)이기 때문에, 오리지널한 버릇을 부여했다.
- ↩ 이것은 짊어져야 했기에 이어받은 십자가. 자신이야말로 그 본래의 정당한 주인.
-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항상 물리적으로는 로자리오, 정신적으로는 십자가라고 쓰고 있다.
- ↩ 이 몸으로는 에바에 탈 수 없어서
- 유이편에서 드러나지만 이것은 미사토의 착각. 미사토(내용물 신지)가 초호기에 싱크로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고, 리츠코가 적격성 검사를 가라로 했다.
- ↩ 준비해둔 이 말은 …… 기쁨의 눈물이었다.
- 신지(미사토에 빙의)가 신지를 구원함으로써 신지(미사토에 빙의)가 구원받는다. 또는 신지가 신지(미사토에 빙의)를 위해 신지라는 입장을 다한다. 라는 이 작품의 메인 스토리를 암시하며, 제목의 의미와도 연결된다. 사실 집필 단계에서는 『그것은 단지 신지들만을 위한 보완』이라는 가제로, 보다 내벌적인 신지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자조하는 냉소적인 내용이 될 뻔 했다.
- ↩ 안약, 소용없게 되었네
- 신지에게 들키지 않고 안약을 넣기는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는 눈과 코 주위에 바르면 눈물이 나오는 연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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