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게시물

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1998년 1월 10일 토요일

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출전: 『아니메쥬』 vol.236 (1998년 2월호) pp. 14-18.

출처: https://animarchive.tumblr.com/post/139290216773/animage-021998-interview-with-hideaki-anno-on

자작 에반게리온 비평지를 계기로, 에바 이야기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알려지게 된 노비 노비타씨. 본지에 있어서도 『DEATH』의 평론을 부탁했던 인연이 있는 바, 이 대담을 기획하였다. 대담 당일, 우선 노비씨의 입에서 (우리에게) 의외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재작년 말, 평론을 통해 안노 감독과 아는 사이가 된 노비씨는, 감독과 자주 만나서 「영화판 25화・26화의 각본에 관하여, 이것저것 예견하였고, 동시에 외람되지만 소견을 말씀드리는」(노비씨의 동인지에서) 입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도로 대담은 시작되었다.

『에반게리온』의 보완이라는 기분은, 남김없이 깨끗이 없어졌습니다.

추운 겨울이니까 여름이 자극이 된다.


노비 완성 축하드립니다.

안노 감사합니다.

노비 엑, 벌써 나왔다고〜? 라는 느낌이었네요.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으로서 재미있었습니다.

안노 감사합니다. 아니메와 달리 실사는 촬영이 빠르지요. 그 부분이 가장 끌렸던 것입니다만. 텔레비전 아니메에서 1개월 반이라고 하면 원화, 작감 작업의 스케줄. 실사에서는 그림을 찍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도 시간을 꽤 넉넉히 받은 편이거든요. 보통의 경우라면 2주만에 다 찍어야 함.

노비 촬영한 것은 여름이었지요.

안노 올해 여름밖에 찬스가 없었다. 여자애들도 여름방학이었고.

노비 그런데 개봉은 겨울. 조금 아쉽게 되었네요.

안노 하지만 더운 이야기는 겨울의 추운 시기에 하는 편이 좋겠지요. 더울 때 영화관에 들어가서 더운 걸 봐도 재미 없어. 더울 때 눈을 보는 것이 굉장히 신선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울 때는 따스한 코코아가 마시고 싶은 것이고.

노비 ……코코아라, 그렇군요. 그것은, 리얼함과 환상의 대비라는 것인지?

안노 아니, 그냥 자극입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여름에 찍어서 바로 개봉하려면 겨울에 개봉할 수밖에. 내년(98년) 여름이 되면 너무 낡아버리니까. 이번 겨울이 아슬아슬한 것입니다. 원조교제는 이미 끝났고, 여고생이라는 소재도 낡게 된다.

노비 보고 생각한 것인데, 풍속적으로는 1년 전이려나 하고.

안노 1년 전……. 원작이 나왔을 무렵(96년 말)이 아슬아슬하게 그쯤이네요. 이 소재를 쓴다면 지금 하던가, 아니면 10년 뒤일 겁니다.
 이번에 준비고(稿) 단계에서, 취재협력이라고 해서 현역 여고생을 몇 명 불러다 봤어요. 지인의 연고로. 그래서 준비고를 읽혀주고 여러가지로 의견을 듣고. 그리고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유행하고 있는지, 가방 안에 든 것은 무엇인지, 소도구적으로 전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건 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모양만 잡아놓았고.

노비 여고생에 대한 이해는 결국 포기했다고…. 즉, 이해라 함은 여고생이 된다는 것이로군요.

안노 그러니까, 그건 때려치웠지요. 노비씨는 여고생이었던 시절이 인생에 있었지 않아요.

노비 있지요. 일단 그것을 잘게 다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안노 지금은 이제 전혀 감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부터 일단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것이고.

노비 그럴 것 같네요. 저는 계속, 제가 14-15세 무렵이었을 때의 일에 구애되어 왔거든요. 14세 때는 15세가 되고 싶지 않았고, 15세 때는 20세가 되고 싶지 않았다. 15세가 되었을 때, “아앗 끝났다” 하고 마음이 울적해졌거든요. 소녀기라는 것은, 그런 감각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잊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며 살아오는 셈이니까, 추억 속에서 세피아색으로 빛바래긴 하지만, 일단 기억은 합니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지금 이 여고생들도 그 연령대의 괴로움이라던가, 느낌이라던가, 그런 것이 그렇게 변함은 없을 것 같거든요. 다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달라지니까, 그것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 것일 뿐…. 그래서 그만큼 제게 유리했지요. 여자니까요.

안노 저한테 그 방면의 정보원이라고 하면, 소녀만화 정도밖에 없으니까요.

노비 안노씨, 소녀만화 읽는 남자였나요.

안노 읽는 남자입니다. 소년만화보다 소녀만화가 더 재미있어요. 요즘은 예전만큼 읽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밖에 읽지 않습니다만.

영화와 다큐멘터리.


노비 제가요, 일단 원작 소설을 읽고 왔습니다만,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무라카미 류씨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주인공 히로미쨩이라는 아이의 상이 맺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선탠 살롱에 가는 아이 같지도 않고, 남자친구하고 아무렇게나 사는 아이같지도 않고. 마지막 장면에서, 원조교제 남자와 호텔까지 갔다가 범해질 것 처럼 되었을 때 반응이, 역시 처녀였구나〜 라고 할까, 뭔가 청순한 느낌이라, “아, 이거는 무라카미씨의 환상이구나”라고 생각하고, 그거는 그거대로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반대로 굉장히 명확한 상이 맺어진 것 같아서, 묘하게 납득이 되었거든요.

안노 그것은 거기에 진짜가 있으니까. 살아있는 날것(生身)의 인간이 나오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노비 날것의 인간의 리얼함 때문에….

안노 아니, 존재. 거기에 히로미라는 이름을 갖고 그 캐릭터가 있으니까. 그래서 애매함이 없어졌다.

노비 그치만, 거짓말 같은 연기를 하라고 시킬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연기자한테.

안노 거짓이지만 말이죠.

노비 영화니까?

안노 영화니까.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이상, 전부 다 만들어낸 거죠.

노비 그치만, 살아 있는 여자아이의 리얼리티를 추구했다는 것은 아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맨 마지막에, 자기 짐 속에 반지가 사실은 없는가

아니메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어떻게든 해 본다,
그것은 계획적이었다.

싶어서, 막 짐을 다 쏟아서 뒤로 던지잖아요. 거기서 홱홱 물건을 던지는 여자애의 손놀림이, “아아, 지금 이 아이, 이렇구나”라는 느낌. 그런 굉장히 애매하면서도 섬세한 것…. 그것은 전해지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그런 손놀림의 간단한 리얼함 같은 것이, 굉장히 링크가 되어 있다고 생각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안노 감사합니다. 그것은 이제 동물의 생태를 찍고 있는 것과 인상적으로는 그다지 다를 게 없지요. 그러니까 연기도,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제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마 없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짓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만 살짝 지적하고. 그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있는 그대로 OK.

『에바』와 기분 직결이었다.


노비 저, 기재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그거 마이크로카메라….

안노 디지캠(디지털 비디오카메라)이라고 해서, 길가의 전파사에 가면 파는…. 그 왜 와이드쇼에서 “이 영상은 가정용 비디오로 촬영되었습니다” 하는 그거.

노비 영화는 보통 필름으로 찍는 거죠?

안노 16 (밀리) 또는 35 (밀리 필름).

노비 그런데 그것을, 굳이 전부 VTR로 찍었다는 것은, 어쩐 일이었을까요.

안노 노비씨도 똑같은 걸 묻고 그러면 안 돼요. 다른 사람하고 같은 질문을. (웃음)

노비 그치만, 일단 압박해 보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해서. (웃음)

안노 그거는 누가 물어도 “가벼워서”라고 대답하고 있어요. 진짜 가볍거든요. 여러가지 의미에서 가볍다.

노비 가정용 비디오로 후딱 해치울 수 있다, 갖고 싶다고 생각된 순간을 바로 찍을 수 있다, 그런 의미로 가볍다?

안노 그것도 큰 이유. 35밀리의 디메리트를 최대한 클리어하고 싶었거든요.

노비 저는 완성된 그림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만……. 어떤 것일까요.

안노 35밀리 카메라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하면, (양손을 펼쳐서) 이 정도로 큰데, 10분에 한 번씩 필름을 갈아끼우는…, 요컨대 롤체인지를 해 줘야 한다. 가장 긴 것도 11분 정도밖에 안 돼요. 10분 이상의 컷은 찍을 수 없다. 그러니까, 아무리 롱테이크(長回し)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되면 한 번 컷을 넣고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미니DV라는 디지털 비디오는 최장 60분 원컷이 가능합니다. 하려고 마음먹으면 여섯 번은 돌릴 수 있는 것.

노비 화면이 빙글빙글 돌아가서…. 재미있었어요.

안노 한 손으로 촬영할 수 있으니까.

노비 “우오옷, 막 도니까 재미있다” 같은 느낌. 저, 아니메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메에서는 돌아들어가는(回り込み)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으〜음, 재미있었달까.

안노 아니메에서 할 수 없던 것을, 어떻게든 다 해본다, 그것은 계획적이었다. 실사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메에서는 어려운 것이 있지요. 그런 것들을 골라내서 해본다는 것은 확실히. 초기에는 그런 것이 많았습니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이 마냥 재미있었다. 그러다 도중부터는 그것도 좀 물려서, 결국 아니메처럼 멈춰서 뿅 하고 나오는 그런 그림이 되어버리더라구요.

노비 구석구석에서 안노씨의 손맛이 느껴졌습니다. 안노맛! 그래서, 결국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에반게리온』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저 자신도 “우왓, 에바닷” 하고 생각해 버릴 정도니까요, 아무래도. 예컨대 첫머리에서부터, 수면에 교복 차림으로 떠 있는 여자애를 물 속에서 촬영한 씬, 이거 『에바』 본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다들 아야나미 레이를 떠올릴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러브 앤 팝』에서 『에바』를 겹쳐보기란, 너무나도 쉬웠어요. 하지만 역으로, “아니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러브 앤 팝』이었고, 그 전에 아니메로서 해본 것이 『에바』였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부분은…….

안노 기분직결(気分直結)이었으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닐까?

노비 같은 것이다?

안노 똑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네요. 연속체라고 생각은 들었어요. 바꾸는 행위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랄지, 틀렸달지, 그렇게 느껴져서. 그런 것을 솔직하게 쏟아내자. 첫머리도 역시 그건 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역시 그렇게 하는 게 더 어울렸어요. 어쨌든

똑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연속체라는 생각 들었다.

연달아 만든 이상 역시 이것은 연속이구나 싶어지고. 그렇다고 해서 앞에 만든 것에 불만이 있다, 그 남은 것을 여기서 해소…하고 그런 건 아니었고.

노비 분명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러브 앤 팝』을 『에반게리온』의 보완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라고 물었고, 그 때 “예, 됩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가요?

안노 여름 『영화』(EOE)에서 유일하게 계산이 틀렸다고 할까,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 후반의 실사 파트입니다.

노비 그건 그럴 거 같았어요.

안노 그건, 그런 물건(代物)이 아니었는데, 그거는 저 자신의 역부족과, 그것을 허락하지 않은 상황과, 제 전망의 안이함. 이게 제일 컸었다. 전부 제 책임이지만, 노선병경을 했던 것입니다. “노선변경 이전”이 형태로서 남아 있는 것이 극장판의 「예고」입니다. 처음에는 그 안에 드라마 같은 것을 넣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거짓으로밖에 안 보였다. 원인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만, …전혀 이미지와 달랐어요.
 처음으로 현상소에서 올라온 러시rush를 보았을 때, 카메라 탓도 아니고, 스태프들 탓도 아니고, 오롯이 내 안이한 전망 때문에, 죽고 싶다는 기분 들었다. 아, 완전히 글렀다. 글렀는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싶어서, 잠시간 노력을 해 보았지만, 맛이 간 요리는 뭘 첨가해도 못 먹는 것입니다. 아무리 해도 여전히 맛이 간 거라, 거기서 한 번 그 노선을 파기하고 다시 찍게 되었던 것입니다만.
 실사 파트는 그 (EOE 사운드트랙 12번, 바흐의 강림절 칸타타)을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어떤 형태가 될지 편집 직전까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어떤 것이 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때의 실패한 기분이라는 것을 이번에 클리어하고 싶었던 기분은 있었습니다만, 딱 그 정도였을까요.
 하지만 저 자신은, 그런 형태로 된 마당에, (노선 변경) 이전의 것은 이제 『여름의 영화』(Air/진심을 그대에게)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거 안 해서 다행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그런 기분이 사라져 버렸다. 만약 “본의 아니게 글너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런 기분이었다면, 『에반게리온』의 보완이랄지 복수전이랄지 그렇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 다 없어져 버렸거든요. 계기의 일부 정도는 되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여름의 영화』를 한참 만드는 도중에 이미 클리어해 버렸기 때문에, 태연하게 예고를 그런 형태로 낼 수 있었다.

노비 안노씨 마음 속에서는, 그 문제는 이제 클리어?

안노 클리어입니다.

독을 넣은 요리는 내놓지 않는다.


노비 『러브 앤 팝』을 보고, 『에반게리온』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되나요?

안노 어떨까나요?

노비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자유….

안노 그것은 자유지만, 만들어진 시간축이 다르니까. 『에바』하고 비교하면 되게 편해요. 육체적인 괴로움, “시간 없는 가운데 정리해 올려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한 정신적 괴로움 있었지만, 정신상태 그 자체는, 『러브 앤 팝』에서는 굉장히 편했다. 다른 분의 원작이 있고, 제작 현장도 다르고.

노비 그것은, 『에반게리온』은 자기자신을 새겨넣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거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의미인 것이고.

안노 그런 것도 있고, 역시 『여름의 영화』 작업이 고통스러웠어요. 그거는 제 자신이 끝내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끝났을 때, 함께해 준 스태프들이 기쁜 얼굴을 해 주면, 그것으로 좋다. 이 두 가지 점으로, 이상 끝. 손님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 영화는. 그러니까, 그 이후로 벌어진 소란 같은 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노비 그것인즉, 제3자가 봐도 되고 안 봐도 되었다.

안노 잘 되었죠. 흥행적으로는 괜찮았고,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저한테는 상관 없어져 버린 것.

노비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런.

안노 뭐 한 거 없고, 끝내야 해서 끝냈으니까, 이제 됐다.

노비 그 말은, 끝내는 것만으로는 완성이 아니었다는 뜻?

안노 아니, 끝내는 게 완성이기도 해요. 끝냈으면 된 거에요. 그리고 TV판의 리마스터 작업은, 말하자면 설거지. 접시를 닦아 선반에 돌려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네요. 메인디시는 이미 내보냈으니까. 그것을 먹든 안 먹든 저로서는 상관 없다. 손님 앞에 접시를 내놓았다는 것은, 내놓은 접시에 관해서는, 가진 것을 모두 다 내놓은 것이므로, 그것으로 되었다.

노비 손님이 거기서 “맛없어〜” 라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상관이 없었다?

안노 상관 없었다. “맛있네, 이거 최고입니다”라고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이제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칭찬을 들으면, 함께해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쁩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태프들에 대한 평가니까. 저 자신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그쪽 뿐인 것이다.

노비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자기 위로 스르르 통과해서 사라질 뿐?

안노 유일한 손님은 스태프들이었군요. 스태프들이 좋게 생각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클로즈드네요.

노비 안노씨의 그런 발언을 들으면, 화 잘 내는 사람들은 “프로답지 않다”고 말할 것 같은데.

안노 그렇게 말해도 돼요. 그 정도밖에 사물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까.

노비 그렇군요. 그 발언 듣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런 발언을 듣고 화를 낼지 내지 않을지 결정하는 라인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끔찍한 밥을 먹이려고 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안노 끔찍한 밥을 내놓은 기억은 없어요.

노비 그렇다면 저는 화내지 않겠습니다.

안노 남들 먹으라고 내놓는 이상, 거기 독을 타지는 않습니다. “느그들 죽어라”라며 독 섞인 요리를 내놓을 리 없잖아요. 내놓을 때는 지금 할 수 있는 최고급으로. 만약 계란과 찬밥밖에 없다 해도, 그것만으로 할 수 있는 계란볶음밥이라도 최고의 것을 내놓는다. 그전까지 달콤한 디저트만 계속 먹어온 사람에게는 조금 소금을 강하게 치는 것이 좋다. 그 정도입니다.

노비 저는 TV판 『에반게리온』 때 굉장히 걱정인지 화인지, 느끼면서 생각했던 것이, 이것은 독을 탄 것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안노 그거는 독이라기보다, 그런 걸 먹는 편이 좋다.

노비 그것은 자신을 포함해서?

안노 저 자신도 포함해서. 그리고 무슨 접시를 내놓든 화를 낼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화나게 만드는 편이 좋다. 그런 건 있어요. 어중간한 게 가장 안 좋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동정을 사고 싶지 않다는 것도 상당히 크군요.

노비 “동정할 거면 돈을 줘라”, 꽤 오래 되었네요. (웃음) (1994년 니혼테레비 계열에서 방영된 드라마 『집 없는 아이』의 유행어)

안노 사실 동정을 사는 게 가장 편하거든요. 그 짓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동정받을 바에야 화나게 만드는 편이 낫다. 그것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 좋다. 그러니까, 손님이 가장 화낼 짓을 해야 해. 그러는 편이 먹는 쪽에서도 깖끔하다. 한 입 먹고 바로 “으겍 퉷퉷퉷” 하는 편이, 손님으로서도 기쁠 것이다. 이렇게까지 맛이 간 밥을 먹다니, 남들과 떠들 화제를 제공할 수 있지 않나.

노비 거기에는 정동(情動)이 있으니까.

안노 그거는 컨트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포함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손님에게 내놓는 이상, 거기까지 다 계산해야지. 적어도 예측해야지 그 다음은 확립과 “단골(客筋)” 같은 것을 전망하는 것. 『TV판 에반게리온』 때의 단골이라 하면, 그 정도가 딱이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에는 소금을 쳐서 돌려보낸다. 그 정도는 해야 제 기분도 후련하고 저쪽도 후련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그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네요. 맹독을 섞을 생각은 없어요. 적어도 치사량은 넣지 않았습니다. 이 이상 섞으면 맛이 간다, 아슬아슬하게 제 내면에서 그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답답했던 것은, (그런 컨트롤을) 넘어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 하지만, 예측의 범주 밖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것에 대해서 알아봐 준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준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노비 『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여름 에바)에 관해서도?

안노 아뇨, 『여름의 영화』에는 그런 것조차 없다. 그거는, 물론 손님이 “맛있어요”라며 기쁜 얼굴 해 주는 편이 물론 저도 기뻐요. 기쁘지만, 근본은, 아주 관계가 없는 데까지 가 버리고 있다. 못 알아먹겠지요, 이런 감각, 다른 사람들은. 역시 어렵다. 모를 겁니다.
 아까 만난 후지이 후미야藤井 フミヤ씨도, “내가 낸 음반은 한 번 내고 나면 다시 듣지 않는다”고 합디다. 그런 감각일 거라고 생각해요. 음반이 나올 때까지는 정말로 막 꽈ー광 하다가, 일단 나오고 나면, 그것을 남들이 들어주건, 안 들어주건……. 적어도 스스로는 그것을 다시 듣지 않는다. 그 비슷한 것입니다. 다만 잘 뽑혀야지 다음을 만들기가 쉬워진다. 그러니 잘 안 뽑히는 것보다는 잘 뽑히는 편이 좋다. 그 다음은, 본전은 뽑아야 한다. 그거는 제작비를 대 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 『에바』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본전을 뽑았으니까, 이제 됐다는 것입니다.

『러브 앤 팝』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노비 세간에는 안노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안노씨가 어떤 의도로 그러는 것인가, 왁자지껄 이야기가 많은 것인데요. 하지만 그런 거는 “겍, 시시해”라고 생각이 되는 것이, 왜냐하면 자기가 어떻게 느꼈는지 그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됩니다. 『러브 앤 팝』도, 이걸 보고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그게 더 궁금하고요.

안노 글쎄? 그거는 전혀 짐작도 할 수가 없네요.

노비 그거는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겠지요.

안노 아저씨들한테는 평판 좋지 않을까 싶고.

노비 저는 아줌마로서 말하자면, 여자애 치마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웃음)

안노 사실 그보다 더한 것도 찍은 것이 있습니다만, 그거는 컷 함.

노비 저편의 어두운 암흑 속으로 다리가 사라져가는 컷도 좋았고.

안노 소거법이라서, 찍다 보니 다리 정도밖에 찍을 수 없어서. 딱히 발에 무슨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거 말고는 찍을 게 없었던 것 뿐.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얼굴을 찍으면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리잖아. 그런 낯익은 그림을 찍어봤자 쓸모 없고.

얼굴을 찍으면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리잖아요.

노비 그러니까 발에 구애되는 건 딱히 없지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찍고 보니 그게 다리였다는.

안노 그래그래. 이게 만약에 수영복 언니 이야기였다면 아마 가슴을 찍었겠지. (웃음)

노비 가슴으로 가는 것이군요. 엉덩이가 아니고.

안노 엉덩이보다 가슴이지.

노비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것입니다만…. 아참, 그러면 이거 R등급인가요? 15세 이상 시청가? 그러면 신지군은 볼 수 없겠군요. (웃음)

AM 촬영 대본을 보니까, 제일 처음 대사가 “기분 나빠”더라구요.

안노 그거는 사츠카와씨(각본가 사츠카와 아키오씨)가 한 거예요. 그런데 결국 잘라냈지요. 필요 없었으니까.

AM 시간적 배경은 7월 19일로 설정되었습니다.

안노 그거도 사츠카와씨가 함.

AM 『여름의 에바』 개봉일이잖아요.

안노 나는 8월 초중순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8월 초가 되면 이미 아무도 수영복 같은 거 사러 가지 않는다고 해서.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7월로 하자. 하필 7월 19일이냐 하면 저는 딱히 구애되는 거 없거든요. 『에바』에 줄 선 행렬을 찍는 것도 있었는데……. 저는 그런 거에 관심 없었고. 사츠카와씨가 오히려 더 신경쓰고 있었습니다만.

노비 사츠카와씨, 드리머네요.

안노 제 쪽이 리얼리즘이니까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각본가는 꿈을 꾸는 편이 좋아요. 감독은 꿈 속에 살면 못 쓰고. 이거는 사츠카와씨의 배려인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좀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만, 사츠카와씨에게 느껴질 정도로…. 제 안에서 에바는 끊어져 있었던 것이겠지요.

완성도와 재미와 스테이터스.


AM 해서, DV라는 무기를 사용하자는 것은, 『러브 앤 팝』 크랭크인 하기 전에 이미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자고 생각했던 것인가요.

안노 그게 승산(勝算)의 전부네요.

노비 굉장히 라이브한 감각, 좋았습니다.

안노 35 밀리는 진짜 너무 무거워요.

노비 취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사람을 분류할 때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람”과 “완성도는 둘째이고 센시티브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할 것 같지만, 저는 그쪽이 아니라서 재미있게 봤어요.

안노 완성도라는 것은 기술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거는 지금 완성도라는 것을 낮추어 보는 게 아니고, 퀄리티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그것 뿐이면 재미 없지요. 재미와 완성도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완성도보다는 재미를 본다.

노비 그것은 이야기 면에서도

안노 이야기적으로도, 모든 것에 있어서 재미가 우선이다. 그러니까 시나리오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찍을 때의 재미라던지.

노비 『러브 앤 팝』은 메이저와 마이

컬트가 아니고 스테이터스, 새로움.

너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한 걸음만 벗어나면, 예컨대 이미지포럼에서만 걸리는 그런 컬트무비가 되어버릴 것만 같아요.

안노 기획 자체는 메이저가 아니고. 컬트는 아닌데…. 뭐랄지, 스테이터스라고 해야 하나. 새로움. 그런 것입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시네마라이즈(시부야의 미니씨어터) 단관이라는 것이, 지금의 영화라는 것으로부터,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가장 좋다. 시네마라이즈라는 영화관이 가지고 있는 스테이터스. 거기에 걸린다는….

노비 그것도 되게 맞는 말씀 같아요. 현대적. 왜냐면 요즘 사람들은 다들 스테이터스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얼마 전에는 브랜드 지향이라던가, 버블 때 같으면 짤랑짤랑이라던가, 여러가지 스테이터스가 있었지요.

안노 그런 것은, 물욕이 스테이터스였기 때문이겠지요.

노비 그거는 굉장히 쉬웠거든요. 물건을 사면 손에 들어온다. 그런데 지금, 그런 것으로부터, 보다 불확실한 것으로 스테이터스라는 것이 이행해서, 예컨대 “『러브 앤 팝』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것이 스테이터스가 되는 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스테이터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요.

안노 그런 의미에서는 『에바』하고 똑같거든요. 『에반게리온』을 남에게 권하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반대로 적극적으로 욕하는 사람들도, 실은 모두 스테이터스가 되는 것이거든요. 무언가를 욕할 수 있는 나라는 것은, 그것보다 훌륭한 나,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착각입니다만, 그런 것을 포함해서, 요컨대 『에반게리온』을 사람들 앞에서 화제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스테이터스가 되어 있다. 잘 됐다고 해야 하나? 『에바』의 기획에서 가장 유의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것, 바로 그 점이거든요.

노비 그러면 그 전까지는 아니메의 상황이 너무 오타쿠스럽(オタッキ)고, 부끄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안노 그것을 통감한 것이, 평소에는 아니메 업계 바깥의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만, 다이빙 취미를 시작했을 때, 전혀 관계없는 남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일을 떳떳하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끄러워서. 유일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 “미야자키씨의 『나우시카』라는 것을 좀 거들었습니다만…,” 하면 “아아, 그거 하신 분이셨군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열등감(引け目)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 『세일러문』을 보고 있었는데, 토요일에 다이빙하러 가면, 그 자리에서 일부러 “앗, 실례지만 잠깐 7시부터 괜찮을까요?”라고 말하면서 TV 채널을 10번으로 돌릴 수는 없잖아. 내가 매주 보는 방송이지만, 남들 앞에서 서른 넘은 남자가 『세일러문』 보는 모습을 그것도 초면에 보여주면…….

노비 으ー엑, 이라고 생각되겠죠.

안노 그렇지. “그 그런 거 보시는군요”라는 말을 들으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변명이 “친구가 만들고 있어요, 이거. 그런 장사를 하고 있어서요.” 하면 “아아, 일하시는구나.” 이거는 핑계지. 일이라서 본다는. 그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에요. 그런데 그것도 이런 업계에 있기 때문에 핑계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이외에는 소용이 없는 거죠. 그 즈음부터, 다음에 할 때는 스테이터스와 프라이드를 가지자고. 예전부터 얘기해온 게 바로 그거거든요.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해도 부끄럽지 않은 아니메라는 것은 『사자에상』 같은 일반적인 것이나 미야자키 아니메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 예전에 『건담』이라는 게 어째서 평판이 좋았느냐 하면, 고등학생들이 『건담』 이야기를 해도 부끄럽지 않아요. 대학생들도 『건담』 얘기를 하면, “아〜 그거” 한다는 말이죠. 소학생들한테도 멋있었던 거죠, 『건담』이라는 게. 정말로 멋있었어요, 그 무렵에.
 『왕립우주군』 때는 스테이터스가 있었는데, 그거는 메이저가 되기에는 좀 부족했어요. 부족한 원인이라면 홍보가 약했다던가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그리고 야마가가, 그만큼 메이저 지향이 있으면서도 사실 알맹이가 엄청 마이너야. 저하고 완전 반대지요. 작품은 저렇게 예술 타입인데 본인이 원하는 건 대중적인 것이고. 반대로 제 작품은 굉장히 세속적인데, 뭐 이렇게 보여져 버리는 것이죠.

노비 안노씨의 알맹이는 세속적인 것 같습니다. (웃음)

선곡의 이유.


노비 다 보고 나서 이야기입니다만, BGM이 “갑자기 짐노페디라니〜 너무 메이저해” 라던가.

안노 그 장면에서는 끈적한 게 좋을 거 같았고 귀에 익숙한 곡으로 했어요. 클래식 팬들이 보면 화내겠죠. 착한 아이를 위한 클래식 뭐 그런 거로만 선곡해 넣었으니까.

노비 그치만, 「짐노페디」 요즘 잘 안 듣잖아요.

안노 저는 그 곡은 계속 알고 있었지만, 곡의 이름은 몰랐어요. 작곡가도 몰랐고. 얼마 전에 우연히 지인이 알려줘서 그 곡으로 결정했죠. 그 정도로 클래식은 생소해요.

노비 이 정도 또래의 아이면 아직 15-6세 정도잖아요. 아마 모를 거예요.

안노 모르겠죠.

노비 옛날에 너무 유행해서 오히려 촌스러운 것이 되어 밀려났던 것이, 5-6년 주기로 다시 치고나오는 거죠. “무슨 저런 촌스러운 선곡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지금 저 여자애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와, 대단하다”로 생각이 튀어가 버리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안노 그 주기야 항상 돌아오니까.

노비 끈적한 곡이라고 하니 말인데, 「그 멋진 사랑을 다시 한 번 더」가 흘러나오면서 컴컴한 하수로에서 걸어나오는 게 엔딩이잖아요. 처음에는 그게 아니었죠.

안노 아니었지요. 결국 그렇게 만들고 말았지만요.

노비 저는 재미있었어요.

안노 그것도 원래 컷 분할을 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풀(원컷으로 롱테이크)로 하고 말았습니다.

노비 「돌아오지 않는 강」 같은 느낌이라 좋았고. (웃음)

안노 루즈삭스 다 더러워지고.

노비 너무 좋아.

안노 그거 똥물이에요. 하수니까.

노비 이 정도 나이의 아이라는 것은, 부모의 비호 아래서 자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아직 갈 수 없는 곳이 있는, 그 라인에 걸쳐 있는 존재잖아요. 그래서 재미있지요.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제가 아까 언급 안 했었나요?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는 거죠. 여고생이라는 울타리.

안노 세상사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발 밑이 질퍽질퍽하고.

노비 세상이 다 그런 건가.

안노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 또랑물, 점점 깊어지거든요. 그러니까 그 가장 깊은 곳까지 아슬아슬하게 카메라를 당기면서, 그 끝까지 찍어서 썼어요. 자세히 보면 점점 걷기 힘들어하는 게 보이죠. 사실 더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 뒤로는 비탈인데다 물이 확 깊어져서……. 카메라가 더 이상 못 움직여, 그 이상.

노비 흘러내리는 곳은 폭포가 되어 있고, 거기서부터 더 이상 리얼하지 않다, 그런 것일까요. 옛날 세계관 같은 거 보면, 세계의 끝은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고 하잖아요. 세계의 끝까지 걸어갔으니까 끝이다. 맛있네요.

안노 시부야강의 터널은 상당히 냄새가 났어요.

안노 히데아키

1960년생. 여름에 『극장판 에반게리온』을 공개한 후, 8월부터 『러브 앤 팝』 촬영에 돌입. 어디서나 샌들을 신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겨울에도 변함이 없어.

노비 노비타

1967년생. 만화가. 날카로운 에반게리온 비평으로 주목받았지만, 본 대담의 리드에 기재된 사정에 의해 그 평론 활동을 정지. 현재는 본업에 몰두하는 나날.
노비타씨는 현재 만화가로서 『주간 빅 코믹 스피리츠』(소학관)지상에서 “에노모토 나리코” 명의로 『센티먼트의 계절』을 연재 중. 이 지면의 배경이 된 그림은 97년 여름에 발행된 노비타씨의 동인지 『나는 천사가 아니야』에 실린 만화에서 발췌한 것.

AM 여학생들이 싫어하지 않았어요?

안노 싫어했습니다만,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감독(신인)의 차기작.


AM 스태프롤 마지막에, 감독 안노 히데아키(신인) 이라고 되어 있었는데요, 그것은…….

노비 그거 이상하게 웃기더라고요.

안노 「신인」이라고 쓰고 싶었어요. 주연배우도 미와 아스미(신인)이라고 붙였으니까, 운을 맞추는 것처

요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 자극이 없다.

럼……. 그런데, 스태프롤을 보다가, “아뿔싸” 했던 것이, 운이 조금 부족한 거야. 제일 먼저 나오는 주인공 이름 아래 「신인」과, 마지막에 감독 이름 아래 「신인」을 맞출 생각이었는데, 그 정도로 커다랗게 찍힌 「신인」이 개그가 되어서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그에 몸을 맡기기보다 (주연배우 이름 밑의 「신인」처럼 작은 글자로) 운을 맞추는 것이 더 멋있었을 것이다. 그건 좀 반성.

AM 개그로서의 의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나요?

안노 딱히 뭐 없는데…….

AM 저는 그거 보고, 그럼 안노씨 다음에 실사를 또 만들려나? 아니면 아니메로 돌아가나? 싶었고.

안노 글쎄 어떻게 될까요. 모르겠네요.

AM 안노씨 자신은?

안노 아니메 관해서는, 오늘 아침에 홍보담당 사토하고 이야기하던 중에, 거의 1년만에 애니 잡지를 봤어요. ……죄송, 『아니메쥬』는 손 닿지 않는 데 있어서 『뉴타입』이었다. 팔랑팔랑 컬러페이지를 넘겨 보다가, 왠지 음울한 기분에 휩싸였고…. 유우키 마사미씨가 연재하는 글에 “어디 보자, 『뉴타입』이라도 볼까 해서 봤더니, 눈이 따가워서 따라가기 힘들다” 던가, “누가 추천해 준 『우테나』라는 것을 보려고, 보기 전에 지식을 얻으려고 해설 같은 것을 읽었는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쓰여 있고. 아, 확실히 그것에 가깝구나. 따라갈 수가 없어요, 요즘 아니메를.
 이제 패키지조차도 못 쳐다보겠어요. 보는 사람한테 물어 봤더니, 재미 없다고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이라면 추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겨우 『우테나』 하나 추천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그 정도 분량이 되면 정리해서 볼 시간이 없다.

AM 근데 굳이 따라갈 필요 없지 않나요, 안노씨는. 남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을 만들고 있으니까.

노비 따라간다, 못 따라간다,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재미있으면 보면 되고, 재미없으면 안 보면 돼요. 참고로 저는 『우테나』 보고 있어요. 재미있어〜

안노 재미있어?

노비 응, 재밌어요.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에〜, 어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되는 거야? 모르겠다〜아. 그런 느낌으로.

안노 그림콘티는 저번에 살짝 봤는데 꽤 재미있어 보였고. 하지만 지금 1화부터 다시 볼 마음이 생기지는 않아요. 그게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이니까. 지금은 애니메이션 보고 싶지 않다.

노비 아직도 좀 꺼ー억 하는 느낌인지?

안노 자극이 없네요.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

노비 그 말은, 아니메로 할 건 다 했다, 이제부터 다른 툴로 승부다! 라는 것인지?

안노 여름의 영화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았다고 하는 것은 있습니다만, 적어도 지금은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흥미가 없다. 시스템 자체가 변환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어도 비주얼적으로 뭔가 변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소위 말하는 CG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디를 봐도……. 요즘 아니메 캐릭터들은 구별이 안 돼.

노비 저도 『우테나』밖에 안 보고, 전혀 모르겠다.

안노 애니 잡지의 그라비아 페이지가, 어느 잡지건 다 똑같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노비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또 모를 일이죠.

안노 아니, 변하지 않아요. 예전부터 늘 하는 말이지만,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이 거기에 모여 있는 것이니까.

노비 그 말은, 젊은 사람의 파워를 가진 사람들이 글러먹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

안노 안정이 문제가 아니고. 제 세대로 말할 것 같으면, 『야마토』나 『건담』을 보고 저런 거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아니메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들은 그 시대에 맞는 것이었고, 재미있었고, 저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뒤로는 그 반복 뿐이거든요. 자기들이 보던 것과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밖에 모이지 않았으니까. 남자팬들한테는 메카하고 미소녀만 던져주면 확실하게 받아먹으니까요. 그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을 거예요.

노비 그거는 여자애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미소년 나와야 잘 팔리죠.

안노 좋아하는 게 똑같아요, 계속. 그러니까 같은 걸 끝없이 반복하게 되는 거지.

노비 그치만, 그건 소비되는 거고. 요컨대 아이돌 가수의 그라비아와 같은 거잖아요. 작화가 예쁘고, 스틸컷이 예쁘면 꺄ー악 하고 끝나는 거고.

안노 굉장히 편한 데 처박혀 있거든요, 아니메라는 게. 아무런 노력도 필요 없는. 그러고서 경제로서는 제대로 성립되어 있으니까, 그런 클로즈드한 세계가 되었는데.
 만드는 쪽도 그런 걸 좋아하고, 사는 쪽도 그런 게 좋다 하고. 그래서 뭔가 부자유함이 있냐 하면, 없어요. 그거에 대해서 저는 부정할 생각이 없어요. 그냥 내가 싫어요.

노비 안노씨 탐욕스러우니까.

브랜드 가치.


안노 손님들의 취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맛있다는 평을 받을 것을 내놓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재미가 없어요. 그렇다고 다른 가게에서 내놓는 「그런 것들」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괴롭힐 생각도 없어요. 그래도 돼요. 다만 저는 그런 가게를 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뿐입니다. 『에바』 TVA 끝난 직후와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말하면 소원해질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어쨌든 누군가 말해 두지 않으면 정보로서 남지 않을 테니까. 정보만 있으면, 일부 사람들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줄 수도 있고, 진심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진심으로 화를 냈다는 사실이 경험으로 남게 되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정보로서 남게 되는 것이죠. 그게 없으면 아무도 그 때 그런 상황이라고 알아차

안노씨, 탐욕스러우니까.

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말할 기회가 주어진 김에 말해두었다.
 다만, 제가 이렇게 하는 말이 다 사실이냐 하면 굉장히 미심쩍다는 것은, 제대로 지식을 가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쓰여 있는 것을 맹신하지 마세요. 그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필요한 정보라면 그 진의(真意)가 무엇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문학이나 소설이 아니니까. 문학이 그 자리에서 거짓을 풀고 있으면 그건 문학으로서 성립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영화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신문, 잡지는 모르겠어요.

노비 그것은, 서브정보로서 있는 것이니까…….

안노 세간에는 그저 퍼블리시티publicity에 불과한 것이니까. 선전일 뿐인 것.

노비 그래도 요즘은, 그런 식의…, 예컨대 스테이터스 문제와 가까운 것입니다만,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안심되는 것이 있다…….

안노 정보를 손에 넣는다는 것이 요즘의 스테이터스라는 것이지요.

노비 그 정보를 손에 쥐면, 정보를 손에 쥔 시점에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과연 어떨까 싶거든요.

안노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손에 넣는다는 것이 바로 스테이터스인 것이지요. 좋지 않다고 생각이 되는 게, 그 정보의 진의도, 과연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도 모른 채, 그저 먼저 입수해서 그것을 타인에게 정보로서 전달한 자가 승자가 된다. 그런 풍조가 있지요.

노비 하지만, 정보의 진의라는 것도 저로서는 큰 흥미가 없네요. 왜냐하면, 안노씨가 정말로 생각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기분이 관계가 없다는 것은, 속내(本音本音)로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니까 그 정보의 진의라고 하는 것은, 예컨대 지금 여기서 안노씨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한다는 것이겠지요.

안노 그런 게 아니고, 가치. 자신에게 있어서의 가치.

노비 그런 거라면 굉장히 잘 알지요.

안노 그러니까, 타인에게 그것을 전한다는 것에 의해서,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것이 있느냐는 것이, 전혀 알 수가 없다. 그 정보가 자신에게 있어서 얼마나 되는 정보인가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 그걸 알기도 전에 흘려보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부터 한다. 그러니 일단 정보를 가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 되고.

노비 객관적으로 모를 뿐만이 아니고, 주관적으로도 알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안노 둘 다 모르는 사람들이 요새 많지만, 그런 사람들에 한해서 정보를 방류하고(垂れ流し) 있는 것입니다.

노비 광고탑으로서. (웃음)

안노 어떤 미디어라면, 그런 사람에게 스테이터스가 모이는 것이겠지요.

노비 그러니끼 이 특집도 일단 그 『에반게리온』을 만든 안노 히데아키가 만든 『러브 앤 팝』이라는 식으로 기획된 것이겠지요. 저는 그것이 스테이터스로서 일단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저도 일단 작가이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이, “안노 히데아키가 누〜구?” 막 이러면서, “어, 저기서 뭐 영화 하고 있으니까 보고 갈까?” 하고 씩씩하게 들어가서, “아〜 재미있었다, 끝” 이런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노 그래도, 사람들을 불러들여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브랜드 이름이 필요합니다. 그건 어쩔 수가 없고. 예컨대 이 음식은 먹어도 될까? 싶을 때, 라벨에 아무 것도 안 쓰여 있으면 꽁무니를 빼지만, 유명한 과자 메이커의 이름이 붙어 있다면 “아, 이거는 먹어도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노비 그러니까, 영화관에 가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인력(引力)이라는 것이군요.

안노 그리고 보증서를 보고 싶은 것이군요. 브랜드라는 것은 보증이니까.

노비 그런데 브랜드밖에 보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거죠.

안노 물론 그래서야 안 됩니다만, 하지만 우선 브랜드가 먼저 나오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자주제작으로, 그때그때 와주시는 분들만 봐주면 그만인 규모의 것이라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돈이 나름대로 들 것이고, 그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작업이 앞으로도 남아 있는 이상, 이런 작업도 (인포메이션) 해야 한다. 그게 영화를 만들 돈을 대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니까. 그리고 영화를 봐주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인포메이션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된다. 이런 느낌의 작품이니까 괜찮으시다면 봐 주세요, 라는 것이 제 스탠스. 그러니까, 절대 맛없는 요리는 아닙니다. 괜찮으시다면 맛있게 드세요. 그 대신 돈을 이만큼 받겠습니다. 해서 이렇게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노비 하지만 영화표는 싸잖아요. 1600 엔 조금 넘으니까요.

AM 이 기사도 620 엔어치 가치가 있는 것을. (웃음)

노비 싸네요. 가볍다는 느낌.

안노 잡지라는 것은 이 기사 단품으로 파는 것이 아니잖아요. (웃음)

AM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