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1일 월요일

안노 히데아키 vs 미야무라 유코 대담: “너 바보야? 라는 말을 듣고 싶다”


출전: 『아니메쥬』 vol.217 (1996년 7월호)

출처: https://home.gamer.com.tw/creationDetail.php?sn=863320



에반게리온의 최종회를 보고 우리가 느낀 “엑! 이게 뭐야. 이렇게 끝이야?”라는 기분은, 연기하신 성우 분들도 마찬가지. 우리들의 미야무~, 미야무라 유코 님이, 그런 너희들의 기분을 대표해서 과감히 「에바」의 핵심과 안노 감독의 본심을 파고든다!

『에바』는 라이브 감각


아니메쥬: 「뭐니뭐니해도 지금 화제인 것은 TV 시리즈의 최종회입니다만, 아스카를 연기해 오신 미야무라씨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미야무라 유코: 「으~음, 굉장히 방치당해 버린 느낌인데요. 아스카는 24화에서 병원 침대 위에서 눈 뜨고 잠든 채로 그게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아스카는 거기서 멈춰 있기 때문에, 이것을 빨리 어떻게든 해 주세요, 감독!」

아니메쥬: 「뺨이 아주 홀쭉해진 느낌으로 쓰러져 몸져누운 채로 있다는 거로군요. 언제 아스카는 보완이 될까요」

안노 히데아키: 「될 수 있을까요」

미야무라 유코: 「어이어이, 감독이 그렇게 말하면 어쩌잔 건가요」

아니메쥬: 「25화, 26화를 합쳐서 전부 26화(최종회), 1화분의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그렇지. 그게 질질 지연되고, 소재도 좀 바꾸고……. 그러고도 부족했을 정도니까 지연되었다는 것도 틀린 말이네요. 턱없이 부족했어요. 어쨌든 시나리오는 써서 보냈으니까」

아니메쥬: 「“써서 보냈다” 함은?」

안노 히데아키: 「요는, 1화를 하지 못하면 2화를 할 수 없고, 2화를 하지 못하면 3화를 할 수 없는 방식. 1화부터 6화 정도까지는 아주 엉망진창으로 하고 있었는데요. 5화, 6화 하고 나서 3화로 돌아간다든가, 그런 식이었으니까요.
어떤 씬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헛 하고 정신 차려보니 그 씬이 필요없게 되어 버렸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없어도 좋은 것이었다든지……. 라이브 감각.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만들었지 전부」

아니메쥬: 「보는 입장에서는 지극히 치밀하게……. 복선도 깔끔히 맞아떨어지고, 설정도 굉장히 깊게 생각한 거 같고, 굉장하다 싶은데」

안노 히데아키: 「실제로는 “보완계획”이라는 것도 전체 화수 절반 정도 왔을 때까지도, 인류를 보완한다니 무엇을 보완하는 것일까, 그게 확실히 결정된 게 없었으니까요」

아니메쥬: 「그렇다는 건 당연히 성우 분들께도 “인류보완계획이란 무엇입니다”라는 설명도 없이?」

미야무라 유코: 「설명?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안노 히데아키: 「(시침 뚝) 아, 없었지요. (밥도 먹지 않고 계속 마신다)」

미야무라 유코: 「그래서 “인류보완계획이란 뭔가요”라고 질문해도 “그을쎄 뭐겠지” 이런 식으로 둘러대기만 하고」

안노 히데아키: 「속이려고 한 게 아니고, 정말로 정해진 게 없었어(웃음)」

아니메쥬: 「대단하네요. 그런 식으로 24화까지 도착했다는 것은……」

안노 히데아키: 「뭐, 기적 같은 거지요(웃음). 전부 라이브였으니까요. 연주하는 도중에 연주시간도 연주자도 악기도 개런티도 끝내는 악보까지 부족해졌다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니메쥬: 「안노씨는 지금까지 다른 TV시리즈도 그런 라이브 감각으로 만드셨던 건가요」

안노 히데아키: 「「나디아」도 반쯤 라이브였지만, 처음부터 레일 깔고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음 주 레일을 깔고. 그러니까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몰라」

아니메쥬: 「그것은, 연기하는 측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감 속에서 연기를 했다는 것이겠지요」

미야무라 유코: 「전반부에는 그림콘티 같은 것을 미리 보여주기도 하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대체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화부터였나, 헉? 더이상 뭐가 없어? 그런 상태가 되었는데」

안노 히데아키: 「그림콘티조차도 완성이 되지 않았지, 최종회는」

아니메쥬: 「콘티조차 없는 백지상태가 그 후시녹음 대본 화면이었던?」

안노 히데아키: 「백지는 아니었을 텐데요. 배역명과 대사가 쓰여 있었잖아(웃음). 25화는 이름만 쓰인 화면으로 후시녹음을 했습니다만, 헛 하고 깨달은 것이, 이름과 대사를 함께 쓰면 (대본을 넘기는) 페이퍼노이즈 (소리)도 없어지고, 이거 좋구나 싶어서(웃음)」

아니메쥬: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것은 어땠습니까」

미야무라 유코: 「어~음, 26화 말이지요. 이렇게 무대 위에 선 신지가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는 시추에이션이니까, 오히려 그렇게 대사만 쓰여 있는 것만으로도 (위화감은) 없었네요」

아니메쥬: 「그것은 그야말로 연극풍 연출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지」

미야무라 유코: 「제가 대학에서 무대를 하고 있을 때……, 지금도 하고 있지만요. 어떤 장면에만 그런 느낌을 도입한다던지, 그런 걸 대학 시절 에튀드(연습)에서는 자주 했었어요. 주위에 아무 것도 없이 자기 스스로 (연기하고) 생각해 나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파이프의자라니, 연극적이면서도 더 나아가 뭐랄까, 카운슬링적인 것을 느꼈거든요」

안노 히데아키: 「아, 그래?」

미야무라 유코: 「카운슬링 방법 중에, 가령 부부싸움을 너무 심하게 해서 아내분에게 화가 너무 나서 미칠 것 같은 남자가 카운슬링을 받으러 가면, 먼저 의자 두 개를 마주보게 해서 그 한쪽 의자에 앉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일이 있고, 이런 점이 화가 나고, 마누라가 어쩌고저쩌고 자기 말만 하게 한 다음, “다음으로 이쪽 의자에 앉으세요” 해서 맞은편 의자에 앉힌 다음엔 “이번에는 부인의 입장이 되어 보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 주세요” 하는 거에요. 이쪽 의자에 앉았을 때의 자신과, 이쪽 의자에 앉았을 때의 자신이 단면이 다르기 때문에 냉정하게 자신을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요법이 있다고 하네요.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안노 히데아키: 「몰랐던 사실. 왜 그런 재미있는 얘기를 미리 좀 안 해, 제작하던 중에 하지」

미야무라 유코: 「완성된 걸 보고 나서, 아 감독님도 분명 그런 의미로 만든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안노 히데아키: 「정말 몰랐다. 헤에. 무의식적으로 한 것인지도 몰라」

아니메쥬: 「듣고 보니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안노 히데아키: 「그렇네요. 그런 식으로 말을 듣다 보면 점점 “곤약문답”[아무말이나 했는데 상대방이 심오한 뜻으로 알아듣는 것]이 되어가는 것이군요」

미야무라 유코: 「“곤약모드”가 뭔가요?」

안노 히데아키: 「“곤약모드”가 아니고 “곤약문답”」

미야무라 유코: 「“곤약모드”는 뭘 바꾸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안노 히데아키: 「“문답”이라고 (웃음)」

아니메쥬: 「좀 특이한 분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어쨌든, 라이브 감각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최종 2회를 보았을 때, 저에게 있어서 그건 라이브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오늘날의 영상이라는 것은 원할 때 살 수 있고 원할 때 볼 수 있지요. 하지만 TVA 그 라스트 2회는, 리얼타임으로 방송으로 접하면서 당시의 다양한 상황과 함께 맛볼 수 있었던 그 점이 라이브였지요」

미야무라 유코: 「어떤 라스트를 기대하셨을까요, 팬 분들은」

아니메쥬: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라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지 않았나요」

안노 히데아키: 「잘 모르겠지만, 다들 원하는 라스트를 만들 수야 있었겠지요. 그게 무리였지만」

아니메쥬: 「예컨대, 인류보완계획이 무엇이냐던가. 최종적으로 이카리 겐도가 목표로 하는 게 뭐냐던가……. 마지막이면 그걸 전부 다 알아내서, 아 시원하다, 그런 쾌감을 갖고 싶잖아요」

미야무라 유코: 「그래서, 비디오판의 추가부분으로 해소되는 건가요?」

안노 히데아키: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부터 생각하겠습니다」

미야무라 유코: 「일본 전체의 스트레스를 표시하는 그래프가 있다면, 「에반게리온」 최종화를 본 사람의 스트레스 게이지가 쭉쭉 올라가 있을 것」

아니메쥬: 「미야무라씨 자신의 스트레스 게이지는 어떠한가요」

미야무라 유코: 「스트레스를 어찌할 수 없어서 5킬로나 쪘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폭식증이라는 것이로군」

미야무라 유코: 「폭식증에 걸렸습니다~」

아니메쥬: 「화면에서는 [24화에 병상에 누운 아스카는] 비쩍 말랐는데 (웃음)」

안노 히데아키: 「24화 리테이크 할 때 살을 찌워두는 편이 좋을까 (웃음)」

미야무라 유코: 「조금만 살 좀 붙여 줘요. 아무튼, 연기자로서 관여하는 방식이 깊었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으로.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종영 이후 폭식까지 하게 된 게. 마음이 너무 흔들려서 지쳤으니까요. 어떻게 좀 안 해주나요, 감독」

안노 히데아키: 「「하트 오브 다크니스」 같아서 멋있다 그거 (이미 술밖에 보고 있지 않다)」

「너 바보야」는 좋은 대사


아니메쥬: 「처음 등장한 아스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성격으로 상쾌하게 등장! 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내면을 파고들지요」

미야무라 유코: 「맞아요. 침잠하지요. 여리고」

안노 히데아키: 「여리다라. 왜 그런 걸까. 아스카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미야무라 유코: 「그으러세요. 그럼 왜 저런 꼴이 된 것일까요」

안노 히데아키: 「왜일까나?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웃음)」

아니메쥬: 「전반부의 상쾌한 성격이 후반부의 전락의 복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안노 히데아키: 「아뇨 전혀. 그럴 생각도 없었어요. 그거는 6화까지 매운맛 전개 뿐이고, 스태프들도 슬슬 피곤했기 때문에, 슬슬 밝게 좀 해보자는 동기가 강했고. 복선까지는 생각 안 했어요. 물론 여기서 다 생각해서 했다고 말하면 멋이야 있겠지만. 뭐, 아니지. 이제 이론무장도 신물난다니까. (웃음)
그런데 솔직히, 아스카라는 캐릭터는 처음에는 전혀 감이 안 잡혔어요. 그런데 그 “너 바보야”라는 대사가 생각나니까 캐릭터가 살더라고. “차안스”하고 “너 바보야”라는 것은, 좋은 대사야」

미야무라 유코: 「좋은 대사야~」

안노 히데아키: 「여자한테 스포일 당하고 싶어하는 남자는 틀림없이 이 대사를 좋아하겠지요. 무조건 기분 좋을 겁니다. “너 바보야~” 이렇게 상냥하게 들으면, 그것만으로 흐물흐물해지죠」

아니메쥬: 「그거는 안노 감독님이 그런 거 아닌가요」

안노 히데아키: 「저는 틀림없이 그런 거 같네요」

아니메쥬: 「이 느낌, 미야무라씨는 아시겠나요?」

미야무라 유코: 「저는 여자 입장이기 때문에 모르겠네요. 저는 아스카보다는, 레이 같은 무기질적인 여자애를 자빠뜨려서~ 같은 쪽이 좋달지」

아니메쥬: 「마음대로?」

미야무라 유코: 「마음대로. 끝나고 나서도 아무 말도 안 할 거 같잖아요」

아니메쥬: 「끝나고 나서라뇨? (웃음)」

미야무라 유코: 「아스카는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자빠뜨리면」

안노 히데아키: 「이것저것 주문이 많을 거 같지」

미야무라 유코: 「그렇지요. “하지 마~” 라던가, “아프다고” 라던가」

안노 히데아키: 「라스트로 “너 개못해” 그러겠지 (웃음)」

미야무라 유코: 「“내가아?” (웃음)」

아니메쥬: 「(약간 정신나갈 거 같음) 미야무라 유코는 남자였나」

미야무라 유코: 「만약에 내가 남자라면……이라는 이야기네요」

안노 히데아키: 「레이 쪽이 성가시지 않다는 것이지요」

아니메쥬: 「인기도 가장 많지요, 레이가」

미야무라 유코: 「다들 그런 걸 바라고 있어서 그런가」

안노 히데아키: 「있지 않을까. S(사디스틱)인 사람은 틀림없이 레이 쪽으로 가겠지. S선망으로. M(마조히스틱)인 사람은 아스카 쪽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동세대 연령대의 여자보다 정신적으로 어린 사람은 미사토에게 가는 경향 있다」

미야무라 유코: 「그치만 인간이란 양쪽 측면이 다 있는 거잖아요」

안노 히데아키: 「그치, 둘 다 있어. 기본적으로는 다 있어. 어느 쪽이 더 크냐는 게 차이를 만들 뿐.
최종회도 그래, “저걸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저런 거 싫어” 하는 사람도 있지. 요컨대, 인간이란 욕심꾸러기라 더운 것도 좋아하고 추운 것도 좋아하거든요. 다만 더울 때 추운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덥기를 바라는 욕망이 충족되어 있으니까 그 때는 추위를 바라는 것이지. 그 역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어떤 라스트를 만들어 봤자 불만은 생긴다. 다만, 대다수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극소수의 사람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다”라고 말해 보인 것이 그 라스트니까요. 필요최소한의 것만 제시를 했으니까요」

아니메쥬: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에반게리온」을 보고 있는 사람들 전부에 대해서?」

안노 히데아키: 「애니 팬들 말이지요. 어린애들은 좀 비껴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메쥬: 「다만 「에반게리온」은 방영되는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도 꽤 많이 끌어들인 것 같다는 느낌도 있는데요. 결국 애니 팬들이 대다수가 된 인상은 있습니다만」

안노 히데아키: 「보통 사람이 애니 팬으로 돌아왔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메쥬: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안노 히데아키: 「애니 팬을 그만두었다가 잠깐 다시 돌아왔다는 사람이 있었어. 그런 사람은 아직 괜찮아. 아무튼, 도중에 애니 팬들이 싫어졌어. 거기에 매달려 있는 놈들이 너무 싫어. TV라는 건 뭐라 한들 가장 게으른 오락 아니겠어요. 자기 집에 있으면서, 자기 방에 있으면서, TV 스위치만 넣으면 찾아오는 오락이지. 자기는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영화는 그래도 아직 돈을 내야 하고, 게다가 영화관까지 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볼 수 있는 오락인 거예요. 그 자리에 거부권도 있어. 그런데도 피 한 방울 흘릴 것 없이 태평하게 우리 방송을 보기만 하면서 과잉으로 흥분해서 말이야.
제가 보기에는 사이비 행복, 가짜 행복에 푹 빠져 있다, 거기에 매달려 있다. 그 행복이 그저 좋다고, 쓸데없이, 그것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점점. 남이 부여한 행복입니다. 그것이 갑자기 마지막에 자기가 원했던 라스트가 아니라는, 오직 이 한 점에 있어서만 분노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그러면 어찌 되는가. ……그것을 (예측해서) 원해서 저지른 것이지만요」

아니메쥬: 「하지만 안노 감독 자신도 애니 팬이지 않아요」

안노 히데아키: 「그래서 저도 그 물을 절반은 뒤집어쓴 거예요. 이걸 비디오 신작을 팔아먹기 위한 “상업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거는 착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지만요. 그치만 이것으로 (이 라스트를 선택한 것으로) 제가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끔찍한 생각 잔뜩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질릴 정도로.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칠판 가득 내 욕이 적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뭐 그것도 어느 정도 각오해서, 절반은 자신에게 물을 끼얹고 절반은 관객에게. TV 보는 사람에게 물을 끼얹은 것과 같습니다. 양동이의 물을」

아니메쥬: 「그 정도로 애니 팬들에게 물을 끼얹고 싶어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안노 히데아키: 「의존심이 너무 강한 게 싫었어」

미야무라 유코: 「그치만요, 감독님 마음도 알겠지만요, 그래도 감독이시니까, “물을 끼얹었다, 아하하하”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하면 안 돼요, 그거 (웃음)」

안노 히데아키: 「지금까지 모두들 (제작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거지요」

미야무라 유코: 「왜냐면, 뭔가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러니까 비록 그게 가짜로 만든 행복이라고 해도, 행복을 주고 있다(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거는! 그러니까 감독님, 비디오에서 잘 좀 해 주세요!」

안노 히데아키: 「싫어 (웃음)」

미야무라 유코: 「그러니까, 뭔가 표현을 한다는 것은, 무대에 서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시를 쓰거나, 그게 뭐든지 간에, 그것은 뭔가를 전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행복을 모두와 함께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것도 만들어진 행복이지만,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서 만드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 도중에, [시청자들이] 주어진 행복으로 춤추는 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아」

안노 히데아키: 「그런가? 내가 보기엔 그 편이 당사자들에게 더 좋을 거라고 해서 그렇게 한 건데 말이지」

미야무라 유코: 「그거는, 반드시 (주어진 행복이 가짜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오는 사람은 그 때가 온다. 안 오는 사람은 안 온다.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안노 히데아키: 「그 찬스를 일단 한 번만 (던져 보았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요. 이런 걸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때”니까 할 수 있었어」

현실로 돌아가라


안노 히데아키: 「자신의 지금의 기분을 배신하지 않고 라이브 감각으로 한다는 것이 「에반게리온」의 근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기분이 그렇게 된 이상 그것을 배신하지 않는다. 최소한 내 자신 한 사람은 배신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래놓고 속편을 만들지 않으면 (지금까지 함께 작품을 만들어온) 스태프들을 배신하는 게 된다. 스태프들에게는 리메이크판을 비디오로 다시 만들테니, (이거는 용납해 달라는 마음으로) TVA 라스트를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아니메쥬: 「“이 때”라고 하는 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상황이 윤택한 자금이 있고, 특집편을 넣어서 3주 정도 연장해서 시간도 벌고 끝을 맞이할 수 있는 형태였다면, 달라졌을 거라는 말씀일까요」

안노 히데아키: 「방법론이 달라졌을 뿐, 하는 말은 같았겠지요. 테마적으로는 같거든요. “현실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적어도 제가 만든 「에반게리온」이 그저 “피난처”가 되어 버리는 게 정말 너무 싫었어요. 현실도피의 장소에 불과하게 되고, 거기에 깊이 빠져들면서 현실의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고, 거기서 현실로 돌아오는 게 거의 없었거든요.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자꾸자꾸자꾸자꾸 거기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이대로라면, 좀 극언을 하자면, 종교가 된다. 옴진리교 신자와 아사하라 쇼코의 관계와 같아진다. 여기서 잘 하면 저는 아마 신흥종교 교주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게 싫었구요. 거미줄에 매달리는 건 나 혼자도 충분하다고」

미야무라 유코: 「“너희들은 오지마”라는 것이군요」

아니메쥬: 「그런 기분이 이해가 되시나요?」

미야무라 유코: 「알 것 같아요. 왜냐면, 애니 팬에 한정할 것 없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남에게 의존하는 사람이란 게 확실히 있어서, 그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일 때가 있지요.
예컨대 팬레터에 고민을 적어 보내는 사람. 물론, 팬레터에 고민을 적어 보내서 그걸로 개운해졌다면 되는 거지만, 그렇다면야 전혀 OK이지만요, 그렇지 않은 경우.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왜 답장이 없냐” 그러면 원하는 게 좀 틀리잖아요. 그게 왜 틀린 건지 알지 못하는. 그것은 역시 시야가 좁아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걷어내는 건 자기 힘으로밖에 할 수 없는 거고. 그래서 감독님이 말한 “물 끼얹기”라는 걸 너무 잘 알겠지만요. 그래도 역시 다른 방법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표현자가 되어서 생각하는 것이, 포지티브한 것(표현이나 작품)이 수용자를 끌어들여서 포지티브하게 만들어간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한 번이라도 실감할 수 있다면, (수용자도) 반드시 그 시야를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안노 히데아키: 「너무 스트레이트했나. 한 것 자체는 실수가 아닙니다. 방법론에 관해서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다르게 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만들어진) 쾌락에 그렇게 이어짐이 있지 않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좋았겠지요. 세상 일이란 배신당하는 것입니다」

아니메쥬: 「다만 그렇게 말하는 안노씨야말로 애니 팬으로 보입니다만」

안노 히데아키: 「물론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안 좋아하니까. 그거(애니 팬이 싫다는 것)는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인 것이지요. 아픈 부위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야무라 유코: 「자신이 싫은 인간은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면서 (웃음)」

안노 히데아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꽤나 (타인을) 상처입히고 있지」

미야무라 유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제 자신이 싫으니까, 아하하하」

아니메쥬: 「“자신이 싫은 인간은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어디서 들은 대사인데」 [이듬해 EOE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사토 대사]

안노 히데아키: 「상처를 주는 정도를 겨우 간신히 알고 있으니까 거리를 잴 수 있다. 그 정도이겠지. 상처주고 있다는 걸 자각할 수 있는 게 무의식적으로 상처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이 가장 무서운 거지. 아아, 상처 주고 있구나.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25・26화 본 사람에게 상당히 상처를 주겠지 생각했지만, 그것도 괜찮아요. 오히려 상처입어라! 라는 거지요. 상처 없이 이대로 순조롭게 끝나 봤자 찬양밖에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동했습니다” 따위 일면적인 반응만 받을 테고. 그거는 그거대로 아마 들으면 기분이야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정조화적인 라스트가 너무 싫다는 기분도 있었네요. 게다가 화제가 될 수도 있고. (웃음) 좀 상업적으로 잘 하려고 했다면, 실제로 일정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으니 포기하고 비디오 총집편으로 방송시간 채운 뒤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길도 있었겠지.
그러면 아마 분노하는 사람은 지금보다 적었을 테고, 동정표도 모였을 테고, “시간이 없었다니 아쉬워요. 비디오든 뭐든 좋으니까 꼭 이 다음을 보여주세요” 그런 편지들이 왔겠지요. 상업적으로 생각하면 그 편이 훨씬 좋은 것이죠. 손님의 동정을 사고, 다들 속편을 반드시 사줄 것이고.
그치만 거기서 장사고 뭐고 다 내던지고, 내 솔직한 기분을 필름에 담고 싶었다는 것이, 25・26화였습니다. 그 선택도 아슬아슬했지만」

아니메쥬: 「해서, 그렇게 만들어진 25・26화는 그래서 어땠나요? 상처입어라! 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요.」

미야무라 유코: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들이 25・26화에 잔뜩 들어 있잖아요」

안노 히데아키: 「뭐가 있었나? (웃음) (이미 취했음)」

미야무라 유코: 「……라고 생각하는데요. 25화 같은 경우에, 저는 그게 전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고, 하고 싶었던 말을 그 상황에서 애니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감독님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요?」

안노 히데아키: 「하고 싶은 말이었겠지, 근데 뭐라고 했더라? (웃음) 말한 건 다 잊어버렸어. 다만 25화는 지인인 여성분이, 벌써 서른이 넘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보고는 울었다 그러더라고. 나는 OK입니다. 마치 자기 얘기 같았다고. 그걸로 나는 OK」

아니메쥬: 「미사토 부분 말이군요」

안노 히데아키: 「미사토 부분이 자기 얘기 같았다는 것이지. 그거는 어떤 여성들은 보면 굉장히 혐오스러워 할 텐데요. 그런데 그 부분이 그 사람에게 느껴진 것만으로도 OK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두 사람은 있어. 두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더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니메쥬: 「울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일종의 해방?」

안노 히데아키: 「아니이, 싫은 기분이 들었다고」

아니메쥬: 「그런 의미에서 울었다는 거군요」

안노 히데아키: 「25화는, 보는 인간을, 사실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는데, 내가 역부족이었어. 현실의 카피가 아니라 치환이 제대로 되지 못한 거지요」

실패작이었던 제1화


아니메쥬: 「OK인 팬과 OK 아닌 팬은 뭐가 다른가요」

안노 히데아키: 「매달리는지 아닌지겠지요」

아니메쥬: 「매달리며 살아선 안 된다는?」

안노 히데아키: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아니메쥬: 「다만 그것이 TV에서 나오는 애니에 불과하다는 점이 한심스러운 것이고?」

안노 히데아키: 「피난처에 있다는 점이 한심하지. 도망칠 곳이라는 게 네거티브잖습니까, 도망칠 곳이라는 것은. 그거를 포지티브한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이겠지요. 방법은 틀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분에 거짓은 없다」

아니메쥬: 「그것은, 예를 들면 제1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던 “도망치면 안 돼”로군요. 그 기분이 1화를 지배했었고,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의 인상을 지배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노 히데아키: 「강박관념 그 자체이죠. 강박관념으로밖에 만들지 않았으니까 초조함이나 그런 게 나오는 겁니다. 1화는 특히 그렇네요. 1화는 실패였습니다」

아니메쥬: 「그 강박관념이 너무 나와서?」

안노 히데아키: 「그것도 있지만, 내용이 밀도가 너무 높아서, 1화는 편집해 보니 3분 오버였나 그랬습니다. 하여튼 후시녹음 때 완벽히 알았다. 대실패. 그 뒤로는 초조함 뿐입니다. 올러시(All Rush) 봤을 때는 죽고 싶어졌을 정도니까」

아니메쥬: 「저는 1화를 보았을 때, 하나하나 대사 선택이, 그 선택이 종이 한 장 차이였고, 여기서 장황한 대사가 나왔다면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뻔한 씬이 여럿 있었습니다. 겐도는 여기서 말을 더 이상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야, 잘도 이렇게 절제했구나 싶었거든요」

안노 히데아키: 「틀려먹었어요. 그 뒤로는 압도적으로 제 스스로 「(퍼스트) 건담」을 이기지 못했다. 「건담」 1화를 안타깝게도 이기지 못했어」

아니메쥬: 「신중하게, 굉장히 세심하게 공력을 들여 만들었다고 느꼈는데」

안노 히데아키: 「역으로 말하자면, 시간을 들여서 겨우 그 정도였던 거지. 어쨌든 내가 맡은 부분에서 틀렸던 거야. 그림이나 그 외의 부분들은 이제 문제가 없었거든요. 내 부분에서, 각본 구성 기타 부분에서 대실패. 미안하고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두번 다시 스태프들이 이런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그뿐이었습니다」

아니메쥬: 「그 순간부터 「에바」는 라이브가 되었다」

안노 히데아키: 「처음부터 라이브 감각으로 가려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때까지는 좀 편하게 하려고 했어요. TVA니까. 그런데 더 이상 편하게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런 생각[실패감]을 두 번 다시 들게 할 수 없다고. 2화는 도중에 완전히 다시 만들었고. (미야무라씨 쪽을 향해) 엉망진창이었지요. 컷은 마구잡이로 늘어나지, 대사도 바꿔쓰지, 아주 그냥 난장판이었지. AR대본이 올라가고 나서도 대사고 뭐고 바꾼 게 산더미야. 구성은 그대로지만 디테일 부분이나 대사 부분이나 컷도 늘리고. 그래도 글렀다, 이러면 재미있는 게 안 나온다. 처음 러시를 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어요, 스스로도 뭘 만들려고 했던 건지. 각본이 허술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안이한 정신머리로 그대로 했더니, 역시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었지요, 1화는. 대실패였습니다」

아니메쥬: 「그것을 2화에서 만회해야 했다. 어떻게든 궤도에 올렸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디쯤부터?」

안노 히데아키: 「아니, 2화 만들고 나서 후시녹음 때 이미 OK였지. 더빙도 거의 완벽했지요」

아니메쥬: 「2화는 어떤 피드백하는 씬이 많지 않았던가요」

안노 히데아키: 「1・2화 합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빡셌지요. 다른 회차도 전부 빡셌지만, 1・2화가 제일 힘들었다」

아스카의 독일어


아니메쥬: 「아스카역은 독일어로 말하는 게 있었잖아요」

미야무라 유코: 「네. 아스카역으로 정해졌을 때, 아직 그 무렵엔 얼굴도 모르는 안노 감독이라는 분에게 “독일어로 말하는 씬이 있으니까 연습해 두라는 말이 있어”라고 소속사 사람이 그래서, 에에, 그렇구나. 그런가. 그럼 어학원(駅前留学)에 가야 하나 싶어서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웠거든요. 근데 일상회화적으로 독일어가 나오는 줄 알았더니만, 8화에서 나온 독일어가 무려 군사용어야. 그런 건 원어민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몰라요~ 그러고 (웃음)」

안노 히데아키: 「그래서 미야무라한테 미안하다 싶어서 독일어 대사를 좀 더했어요, 후반 회차에서」

미야무라 유코: 「그래서 애드리브로 잘 부탁한다 그러더라구요 (웃음)」

안노 히데아키: 「마지막 인사와 처음의 어머니 대사만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이하 애드리브로 채워두라고」

미야무라 유코: 「그래서 제가 너무 고민하고 있으니까, 감독이 “독일어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해달라고 할까” 그러시는데, “모처럼 연습했으니까 역시 괜찮아요” 했어요. 혼자 정말 열심히 생각해서, 대사 분량도 물어보고요. 직접 계산도 해보고. 이거면 OK다 싶어서 했는데, 너무 많이 넣어서 전화 통화처럼 안 들리더라고요. 결국 커트를 많이 당했어요 (웃음)」

안노 히데아키: 「그래서 그 뒤에 대사가 들어가도록 그 부분 분량을 늘렸어요. 이야, 굉장하지요. 역시 미야무라. 대단해」

미야무라 유코: 「해냈다~. 여기 제대로 써 주세요……이러고 (웃음)」

안노 히데아키: 「아스카는 좋은 캐릭터입니다. 그렇게까지 깊이 마음에 둘 생각은 원래 없었는데. (캐릭터 조형에서는) 연기자의 피드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아스카가 그렇게 된 것도 미야무라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메쥬: 「거식증처럼 되어서 비쩍 마른 게」

안노 히데아키: 「실제로는 살이 쪘다는 말을 들으니까, 역시 이거는 고쳐놔야겠다……. 비디오판에서는 통통하게 살을 찌워야겠어」

미야무라 유코: 「흙탕물 속에 들어간 적은 없고 편의점에서 과소비를 했다 (웃음)」

안노 히데아키: 「음, (미야무라씨의 배를 빤히 쳐다보며) 설마 이렇게까지 쪘을 줄이야……. 내 관찰이 부족했다. 반성하겠습니다」

미야무라 유코: 「그렇게까지 말하기예요~」

애니메이션은 셀 뿐만이 아니야


안노 히데아키: 「최종회를 그렇게 했던 것은 또 한 가지, 셀애니로부터의 해방을 목표한 것도 있었습니다. 머리가 굳은 애니팬들이 셀이 아니면 애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싫어서」

아니메쥬: 「안노씨 본인이 자주제작이나 특촬이나 애니판에서 연마해온 분이시니까. 필름에 직접 그리는 씨네캘리그라피라던가, 종이 애니메이션이라던가 그런 경험들이 있었지요」

안노 히데아키: 「26화에 씨네캘리 넣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어요」

아니메쥬: 「16화의, 소위 업계 용어로 말하는 센도리(線撮り, 검수용으로 칠하기 전에 선화로만 애니를 만들어 돌린 것)풍 표현도 그렇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그거는 말이라는 기호를 최소한의 영상으로 하면 무엇일까 하는 데서 스타트한 겁니다. 그거는 제가 생각하는 말이라는 것의 프리미티브한 표현인 것인데요. 애니 일로 먹고사는 저에게 있어서의 말의 순수한 이미지의 표현이라는. 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는 역시 이것밖에 없다 싶어요. 그거를 보고 대충 만들었다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업 셀 애니메이션에 중독되어서 그렇다고」

아니메쥬: 「비록 그것이 센도리 수법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럼 그것을 왜 그렇게 했는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보통의 감각으로 보았다면」

안노 히데아키: 「보통 사람들은 “쉬르[초현실주의]한 표현”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아는 척 하는 인간이 “아니, 저거는 애니 제작의 센도리라는 건데, 그냥 날림공사 한 거야”라고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야. “그림이 제때 도착하지 않은 거지” 라는 둥」

아니메쥬: 「분명 그렇게 이야기하는 편이 편하겠지요. 뭔가 작품을 보고, 그로부터 생각난 것을 표현하자던가, 그 안에서 스스로 뭔가 읽어내자던가 하는 작업은 의외로 힘든 일이지 않겠어요? “이야, 재미있었다” 또는 “오늘 그림이 별로였네” 로 끝내버리는 게 편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편한 게 뭐가 나쁘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고요. 오락이니까. 하지만 결국은, 제대로 본다면 그 시점에서 알 수 있을 겁니다, 거기 무엇이 있는지를. 그런데 거기까지 가지 않고, 즉, 도망쳐 버리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미야무라 유코: 「보는 사람이?」

아니메쥬: 「네. 그런 사람이 최종회를 봤다면 분명 그건 쇼크였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마 최종회에 이르는 키워드는 여기저기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령 16화 제목은 왜 「죽음에 이르는 병」인가. 16화 기억나세요? 시커먼 공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회차. 그게 왜 「죽음에 이르는 병」인지 잘 모르겠지요. 왜 죽음에 이르는 것이냐, 재생해서 살아났는데. 자신의 과거를 보았을 뿐인데」

미야무라 유코: 「죽고 싶어지기 때문 아닐까요, 자신이」

안노 히데아키: 「페단틱(pedantic, 학식 있음을 과시하는 언동)일 뿐이에요」

아니메쥬: 「알기 쉽게 말하자면?」

안노 히데아키: 「현학적」

미야무라 유코: 「페킹덕(북경오리) 비슷하네요 (웃음)」

안노 히데아키: 「아니~, 방금 그 말장난은 영……. 너무 재미없네 (웃음)」

아니메쥬: 「갑자기 왔다」

안노 히데아키: 「로보콘 0점! (완벽히 취했다)」

아니메쥬: 「현학이 되어버렸다 (웃음). 미야무라씨는 「에반게리온」을 해서 좋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야무라 유코: 「생각합니다~」

아니메쥬: 「뭔가 자기 안에 와닿은 것이 있었나요」

미야무라 유코: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나도 뭔가 변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아니메쥬: 「뭔가 변한 것 같다면, 그것은……」

미야무라 유코: 「그것은, 신만이 아는 것, 이지요」

아니메쥬: 「그렇군요」

안노 히데아키: 「어떻게 변했는지, 아직 모르니까」

미야무라 유코: 「좋은 변화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안노 히데아키: 「그로 인해 포지티브하게 되었는지 네거티브하게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방과 중상이 산더미 같으니까요.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욕 먹는다는 게」

아니메쥬: 「그게 기분이 좋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하지요」

안노 히데아키: 「하지만, 자기 기분이 좋자고 시작한 일인데 결과적으로 그것을 거부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명제는 있긴 합니다. 무엇을 만들든 간에 작품으로 만들고자 마음먹는 순간 그것은 감독의 마스터베이션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이 괴로운 것에 의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은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고. 그런 것을 상업 작품에서 어디까지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숨길 수 있을까.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스태프 모두가 나의 마스터베이션을 도왔다는, 그런 구도밖에 있을 수 없어요. 코폴라가 그랬던가요. 민주주의 시대에 남은 마지막 독재자니까요, 감독은. 오슨 웰스도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시작했을 텐데, 마지막에 아픔을 나눈 게 무엇이었나 생각은 드네요. 왜 그랬냐 하는 것은, 아직 확실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 같은 거야 떠오르지만, 다 달라요. 아직 분명하지 않아요.
……의존심이 강하니까 자기자신이 싫은 거겠지요. 이렇게 의존심이 강한 남자인줄은 몰랐네요」

아니메쥬: 「……」

안노 히데아키: 「자기가 없어요. 텅 비어 있습니다. 제 세대에 특히 공통적인 것인데 자기가 없지요. 공통체험은 TV 뿐이니까」

아니메쥬: 「이렇게 완성해 버리면 그것이 증명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안노 히데아키: 「아니, 그런 것만도 아닌 거 같고. 좀더 카오스적인 생각이네요. 그리고 파멸욕망이라는 건 있죠, 나는. 깔끔하게 끝내는 건 재미없어」

미야무라 유코: 「뭘 부수고 싶으셔」

안노 히데아키: 「옛날부터 그랬어요. 점토라던지, 장난감이라던지, 프라모델이라던지, 뭐든지 리얼하게 만들어. 완성시키고. 그러고 나선 꼭 불질러 태워버린 것입니다」

미야무라 유코: 「그런 찰나적인 건, 안 되는 거예요. 그치만 저도 그렇거든요 (웃음)」

안노 히데아키: 「중학교 때 비행기 목업모델을 한 달 정도 걸려서 만들었는데,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거기에 불이 붙어서 날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그게 남의 집 쪽으로 날아가서 화재가 될 뻔했을 때는 아무래도 역시 당황했습니다만 (웃음)」

아니메쥬: 「화재가 진짜로 나 버렸잖아요, 이번에는」

안노 히데아키: 「뭐, 그런 것일까요. 남의 집으로 날아가서 불이 나버린 것 뿐일까요.
깔끔하게 완성된 걸 싫어하거든요. 꼭 어디 한군데 망가져 있어야 해. 어렸을 때 낙서를 많이 그렸어요. 노트 같은 데다가 꼭. 「겟타로보」라던가 그리고 했는데, 예쁘게 다 그린 뒤 꼭 지우개질을 해서 팔다리를 뒤틀어 놓거나 파이프 등이 튀어나온 그림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렇다고 어릴 때 모두들 하던 개구리 다리를 찢어서 떼어낸다던가, 폭죽을 입에 물고 빵! 하는 거라던가, 그런 거는 저는 안 했어요. 친구들이 하는 걸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거는 옆에서 보기만 했고 다만 내가 그런 건 절대 안 했어. 그 대신 무기질한 것을 반드시 망가뜨렸다. 그러니까, 나한테 애니메이션은 무기질이야. 그래서 망가뜨린 것 같아요.
그렇군, 파괴충동은 있네. 깔끔하게 끝나는 게 싫었구나」

아니메쥬: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무기질이라고 말하기에는, 미야무라씨를 비롯해서 거기 관여한 사람들이 있고, 봐준 사람들도 있고, 그것을 딱 잘라서……」

안노 히데아키: 「미야무라, 24화로 모가지다」

미야무라 유코: 「아앗, 잘려 버리다니, 그 상태로」

아니메쥬: 「미야무라씨는 특히 심하지요. 결국 아스카는 어떻게 되나요. 구원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새로운 아스카가 태어나는 것인지? 싶었는데 잠만 잤다는 게」

미야무라 유코: 「누워 있는 채로 딱 잘라서! 그런 것이지요~」

안노 히데아키: 「애정이 부족했나 (웃음)」

미야무라 유코: 「그치만 비디오에서…… (웃음)」

안노 히데아키: 「미야무라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여자에게 약하네요. 저는 여자에게 스포일 당하는 타입이네요」

아니메쥬: 「약하니까」

안노 히데아키: 「자기자신이 아무 것도 없어요. 완전히 약합니다.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없다니」

아니메쥬: 「자기 안에」

안노 히데아키: 「자기 안에. 애니에 대한 의존심이 너무 강해요. 26화에서 한 말들은 전부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말이니까」

아니메쥬: 「「에반게리온」을 시작하기 전에, “오타쿠를 한 사람이라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안노씨가」

미야무라 유코: 「그런 말씀도 다 하셨어요?」

안노 히데아키: 「오타쿠 산업은 앞으로 점점 더 글러먹을 거 같아요. 폐색될 뿐이니까. 이제 오타쿠용 TVA는 없어져가고, 모두들 비디오가 신주단지 아니겠습니까. 비디오라는 건 어느 정도 돈을 내고 보게 되는 것이니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게 절대 나올 수가 없어. 그걸 보고 싶은 사람밖에 안 사게 되니까. 그럴 때 “목소리 출연이 미야무라 유코란다, 사자” 라는 것 이외에, 살 이유가 이제는 없어진다. 내용물은 다 똑같은 걸 만들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었을 때, 요컨대 미야무라 유코 팬 이외의 놈들은 더 이상 그 애니를 보지 않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한 수천 명 정도 놈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가 되니까, 그건 그것대로 성립은 하겠지, 그날그날 생활로서는.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절대 없고, 그 이하의 것은 되지 않아. 그 세계라는 것은 폐색될 수밖에 없어」

미야무라 유코: 「호오. 그러니까 애니를 만드는 것도 애니 팬, 성우가 되는 것도 애니 팬, 애니 팬이 되는 것도 애니 팬」

안노 히데아키: 「애니 팬이 애니 팬을 위해 애니 팬용 물건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되는 거지. 그 안에서 점점 작아져 간다. 그렇게 되어가는 가운데 해나갈 수 있는 방법론이라면, 소비자를, 불특정 다수로부터 한 사람이라도 더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어. 일반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도 오타쿠적 요소는 반드시 있으니까, 그것을 지적해서 한 사람이라도 늘린다」

미야무라 유코: 「그것은 성공했지 않아요」

안노 히데아키: 「그래, 성공해 버렸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싫어지기 시작했다는 거잖아? 내 자신이 싫었으니까」

아니메쥬: 「1억 총 오타쿠화까지는 아니라도, 오타쿠를 늘리겠다는 의도라면 「에반게리온」은 적어도 24화까지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안노 히데아키: 「25・26화는 모르겠다는 건가요」

아니메쥬: 「그 심경의 변화 같은 것이 가장 듣고 싶은 부분이고」

안노 히데아키: 「뭐였을까요. 너무 여유가 없었고, 피로했으니까 그랬나」

미야무라 유코: 「피로하셨나요」

아니메쥬: 「오타쿠를 만들어서 이놈들 밀실에 가두어 버리겠다, 라는 식이었을 거잖아요, 처음에는. 그것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면 도대체 어느 때부터였을까 그런」

안노 히데아키: 「오타쿠가 싫어진 게 아니었을까요. 그런, 자기자신도 싫다는 게 있었던 거군요」

아니메쥬: 「자기자신이 싫다는 것은 자기자신에게 의존할 수 없다. “안 해”가 아니라 “못 해”」

안노 히데아키: 「애니메이션에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저 자신이. 제 생각은 아직 분명하게 떠오르지는 않네요」

아니메쥬: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존심을 뒤집근 걸까요」

안노 히데아키: 「근데, 그래도 딱히 상관없지 않나 싶기도 하거든요. 비디오 최종회와 TVA 최종회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고, 극장판 최종회도 다를 수도 있어요. 극장판은 의존심도 뭐 OK다 그런 이야기가 될 거 같기도 하고. 어떨까나, 잘 모르겠네」

미야무라 유코: 「의존심인가요오」

안노 히데아키: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래도 말이야」

미야무라 유코: 「인정해 버리는 것도……」

안노 히데아키: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지.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니메쥬: 「이번 좌담회, 별로 예정조화적으로 마무리할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요. 아직 「에반게리온」은 끝나지 않았고, 비디오도 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셔야 하니까. 여기서 「에반게리온」의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미야무라씨는 남길 말씀 있으실까요. 감독에게. “방치되어 있는 아스카를 어떻게든 해줘!”라는 것은 확실합니다만」

미야무라 유코: 「분명히 비디오판에서 어떻게든 해주실 거니까요!」

안노 히데아키: 「별로 기대하지 마 (웃음)」

아니메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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