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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6년 10월 16일 월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십오화


조릿대 다발처럼 내리찌르는 작달비 속, 제3신동경시에 3체의 거인의 모습이 보인다.
렌즈커버에 엉겨붙은 빗방울 때문에 영상 속의 모습이 부옇게 흐려 보인다.
덕분에, 그 어깨에 이전까지 없었던 글자가 덧붙어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호기는, 【 EYE_OF_E.V.E 】
초호기는, 【 FIELD_MASTER 】
이호기는, 【 ACE_STRIKER 】
저번의 대인사도 전투 한창 와중, 생각나는 대로 붙인 별명이 아이들은 마음에 들었는지,
리츠코씨에게도 비밀로, 멋대로 써놓았다.
전략자위대 파일럿의 TAC네임 같아서 정말 보기 좋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언제 걸려서 혼날까 신경쓰여 정신이 없다.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 영상을 관할하는 휴가씨와, 리츠코씨가 주시하고 있는 마야씨의 단말기를 자연스럽게 감시하고 있다…….


 ≪ 가속기, 동조 스타트 ≫
 ≪ 전압 상승중, 가압영역 진입 ≫
분할된 스크린 영상 속에서, 허리를 낮춘 초호기가 장대한 관을 짊어지고 있다.
그냥 보면 바주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길다.
에바와 비교해도 그 다섯 배. 200 미터에 가깝다.
 ≪ 강제수습기, 작동 ≫
 ≪ 지구 자전 및 중력 오차 수정 0.03 ≫
 
이호기는 에바 전용 포지트론 라이플.
영호기는 실측 데이터 전달을 교환 조건으로 전략자위대 연구소에서 빌려온 자주식 양전자포를 스나이퍼 라이플처럼 사용해 엎드려 쏴 자세다.

 ≪ 초전도 유도 시스템 가동 중 ≫
양 쪽 모두 초호기가 짊어진 관과 같은 것을 엑스텐드 배럴로 부착하고 있다.

 ≪ 약실 내 압력 최대 ≫
『미사토, 초탄 데이터 제원, 나한테도 보여줘』
「잠깐만 기다려」
휴가씨는 바쁘게 인터폰을 잡고 부발령소의 차석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당케』
아스카가 그 데이터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초탄만 출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인사도 전투에서 아야나미가 보여준 터널링 현상의 활용. 그 유효성을 인정받아 포지트론 라이플의 정식 운용 방법으로 채용했다.
이에 따라 대기권 내에서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할 경우, 그 초탄의 출력을 조정하여 목표에 겨우 도착만 할 정도로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대기권을 돌파할 정도의 출력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즉 초탄은 패스파인더pathfinder고, 목표까지 도착하는 데만 전념하는 것이다.

 ≪ 최종 안전장치, 해제 ≫
 ≪ 해제 확인 ≫
츠쿠바 연구소에서 일시적으로 파견 나온 기사들이 자주식 양전자포의 관제를 맡아주고 있다. 덕분에 시작이 빠르다.

 ≪ 모두 발사위치 ≫
지상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화면들이 제각기 선명함을 찾아갔다. 마기의 손이 비어 화상보정이 시작된 건가.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동박새 서로 눌러대듯이 쏟아지는 전문용어로 설명을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디컨벌루션deconvolution이 도대체 뭐야?
「각기, 조준 좋고」
보고하는 휴가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을 보았다.
 
분할된 표시창 가운데, 가장 크게 비추는 것은 날개를 펼친 빛나는 새.
제17감시위성에서 최대망원으로 보내오는 정신오염사도의 모습이었다.
「좋아, 컴뱃 오픈combat open.
 UN 공군기의 고고도 도달과 동시에 각자 타이밍으로 공격 개시.
에바 각기, 유 해브 트리거You have triggerー」
『『『 아이 해브 트리거I have trigger 』』』
기존의 무기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에바의 운용은 암중모색이라고 해도 좋다.
인간형 병기인 이상, 어느 정도는 육군의 시어리theory가 통용되지만, 그 이외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UN공군기, 작전고도까지 앞으로 10 ≫
UN공군은 이 작전을 위해 2개 비행중대를 투입해 주었다.
지난 세기에는 F-15를 편성하고 있던 그 부대들, 지금은 스웨덴에서 들여온 그리펜Gripen으로 재편성되었다고 하던데.
「장약용 N²폭뢰, 점화 준비」
……
 ≪ UN공군에서 입전, 스테이지 온 ≫
『점화!』
바로 그 순간, 초호기가 짊어지고 있던 관 앞쪽에서 원통형의 물체가 여럿, 무서운 기세로 사출되었다.
N²폭뢰다.
초호기가 짊어진 관. 그 정체는 제3신동경시 등지에서 사용되는 직경 5 미터 정도의 하수관.
그것을 AT필드로 보강하고 연결한 뒤, 내부를 진공화・무중력화하여 즉석 캐터펄트로 만들었다.
N²폭뢰 한 발을 장약으로 쓰는, 계산상으로 위성궤도까지 타격할 수 있는 박격포가 된 것이다.
――분열사도 전투에서 본 바, 관 모양으로 전개한 AT필드 안에서 N²폭뢰가 점화되자 하늘을 꿰뚫는 빛의 기둥이 되었던 것을 힌트로 하여 착상한 전법이었다――

 ≪ UN공군 비행중대, N²항공폭뢰 사출 확인. 이쪽의 촉뢰 예정과의 오차, 마이너스 콤마 02 초 ≫
그리고 국제연합군에 요청한 N²항공폭뢰가 사도를 등뒤에서 노린다.
원래는 군사위성 파괴용으로 개발된 에이새트Anti-SATellite를 전용한 N²항공폭뢰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대형 미사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클러스터 폭탄처럼 탄두를 뿌린다고 폭뢰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전략방위구상SDI 입안자도, 에이새트 개발자도, 사도 같은 미증유의 목표에게 그것들이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
「N²폭뢰군, 사도 접근까지, 5・4・3・2」
이호기가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 영호기가 반 박자 늦게 포지트론 스나이퍼 라이플을 쏘았다.
각각 총신 앞에 장착한 관에는 불활성기체를 봉입하여 위력 감쇠를 낮추고 있다.
「・1・기폭!」
제08감시위성에서 송신되는 열처리 화상 속에서, 빛의 새가 구뢰球雷와 같은 폭광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 빛은 나란히 반구로 깎여나가고 있다. AT필드인 것이다.
물질이 희박한데다 대부분이 플라스마화되어 있는 우주공간에서는, 핵도 N²도 그다지 효과적인 병기가 되지 못한다. 이건 예고편이고, 본편은 그 다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폭압으로 요동치는 상전이공간으로 한 줄기 광선이, 복수의 광탄이 덮쳐든다.
……
그러나 스크린에 비치는 빛나는 새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안 됩니다. 이런 원거리에서 AT필드를 뚫어버리기에는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기라는 장애물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하전입자들이 보유한 전하에 의해 상호 반발하여 급속히 확산된다. 이 거리에서는 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도 어려울 것이다.

위성궤도상의 사도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에바는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
이것이 현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포진이었는데, 잘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남은 수단은, 중력 차단을 사용해 에바가 올라가던가, ……창 같은 것을 쓰던가인데…….
「전기, AT필드를 방어로 전개」
라져. 라고 아이들이 대답하고, 각기 들고 있던 하수관들이 떨어졌다.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나뒹굴며 발생한 굉음은 발령소까지 닿지는 않는다. 고작해야 빈 깡통이 떨어졌을 때 나는 소리 정도,
마기가 예측해서 선택계수 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건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 안, 비구름이 날아간 하늘의 화상을 주시한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너머에 사도가 있다.
정신오염사도가 어느 에바를 표적으로 삼을지, 이 시점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여튼 우선은 상대의 공격을 견뎌내지 않으면 다른 건 소용이 없다. 3기 모두 AT필드로 막아내면 좋을텐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화상의 중심이 빛난다.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빛의 격류에 화면이 화이트아웃했다.
외륜산에서 관측해서 제3신동경시로 보내는 다른 화상. 위성궤도에서 내려오는 핀 스포트pin spot.
「적의 지향성 무기인가?」
「아닙니다. 열에너지 반응 없음」
감시카메라가 쫓는 영상의 끝, 비추어진 것은 에바도 무엇도 아니고, 제3신동경시를 가로지르는 대로의 한 귀퉁이였다.
…….
목표를 놓친 건가……? 사도가……?
아니다!
돌연 발령소를 비추는 빛의 힘줄은, 망설임 없이 내게로 쇄도했다.
사도의 목표가, ……설마, 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몸을 비추는 빛이 몸의 표면에서 풀려나가고, 가느다란 철사처럼 변해 침입해 들어온다.
아픔은 없다. 아픔은 없지만, 자신의 껍질이 억지로 벗겨지는 듯한 불쾌감, 마음이 직접 느끼고 있는 것인가.
온몸의 모공을 통하여 침입한 철사는 몸속을 헤집으면서 중심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는 지금, 그것은 육체적 의미의 감각이 아니다.
마음이라 불리는 사람의 중추에, ……도착한 것인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려고?」

……어둠 가운데 질러 들어오는 빛줄기. 압박과 개방. 아직 열리지 않는 눈꺼풀 위로 덮쳐드는 폭력적인 빛의 소용돌이. 주위에서 사라져 가는 온기. ……빼앗겨버린 안녕.
느닷없이 떠오른 그것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고통이었다.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것에 대한 절망. 리어 왕의 대사를 실감할 정도.
기억할 수 없는 경험에, 강제로 쥐어짜내진 눈물이 안와에 고인다.
……
「……이런 기억이!?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좋지 못하다. 이대로 기억을 파헤쳐졌다가, 무의식중에 무슨 말을 지껄이게 될지 알 수가 없다.
 
 『 ……사도가 심리공격? 설마, 사도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가?…… 』
 『 ……광선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
 『 ……가시광선 파장의 에너지파입니다. AT필드에 가까운 것이지만, 상세한 것은 불명입니다…… 』
주위의 목소리가 멀다.
필사적으로 과거의 영상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현실의 시야를 더듬는다.
어째서. 어째서.
손이 닿는 범위에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주머니에 손수건이 있을 것이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질타하며 잡아 꺼낸 산앵두색朱華色의 그것을 입에 쑤셔넣는다.
너는 울보니까, 손수건이 아무리 많아도 남아돌지 않겠지. 라며 아스카가 골라준 승진 축하 선물.
그 추억과 함께 힘껏 손수건을 악물자, 오른쪽 어금니의 의치가 삐걱거린다.
다시 희미해지기 시작한 시야 가운데, 가까이 다가오려는 휴가씨를 몸짓으로 말렸다.


……
다음에 파헤쳐진 것은,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에바에 집어삼켜졌을 때의 기억.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아버지의 등.
마누라 잡아먹은 놈의 자식이라고, 힐책하는 목소리.
발로 차 무너뜨린, 모래 피라미드.
3년 전의 성묘. 도망쳐버리고 난 뒤의, 께름칙함.
처음으로 제3신동경시에 왔을 때의 기억은, 눈깔사탕을 빨듯이飴玉をしゃぶるように 특히 공들여 재현되었다. 만약 몸에 감각이 있었다면, 그리고 스스로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과거의 내 몸으로 되돌아간 것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토우지에게 맞은, 아픔.
엔트리 플러그에 두 사람을 태웠을 때의, 불쾌감.
검은 양복쟁이에게 끌려갈 때의, 무력감.
아야나미와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
미사토씨가 만든 카레의, 맛.
아야나미에게 얻어맞은, 놀라움.
하전입자포의, 열.
아스카가 후려갈긴 뺨의, 부기.
「개운치 않네」
이제 와서 새삼스레 이런 걸 보여줘서 뭘 어쩌라는 거야
세계를 멸망시켰던 내가 이 정도로 겁이라도 먹을 것 같아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듯이, 남의 기억을 지저분하게 탐식하던 빛의 바늘이, 깊숙한 아랫목에 잠겨 있던 먹이를 건드린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에바.
꽉 쥐어 으스러뜨린, 엔트리 플러그.
실려 나오는, 토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뭘 하려는 거야 뭘 보려는 거야 뭘 원하는 거야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뭉개 죽인,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뭉개 죽인,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뭉개 죽인,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그거냐! 네가 원하는 게 그거냐고! 보고 싶으면 봐도 좋아! 갖고 싶으면 가져가 버려도 좋다고!
그딴 건 죄 축에 들지도 못해 닳아 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후회했던 기억이다 네 마음 내킬 대로 마음대로 해
…….
……그런데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째서지?
눈물이 흐르는 감촉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지?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뭉개 죽인,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마음에 들어? 즐거워? 그 기억이 재미있어?

싫증이 난 것인지, 문득 놓아 버리는 감촉.
기왕이면 아예 가져가 줬으면 좋으련만, 다 파헤쳐 놓고 눈앞에 내팽개쳐 버리다니…….

……
붉은 바다.
「기분 나빠」
거절의 말. 이별의 말. 최후의 말.
붉은 바다. 하얀 모래톱. 붉은 바다.
그렇지 세계를 멸망시킨 죄인이라면 이런 데 있어야지
붉은 바다. 하얀 모래톱. 붉은 바다. 검은 하늘. 붉은 바다.
단죄해라 단죄해라 단죄해라!
붉은 바다. 붉은 바다. 붉은 바다. 무너져내리는 거대한 아야나미.
아스카의 목을 조르는, 내 양손.
최대의 죄의 기억조차 눈 깜짝할 사이 내팽개쳐버리고, 더욱더 깊숙한 곳을 찾아 뒤지는 기척. 불쾌감.


……

하얀 방. 껴안은 무릎.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미사토씨……?
마음을 닫고 있었을 때의 그녀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누구야』
……나는 ……이카리 신지……
『그 이카리 신지가, 내 몸에서 뭘 하고 있어』
이건 일부러 그런 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뭘 해도 괜찮다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
『뭐 잘했다고 입을 다물고 앉았어』
멱살을 움켜쥔다. 찌를 듯한 시선.
이 격렬함 확실히 이 사람은 미사토씨다
『남의 몸을 멋대로 사용해서, 뭘 하고 있냐고 묻고 있잖아!』
……속죄를
『속죄르을? 흥, 과연 그렇네. 인류를 멸망시키다니, 더 없이 극악한 사람 아냐』
팽개쳐졌다
『그래서? 그 극악한 사람은 막가는 김에 아예 내 몸까지 빼앗아 간 거네』
아니야
『뭐가 아니야. 죄를 갚고 싶으면 자기 몸으로 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해 보았자
『반성의 기미가 없네. 죄의식 따위 있지도 않잖아. 속죄라니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내 몸을 빼앗고 있기 위한 핑계지』
아니야
『젊은 한창 때를 13년씩이나 가로채고! 물론 즐거우셨겠지』
하지만 미사토씨가
『남 탓 할 생각이야! 빈집털이꾼이 집주인한테 따지고 있어?』
그럴려고 한 게 아니야!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딱 널 두고 하는 말이네』
그만해요
『왜 내가 그만해야 하는데』
나만 나쁜 것도 아니잖아!  나도 피해자야!
나쁜 건 세컨드 임팩트를 일으킨 놈들이잖아! 서드 임팩트를 계획한 놈들이잖아!
『그런 식으로 금방 남 탓이나 하고! 네가 마음만 굳세게 먹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그만해요 그만하세요 부탁이니까 나를 상냥하게 대해줘요
『무슨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나를 상냥하게 대해줘요 상처 입히지 말아요
『그쪽이야말로 상처 입은 척 하는 거 그만 둬』
척이 아니야
『「세계를 멸망시켰던 내가 이 정도로 겁이라도 먹을 거 같아」라고 했지?
 정말로 상처받은 인간은 이런 말 안 해 』
그래도 그런……
『「그딴 건 죄 축에 들지도 못」한다며?』
……
『아주 입에 붙었어. 이봐, 역시 거짓말 아냐?』
거짓말이 아니야
『아니 너는 거짓말쟁이야 이것들 좀 봐!』

「나는 카츠라기 미사토. 너를 마중 나왔어」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지금의 내가 카츠라기 미사토인 것은 거짓말이 아니야

「미안……해」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확실히 내 성격을 역으로 이용하긴 했어 하지만 미안했던 건 거짓말이 아니야

「아이들을 싸우게 하지 않고 끝낼 가능성이 1% 라도 있었다면」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정말로 적격성 검사를 받았었다고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나도 무서운 걸……」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무섭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부탁밖에 할 수 없어……. 싸워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밖에」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오히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어

「만약 큰일이 났으면, 사쿠라쨩에게는 뭐라고 말하면 되는 거니?」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사쿠라쨩의 얼굴이 떠오른 건 사실이야

「나는 리츠코…를 좋아해. 존경하고 있어」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리츠코씨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지금까지 간신히 해온 것은 그 사람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야

「「고마워」 감사의 말이야」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이 아니라고! 감사하는 마음에 거짓은 없어!!

『거짓말쟁이는 변명도 잘 하네. 그럼, 이건 어때?』
「세컨드 임팩트 직후의 이야기, 해 줬었지? 내가 이런 거 그냥 못 넘어가는 거 잘 알지 않아?」
『네 경험이 아니잖아. 거짓말쟁이』
……윽!

「나 있지, 세컨드 임팩트 때 남극에 있었어」 
『이것도 그렇네. 거짓말쟁이』
……

「그 뒤로도 여러 가지로 고생했어. 그 당시의 나는, …레이쨩과 걑았다고나 할까」
『이것 봐, 거짓말쟁이』
……

「아버지를 죽인 사도에게 복수하고 싶었어. 세컨드 임팩트로 빼앗긴 것을 되찾고 싶었어」
『역시, 거짓말쟁이』
……

「미안해. 내가 할 수 없었던 걸 신지군이 해 주는 것 같아서, 기뻤어」
『거짓말쟁이』
……

「그 애는, 에바에 타기 위해 건져진 존재. 아야나미 레이라고 이름을 붙이기 전에, 번호부터 붙여진 아이」
『거짓말쟁이』
……

「뭐, 확실히 토우지…군의 말대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건 조금 어려워」
『거짓말쟁이』
……

「누구를 선택해도 똑같다면, 기왕이면 본인도 하고 싶어 하고, 나하고 안면도 있는 애가 좋을 거 같았어」
『거짓말쟁이』
……그

「작전 중에 발령소에 없었던 건 내 책임이야」
『거짓말쟁이』
……그만

「『!…………』…

……

어? 방금 뭔가 위화감이…

『생각해? 여유롭네』
무엇인가 아까까지와…… 다른 듯한?

『어떻게 된 거야? 변명은 끝? 또 변명해 봐. 거짓말쟁이 아니라며?』
비난하는 방법을 바꾸었을 뿐? ……인 건가?

『그게 아니면, 이제는 거짓말하기도 지친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진실을 말한다고 구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잖아!

『어머, 반항?』
거짓말을 해서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거짓말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정색?』
그래! 정색했어 세계를 망친 장본인이니까
우물쭈물 후회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하고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쓰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지킬 거야

『거창한 각오 하셨네』
사람을 상처 입히기 싫다고 해서 외면하면 오히려 그 때문에 사람을 상처 입히게 될 거야
도망치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것이 거짓말이라도 우선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해
사람에게는 곁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걸 하려고 내 몸을 빼앗아 가야 했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지만 이 기회를 최대한 사용할 테니까

『훌륭한 결의네』
아직 몸을 돌려주지 않은 지금 이 몸은 내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일을 마칠 때까지 지금 돌려주면 돌이킬 수 없어

『사과할 생각도 없구나』
사과하지 않아 아직은 사과하지 않아 지금 사과해 보았자 그것은 기만이야

『좋은 각오야』
미사토씨 탓이잖아 마음을 닫은 채로 이 몸을 내 마음대로 쓰게 만든 미사토씨가!

『내 탓을 하는 거야!? 책임전가를 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
미사토씨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내가 이렇게 힘들 일도 없었어
당신이 힘을 빌려주었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텐데
……
적어도 함께 있어 주었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징징대고 우는 소리 하지 마!』
징징대는 게 아니야!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할까봐!
의지할 수 없는 미사토씨에게 불평했을 뿐이야!
내가 내가 카츠라기 미사토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소한 것 때문에 전부 망쳐 버리지 않을까 살얼음을 밟는 느낌으로 지내 왔는지 조금은 알아준다면 그렇게 꾸짖을 것까지는 없잖아!
『징징대는 거 맞네』

지금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그래서 나는 이 몸을 사용해서 세계를 구할 거야 그 전까지는 돌려주지 않아 그 전까지는 사과하지 않아!

『……그래. 끝나면 돌려주는 거지?』
물론

『끝나면 사과하는 거지?』
당연하잖아

『……그럼, 잠시만 빌려주도록 할게』

에에!?
……
 ……그래도 좋아요? 미사토씨….
『좋고 나쁘고 어쩔 도리가 없잖아』 
……하지만
『아아 정말! 정신 좀 차려, 이카리 신지!』
네 네에!
『네가 속죄하려는 대죄와 비교하면 별 대수로운 죄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하는 것 모두 다 지켜봤어. 가슴 쭉 펴고 세계를 지키라고』
미사토씨…….
『도망치면 안 돼요』
……네

은제 로자리오를 건네받았다.
새삼스레 직접 건네받은 은색 그리스 십자가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
미사토씨 당신이라는 사람은 역시…….
아니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가
그녀가 어떻든 내가 해 나가려는 것과는 관계없어


어디선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



****



정신오염사도는 영호기가 투척한 붉은 창으로 섬멸되었다고 한다.

계속 つづく
2006.10.16 PUBLISHED
2006.10.20 REVISED
2013.07.23 TRANSLATED
2021.09.26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伍話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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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호기는, 【 EYE_OF_E.V.E 】
    • E.V.E는 에반게리온 전위대(EVANGELION VANGUARD ELEMENT)의 약칭. 공식에 에바 부대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지만, 저번에 미사토가 「에바 부대」라고 불렀기에 그것을 옮겼다. 참고로 원래는 아르고나우타이의 영웅 중 한 사람인 「모든 것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륀케오스에서 따 오려고 했었다. 대신 저자의 전자우편 주소와 트위터 아이디에 Lynceus가 들어갔다.
  • 생각나는 대로 붙인 별명이 아이들은 마음에 들었는지,
    • 가장 마음에 들어한 것은 아스카. 솔선해서 써 놓은 것도 아스카.
  • 보는 입장에서는 언제 걸려서 혼날까 신경쓰여 정신이 없다.
    • 리츠코에게 알려지지 않을 리가 없다. 라기보다도 범행현장이 기록되었을 테고, 멋대로 하도록 눈감아준 것을 빚지울 수 있다는 생각에 모른 척 해 준 것. 다만 써넣은 글자 자체는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재도장할 때 뭘 더 써넣을까 생각하는 듯.
  • 동박새 서로 눌러대듯이 쏟아지는 전문용어로 설명을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디컨벌루션이 도대체 뭐야?
    • 사실 나도 잘 모른다.
    • 역자: 「동박새 서로 눌러대듯이(目白押し)」란 동박새가 빽빽하게 여럿이 모여 몸을 밀착하는 습성이 있는 데서, 물건이나 사건이 연달아 밀려오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오른쪽 사진을 보자. 저자분께서 보내 주신 사진.
  • 그것을 AT필드로 보강하고 연결한 뒤, 내부를 진공화・무중력화하여 즉석 캐터펄트로 만들었다.
    • 하나의 AT필드에 이처럼 특수능력을 부가한 예는 이 시리즈에서 드물다. 이 시리즈에서 AT필드의 효능은 사용자의 상상력에 근거하고, 인간은 그렇게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의 신지니까 어떻게든 가능하고, 아야나미와 아스카는 연결에 의한 형상 유지밖에 하지 않았다. 신지 역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수관 같은 소도구를 사용한 것이고.
  • N²폭뢰 한 발을 장약으로 쓰는, 계산상으로 위성궤도까지 타격할 수 있는 박격포가 된 것이다.
    • 장약용 N²폭뢰와 포탄용 N²폭뢰 사이에 장갑판이 끼어 있다.
  • 분열사도 전투에서 본 바, 관 모양으로 전개한 AT필드 안에서 N²폭뢰가 점화되자 하늘을 꿰뚫는 빛의 기둥이 되었던 것을 힌트로 하여 착상한 전법
    • 이러한 AT필드의 응용은 모 명작 팬픽에 대한 오마주라는 측면도 있다. 모 팬픽에서는 마법진 같은 전자기판으로 AT필드를 특수가공해 대기압축 플라스마화까지 했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AT필드를 보다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의 발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파일럿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또는 그것들을 보완하기 위한 기믹(이번 경우에는 하수관)으로 이 정도 응용에 그치고 있다.
  • 전략방위구상 입안자도, 에이새트 개발자도, 사도 같은 미증유의 목표에게 그것들이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 항공폭뢰가 어떤 것인지 불확실하고, 미리 궤도상에 전개하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으므로, 에이새트 전용 전투기로 고고도 발사했다는 것으로 했다.
  • 이호기가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 영호기가 반 박자 늦게 포지트론 스나이퍼 라이플을 쏘았다.
    • 원래 마기에 타이밍을 맡겨서 자동화해야 하지만, 파일럿의 모티베이션이라는 관점에서 미사토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 물질이 희박한데다 대부분이 플라스마화되어 있는 우주공간에서는, 핵도 N²도 그다지 효과적인 병기가 되지 못한다.
    • 이것은 「N² 항공폭뢰」가 궤도상에 배치되지 않은 것의 방증이 된다. 우주의 목표에게 N²를 사용하는 정도라면, 차라리 그 폭발 에너지로 레이저라도 만드는 편이 효율이 좋다.
  • 대기라는 장애물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하전입자들이 보유한 전하에 의해 상호 반발하여 급속히 확산된다. 이 거리에서는 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도 어려울 것이다.
    • 아니면 중성입자 빔으로 해도 되겠지만, 반양성자까지 더하면 질량이 너무 커서 제어・에너지 조달・비거리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도 그렇고, 원작에 나오지 않은 것을 너무 쉽게 내놓을 수는 없으니.
  • 사도의 목표가, ……설마, 나?
    • 사도가 사람의 마음에 흥미를 가진다는 점은 원작에서도 뚜렷하다. 하지만 이로울은 무리라는 개념을 오해해서 마기를 인류의 두뇌로 착각해 접촉. 렐리엘은 에바를 인류의 단위라고 오해. 아라엘이 비로소 처음으로 개인 단위의 인류를 인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 단위의 인류 가운데 가장 기이하게 보였던 것이 미사토였다는 설정.
  • 느닷없이 떠오른 그것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고통이었다.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것에 대한 절망. 리어 왕의 대사를 실감할 정도.
    • When we are born, we cry that we are come. To this great stage of fools. 우리가 태어나면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로 나왔다고 울어대는 거다(『리어 왕』 제4막 6장, 펭귄클래식 코리아 김태원 역본).
    • 역자: 맥락에 맞게 조금 윤문하면, “우리가 태어났을 때 우는 것은 바보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무대에 나왔기 때문” 정도가 될 것.
  • 『 ……광선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
    • 원작에서는 미사토의 대사이지만, 여기에서는 휴가의 대사.
  • 『 ……가시광선 파장의 에너지파입니다. AT필드에 가까운 것이지만, 상세한 것은 불명입니다…… 』
    • 원작에서는 휴가의 대사이지만, 여기에서는 마야의 대사. 「위험합니다. 정신오염 Y에 돌입했습니다」 대사가 아닌 것은, 공격받은 미사토가 플러그 바깥이라 관측기기가 없기 때문.
  •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질타하며 잡아 꺼낸 산앵두색의 그것을 입에 쑤셔넣는다.
    • 산앵두색은 주색(朱色)에 가까운 빨강. 요소요소에서 나오는 손수건 색깔이 그때마다 장면에 어울리는 것은 물론 편의주의. 상상하기 어려운 색이름을 쓰기도 했다.
  • 처음으로 제3신동경시에 왔을 때의 기억은, 눈깔사탕을 빨듯이 특히 공들여 재현되었다.
    • 역자: 「눈깔사탕을 빨듯이」는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반복한다는 의미의 관용어.
  • ……그런데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째서지?
    • 대답해 준다면 「도련님이니까」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각오와 정색이 부족하다.
  • 마음을 닫고 있었을 때의 그녀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인간 관찰의 일환으로서 아라엘에 의해 구성된 의사인격. 다만 미사토(내용물 신지)가 바라는 바가 포함되어 공격적이다.
    • 역자: 이 부분에서 「이 사람은 미사토씨다」라고 한 것은 신지=빙사토가 미사토를 「그녀」가 아닌 이름으로 부른 거의 유일한 사례.
  • 『그런 식으로 금방 남 탓이나 하고! 네가 마음만 굳세게 먹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 이것은 원래 신지 자신의 자기분석. 미사토의 뇌를 사용해 고찰하느라 유체이탈 화법이 되었다.
  • 「작전 중에 발령소에 없었던 건 내 책임이야」 『거짓말쟁이』 ……그만
    • 이렇게 단죄받기를 신지는 원했다. 자신이 범한 (것으로 생각하는) 죄의 심판을 받기를, 벌을 받기를. (그래야 편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 「『!…………』…
    • 이 시점에서 광파차단 AT필드가 개입했다. 한 번 생겼던 미사토의 의사인격이 원래의 뇌기능을 어느 정도 부활시켜 일시적으로 진짜 미사토 본인이 기동된 것이다.
  • 『좋은 각오야』
    • 앞서의 「거창한 각오」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 어디선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 이로써 미사토는 상당히 대담하고 정색하게 되므로, 이후 자기 탓이 줄어든다.

댓글 3개:

  1. 우연히 구글 검색을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번역기와 얼마 안 되는 일본어 실력으로 보고 있었는데 매끄러운 번역을 보니 반갑군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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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참고로 원저자분께 허락을 받고 이메일로 서신교환을 하면서 번역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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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네요. 근래 읽은 에바 팬픽 중에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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