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4일 토요일

두 사람의 아스카

 

두 사람의 아스카二人のアス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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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아, 아니 이건…… 그……」

제루엘전에서 초호기에 속에 녹아 버렸던 신지는, 간밤에 무사히 샐비지되었다.
그러나, 자신을 이미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그 외모가 조오금 바뀌어 버린 것이다.

「웃기지 마!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

「그, 그런, 갑자기 무리야……」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던 미사토는, 가만히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푸른 눈, 붉은 머리, 흰 피부……가 두 사람.

그렇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신지는 샐비지되었을 때 아스카의 모습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도대체, 어째서 내 모습 같은 게 되어 버린 거야?」

「그, 그건……」

샐비지 도중 엔트리 플러그 속에서 아스카를 생각하다가 그만 자기 외모가 아스카와 똑같이 되어 버렸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으니, 여기서는 적당히 속일 수밖에 없다.

「에…… 그게, 어찌어찌」

「무어라고오오오! 너 누가 너한테 내 모습이 되래!!」

찰싸ーーーーー악!!

열이 뻗친 아스카가 자기도 모르게 따귀를 날렸다. 뺨에 단풍잎이 붙은 채 반쯤 울먹이는 (아스카 얼굴의) 신지.

「으으, 하, 하여튼, 빨리 샐비지든 뭐든 다시 해서 원래대로 돌아가! 흥」

뺨이 붉게 터진 참혹한 자기 얼굴을 볼 수는 없는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심기가 불편하다는 티를 내는 걸음걸이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나도 내가 되고 싶어서 이런 얼굴이 된 것도 아닌데. 어머니 때문이야, 아스카를 좋아한다고 했다고, 나를 아스카로 만드는 게 도대체 뭐야……

초호기 안에 있을 때, 유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그만 아스카의 이름을 대버렸던 것을 새삼 후회하는 신지.
물론, 역시 부끄럽기 때문에 이 비밀은 네르프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즉 신지 마음속에만 잠든 비밀.

「그런데 신지군」

「네」

「다시 샐비지 이야기인데, 여러가지로 준비를 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아스카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동안 잠시만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할 거 같아」

「……네, 알겠습니다」

싱크로율에서도 실전에서의 활약에서도 신지에게 처지는 아스카의 기분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신지의 모습을 되돌려야 맞다.

하지만, 샐비지의 안정성은 낮고, 무엇보다도 신지가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에 샐비지를 해 봤자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 미사토는 한동안 신지의 심경의 변화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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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날이 바뀌어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여느 때처럼 아침식사 준비를 시작한 신지.

지금 그 모습이 모습이기에, 당연히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미사토에게 결석을 허락받지 못하여, 마지못해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미사토도 심술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신지의 심경의 변화의 계기를 늘리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데, 신지로서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사태다.

정말이지, 미사토씨도 너무해……, 이런 꼴로 남들한테 무슨 말을 들을 줄 알고.

이것저것 고민하는 사이, 아스카를 깨우는 시각이 되었다.

슬슬 아스카를 깨워야 한다.

「아스카아ー 일어나아ー」

방 앞에서 아스카를 부르는 신지. 모습 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아스카와 똑같이 되어 버려서, 자신마저 위화감을 느낀다.

「……시끄럽네 진짜, 일어나 있다고!」

분명히 말을 걸고 나서 일어났을 거라 생각되는 잠꼬대 소리지만, 매번 아스카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부인한다.
언제나처럼 고마움이라곤 없는 목소리를 들은 신지는, 잠시 뒤 아스카가 들어갈 목욕물 상태를 다시 한 번 보러 가는 것이었다.

쏴아ーーーーーーー.

일어나자마자 아침 일과로 샤워를 하는 아스카. 특히 머리카락은 아침마다 세심하게 감고 있다. 이 고운 붉은 머리는 아스카가 자랑하는 보물이다.

신지 녀석 왜 내 모습 같은 걸로……, 싫은 짓도 좀 정도껏 하라니까!

에바로 신지에게 밀려 최근 기분이 나빴던 아스카이지만, 지금의 신지의 모습을 보자니 거기에 그것까지 더해서 오늘 아침은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에바와 과잉싱크로하면, 내 모습도 변하는 걸까? 설마……, 그건 말도 안 돼.

욕조에 잠긴 아스카는 신지에 관해서나 에바에 관해서나 이것저것 생각을 굴려 보았지만, 결국 답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후, 신지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아침을 먹고, 빨리 준비를 마쳐 학교에 가기 위해 나가는 아스카.

「다녀올게ー에!」

「아, 아스카 나 두고 가지 마」

아스카의 여벌 교복을 빌린 신지가, 낯선 치마 때문에 걷기를 어려워하며 뒤에서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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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스카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고, 신지 역시 그런 아스카에게 할 말이 없었고, 그렇게 대화가 없는 사이 학교에 도착해 버렸다.

「아, 좋은 아침. 아스카」

히카리가 교실에 들어온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아, 좋은 아침, 아스카…… 엣?」

히카리가 아스카의 뒤를 이어 교실에 들어온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 어버버버버버버버…… 아, 아스카가 두 사람!?」

「「「에ーーーーー!!」」」

학급이 소란에 휘말린다……고 해 봤자, 이제 다들 떠나서 히카리, 토우지, 켄스케, 그 밖의 학생 몇 명 정도밖에 없다.


━━ 注: 토우지는 포스 칠드런으로 뽑히지 않아 무사했다는 설정. ━━─


「아스카 어떻게 된거야? 아스카는 쌍둥이였어?」

히카리가 아스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그럴 리 없잖아. 이거 신지야. 무슨 어찌저찌 일이 있어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는데, 정말이지 민폐야」

그러면서, 마음 속 깊이 우러나는 귀찮음의 표정으로 신지를 보는 아스카.

「그렇구나, 큰일이네에」

신지를 보고 걱정스럽다는 듯 말을 건네는 히카리.

「뭐꼬, 니가 신지라꼬? 한순간 소류가 두 명이 된기가 캄서 식겁했데이」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모습이 되었어? 이것도 에바의 무슨 실험인가?」

한편, 신지의 주위에는 토우지와 켄스케 (주로 켄스케이지만) 가 그 경위를 캐묻고 있었다.
물론 신지는 그 진상이 너무 부끄러워 입에 담을 수 없었기에, 적당히 네르프 기밀이라고 둘러댔지만.

그 후, 처음에는 소란이 일었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학교생활을 보낸 신지였다.

그리고 그날 밤……

신지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스카는 언짢은 듯 테이블에 기대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자신의 모습이 요리를 잘 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것 같았다.

뭐야, 여자인 채로 있어 버려!! 어차피 나는 그런 여자짓은 못 하니까!!

그 때, 옆에서 또한 신지를 바라보며 에비스를 마시던 미사토가 입을 열었다.


「신쨩, 여자인 쪽이 더 어울리네~. 아스카도 봐봐, 요리하고 있는 아스카라니 뒤에서 보니까 귀엽지 않아~」

빠직!

쾅!

「흥! 원래부터 신지가 나보다 더 여자다웠던 거라고, 신지 따위 정말 정말 싫어!!」

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미사토에게 정곡을 찔린 아스카가 탁자를 두들기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고야~, 아스카 여전히 기분 나빠하네」

그 때, 요리하던 손을 멈추고 어두운 얼굴로 신지가 미사토에게 다가왔다.

「……미사토씨, 역시 제가 이런 모습이면 안 되는 건가요」

「엑, 그럴 일 없어, 신경쓰지 마 신지군」

「하지만, 제가……」

「됐으니까, 됐으니까, 그보다 나 이제 배고파. 빨리 밥 먹자」

「……네, 그럴게요」

결국, 아스카는 방에 틀어박힌 채로 저녁을 먹으러 나오지도 않고, 미사토가 신지를 놀려대는 둘만의 식사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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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밥 먹어 줄까……

식사가 끝난 뒤, 신지는 아스카 몫의 식사에 랩을 씌어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아스카, 저녁밥 테이블 위에 두었어. 배고프면 잘 챙겨먹어」

「……………………」

아스카의 방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신지. 대답은 없었지만, 아마 들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 이상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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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짹짹.

눈을 뜬 신지의 귓가에, 참새 소리가 들린다.

……어라, 벌써 아침인가. 어제는 이불 위에서 뒹굴다 보니 그대로 잠들었나 봐.

어제 밤, 자기 방에 돌아와 숙제를 끝내고, 침대 위에서 S-DAT를 듣다 보니, 어느새 잠들어 버린 신지.
일찍 잠들었던 탓인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고 말았다.

일단 어제 목욕하지 않았으니 목욕이라도 할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덕에 여유가 있어, 신지는 어제 하지 못한 목욕을 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먹어 줬구나.

욕실로 가는 도중에 부엌의 아스카의 저녁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한 신지.

킁킁킁, 으ー음, 왠지 좋은 냄새.
하지만 여자는 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걸까. 원래의 나라면 땀냄새가 날 뿐인데……

입 밖에 내면 즉시 변태로 몰릴 만한 생각을 하며, 신지는 욕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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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좋은 기분. 이 모습이 된 뒤로 목욕을 하면 더더욱 기분이 좋은 거 같아」

그저께는 코피를 흘리며 병원에서 샤워를 하던 신지였지만, 이틀이 지나니 자신의 나신, 즉 여자의 몸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슬슬 나갈까.

탈탈탈탈탈탈……

욕탕에서 나와 머리카락을 힘차게 목욕수건으로 문지르는 신지. 머리카락이 길다 보니 아무래도 물기를 닦아내기 힘들다.  다 닦아내고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은 훌륭하게 더벅거린다.

으~응, 뭔가 초라해 보이네……

지금까지 머리카락 따위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는 신지는, 아스카의 모습이 되고 나서도 여태까지 하던 대로 남자처럼 머리를 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장발은 온통 상하고, 군데군데 갈라진 머리카락도 드문드문……

뭐, 비듬만 없으면 되니까.

설령 모습이 여자라고 해도 그 내용물은 신지라, 그 이상 신경쓰지 않고 더벅머리에 가볍게 빗질만 몇 번 하고 끝내 버린다.

그런데 어째서 빗도 이렇게 걸리는 걸까. 여자들은 모두들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아픔을 겪어야 하는 건가……

평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 목욕시간을 마치고 욕실을 나오니 딱 괜찮은 시간이 되었다.

의외로 머리카락 손질에 (그나마) 시간을 잡아먹은 신지는 급히 아스카를 깨우기 위해 아스카의 방으로 간다.

「아스카~, 아침이야, 일어나~」

「……………………」

「아스카ー! 일어나ー!」

「……시끄럽네 진짜!! 아침부터 소리지르지 좀 마!!」

신지보다도 더 높은 목소리로 아스카가 대답을 돌려주었다.

뭐야, 자기가 제일 큰 목소리 내는 주제에……

석연치 않으면서도 신지는 아스카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기에,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앗뜨뜨거ー! 너 목욕물 관리 어떻게 했어!?」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데, 아스카가 욕실에서 뛰쳐나왔다.

「아, 미안, 아까 내가 들어갔어서, 그 온도 그대로 했어」

「정말이지, 나를 제쳐놓고 먼저 목욕해놓고 온도조절을 게을리하다니 신지실격이야!!」

「뭐야 그거, 내가 도대체 뭔데……」

「그걸 몰라서 물어…… 응? 너 잠깐만 이쪽으로 와 봐」

갑자기 아스카가 뭔가를 알아차린 듯 신지를 부른다.

「뭔데, 또……」

투덜거리면서도 도시락 싸기를 중단하고 아스카에게 가는 신지.

「잠깐만 머리카락 좀 보자, ……아~! 그럼 그렇지, 엄청나게 상했잖아」

「별로 상관 없짆아, 내 머리카락인데」

「상관 있는 게 당연하잖아! 만약 그런 몰골로 다니다 나라고 착각당하면 어쩔 거야!!」

「그런 몰골이라 해도, 그렇게까지는……」

「됐으니까 이리 와」

그 뒤, 세면소에 끌려들어간 신지의 머리카락을 아스카가 여러가지로 만지작대고 풀어준 뒤에는, 이미 지각 확정인 시각이 되어 있었다.

「됐어, 학교 갔다 오면 머리카락 손질을 가르쳐줄 테니까, 내일부터는 제대로 좀 해!!」

「알았다고. 그러니까 빨리 학교나 가자, 벌써 지각 확정이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빨리 준비나 해, 하여간 칠칠맞은 건 변함이 없다니까」

……뭐야 그게.

딱히 자기가 머리카락 손질을 부탁한 것도 아닌데, 억지로 끌려갔다가 급기야 지각의 책임까지 뒤집어쓰게 되어 불만스러운 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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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과 후.

정말이지, 아스카 때문에 지각하고, 오늘 일진 엉망이야.

둘이 함께 지각하는 바람에, 신지는 토우지와 켄스케의 수다거리가 되고 말았다.
신지는 자못 불유쾌하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터벅터벅 하굣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머리카락 따위,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아……

만일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절대로 여자로는 태어나지 않겠다고 신지는 마음먹었다.


그리고 공원 바로 옆을 지나갈 때.

「어이, 너 잠깐 있어 봐」

「에, ……저僕요?」

「흐응, 역시 틀림없군, 어이 다들 나와라, 그 애새끼 찾았다」

어쩐지 위험해 보이는 남자들이 공원에서 기어나와 자기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가만 살펴보니, 아스카가 일본에 온 직후, 게임센터에서 아스카에게 집적대다 두들겨 맞았던 불량배들이었다.

이런 젠장~, 큰일났다, 어떡하지……

「흐흐흐, 겨우 찾아냈군. 저번의 답례를 잔뜩 해주마」

「아니, 저는 그게 다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스카의 모습인 채로는 무슨 변명도 못 한다.

「다르긴 뭐가 달라, 우리를 잊어버렸다는 건 아니겠지?」

「우리의 무서움을 그 몸에 잔뜩 새겨줄 테니까」

「물론, 그것만 당하고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히히히히」

예전보다 인원이 많아져서 자신이 있는 것인지, 야비하게 웃으면서 뜯어보는 눈빛으로 신지의 몸을 훑는다.

열 명 정도 되는 불량배들이 조금씩 자신을 둘러싸며 다가왔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대로면 나…… 으악.

이대로라면 온갖 고통을 당한 뒤, 입 밖에 낼 수도 없는 꼴을 당할 것임에 틀림없다.
무슨 인과율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 점점 머리가 어찔어찔한 신지.

「한눈팔지 마, 이 년아!!」

퍼억!!

켁!

명치를 얻어맞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신지, 그것을 신호로 불량배들이 신지에게 몰매를 놓았다.

퍼억!! 퍽! 퍽! 퍼억! 퍼억! 퍼억!

아파……! 누가 도와줘! 누가……

「아스카ー!! 도와줘ーーーーーー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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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아스카는 자못 불유쾌하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성큼성큼 하굣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메슥메슥 울그락불그락!

하여튼, 신지 따위, 내 모습이 되어 버려서 그만큼 더 신경쓰이게 만들다니, 나한테 민폐야!

아스카는 아스카대로 오늘 아침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저런 더벅머리를 한 신지를 내버려 뒀다가, 자신으로 착각되거나 했다가는 참을 수가 없다. 당장 돌아가서 신지에게 레이디의 마음가짐을 가르치지 않으면! 따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스카…… 도와줘……」

「응, 누가 나 불렀나」

그 때, 공교롭게도 공원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 길을 걷던 아스카는,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른 거 같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리번두리번두리번…… 아앗!!

보니 공원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 길에서 누군가 둘러싸여 있지 않은가. 이쪽에서는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이따금 보이는 붉은 머리는 틀림없이 신지의 것.

저 바보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 거야!!

신지가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는 원인이 자신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아스카였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리 없으니, 신지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뭐야 이녀석, 조금도 반격을 안 하잖아」

「사람이 많아서 쫄아 버린 거겠지, 가하하하…… 끄왁!!」

「뭐, 뭐야!?, 꾸엑!!」

작은 몸을 움츠리고 공격을 견뎌낼 뿐이었던 신지였지만, 불량배들의 공격이 그치자 고개를 들었다.
그랬더니, 자기를 둘러싸고 있던 불량배들을 단 한명이 때려눕히고 있지 않은가.


「아스카아!!」

눈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화려하게 남자들을 메다꽂는 아스카. 남자들은 반격다운 반격도 못 하고, 신지의 눈앞에서 철퍼덕 철퍼덕 뒤집어졌다.

처음 봤을 때는 폭력적이고 두려움마저 느껴진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기대고 싶어지는 멋진 모습일까.

낭비라고는 없는 움직임으로 아스카는 남자들을 모조리 격퇴했다.

「이런 씨발! 두고 보자~」

「흥! 또 신지한테 가까이 오기만 해 봐! 이 정도로 안 끝내니까!!」

뻔한 대사를 남기고 도망가는 불량배들을 일소한 아스카는 신지를 돌아보았다.

「신지, 괜찮아?」

「윽, 끄윽, 아스카아~ 무서웠어어~」

어느새 아스카에게 안겨서 흐느끼는 신지. 아스카도 그런 봉변을 당한 애잔하고 귀여운 여자애를 상냥하게 안아 주었……

아니 잠깐, 이 녀석 남자였지.

「뭘 껴안는 거야, 이 변태!!」

철썩!!

「끄아악!…………」

우당탕

신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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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여기는……, 나 어떻게 된 거지」

「이제야 일어났네, 바보신지」

「아스카? 나는…… 아!」

공원 벤치에서 아스카에게 무릎베개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신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뭐, 뭘 얼굴을 붉히는 거야! 눈 떴으면 빨리 떨어져!!」

「아, 응, 미안」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아스카의 옆에 앉는 신지.

「아까는 고마웠어」

「뭐 어때 그정도 갖고. 그런데 너 어쩌다 그런 짓을 당하고 있던 거야?」

「에!? 그, 그건……」

설마, 『당신 덕분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말을 멈춘 신지.

「뭐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너 싸움 못 하니까 그러고 다니지 마」

「으, 으응」

「……………………」

「……………………」

「……………………」

「……………………」

말 한 마디 없이 어색한 시간만 헛되이 흐른다.

그런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아스카 쪽이었다.

「너, 어쩌다 내 모습이 된 거야?」

「그, 그건…… 그게…… 미안」

「사과하라는 게 아니니까, 이유나 좀 말해보라고」

「아, 응………………」

「말하기 싫어?」

「……………………」

「……………………」

「……………………」

「……………………」

「……………………」

「알았어, 이제 안 물을게……」

「좋아하니까……」

「엥?」

「아스카를 좋아하니까」

「……아, 그래」

「……………………」

「……………………」

「좋아하니까, 에바 안에 있었을 때도 아스카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내 모습이 된 거라고?」

「응……」

「그러냐……」

「……………………」

「……………………」

「……………………」

「저, 저기 있지, 나도 신지를, 그, 좋아할지도……」

「엥?」

「뭐, 뭐야! 불만 있어!?」

「아, 아니, 없어! 기쁩니다!!」

「후후후후, 바ー보」

아스카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신지도 일으켰다.

「말해 두지만, 아직 신지와 사귀기로 한 건 아니니까!」

「아, 으, 응. 알고 있어……」

「알고 있지 않아!」

「에?」

「너 지금, 『이렇게 지금처럼 글러먹은 나하고 사귀어줄 리가 없지』 뭐 그런 생각 했지?」

「으, 응. 아니야?」

「아니지 그럼!」

돌연 아스카는 신지를 껴안고, 살짝 귓가에 속삭였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사귀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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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프 본부.

「알겠지, 신지군. 자신을 제대로 이미지하면서,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 곳 네르프 본부에서는 신지의 재샐비지가 수행되고 있었다.

「신지, 힘내!」

「응, 꼭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게」

「제대로 돌아오면, 이번 주 일요일에 유원지라도 가자」

「에, 정말!? 응, 가자 가자!!」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신지와 아스카를 보고, 그만 웃음짓게 되는 미사토와 리츠코.

「설마, 신지군의 모습이 바뀌면서 저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러게……」

……어쩌면, 그것을 내다보고 초호기는 신지군을 저런 모습으로 만들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만약, 신지가 아스카의 모습이 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 사이는 아직도 살벌한 분위기였을 테니까.
그렇게 소년소녀의 마음을 구한 눈앞의 초호기를, 리츠코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스카의 긴장된 부분도 없어졌고, 정말이지 비 내리고 나서 땅 굳는다는 거지. 잘 됐다, 잘 됐어」

「무슨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애초에 보호자인 네가 제대로 했다면…… 쫑알쫑알쫑알」

리츠코의 잔소리에 그만 귀를 손가락으로 막아 버린 미사토.

「좀 들어 미사토!」

「네이네이……」

그러는 사이, 샐비지 개시 시간이 되었다.

「자, 시간 됐어, 신지군, 슬슬 시작할까」

리츠코는 신지에게 엔트리플러그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아, 네. 그럼 아스카, 이따 봐」

「응, 다녀와」

에바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는 신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스카.
그 눈에는 조금의 불안과, 그리고 신지에 대한 많은 신뢰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엔트리 스타트」

의식을 집중시키고, 싱크로율을 끌어올리는 신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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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쫌, 왜 비가 오는 거야」

모처럼 신지와의 데이트인데, 밖은 공교롭게도 비가 오는 모양. 아스카는 아까부터 테이블에 엎드려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비가 오면 아스카가 좋아하는 제트코스터도 정지할 거 같고」

그렇게 말하면서 아스카의 옆 자리에 앉는 신지. 물론 그 모습은 원래의 신지로 돌아왔다.

「뭐야 그 말투. 설마 오늘의 유원지, 기대하지 않은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나도 당연히 기대했어. ……으~음, 맞다, 그럼 쇼핑을 나가지 않을래? 슬슬 새 옷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거든, 아스카가 보고 골라 줘」

「어쩔 수 없네, 나한테도 옷 선물 해 줬으면 좋겠어」

「에ー엣,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그럼 바로 준비해서 나가자」

그렇게 말하고, 일단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는 신지.

「잠깐 있어 봐!」

「어, 왜 그래?」

돌연 아스카가 불러세우자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는 신지.

「나가기 전에, 뭔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

「에? 뭐가 있었나?」

「진짜! 우리, 그, ……이제, 사귀기로 한 거잖아? 적어도, 그, 고백이라던가, 해야 하지 않나…… 싶고」

「에ー엣? 저번에 했잖아!?」

「무효야! 그때 건 무효!!」

「어째서 그래?」
「그야……, 제대로, 신지의 진짜 모습으로 말해주었으면 하잖아!」

그렇게 말하고 신지를 껴안는 아스카. 그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어깨에 묻는다.
신지는 그런 아스카를 꼭 끌어안고, 천천히 입을 연다.

「아스카…… 좋아해. 나하고 사귀어 주겠어?」

「……어쩔 수가 없네, 좋아」


끝.

(Written by 涼 2004/01/24/SAT.)




후기.

부디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 료涼라고 하는 놈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팬픽이라는 것을 써 보았는데, 역시 처음인 만큼 서투른 글이네요. 정말 송구합니다……

이런 시시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화면 앞의 당신은, 저에게 신이십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는 겸양은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감상평은 좀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차기작을 쓰게 된다면 그 때 참고하겠으니, 비평이든, 불만인든, 칭찬의 말씀이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부디 감평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저에게 작품을 게재할 자리를 주신 새우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그럼 여러분,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갑니다.




료씨에께서 처음으로 투고해 주신 「두 사람의 아스카」 였네요~.
첫 작품을 제 사이트에 투고해 주셔서 감격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즉시 울렁울렁 설레면서 봤는데, 으ー음, 정말 기대 이상의 재미였어요.
샐비지된 신지가 아스카의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설정이 좋네요.
아스카의 모습인 두 사람이, 아스카의 목소리로 사랑싸움……. 음ー, 이것은 굉장하다.
불량배와 엮인 뒤, 공원 벤치에서의 풋풋한 고백 장면도 참 좋았네요.
물론 마지막 장면, 신지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고백하는 장면도 참 좋았습니다~.

작가 료씨에게 작품감상을!
감상은 작가의 원기의 근원, 부디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첫 작품 답지 않게 잘 나온 솜씨에 깜짝 놀랐어요. 이야ー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차기작도 기대하면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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