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31일 월요일

「ASUKA」 A파트

애비가 갑자기 해외로 전근갔다.
그것을 들은 것은 전근가기 이틀 전 일이었다.
「내일모레 독일에 간다. 언제 일본에 돌아올지 정해지지 않았다. 넌 어쩔거냐
내일까지 결정해라」
집에 들어오자마자 애비는 그렇게 내게 통보했다.
독일?
순간 무슨 농담인가 싶었지만, 이 애비가 농담 같은 것 할 리가 없다.
「잠깐 있어 봐, 독일이라니……」
……독일이 어떤 곳이지?
옛날에 히틀러가 있었던 나라.
유럽에 있고, 지도에서는 이탈리아 근처에 있었던 것 같고.
축구를 잘 하고, 비엔나 소시지와 맥주가 맛있다고.
게르만인지는 또 뭐였더라?
인삿말조차 전혀 모른다.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기 싫어」
나는 즉답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할 만큼 뜨거운 소울 같은 거, 나한테는 없다.
「그러냐」
애비는 깔끔히 수긍하고는, 주머니에서 메모 한 장을 꺼냈다.
「이 집은 팔아치웠다. 즉, 네가 살 집은 없어진다는 거다.
그래도 일본에 남고 싶다면 이리로 가라」
메모를 내게 건네고, 애비는 자기 방 쪽으로 가 버렸다.
「…………」
미리 메모를 준비해둔 멋진 솜씨가 수상했다.
애비는 애초부터 나를 일본에 남겨둘 생각이었음이 틀림없다.
받아든 메모에 눈길을 준다.
제3신동경역전 14시
메모에는 그 뿐이었다.
뒤집어 보아도 달리 아무 것도 없다.
「…………」
이번에야말로 무슨 농담이겠지.
이것이 농담이 아니라면, 나는 모레 오후 2시부터 역전에서 선명하고 강렬하게 노숙자 데뷔를 하게 된다.
「아버지!」
평소에는 입에 담지도 않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뒤를 쫓았다.
애비는 방 문을 여는 자세에서 멈추어, 얼굴만 내 쪽으로 돌렸다.
「역 14시라니 무슨 소리야, 게다가 왜 제3신동경인데! 너무 멀잖아!」
필사적으로 떠드는 나를 힐끗 보고는, 애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거기 적힌 대로다. 제3신동경역에는 교통기관을 사용하면 바보라도 갈 수 있지.
……신지, 너라도 말이다」
「그러니까 그 소리가 아니잖아……!」
콰앙
문이 닫혔다.
닫히는 순간, 애비의 뺨이 씨익 일그러지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문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가면 안다. 문제 없다」
 
 
 
 
방송에서 목적지인 역명을 알려왔다.
혹시 모르니, 메모용지를 꺼내들고 틀림이 없는지 확인한다.
제1도 제2도 아니고 제3신동경.
뭐어 틀림은 없는 건가……….
전차에서 내려서, 일단 사람들의 대세가 흘러가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쫓아가면 개찰구가 나오겠지 생각하고 적당히 걷는다.
꽤 큰 역답게, 어디로 가야 할지, 나 혼자서는 헤메어 버릴 것 같다.
애비의 메모를 보면, 오후 2시까지는 역전에 도착해야 한다.
결국 자세한 것을 캐묻기도 전에 애비는 공항으로 도망가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은 이미 텅 비었고.
전날 포장해 둔 내 짐까지 포함해서 몽땅 깨끗하게 사라졌다.
물러날 데가 없다는 것이다.
라기보다도, 물러나게 해줄 의사도 없을 것 같다.
생각하자니, 불안감 이상으로 복장이 뒤집힌다.
그러고 보니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우리 집의 드라이한 부자관계를 새삼 크게 깨달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개찰구가 눈 앞이었다.
개찰기에 표를 넣고 개찰구를 나온다.
시계를 보면 바늘이 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딱 좋은 시간대다, 라고 생각하며 역전으로 나왔다.
「………」
사람 많네.
상상 이상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나로서는, 무슨 이벤트라도 있나 생각될 정도로 많은 군중이었다.
역으로 오는 사람, 역에서 나가는 사람,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약속을 기다리는 것 같은 사람들도 꽤 있다.
일단 나는 역 출입구 주변의 벽에 기댔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촌티를 내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애비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마중나올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있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하지만, 있다고 해도 나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 이전에 내 얼굴은 알고 있을까?
「……………」
멍하게 서 있기만 하자니, 펄펄 불안이 끓어오른다.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뭔가 하지 않으면…….
찾아냄 당하지 못할 경우, 그 즉시 집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릴 터다.
애비가 체크카드를 주고 가긴 했지만, 어차피 얼마 들어 있지 않을 것이다.
14세에 골판지 하우스 데뷔라니, 농담하지 말라고.
나는 약속을 기다리는 듯한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에게 닥치는 대로 말을 걸어볼까.
그런데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해도,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내가 모른다.
「혹시 저와 약속하시지 않으셨나요?」
라고 물었다가, 되도 않은 헌팅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건 또 죽어도 싫다.
으음…….
어쩌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아도, 쓸데없는 발악임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나는 근처의 빈 벤치에 앉아서, 일단 어찌할 바를 모르기로 했다.
아무튼 침착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대체가, 그냥 역에만 가라니 이상한 이야기다.
혹시 모르지만 진짜로 버림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사실이라면, 친척도 그 밖에 기댈 곳도 없는 나는 아주 곤란해진다.
으ー음……….
벤치의 팔걸이에 턱을 괴고, 현 상황의 확인에 열심이었던 그 때.
시선 끝을 그림자가 덮었다.
 
 
「너, 이카리 신지?」
돌연, 이름을 불렸다.
번쩍 얼굴을 드니, 외국인 같은 여자애가 눈 앞에 섰다.
푸른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손에는 내 사진을 들고.
「마중 나왔어. 가자」
여자애는 그렇게 말하고, 홍차색 장발을 흔들며, 내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앞서 빨리 걸었다.
「앗……」
놀라고 있을 틈도 없이, 나는 황급히 벤치에서 일어서, 종종걸음으로 뒤를 쫓았다.
왜 또 외국인?
……게다가 일본어 잘 해.
급하게 여자애를 따라잡아, 그 흰 옆얼굴에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뭐」
여자애는 어딘가 부루퉁해 보인다.
나로서는, 샐러리맨풍의 성인 남자를 상상하고 있었기에 당혹스럽다.
이 여자애가 애비의 지인이라니, 조금 믿기 어려웠다.
「아버지의 지인인가요? 회사 사람이라거나……?」
내가 묻고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옆을 걷고 있는 여자애는, 어른스러운 분위기는 있지만 도저히 사회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리 없잖아, 나 아직 중학생이야. 아니면 네 부모 회사에선
중학생이 일하고 있어?」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뭔가 맵다.
「그리고 지인인 건 미사토지 내가 아니야. 급한 용무인가 해서 올 수 없게 되었다고
사정사정 해서 내가 대신 마중 나와준 거야. 벼ーーーー얼 수 없잖아」
여자애는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 그렇구나, 뭐라 해야 하나………, 미안」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네」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총총 앞으로 걸어 나간다.
「…………」
왠진 모르겠지만, 꽤나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이렇게 불합리한 화풀이를 당하게 되다니, 생각도 못한 일.
아무래도 울컥했지만, 일단은 참자.
멍청하게 분노를 사 버렸다가 날 두고 그냥 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본전도 못 건진다.
결코 여자애에게 위축당했다거나, 무섭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야.
그래, 이건 살아남기 위한 시련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나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자애의 뒤를 벌벌 떨며서 따라갔다.
 
 
역에서부터 걸어서 20분.
우리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거북함도 한계에 가까울 무렵, 여자애는 어느 뻑적지근한 맨션 앞에 멈춰 섰다.
홱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눈을 홉뜨고 부라렸다.
무, 무서워……….
가위눌려하고 있는 내게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이 맨션 906호실이 미사토 집. 너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마 조금만 있으면 본인이 돌아올 테니까」
무언가를 내 쪽으로 던졌다.
받아든 그것은 카드키였다.
「자, 그럼 나는 갈 거니까, 아무도 없다고 방 안에 뒤져보거나 하지 마」
「아, 안 해. 그런 짓……」
내 대답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여자애는 발뒤꿈치를 돌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저기, 고마워」
일단은 사례의 말을 했다.
그러자 여자애가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너, 특히 원숭이 마스코트가 걸려 있는 문 열었다가는, 죽여 버린다」
그렇게 내뱉고, 여자애는 이번에야말로 가 버렸다.
「원숭이………?」
지금 원숭이라고 했나?
으ー음, 뭔 소리래…….
생각해 봤자 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뭐, 됐나.
그런 것보다도, 불편한 기분에서 해방된 것에 우선 한 시름 놓았다.
예쁘지만 무서운 여자애의 뒷모습을 눈으로 배웅한 후, 나는 받아든 카드키를 손에 들고
맨션으로 들어갔다.
처음 보는 고급맨션의 호화로움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9층 단추를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좀전에 여자애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906호가 미사토 집…….
이름이 미사토라고 했으니, 여자인가?
이름을 들어도 감이 오지 않는 걸 보니, 역시 내가 모르는 사람인가 보다.
애초에 그 애비와 내가 함께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멎고 문이 열렸다.
「906, 906……」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 901호.
나는 문의 개수를 헤아리면서 복도 안쪽으로 나아갔다.
『906호실・카츠라기 미사토』
있다.
복도 꺾이는 곳, 최고 명당 자리가 906호실이었다.
「카츠라기씨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혼자 들어가자니 주눅들지만, 상대가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별 수 없다.
나는 손에 든 카드키를 문에 붙은 슬릿에 통과시켰다.
작은 전자음에 이어, 찰칵 하는 잠금쇠 풀리는 소리가 났다.
「대단……」
처음 보는 자물쇠 시스템에 감탄.
이런 고급맨션에 살고 있으니, 미사토라는 사람은 상당한 부자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손잡이를 당겼다.
「……………」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 그것이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현관에는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이 흘러넘치고 있다.
바야흐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살펴보니, 봉투 안에는 타는 쓰레기・불연소 쓰레기가 다 뒤섞여 있다.
넉넉히 30초 정도 굳은 뒤, 나는 간신히 제정신을 되찾았다.
……워, 워낙에 바빠서 쓰레기 버릴 시간도 없는 거겠지.
그래, ……이렇게 좋은 집에 살 정도면 일에 쫓기거나 하겠고…….
억지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나는 우선 현관 문을 닫았다.
쓰레기를 구석으로 밀어내고, 신발을 벗어둘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한다.
「실례하겠습니다아……」
기운을 추스르고 복도에 올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딱히 켕기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소리 나지 않게 까치발로 걷고 있는 건 또 왜일까?
현관에서 거의 정면인 방의 문에는 원숭이 마스코트가 매달려 있었다.
여자애가 말했던 게 이건가?
뭐, 상관없지…….
그 원숭이 마스코트를 힐끔 보기만 하고, 왼쪽으로 꺾인 복도로 나아갔다.
거실은 복도 가장 안쪽에 있었다.
열려있는 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고.
「…………뭐, 뭐야 이게」
무의식중에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거실이란 리빙 룸이 아니었던가……?
정확히는 몰라도, 분명 널리 사람을 편안히 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방이 거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 앞의 광경은 그런 것 따위 티끌만치도 느낄 수 없게 하는 상태였다.
넓은 방 가득히 잡지, 벗어던진 옷, 과자 부스러기, 그 외 잡다한 것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여기서?
여기서 날더러 지금 기다리라는 거야?
일단 소파는 있다.
있기는 하지만, 온갖 물건들이 그 위를 점령하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돼지우리.
냄새는 나지 않으니 그 점만은 이쪽이 좀더 낫겠지만.
상당한 저항감이 들었으나, 일단 방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집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파 위에 쌓인 것들을 융단 위에 내려놓고, 빈 공간에 앉았다.
풀풀 날리는 먼지는 일단 못 본 셈으로 쳤다.
앉은 자리에서 정면을 보녀 부엌이 보인다.
개수대에는 컵이 예술적이라고 해야 할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저렇게까지 절묘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컵을 쌓는 기술을 마스터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말인즉슨, 이곳의 거주자께서는 일상적으로 컵을 설거지하지 않는다는 말씀 되시겠다.
지긋지긋해서 시선을 돌린 곳에는…………… 펭귄이 있었다.
펭귄 모양 장식물? ……이런 거 들어본 적도 없는데.
상당히 리얼했기 때문에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꾸엑!」
하고 새울음이 울렸다.
「………!!」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다 만 자세로 얼어버린 나를 내버려 두고, 펭귄은 부엌에서 나와 어디론가 가 버렸다.
지, 진짜 펭귄…….
펭귄이 나간 쪽을, 나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이 집 도대체 뭐야.
현관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고, 방은 난장판, 펭귄이 살고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집주인이 그 애비의 지인이라…….
……심상치 않다.
점점 집주인을 만나기가 무서워졌다.
바로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녀왔어ー, 펜펜」
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꾸에ー 하는 새울음이 들린 후, 발소리가 이쪽으로 가까워 온다.
그리고, 거실에 좀전의 펭귄을 껴안은 예쁜 여자가 나타났다.
「아, 있다있다. 처음 보네, 이카리 신지군. 카츠라기 미사토야」
그것이,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새로운 보호자와의 만남이었다.
 
 
「흐ー응, 그렇게 됐구나」
「네………… 일단은 그렇게 된 거예요」
온갖 것들이 쌓여 있는 거실에서, 나는 미사토씨에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이야기했다.
내 앞에는 콜라, 미사토씨의 손에는 맥주, 펭귄의 부리에는 생선.
……미사토씨는 벌써 두 캔 째다.
미사토씨도 우리 애비에게 전화로 덜렁 한마디, 자식이 신세 좀 질테니 부탁한다, 라고밖에 못 들은 것 같다.
이 무슨, 하고 화가 메슥거리지만, 지금은 이미 구름 위에 있겠지.
어쩌라는 거냐고.
미사토씨도 참 용케도 떠맡아준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 살 곳을 좀 소개시켜주셨으면 하는데요……」
「살 곳?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여기 살면 되잖아」
「엑……」
무시무시한 제안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아, 아뇨, 그래도 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되도록이면 학교에서도 가까운 곳이……」
현관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지나쳐온 참상이 뇌리를 스친다.
사실은 학교야 가깝든 멀든 그딴 건 아무래도 괜찮아.
아무리 4LDK의 훌륭한 맨션이라고 해도, 관계 없어.
적어도, 인간답게せめて,人間らしく 살고 싶다.
「아니ー지ー, 신지군. 폐가 될 리 없잖아. 게다가 여기서 중학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 걸」
담박하게 반격해 버리는 미사토씨.
「아, 아뇨, 훌륭한 집이라고는 생각하는데요, 그게……」
역시 면전에서 말할 정도의 용기는 없다.
심히 황폐한 방을, 메시지를 실은 시선으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 방,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고…….
「그치그치?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딱 좋잖아」
……메시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중학생이 혼자 집을 빌리거나 할 수 있을 리 없잖니」
그러니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건뎁쇼…….
「그럼, 결정. 방은 옆에 서양식 방이 비어 있으니까 거길 쓰면 되겠다. 짐은 내일이나 되어야 도착할 거 같고,
오늘은 다른 것보다 한 판 환영회를 해아지ー! ……해서 말인데 신지군, 물건 좀 사러 나가자」
선언하고는, 미사토씨는 내 손을 잡고 현관 쪽으로 끌고 갔다.
질질질질질질질질……….
「자, 신발 신어」
쓰레기 봉투들에 파묻혀가면서, 분부하신 대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등떠밀려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끌려갔더니 미사토씨가 말했다.
「차 가지고 올 테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맨션 앞을 가리키고, 미사토씨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흐앗!!」
전개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질질질질 끌려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이, 이대로는 영 좋지 못하다. 좀 더 확실히 하지 않으면.
미사토씨의 음주운전도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내 장래가 더 큰일이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미사토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 애비의 지인 치고는.
지금도 어쩌면 내가 괜한 걱정이나 긴장을 하지 말라고 신경써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지…….
그 방의 임팩트는 너무 강렬했다.
독신 남성의 홀아비 생활도 저 지경은 아닐 것.
게다가 혼자 사는 편이 역시 마음이 편해서 좋고…….
이렇게 분위기 가는 대로 흘러가 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좋아, 분명히 말하자!
결의를 다진 내 앞에, 미사토씨의 차가 바짝 다가왔다.
새빨간 스포츠카였는데, 차에 흥미가 없는 나는 차 이름은 몰랐다.
내가 조수석에 탄 것을 확인한 미사토씨는 차를 발진시켰다.
「저기, ……미사토씨」
초면에 이름을 부르는 건 좀 쑥스럽지만, 미사토씨가 그렇게 부르라고 주문했다.
「왜ー애?」
「아버지하고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일단은 별 무리 없는 질문부터 던져본다.
「아버지? ……그렇구나, 업무상으로 아는 사이라고나 할까?」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그 애비가 프라이빗하게 미사토씨 같은 사람과 알고 지낼 리가 없지.
도대체가, 어머니와 결혼한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그런가요. ……그러고 보면 미사토씨, 일이 참 바쁘신 거 같네요.
방 정리할 시간도 안 나시는 거 같고」
이제 막 생각난 척 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에ー? 일이야 큰일이긴 한데, 그렇게 막 바쁘지는 않아. 뭐, 방은 좀 어지럽긴 하지」
「…………」
그 지경을 더러 ‘조금’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정신력이 두렵다.
즉, 저 꼴은 카츠라기가에서는 상식이라는 것인가…….
나는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저, 저기요, 미사토씨……」
「자아, 도착했어요ー」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차가 섰다.
밖을 보니, 대형 쇼핑센터의 주차장이었다.
맨션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분도 채 안 걸렸다.
「그럼 갈까, 신지군. 좋아하는 거 뭐든지 사도 좋아」
키를 뽑고 냉큼 차에서 내리는 미사토씨.
말할 타이밍을 놓친 나도 슬금슬금 차에서 내렸다.
어떡하지, 거절하기 힘든데…….
나는 고뇌했다.
미사토씨는 내가 같이 살게 된다고 이미 결정해 놓고 있다.
방이야 청소하면 꺠끗해지겠지만…….
으ー음…….
………….
………….
…………뭐, 괜찮겠지.
일부러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문제가 생기면 그 때 나가 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슬슬 귀찮아져서, 미래에 직결될지도 모르는 문제의
판단을 대충 미루기로 했다.
「신지구ー운, 빨리 와 빨리!」
앞서 간 미사토씨가 부르고 있다.
「아, 네ー에」
나는 미사토씨가 부르는 쪽으로 달려갔다.
 
 
「펜펜, 다녀왔어ー」
「……실례하겠습니다」
미사토씨가 뒤돌아보았다.
「있어 봐 신지군. 실례하겠습니다라니 이상하지. 여기는 이제부터 신지군 집이기도 하니까」
「아, 그러게요. 그럼……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
미사토씨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자아, 그럼 짐을 부엌까지 좀 옮길까」
「넵」
양손 가득 짐을 안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눈에 들어오는 참상.
「잠깐 기다리고 있어 봐」
미사토씨는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슥슥 이동시켜 공간을 만들어냈다.
분명히 매일 식사 때마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느껴졌다.
짐이 들어 있는 비닐봉투를 식탁에 내려놓고, 나는 부엌과 거실을 둘러보았다.
몇 번을 봐도 탄식이 나오는 꼴이다.
나는 결벽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돼지우리에서 편히 쉴 수 있을 만큼 무신경하지도 않다.
둘이니까 1시간이면 되려나…….
「아스카 늦네ー, 뭘 하고 있는 걸까」
4시가 거의 가까운 시계를 보고, 미사토씨가 무슨 말인가를 했다.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결심을 굳힌 나는 사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털어놓는 미사토씨를 향해 말했다.
「미사토씨. 제 환영회는 다음에 해도 되니까, 먼저 방 정리부터 하지 않을래요?」
「……에?」
미사토씨는 비닐봉지를 거꾸로 든 채로 굳어 버렸다.
「둘이서 하면 1시간 안에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 싫다ー야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신지군. 오자마자 집안일을 시키고 그럼 못 써요.
방 정리라면 다음에 내가 할 테니까, 오늘은 신경쓰지 말고 느긋하게……」
경련하듯 웃는 얼굴이, 청소가 싫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런 미사토씨에게, 나는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후후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미사토씨. 여기는 제 집이기도 하죠?
그러니 그렇게 사양하지 말아 주세요. 둘이서 빨리 정리하고 치우자고요」
「우우……」
풀썩 고개를 떨구는 미사토씨에게,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저는 부엌을 정리할 테니까요. 미사토씨는 거실하고 현관에 쓰레기들을 좀 버려 주세요」
「아니, 신쨩……」
「부탁드려요」
「……네이」
 
 
「아ー, 지쳤어어……」
미사토씨는 단정치 못하게 소파에 몸을 던졌다.
「수고하셨어요. 여기, 차 끓여 왔어요」
청소를 한 덕분에, 이제 부엌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대강 알았다.
「고마워, 눈치 빠르네, 신쨩. 좋은 사윗감이 되시겠어」
노티 나는 소리를 하는 미사토씨로부터 조금 물러나 방을 돌아본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방은 몰라볼 정도로 깔끔해졌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기분 좋다.
「역시 집 좋네요, 여기. 정리하기 전에는 몰랐지만요」
「신쨩, 가차없어……」
「농담이에요」
사실은 농담이 아니다.
「그래도, 갑자기 뻔뻔한 말 한 건 죄송해요. 어쩐지 주제넘게 참견한 거 같고……」
「됐ー어, 됐ー어, 나도 언제 한번 날 잡고 치우려 했으니까, 마침 잘 됐잖아.
신지군 덕분에 빨리 끝났으니까 감사할 일이지」
「……그런가요?」
「그런 거야」
미사토씨는 웃으면서 말한 후, 흘끗 시계에 시선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지, 그 녀석」
「누가 오기로 되어 있나요?」
「누구라니………, 신지군, 벌써 만나지 않았어?」
「누구를?」
「아스카」
아스카……?
「…………아아」
짐작가는 바가 있다.
「혹시, 저를 이 맨션까지 데리고 온 사람, 말인가요?」
내 말에, 미사토씨의 표정이 의아스럽다는 듯 바뀌었다.
「그렇다는 건………, 신쨩, 아스카한테 아무 말도 못 들은 거야?」
「아뇨, 딱히…………. 뭐 때문인지 엄청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데요」
「기분이 안 좋아? ……그 애가, 기분이 안 좋았다고?」
미사토씨가 놀란 듯이 되물어온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쿵쾅쿵쾅 시끄러운 발소리,
「나 왔어ー……」
좀 전의 여자애가 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야 너 왜 아직도 있는 거야」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내며 말한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나 역시 왜 이 여자애가 여기 온 건지 모른다.
「……잠깐, 미사토. 이거 뭐야?」
왜인지 눈이 휘둥그레진 미사토씨에게, 여자애가 묻는다.
「에, ……뭐?」
「멍청하게 굴지 마. 이게 뭐냐고 묻잖아」
「그, 그러는 아스카야말로 무슨 소릴 하고 있어. 신지군한테 들었을 거 아냐」
미사토씨는 몇 번이나 시선으로 우주를 찾은 후에야 아스카를 보고 말대꾸했다.
미사토씨, 뭐 때문에 그렇게 놀란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애는 점점 기세가 오르고 있었다.
「시끄럽네. 대신 마중 나가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너 아무 설명도 안 했구나. 집이라던가」
「설명은 또 뭐야. 설명할 필요가 뭐 있어」
미사토씨는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또 그런 머리 아픈 일을…….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되는데」
……………엥?
일순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저기, 미사토씨, 지금 뭐라고……?」
「응? 오늘부터 이렇게 셋이서 같이 산다고 그랬는데?」
「무, 무슨 소리야! 어째서 내가 이런 시원치 않은 놈하고 같이 살아야 돼!」
여자애가 맹렬하게 미사토씨에게 대들었다.
못 들을 말도 한 것 같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어라ー? 아스카한테는 말한 적 없었나?」
시치미를 뚝 뗀 표정으로 미사토씨는 천연덕스럽게 받아넘겼다.
「들은 적 없어! 들었으면 내가 허락할 리가 없잖아!」
「저, 저도 들은 적 없는데요……. 미사토씨 뿐인가 싶었고」
여자애의 분노에 움찔하면서 조심조심 말했다.
「미안해, 신지군. 분명히 아스카한테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니까, 나는 그런 말 들은 적이 없다니까!」
왠지 이야기가 헷갈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혼자 살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대로 나로서는 전혀 상관 없다.
오히려 그 쪽이 좋…….
「으ー음, 곤란하네에」
별로 곤란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얼굴로 미사토씨는 생각에 잠기는
가 했더니, 곧 소파에서 일어서 부엌으로 향했다.
「야, 미사토!?」
「아 좀, 아스카 진정해. 어찌 되었든 신지군은 지금 살 집이 없으니까
당분간은 여기에서 살 수밖에 없잖아? 그래도 아스카는 쫓아낼 작정?」
「그거는………… 그건 나하고 관계 없잖아」
「오ー, 관계 없어? 아스카가 그런 냉혈동물인 줄은 몰랐네. 곤경에 처해서 의지해오는 사람을
발길질로 뿌리치고 밧줄로 돌을 달아서 바다에 가라앉혀 물고기 밥으로 먹이사슬……」
「아무도 그렇게까지 하겠다고 말한 적 없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아스카. 신지군도 곤란하니까」
「므으ー……」
아스카에게서 기세가 사라져간다.
「이렇게 해결되었네」
미사토씨는 나를 보며, 끝맺는다는 듯 말했다.
「자아, 그럼 기분 일신하고, 다 모였으니 환영회를 시작할까」
 
 
「……미사토씨, 이렇게 많이 사서 다 먹을 수는 있을까요……」
테이블 위에 펼쳐진 레토르트, 인스턴트, 도시락의 산, 산, 산…….
세 명 플러스 한 마리가 먹기에도 양이 많다.
「괜찮아, 남으면 내일 먹으면 되니까. 뭐, 이거면 나흘은 가겠네」
「나흘이라니, ……앞으로 나흘은 매일 레토르트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딱히 나흘만이라기보다, 집에서는 언제나 이런 느낌?」
당연하잖아,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다.
두려울지어라 카츠라기 일족…….
부엌을 치울 때 컵에 비해 접시 설거지는 거의 없었던 것에 납득이 간다.
여기 거주자들의 건강상태는 괜찮으려나?
「저기, 가끔씩이라도 직접 요리라던가 하지 않으면 몸에도 좋지 않을……」
「미사토 주제에 요리를 어떻게 해」
여태껏 꽁하게 잠자코 있던 아스카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하신 모습이다.
와작, 소리를 내며 방울토마토를 젓가락으로 꿰뚫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현재 수중에 있는 도시락으로 모여, 반찬들이 차례로 희생제물로 바쳐졌다.
「실례네, 나도 요리 정도 할 수 있어. 그냥 안 하는 거 뿐이지」
「옘병하고. 그럼 뭐 만들 수 있는지 어디 말해 봐」
「그거야 카레하고, ……………………카레지」
「그딴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
「시, 시끄러워, 그냥 카레가 아니라고. 내 오리지널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인스턴트를 요리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이미 끝이야. 여자로서가 아니고 사람으로서」
「끄윽……」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자니, 위장이 따끔거렸다.
이것도 카츠라기가의 일상인 것일까?
나는 무겁기만 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조심조심 아스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러는…… 그쪽은?」
「………그으쪼옥?」
아스카의 젓가락의 움직임이 딱 그쳤다.
이어,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쏘아댄다.
「그으쪼옥은 또 뭐야. 나한테는 제대로 된 이름이 있다고」
「아, 아니, 그야 성씨를 모르니까……」
아무리 봐도 미사토씨와 아스카는 자매로 보이지는 않으니까, 카츠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ー, 싫다 싫어. 이래서 하여튼 일본 남자란……」
……뭐라는 거야.
아스카는 요란스럽게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고향의 제스처라도 어필하고 있는 것일까?
「신쨩, 아스카 따위를 배려해줄 필요는 없어. 아스카, 라고 함부로 부르면 되니까」
그 말에 욱한 표정을 띠면서도, 아스카는 말했다.
「………별 수 없잖아. 허락해야겠어. 어차피 네가 여기서 나갈 때까지만 참으면 되니까」
「……거 참 송구하여라」
왠지 굉장한 말을 들을 것 같다.
여기서는 섣불리 말을 걸지 않는 편이 몸을 위하는 것이다.
아스카도 나를 ‘너’라고 부르지 않느냐, 라고 딴지 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진저리가 나서 내 도시락에 젓가락을 갖다댔다.
「……그래서, 내가 뭐?」
「에?」
「에, 가 아니고. 너 아까, 뭐라고 묻다 말았잖아」
아스카 쪽에서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늦었다.
「아아…… 아니, 아스카는 요리할 줄 아는구나 싶어서.  미사토씨한테 그렇게 말할 정도니까」
「………쓸데없는 참견이야」
……아뿔싸.
마지막 한 마디는 불필요했다.
말하자마자 후회하고 있는데, 큭큭큭 소리죽여 웃는 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눈을 돌려보면, 미사토씨가 일부러 보라는 듯 입을 막고 있다.
「아 좀 미사토, 뭐가 웃긴데」
「암것도ー. 다만 신쨩의 말에 납득했을 뿐이야. 그야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
누구라도 아스카는 요리할 줄 안다고 생각하겠지, 신쨩?」
「아, 아뇨, 뭐어……」
대답의 불리에 곤란하여, 나는 허허허 웃으며 얼버무렸다.
「시, 시끄럽네! 어차피 너도 못 할 거 아냐, 그럼 쌤쌤이지!」
번득, 내 눈 앞에 젓가락이 내밀어진다.
뭐가 쌤쌤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반론은 하지 않았다.
이 이상의 독설은 사양.
……인데, 미사토씨가 쓸데없이 나섰다.
「어ー머나, 근데 이 방 치워준 거 신쨩이야.
굉장하지, 1시간 조금 더 걸려서 이만큼이나 깔끔해졌다니까.
어딘가의 아가씨는 이런 거 할 수 있으려나ー, 아・스・카?」
「…………」
아스카의 젓가락 쥔 손이 또 그쳤다.
「잠깐만요……, 미사토씨……」
그렇게 즐겁다는 듯 기름을 붓지 않아도…….
「아, 그치. 거실도 봐봐. 누구누구가 어지럽힌 과자부스러기나 잡지도
깔끔하게 다 치웠지? 참고로 거실을 치운 건 누구냐, 이 몸 카츠라기 미사토입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스카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아 진짜! 니들하고 같이 있다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겠어! 내 방에 갈 거야!」
그렇게 노호성을 터뜨리고, 도시락을 든 채로 부엌을 나갔다.
……고 생각했더니 돌아와서, 잊고 간 주스를 집어들고 다시 방으로 향한다.
얼굴이 조금 붉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내가 망연히 그 꼴을 보고 있는데, 미사토씨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부엌을 빠져나가기 직전, 아스카가 뒤돌아보았다.
「바보신지! 내 방 들여다 보면, 죽여 버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거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기세 좋게 닫혔다.
「…………괜찮은 건가요? 잘못한 사람이 엄청나게 성 냈는데요」
미사토씨는 신경쓰는 기색조차도 없다.
「갠ー차나, 갠ー차나, 언제나 그래. 다만 오늘은 조금 텐션이 높았던 것 같지만.
아마 신쨩 때문일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딴지를 거니까 흠칫했을 걸」
부추긴 건 제가 아닌뎁쇼……….
테이블 위에는 맥주캔이 세 개 나뒹굴고 있다.
오늘 하루, 내가 본 것만 해도 벌써 다섯 캔.
야매요리 술고래에, 만년 불퉁녀.
나는 미래에 대해 다대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지구ー운, 목욕물 끓었으니까 들어가ー아」
내게 주어진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문 너머에서 미사토씨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ー에」
대답하고 방을 나섰다.
욕실은 내 방을 나서서 바로 왼쪽 앞에 있었다.
「……아」
욕실 문고리를 손으로 잡은 순간, 나는 갈아입을 옷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대로 거실로 향하여,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미사토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 갈아입을 게 없는데요………, 어떻게 하죠?」
「아 그러게, 짐이 아직 도착 안 했구나. 그럼 오늘은 내 옷 빌려 줄게」
미사토씨는 훌쩍 일어나더니, 위태한 발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티셔츠와 추리닝에 저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아」
예를 차리고 받아들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으ー응? 이번엔 뭐야?」
「……팬티도 없네요」
「그거 참 큰 문제네……………, 내 거 쓸래?」
술냄새를 풍기며 우후후 웃는다.
「……됐거든요」
얼굴이 빨개지는 내가 억울하다.
「아, 맞다. 목욕하는 동안 세탁기 돌리면 되겠다」
「근데 마를 때까지 시간이 걸릴 걸. 우리 집에 건조기 없어서」
……그런가.
그렇다면…….
「그럼 편의점에 가서 사 올게요」
「……그렇네, 그럴 수밖에 없나. 어딘지는 알고?」
「아뇨, 아직……」
「그렇겠네에, 오늘 막 왔으니까. 아, 그치. 아스카한테 사오라고 시키자.
아아스카아아ーー!」
「미, 미사토씨!?」
왜 그렇게 되는 건데!?
고함소리를 지르는 미사토씨 때문에 나는 초조해졌다.
「괘, 괜찮아요!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시면 제가 직접 갔다오면 되니까!」
「어머나ー, 신쨩. 사양하면 안 돼요, 사・양・하・면」
와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얼굴은 이제 완전히 주정뱅이 그 자체였다.
「뭔데, 시끄럽게 진짜아……」
고함소리에 불퉁녀가 기어나왔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려는데, 미사토씨의 큰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아ー, 아스카. 잠깐 편의점에 가서 신쨩의 팬티 좀 사 와」
「……하아?」
아스카가 얼굴을 찌푸린다.
「미, 미사토씨. 제가 직접 간다니까요」
「신쨩은 삼각파? 아니면 사각파일까나ー? 설마 상상도 못한 훈도시인가ー!?」
게햐햐햐, 천박한 웃음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 글렀다…….
나는 술취한 성희롱녀는 단념하고, 어이없어하는 얼굴의 아스카 쪽으로 돌아섰다.
「저기, 편의점 어디 있는지 좀 가르쳐 주면 안 될까?」
「뭐야, 정말로 브리프 사러 가는 거야?」
「아니, 사각을……………, 아」
아스카가 풋 하고 새는 웃음소리를 냈다.
「흐ー응, 트렁크스를 말이지이……」
「뭐, 어쩌라고. 어느 쪽이건 상관 없잖아」
「신지는 트렁크스구나, 헤ー에……」
히죽히죽 웃음을 연발하니, 어째서인지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어디 있는지나 가르쳐 줘」
「어떻게 할까나ー」
이 년이 진짜…….
붉은 얼굴로 이를 악무는 나를 만족스럽게 바라본 후, 아스카는 말했다.
「주스 하나 사 줘」
「엥?」
「주스 한 개 사주면 가르쳐 준다고」
「…………」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으ー응? 대답은?」
「큭………」
이 녀석에게는 배려라는 것이 없는가.
처음 보는 아스카의 즐거운 미소 앞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슬슬 여름의 도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요즘의 시기.
나날이 더워져만 가는데, 그렇다고 아직 티셔츠 한 장으로 밤을 활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나는 오늘 하루 내내 어째서인지 교복이었고.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중에 교복을 찾아 입은 내가 참 어설펐다.
흘긋흘긋 주변의 동정을 살핀다.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은, 러프한 복장을 몸에 걸친 불퉁녀.
하지만 지금은 그리 부루퉁한 기분은 아닌 듯, 매운 얼얼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같이 따라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뭐야, 따라오지 말라는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고……. 굳이 왜 따라오나 싶었을 뿐이야」
「별로 상관 없잖아. 나도 과자 사고 싶고」
「그랬구나……」
대화가 단절.
으ー음, 뭔가 화제가…….
「아, 그러고 보니 아스카는 몇학년?」
「2학년」
「그럼 나하고 같구나………………, 아니 혹시 고등학교 2학년은 아니겠지?」
「아니지………, 응? 야, 있어 봐. 방금 무슨 의미였어」
「아니, 조금 어른스럽게 보이니까」
「늙어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어?」
어두워서 표정이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 부루퉁해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말 한 적 없어. 말 의미를 좀 뒤집어 받아들이지 좀 말아」
진절머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흥, 그러는 너는 딱 봐도 애새끼 같네」
「……예이예이, 지당하십니다」
여섯 번째 모퉁이를 돌자 편의점 간판이 보였다.
맨션을 나오고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꽤 가까이 있었네」
「몰랐던 게 바보지」
「모, 모를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입을 삐죽거리자 아스카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자ー봐, 낮에 이리로 왔었잖아」
「엑, 그랬었나?」
그렇게 말해 봤자,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뭐, 낮에는 여유가 없었으니까아…….
아스카를 따라 가게에 들어섰다.
어ー디보자, 어디에 있으려나…….
대충 매대를 둘러보며, 사각팬티를 찾는다.
있다.
여러 종류들 가운데, 무늬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것을 집어들었다.
이걸로 됐나.
이제 계산대로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내 목적이 거의 끝나서, 아스카가 있을 과자코너로 향했다.
아스카는 과자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바구니에 쓸어넣고 있었다.
바구니 안의 것들은 대부분이 단것 계통이었다.
「…………」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을 억누른다.
「어째 시간이 더 걸리겠어?」
「……응? 너 뭐 벌써 샀어?」
「아니, 그래봤자 이제 계산대에 갖고 가기만 하면 되잖아」
「그렇네」
판초콜릿을 한꺼번에 다섯 판을 잡은 채로 아스카는 말했다.
「나도 뭐 거의 다 됐어. 이제 주스만 남았네」
초콜릿을 바구니에 처넣고 음료수 코너로 향한다.
넘치는 바구니에서 흘러 떨어진 초콜릿을 나는 몰래 매대에 갖다 놓았다.
「이거 좀 봐, 어느 쪽으로 할까나ー?」
대충 상품들을 구경하고서 아스카는 말했다.
「……차로 할까」
아스카의 눈 앞에는 들이 500 밀리리터 페트병에 든 차가 있었다.
그것을 고르나 싶었지만, 아스카는 나의 의표를 찌르고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손이 야무지게 2 리터짜리 페트병을 잡는다.
「그럼 신지. 이걸로 한턱 내」
「…………」
그렇게 말하고선, 찻병을 내게 떠넘기는 아스카.
확실히, 이것도 ‘한 개’라면 한 개이지만…….
아직도 나는 아스카를 얕잡아 보고 있었는가 보다…….
 
 
 
 
이튿날.
눈에 강한 빛을 느끼고, 나는 눈을 떴다.
「…………윽」
천천히 눈을 떴다가, 눈부셔서 곧바로 얼굴을 돌렸다.
커튼 치는 것을 잊어버린 창문으로, 아침해의 직사광선이 나의 안면을 직격한다.
상반신을 일으키고 커튼을 잡아 조금 난폭하게 잡아끌었다.
머ー엉한 머리로, 눈부심이 반감된 방 안을 둘러본다.
「…………」
낯선 방이, 여기가 그저께까지의 내 집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베개 바로 옆에 두었던 손목시계를 집었다.
6시 30분.
늘 깨던 때보다 이른 시각이었다.
방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마, 미사토씨도 아스카도 아직 자고 있겠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와서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를 올리고 볼일을 본다.
…………오오, 오늘은 노란색이네.
인체는 불가사의하다는 잡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을 나설 때, 거실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일어나 있나?
거실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어 보니,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미사토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라? 신지군 빠르네. 아직 좀 더 자도 되는데」
뒤돌아보는 미사토씨의 손에는 착실하게 캔맥주가 들려 있다.
「왠지 눈이 뜨여서요. ……미사토씨는 오늘 휴무이신가요?」
「아아니, 일 있지. 왜 그런 소릴?」
나는 말 없이 미사토씨의 손을 가리켰다.
「응? 뭔데?」
미사토씨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침부터 맥주 까고 계시니까, 쉬는 날이신가 싶어서」
「아아, 이거는. 늘 있는 일이야」
「…………헤ー, 아침부터 튼튼한 위장을 갖고 계시는군요」
「뭐 그렇지」
내 빈정거림도 눈치채지 못하고, 미사토씨는 맥주에 입을 댔다.
「맞다맞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신지군, 오늘부터 학교 나가면 돼」
「엑, 근데 아직 전입수속이라던가 하지 않았는데요……」
「괜찮아. 어제 내가 다 해치웠으니까」
「거짓말!?」
생각지 못한 수완 좋음에 번쩍 놀랐다.
「그리고 신지군의 짐들, 오늘 아침 7시까지 들어오도록 지정을 고쳐놨으니까……, 한 30분 안에 오겠네.
짐이 도착하면 학교 갈 준비 하고, 그 다음은 아스카한테 데려가 달라고 하면 돼」
꿀꺽꿀꺽 맥주를 넘기는 미사토씨에게 지난 밤의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4LDK는 허세가 아니라는 건가.
조금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기도.
「폐를 끼쳤네요, 뭔가…… 이것저것」
「괜찮다니까, 이 정도 쯤. 그보다 신지군, 아침밥 먹자. 뭘로 할까?
……래 봤자 식빵 정도지만. 구워줄까, 아니면 그냥 먹을래」
「아, 그럼 구워 주시는 걸로」
「몇 장 구워?」
「한 장이면 되어요」
「수신ー양호」
미사토씨는 식빵 두 장을 토스터기에 던져넣었다.
「마실 건 커피로 괜찮을까?」
「아, 네」
내가 할 일은 없어 보여서, 일단 나는 의자에 앉았다.
미사토씨도, 스푼과 인스턴트커피를 내 앞에 내려놓고 곁의 의자에 앉았다.
「…………」
나는 커피를 스푼으로 저으면서, 왠지 어제 하루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미사토씨, 어제 아스카가 왔을 때, 왜 그렇게 놀라셨어요?」
「에, 놀라? ……그랬던 적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어이가 없었을 뿐이었는 걸……」
「……그러셨어요?」
으ー음.
그런 느낌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이 켕기는 기분으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자니, 돌연 작은 냉장고가 안쪽에서 열렸다.
거기서 나온 것은 어제의 펭귄이다.
「펜펜, 좋은 아침ー」
「꾸엑」
펭귄은 미사토씨에게 손(날개?)을 흔들어 답례했다.
「오오, 굉장해……」
감탄하며 보는 내게, 미사토씨가 귀띔해 주었다.
「펜펜은 있지, 어느 정도 사람의 언어를 알아들어」
「저엉말인가요?」
「응응. 그리고 뭔가 좀 이상하게 변해서, 온천을 무척 좋아해. 신지군도 뭐라고 말을 걸어보지 그래?」
이상하게 했다라…………, 그것은 즉 변태変態와 같은 것일까…….
나는 조심조심, 변태펭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 안녕. 앞으로, 이카리 신지입니다. 잘 부탁……」
「………」
펜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미, 미사토씨?」
「어라라? 이상하네에에, 낯가림도 하지 않을 텐데…….
아, 맞다. 냉장고에 고등어가 있으니까 그거 가져와 봐」
분부하신 대로 고등어를 꺼내온 다음, 펜펜에게서 조금 떨어진 데에 앉았다.
「봐ー라, 고등어야. 맛있겠지, 일루 와」
나와 고등어를 번갈아 쳐다보는 변태펭귄.
부리 옆으로는 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하네………, 무서워하는 걸까? 신지군을 말야」
뭐, 뭐라고오!?
그 한 마디에, 내 심장에 불이 붙었다.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학교에서  『인축무해』『백해도 없고 일리도 없다』
그런 별명을 가졌고 오히려 좋아했던 나다.
이런 변태펭귄 따위에게 겁을 주어서야, 나의 지난 14년이 다 허사가 되고 만다.
오기와 14년의 프라이드를 걸고, 한 손에 고등어를 든 나는 천천히 펭귄에게 다가갔다.
「무서워하지 말고ー. 이거 봐, 고등어, 고등어」
천천히,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펜펜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한 발짝 정도만 남았을 그 때.
찌링!
불의의 순간 오븐토스터의 타이머가 울렸다.
내 주의가 조금 흐트러졌다.
번득……
변태의 동그란 눈동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변태는 단숨에 간격을 좁혀와, 내 미간에 침으로 번들거리는 부리를 꽂았다.
푹.
「하우악!!」
기겁한 내가 고등어를 떨어뜨리자, 펭귄은 그것을 물어들고 달아났다.
침묵에 휩싸여 버린, 상쾌한 아침의 부엌.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간을 누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귀에, 미사토씨의 대폭소가 난입했다.
「아하핫, 하하앗, 히히익, ………괘, 괜찮아? ……풉, 아하하하하하!」
……안 괜찮아.
아침부터 변태펭귄이 내 프라이드를 바수어 버렸고, 고등어도 빼앗겼고, 미사토씨도 폭소하는 전말.
이미 정신상태는 빠듯빠듯 한계였다.
미간의 아픔이 쓰라림만이 나와 이 세계를 연결해주고 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드르륵
부엌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내게, 바보 취급 하는 목소리가 내려왔다.
「………야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냐?」
그리고 1분 후, 또다른 폭소가 터지면서 나를 끝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B파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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