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펼친 하얀 에바 8체가 머리 위를 선회했다.
이 몸은 별로 사격 센스가 없다. 기동 전에 1기밖에 격추하지 못했다.
…………
휘리릭, 홀로그램 석판들이 책상을 에워싼다.
『 롱기누스의 창을 잃은 지금, 릴리스에 의한 보완은 불가능. 유일한 릴리스의 분신, 에바 초호기로 수행하기 바란다 』
석판의 고리 밖에서 일이 어찌 돌아가나 지켜본다. 위치를 보아 내 눈앞의 석판은 【01】이겠지.
「제레의 시나리오와는 다릅니다만…」
깍지 낀 손으로 입을 가린 겐도씨가, 나지막히.
「사람은, 에바를 탄생시키기 위해 존재했던 것입니다」
후유츠키 부사령은 등줄기를 꼿꼿하게 펴서, 늙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사람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위한 에바 시리즈입니다」
사도를 물리친 뒤 에바의 활용법으로 우주개발을 제안했다. 자력으로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고, 추진제 없이 우주공간을 비행할 수 있고, 재돌입도 손쉽다. 소행성을 지구권까지 견인해 오거나, 가스행성으로 자원을 채취하러 가거나, 그런 일들이 가능할 것이다.
너무 커서 우주유영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우주정거장 개발, 인공위성 궤도투입 등 대활약할 것임이 틀림없다.
싱크로나 제어방법의 문제가 남아 있으니,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유지비도 아직 드높다. 허나 인간은, 좁아터진 지구로부터 독립해야만 한다.
『 우리는 사람의 모습을 버리면서까지 에바라는 이름의 방주에 타지는 않겠다 』
『 이것은 통과의례인 것이다. 폐색한 인류가 재생하기 위한 』
『 멸망의 숙명은, 신생의 기쁨이기도 하다 』
『 신도 인간도, 모든 생명이 죽음으로써 이윽고 하나가 되기 위함이다 』
평소의 그 포즈를 조금도 무너뜨리지 않고, 겐도씨가 입을 열었다.
「죽음…은, 아무 것도 낳지 않습니다」
『 죽음은…, 자네들에게 주도록 하지 』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조명이 켜지면, 이 사령실이 이렇게 작았나 느껴져 신기하다.
선글라스를 벗고, 겐도씨가 나를 바라본다. 제레를 상대할 때는 특히 렌즈 색이 짙다.
「우리의 과오를 바로잡을 때가 왔다. 그렇지, 유이」
네에, 라며 수긍.
모든 것은 내 각오가 부족했기 때문에 꼬이고 일어난 인재였다.
그런 의미에서는, 겐도씨마저도 피해자였다.
허나, 나와 죄를 나누는 것이 그를 지탱해주는 것이라면, 그런 고해조차 받아줄 수 없다.
모든 것을 내 마음 속에 담은 채 매듭을 지어야 했다.
「초호기를 찍어서 지정한 걸 보니, 여기서 실행할 생각인가 보네요.
그렇다면, 여기서 박살내주도록 하죠. 인류보완계획을」
으음. 고개를 끄덕이는 겐도씨를 남겨두고, 케이지로 향했다.
***
―― 우리는 사람의 모습을 버리면서까지 에바라는 이름의 방주에 타지는 않겠다 ――
이 말이 뇌리에 새겨져 떠나질 않는다.
불완전한 군체인 인류를 완전한 단체로 진화시키려는 인류보완계획과도 모순되는 말.
―― 신도 인간도, 모든 생명이 죽음으로써 이윽고 하나가 되기 위함 ――
곧바로 그 말을 부정하는 것 같은 이 말. 그런데 이 말도 사실 보완계획과 모순된다.
신이 릴리스라면, 그것은 릴리스로의 환원에 다름아니다. 릴리스는 인류와는 다른 가능성을 시험할 것이다. 인류로서는 신생이 아닌 그냥 멸망이다.
이것도 저것도 모순되는 것은, 제레에게 있어서도 인류보완계획이 구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까. 혹은, 제레도 한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일까.
어쨌든 간에, 별도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
A-801 발령과 동시에, 마기에 대한 해킹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도조차 깔끔히 물리친 마기 오리지널과 아카기 모녀 앞에서, 5대 1 정도의 피아전력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식간에 쫓아내고, 오히려 마기 카피들을 이쪽의 지배하에 넣어 버렸다.
혹시 하얀 에바의 기동을 저지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알아보았지만, 윙캐리어는 날아오른 뒤 무선봉쇄 상태. 자율구동이 가능한 양산기는 이제 물리적 수단으로밖에 막을 수 없는 듯하다.
…
초호기로 광역전개한 AT필드로, 공격해 오는 전략자위대를 막아세웠다. 내 실수로 하마터면 거기에 아이들이 타고 있는 육상경순양함 따위가 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무겁다.
오산이었던 것은, 전략자위대의 전개가 예상 이상으로 빨랐던 것이었다. 초호기를 지상에 사출했을 때는 이미 몇 개 부대가 지오프론트까지 침입해 버렸다. 그래서 미사토씨를 본부동 방어지휘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레는 역시, 이쪽의 반역의 뜻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마기를 공략할 수 없는 것도 다 고려 범위 내였을지도 모른다.
여기가 전장이 되었기에 시가지로의 진공은 없었지만, 주변 게이트는 거의 제압되었다. 한동안은 초호기로 공갈쳐서 묶어놓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꽤 많은 전자병이 지오프론트에 침입한 것 같다.
『아스카는?』
미사토씨의 목소리가 냉엄하다.
지오프론트는 몰라도, 침입자 요격시스템이 깔려 있는 본부동 공략은 쉽지 않겠지. 아무리 그래도 군대를 상대로 네르프 직원들이 대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303병실에서 병수발 중입니다 』
켜놓은 채의 모니터가 발령소의 모습을 알려준다. 지금 나는 전자가 더 이상의 진공하는 것을 막기에 급급해 그 이상은 할 수 없다. 겐도씨의 일본정부 흔들기가 효과가 있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상관 없으니까, 모친째로 이호기에 태워』
『 하지만, 현 상태로는 에바와의 싱크로는 할 수 없습니다만!? 』
『거기 냅두면 확실히 죽임당할 거야. 숨기려면 에바 안이 차라리 최적이야』
뭐어, 기동시키지만 않는다면 별 일 없겠지.
라져. 라며 마야씨가 콘솔 쪽으로 돌아선다.
『 크랑케의 투약을 중단. 발진 준비 』
『아스카를 수용하면, 에바 이호기는 지저호수에 숨겨. 금방 발견되겠지만, 케이지보다는 낫겠지』
상공에서 날아드는 낙하물을, 초호기의 시각이 포착했다. N²폭탄 같다.
한 순간, 저걸로 전략자위대를 싹 쓸어버릴까 사악한 생각이 들었지만, 재고. 원한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다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깨워 주는 것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겠지.
AT필드의 비탈로 유도된 N²폭탄이 전자부대 상공에서 작렬한다.
…
……
반사적으로 엎드린 전자병들이, 초목 하나 살랑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을 들었다.
공중에서 피어오르는 폭염, 그리고 자기들을 지키려는 듯 번쩍이는 빛의 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과장된 몸짓을 보여주고 나서, 육안에 시인될 수 있도록 광파를 방사시킨 AT필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뒤이어, 대륙간탄도탄이 비처럼 내린다.
이쪽은 세세히 유도할 수 없다. AT필드에 각도를 실어 제3신동경시 주변으로 분산시켜야 할까.
사각뿔 지붕을 뒤집은 것을 이미지한다.
맞은 위치가 나빴는지, AT필드에 접촉하자마자 폭발한 것들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 흩어져서 이것들도 전자부대 상공에서 폭발했다.
보아하니, 무언가 확신하게 된 것인지, 띄엄띄엄 서서 구경하는 전자병들이 생긴 것 같다.
…
방금의 시연회가 효과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제3신동경시를 포위하고 있던 전자부대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설마 싶어 확인했더니, 마기가 예측한 윙캐리어 도달시각이 얼마 안 남았다.
신장이 40 미터에 달하는 에반게리온이 전력으로 날뛰면, 그 행동반경은 N²폭탄 피해범위를 훨씬 넘는다. 아니, 애초에 예상할 수가 없다.
지오프론트에 자기네 병력을 남겨놓고 퇴각하다니, 윙캐리어의 도달은 시간문제다.
***
아무리 초호기라도, S²기관이 탑재된 에바 8기에 에워싸이면 난감하다.
포지트론 라이플을 난사하며, 교외 방향으로 뛰쳐나간다.
풀 가동은 아니지만, 일단 S²기관에 시동을 건다. 기동전이 될 테니, 엄빌리컬 케이블을 질질 끌고 있을 수 없다.
『 8번에 소닉 글레이브 나갑니다 』
휴가씨의 준비, 미사토씨의 지시에 따른 건가. 지오프론트에 진입한 전자부대도 아직 다 제압하지 못했을 텐데.
라이플을 내던져 버리고, 무기고빌딩에서 소닉 글레이브를 꺼낸다.
충분히 시내에서 멀어진 뒤 돌아보니, 하얀 에바들이 막 내려앉고 있었다. 전술도 연계도 아무 것도 없는 낙하위치. 고마워라.
개중에 무방비로 혼자 떨어져 있는 1체를 덮쳐, 목을 베었다. 그 즉시 흉곽을 가르고, 들여다 보이는 코어를 무찔렀다.
플러그까지 뽑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달려온 1체가 대검을 내리쳤다.
이미 폐사한 사체를 걷어차 날리자, 직격하여 같이 쓰러졌다.
다소 늦게 도착한 1체가 참격을 가해 온다. 조금만 돌아서 왔으면 쓰러진 아군을 신경써서 공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기색이 티끌만치도 없다.
동료를 구한다는 감정이 없는 것 같다.
다리를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그 다리를 그대로 박차, 막 일어나려던 양산기를 역가사로 베어 버렸다. …손맛이 얕다. 치명상은 아닐 것이다.
숨통을 끊는 것을 일단 포기하고, 다리를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슬슬 포위되기 시작했다.
연계공격을 할 정도의 지능은 없는 것 같지만,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감당할 수 없다.
『 【요미카제】가 탈취당했습니다! 』
『뭐라고!』
지오프론트도 고전하는 중인 것 같다.
지저호수에 정박해 있는 호위함이 탈취당했나 보다.
일단 네르프 선적인 그 군함은, 필요에 따라 유엔군 인원을 빌려 운용하고 있다. 다만 대인사도가 지오프론트까지 진공했을 때 이후로 반 임전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무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A-801 발령에 의해 유엔군이 손발이 묶였다고는 하지만, 전자의 승함을 내버려둘 의무까지는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빨리 탈취당했다라. …아니, 애초에 강탈 대상으로 선택된 것 자체가 유엔군과 전략자위대 사이의 연줄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버추얼 디스플레이에는 제3신동경시의 부감도가 표시되어, 각 에바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도시 안팎의 관측기기가 무사하고, 마기가 인공위성을 확보해준 덕분이다. 레이다 전파방해가 다소 있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양산기를 포착, 분단시키기 위해 AT필드를 쳤다.
편의상 【#3】로 넘버링된 하얀 에바에게 질주해, 필드를 중화로 바꾸고 흉곽을 찔렀다.
손에 느낌이 왔다. 날을 찔러넣고 걷어차자, 양산기 6기가 겹치듯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개중 1기는 좀전에 결정타를 먹이는 것을 포기했던 놈이다. 그사이 회복되었다.
다시 AT필드를 쳐서 가로막고, 거리를 두면서 일부만 해제. 그 틈새로 1기가 쳐들어오면 다시 필드를 친다. 쳐들어온 것은 【#6】.
이렇게 1기씩 쓰러뜨려 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시간을 벌기 위해 뒷걸음질치는데, AT필드가 중화되었다.
발이 묶여 있던 나머지 5기가 눈사태처럼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시 같은 수법은 다시 먹히지 않는 건가.
허리춤에서 떼어낸 N²폭탄을 【#6】 쪽으로 내던지고, AT필드로 감쌌다.
감작스러운 섬광에, 달려오던 나머지 5기가 멈춰섰다. 그 틈에 【#6】에게 결정타를 먹인다.
가로막기 위해 다시 한 번 AT필드를 쳤지만, 곧바로 중화당했다. 참 감격스럽게도, 의도적으로 필드를 중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본능적으로 장애물을 치우려는 것 뿐이다. 필드를 친 위치를 밟아 넘자, 담박히 중화를 때려치운다. …역할분담을 해서 이쪽의 AT필드를 중화하거나 했으면 버틸 수가 없었겠지.
거의 횡대 일렬로 늘어선 양산기들의 측면으로 돌아, 거리를 잡는다.
분단을 노리고 연거푸 빠르게 AT필드를 쳐 보지만, 간발의 차로 계속 중화되어 효과가 없다.
여기서 무장빌딩이 견제공격을 해주었으면 싶지만, 생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스카의 말대로 초호기의 에이비오닉스를 바꿔뒀어야 했다…. 이호기를 잃은 대신 초호기를 탈 수 있게 된 아스카가 그렇게 제안했었다. 앞으로는 초호기에 탈 생각이었던 걸까.
내게 몰려오는 선두는 【#5】. 즉각 그 후방으로 중력차단 AT필드를 깔았다.
자기들을 끌어당기는 중력을 잃은 4기가 관성의 법칙에 의해 휙 날아간다. 지구 자전방향과 반대로 달려오고 있었기에 효과가 적지만, 그래도 음속에 가까운 것이다.
내려치는 대검을 피하고, 흐름을 탄 그대로 가사베기.
조금 얕다. 베인 상처에 손을 집어넣어 코어를 깨뜨렸다.
『 15번에 포지트론 라이플 나갑니다 』
그렇군. 날개를 펼치고 자세를 바로잡던 양산기들이 무심하게 착지하고 있다. 이 틈을 노리지 않을 수 없지.
소닉 글레이브를 땅에 꽂고, 가장 가까운 【#2】에게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
초탄이 명중했나 싶더니, 차탄부터 AT필드에 막혔다. 스윽 앞으로 나온 【#8】의 소행 같다. 동료를 감싸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깔았던 중력차단 AT필드는 순식간에 중화되었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가 된 【#1】를 노렸지만, 방아쇠가 헛친다. 잔탄 제로다.
포지트론 라이플을 집어던지자, 하얀 에바들이 히죽. 비웃었다.
양산기들의 학습능력은 높은 것 같다. 한 번 사용한 전법은 다시 통하지 않고, 팀워크도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이 상태였다면 승산이 없었겠지만, 이제 남은 건 4기. 어떻게든 되겠지.
소닉 글레이브를 뽑아들고, 하얀 에바들을 향해 내달렸다.
지금까지의 경향에 따라 거리를 둘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약간 반응이 둔하다.
S²기관을 전개. 그리고 빛의 날개를 펼친다.
물리적으로 다운포스를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지금 목적은 콘덴서 대용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다.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초호기의 힘을 숨겨 왔지만,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
대검을 겨누며 받아들이는 자세의 【#8】. 포위하듯 전개된 나머지 3기.
소닉 글레이브를 내려칠 것처럼 동작을 보여주고, 질주하던 기세로 그대로 다리잡아메치기. 그 등 뒤에 전개된 디랙의 바다로 함께 뛰어들었다.
느닷없이 무중력 상태에 내던져진 양산기가 당혹한 듯 팔다리를 버둥거린다. 금세 균형을 잃고 복잡하게 스핀하기 시작한다.
하얀 에바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왼팔을 그 오른팔에 감았다.
에너지가 잔뜩 누적된 빛의 날개와 맞바꾸어 전개한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일단 벗어나면 다시 접근할 수단이 없다. 디랙의 바다를 전개하고 있는 동안에는, AT필드를 사용할 수 없다. 허수공간을 안쪽에서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닉 글레이브를 짧게 잡고 휘두르자, 물미가 AT필드를 두드렸다. 이렇게까지 밀착된 상황에서 사이에 끼우듯 AT필드를 칠 수 있는 요령이 없었기에 초호기와 함께 집어심켜진 것이다.
허나, 테이크백이 충분하지 않았던 듯, 베어낸 곳이 얕다.
그대로 흉곽을 찢어내고, 직접 코어를 깨뜨린 순간, 디랙의 바다가 울리며 진동했다.
설마. 하는 순간, 제3신동경시로 돌아왔다. 【#8】을 밑깔개 삼아 덮은 자세. 회복된 버추얼 디스플레이가 주위를 3기의 에바가 둘러싸고 있음을 알려준다.
3기 각각 동심원 모양의 빛의 벽을 받들고 있다. 안티 AT필드인가.
설마 이렇게 빨리 디랙의 바다를 파훼할 줄이야.
양산기의 학습능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저번 세계의 세 사람이 싸운 것을 보았을 때는, 이 정도의 강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S²기관을 탑재하고 회복력이 높은 것 이외엔 특필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 또한 내 판단착오의 결과, 무언가의 반작용일까? …가능성 높다.
어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내버려둘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깔고 앉았던 【#8】에게 숨통이 졸렸다. 양손으로 졸랐다면 견딜 수 없었겠지만, 오른팔을 봉쇄해 둔 덕분에 왼손 뿐이다. 게다가, 악력에 비해 그다지 숨이 막히지 않는다. 목적은 발을 묶는 것인가.
안티 AT필드를 해제한 하얀 에바들이 동시에 3방향에서 참격을 휘둘러왔다.
순간적으로 【#8】의 우반신 아래로 중력차단 AT필드를 깔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뒹굴어 자세를 맞바꾸었다.
내 대신 방패가 된 【#8】의 몸에, 충격. 거의 동시였는지 충격은 한 번 뿐이다.
바라보니, 칼끝 하나가 어깨죽지로 찔러들어와 있었다.
나머지 둘은 아마 왼쪽 옆구리와 오른다리를 베인 것 같다. 같다 라는 것은, 자세 탓에 보이지 않는데 옆구리와 오른다리가 아파와 추측한 것이다.
【#8】의 몸 아래에서 기어나와, 오른다리만으로 도약해 거리를 벌린다.
추격하듯이 내던져진 대검을 AT필드로 막았다. 그 순간 형태가 바뀌더니, 롱기누스의 창이 되어 필드를 꿰뚫으려 한다.
AT필드를 겹쳐 포갰다. 각도를 실어 창끝을 피한다. 그 사이 한 번 더 옆으로 도약했다.
롱기누스의 창은 벡터를 돌리기 위해 소규모 원격전개한 미끼 AT필드를 뒤쫓듯이 날아갔다. 그 기세라면 대기권을 돌파할 것이다. 달에서 오리지널과 사이좋게 지내렴.
정신을 차려 보니, 무장빌딩에서 발사된 유도탄들이 추격자들의 기세를 견제해 주고 있다. 지오프론트 쪽도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을 텐데,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S²기관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세포분열로 돌려, 초호기의 치유를 촉진한다.
플러그 안에 붉은 혈액이 구름처럼 뻗쳤다. 옆구리와 허벅지의 절창에서 출혈하고 있다. 다행히 깊이 베인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아쉽지만, 이 육체에는 S²기관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세포가 없다. 초호기의 영향으로 보통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중인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세포분열 속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시선 끝에서 일어선 【#8】.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무슨 계책을 내놓아도 즉각 대응한다. 여기에 롱기누스의 창까지 들고 나오면 결국은 압도당할 것이다. 초호기는 모르겠지만, 내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 어떻게든 양산기가 에바의 제약 안에서 싸울 때 끝장을 내야만 한다.
…
가능한 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 육체를 녹여 초호기와 완전히 일체화될 수밖에 없나.
사람의 정신의 제약을 유지해서는, 초호기의 다 능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론상으로는 자기 AT필드를 전개하면서 상대의 필드를 중화하는 것조차 가능한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긴고아를 벗기고, 사도로서의 초호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자, 갈게. 초호….
!
자아경계선을 지워 없애려던 그 순간, 제3신동경시가 진동했다. 지오프론트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은 흔들림.
「뭐야…?」
『 이호기, 기동! 』
그 보고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질 수가 없다고! 너희 같은 것들한테!』
발령소를 경유해 들려오는 포효는, …아스카!?
『으으랴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제3신동경시를 미진이 덮친다.
양산기들도 무언가 불온한 공기를 감지했는제, 움직임이 멎었다.
달려들며 나이프를 장비. 가장 가까운 【#1】을 베고, 【#8】과 【#2】의 사이로 다이브. 소닉 글레이브를 움켜쥐고 앞구르기. 막아서는 【#4】를 때려눕히고 달려나갔다.
『미사토오, 빨리이!』
『21번 사출, 서둘러!』
버추얼 디스플레이에 이호기의 출현위치.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 초호기가 있던 부근. 지금은 양산기의 등 뒤를 찌르는 위치다.
돌아보고 양산기들을 향해 나이프를 던진다. 이쪽으로 주의를 끌어야 한다.
록을 끼울 여유도 없었는지, 이호기가 리니어 캐터펄트의 사출 기세 그대로 상공으로 쏘아올려졌다. 그대로 수직낙하하는가 싶었는데, 상상도 못한 이쪽을 향한 날아차기 자세. 아무래도 AT필드로 유도하는 것 같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유인하다가, 양산기의 AT필드를 중화하며 땅을 박차 물러섰다.
등 뒤에서 【#1】를 걷어찬 이호기는 【#8】를 휩쓸고, 【#2】를 튕겨버린 뒤, 일어나려는 【#4】를 치어 넘어뜨린 채 외륜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뭔가, 처음 세계의 분열사도전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아스카쨩, 끝장을 내 버려!」
내가 던진 소닉 글레이브를, 돌아보지도 않고 이호기가 붙잡았다.
『맡겨만 달라고』
【FROM EVA-02】 통신창 속에서, 아스카의 섬즈업. 복좌식 엔트리 플러그에 앉아 있다. 뒷좌석에 앉은 쿄코씨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니, 의식을 되찾은 것 같다.
자아경계선을 넘어 에바에서 귀환한 쿄코씨라면, 이호기를 직접제어할 수 있다. 그 쿄코씨를 코어에 봉인된 인격으로 삼아, 아스카는 간접적으로 이호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 16번에 스매시 호크 나갑니다 』
무기고 빌딩에서 스매시 호크를 낚아채, 일어나려는 【#4】를 베어올린다.
상반신과 함께 떠오른 양산기의 코어를 발로 걷어차고, 바로 뒤이어 스매시 호크를 내려찍었다.
『10시 방향』
미사토씨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포획용 와이어에 휘감겨 붙잡힌 【#2】의 모습. 아무래도 지오프론트 쪽은 결착이 난 것 같다.
억지로 와이어를 뜯어내는 양산기를 노려, 스매시 호크를 던졌다. AT필드로 유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필드 중화로 전환한다.
막을 수 있다는 듯 실실 웃던 얼굴을 반으로 쪼개며 스매시 호크가 박혔다.
도움닫기를 딛고 도약한다.
모든 질량과 중력가속도를 다리에 싣고 짓밟은 것은 스매시 호크의 도끼머리. 장갑 너머 양산기의 몸을 그대로 양단했다.
돌아보니, 이쪽보다 약간 빨리 끝장을 본 듯한 이호기가, 이쪽으로 달려오려던 자세를 풀고 팔짱을 꼈다. 왠지 억울하다는 모습.
…아스카는 아마, 충분히 날뛰지 못한 것이겠지.
계속 つづく
2007.09.03 PUBLISHED2021.11.15 TRANSLATED
2021.11.29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世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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