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5일 화요일

「한밤중의 룰렛」 3rd stage

이제 막 날짜가 넘어가려고 할 무렵,
파란색 혼다 S2000이 스키드음을 내며 주차장에 들어선다.
이따위로 운전을 하는 것은 단 한 사람.

「하여튼 미사토, 저 짓 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마시는 금발의 여성.

우당탕 소리를 내며 또 한 명, 보랏빛 끼가 도는 흑발 롱헤어의 여성이 들어온다.

「미안 리츠코오」

「미사토 늦었어. 30분이나 예정에 어긋났다고」

「미안미안.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네. 너 그 버릇 좀 고치는 게 좋아」

「진짜 미안………. 그런데 우리 영감은 어디 갔지?」

「카지군이라면 차고에서 미세조정 중이야」

「무슨 일이야? 나 불렀어? 릿쨩」



한밤중의 룰렛
3rd Stage

By:PON (2003.3/1)




여기는 치바현 모처의 「개러지 네르프」 내부.

거기 있는 것은 치프메카닉 카지 료지, 아카기 리츠코, 그리고 약속시간에 늦은 카츠라기 미사토 세 사람.

이 세 사람은 대학 동기로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사이.
그래서 미사토가 지각할 것도 예상해서 설정한 약속시간이지만, 굳이 그것을 말하지는 않는 리츠코였다.

「아아 카지군. 어때? 진행 상태는?」

「지금 막 끝났어. 유지류도 전부 교환했고, 계측기도 OK다. 이제 릿쨩의 최종세팅만 남았달까?」

「살았네. 오늘 안으로 세팅 끝내야 해. 내일모레 저녁 때 인수해 가기 전까지 끝을 못 낼 줄 알았어」

「보통 같으면 오늘 세팅이 끝나도 납차할 수가 없지. 릿쨩이니까 가능하다고」

「어머나, 카지군. 비행기 띄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커피면 충분해」

「그 정도로 괜찮다면 언제라도 좋지」

「나한테도 커피 주세요」

「어머, 미사토. 방금 딱 떨어졌어」

「진짜? 리츠코?」

「농담이지. 둘 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커피를 타기 위해 리츠코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너도 알잖아? 세팅 때문에 불려왔어. 그러니까 늦게 돌아갈 거야」

「그럼 나는 외롭게 혼자 자야겠군」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기나 해. 술 마시러 새면 가만 안 둘 거야」

「이거 참, 꽤나 신용이 없는 걸」

「당연하지. 네 여자 버릇 나쁜 걸 아직도 난 신용할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자면 네 맥주버릇도 마찬가지 아니야? 미사토」

커피 두 잔을 든 리츠코가 돌아왔다.

「헤ー헤ー. 잘못했습니다」

「하여튼 두 사람 다, 좀 진정하라고」

「별로 아무 일도 아니야, 카지군」

「리츠코 너 말야ー」

언제나 셋이 모이면 이 꼴인데, 그래도 어른이라고 어디서 끊어야 할지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뭘 타는 거야?」

「오늘은 80 수프라야. 어떤 숍의 데모카인데, 주말 잡지의 타임어택 기획에 좀 맞춰 달래」

「오랜만에 수프라네. 이거 팔에 좀이 쑤시는 걸」

「우리 일은 어디까지네 세팅햏 주는 거라고, 미사토」

「아, 알고 있다고」

「제발 엔진블로 좀 하지 마. 나 내일 또 밤새게 만들 거 아니면. 그럼 난 이만 가본다. 릿쨩, 미사토를 잘 부탁해. 커피 잘 먹었다」

「알았어, 카지군」

「너도 새지 말고 바로 집에 들어가」

「라져」

라며, 윙크를 하고 료지는 나갔다.

미사토와 료지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1년 전 결혼했고 (라기보다는 미사토에게 결혼당했다고 하는 쪽이 정확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장난스러운 느낌이지만, 나름대로 사이가 좋다.

미사토는 고등학교 선생이지만 네르프의 세팅드라이버도 겸하고 있어서, 거의 스태프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네르프를 들락거리고 있다.
네르프 설립 당시 공도레이서였던 미사토는 그 당시부터 손님으로서 네르프를 들나들었다.
나름대로 드라이브 테크닉도 있고, 차를 데모카로 하는 대신 공임이 공짜. 부품값도 통상보다 낮은 금액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튜닝을 받고 있었지만, 미사토의 실수로 차를 박살내는 일이 많아, 네르프에 빚이 쌓여 버렸다.
그걸 갚기 위해 세팅드라이버로 일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피고용 드라이버라고나 할까.

이제 빚은 다 갚았지만, 원래 차 몰기를 좋아하던 미사토는 여전히 드라이버를 계속하고 있다.
본인은 아직도 현역 레이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미사토의 테크닉은 톱클래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 네르프 대표, 이카리 겐도가 허가를 내줄 리가 없으니까.
역시 미사토 역시 소수의 네르프 관계자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료지로 말할 것 같으면, 원래 메이커계 레이싱팀의 메카닉을 했었고, 한때는 여러 회사의 치프메카를 겸하고 있었는데, 겐도에게 스카웃되어 네르프의 일원이 되었다.
각 메이커를 떠돌다 보니, 차에 대한 시야가 넓고, 때로는 리츠코에게 힌트를 주기까지 할 정도.
장인 기질 때문에 때로는 리츠코와 대립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능력을 알아주기 때문에 큰 일은 아니다.

자동차, 레이스 관련 업계에서, 그야말로 탐이 날 정도로 갖고 싶은 인재와 기술의 집합체가 「개러지 네르프」인 것이다.

「슬슬 나갈까, 미사토」

「그ー러면, 어디 한번 힘 좀 내볼까」

「차고에서 차 꺼내 놨으니까,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

건물에서 나와 차 앞에 선 미사토.
눈 앞에는 빨간 JZA 80형 수프라.

토요타의 스포츠카인 수프라. 통상의 차는 M/T 5단이지만, 국산 최초의 6단 M/T 탑재차다.
해외수출을 의식했기에 바디가 큰 편이지만, 3리터 트윈터보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퍼포먼스가 상당하다.
레이스에서 활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진이 옹골차서 즐겨 튜닝되는 차이기도 하다.

「으ー응, 꽤 괜찮은 물건인데?」
미사토가 중얼거린다.

「어때? 미사토?」
어느새 뒤에 서 있던 리츠코.

「으ー응, 제법 분위기 나는 걸. 어지간히 빠를 거 같고. 파워는 어느 정도 나와?」

「그러게. 지금은 650 마력이야. 처음 들어왔을 때는 심각해서 600에서 꺾였어. 오늘 세팅으로 앞으로 10은 더 태울 수 있을 거라고 마기도 대답했고」
참고로 마기란 저번 회차에서 들먹였던 슈퍼컴퓨터 3대를 총칭하는 것이다.

「그으래? 역시 리츠코 대단하셔」

「바보같은 소리 그만하고 가자」
이대로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고 앞서가는 리츠코.

「라아져어」
익살을 부리는 미사토.

미사토와 리츠코가 수프라에 올라탄다.
콕핏의 미사토 앞에는 새로 추가된 부스트 게이지와, 시속 300 킬로미터가 표시된 스피드미터.
주소석의 리츠코 앞에는 고무테이프로 임시로 고정해 둔 여러가지 계측기, 무릎 위에는 노트북 PC.

교체한 풀버킷 시트에 앉아, 4점식 풀하네스 안전벨트를 맨다.
(이해가 안 되는 분은 F1의 콕핏을 떠올려 보세요)

벨트를 찬 미사토의 표정은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눈빛은 지금까지의 푼수 같은 분위기와는 달랐다.

키를 돌리자, 엔진이 눈을 뜬다.
이미 예열은 완료되었고, 수온계도 정상위치를 가리킨다.

미사토는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나는 오케이야」

리츠코도 몇 가지 미터기를 체크하고
「이쪽도 오케이야, 미사토」

「그럼 가 보실까」

「우선은 완간선을 타 줘」

「오우케이ー」

배기음도 별로 내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수프라.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 수도고속도로 완간선 입구.
요금을 지불하고 본선에 합류한다.

아직 평일이고 그렇게까지 늦지는 않은 시각이었지만, 비교적 차는 적은 편.
교통정보에서도 오늘 루트에서의 공사 따위도 없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말하는 대로 달려줘, 미사토」

「알았어」

이런저런 상황을 지시하는 리츠코.
6단 80 km/h에서 200 km/h로의 가속이라던가, 4단으로 레드존이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라던가, 여러 가지 상황을 시험한다…….

「어때? 미사토?」

「으ー음. 3000 정도에서 밟으면 떨어지는 골짜긱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직 무뎌지지 않았구나. 실제로 2950회전부터 밟을 때 토크가 떨어졌거든. 다시 한 번 아까처럼 밟아 볼래?」

말하는 대로 악셀을 밟는 미사토.
「제법 좋아졌네. 역시 리츠코야」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가 맡았다면 절대 이런 꼴로 내놓지 않지. 아직도 약간 골짜기가 있을 것 같고」

「그럼 다이코쿠 주차장까지 200 킵, 츠바사교는 전속전개로 달려줄래?」

「오우케이ー」

잠시 말이 없던 두 사람. 그러다 미사토가 입을 연다.
「그런데 리츠코」

「응? 미사토?」

「왜 세팅할 때 아직도 나를 부르는 거야? 지금이라면 아스카나 레이, 신쨩에 카오루군도 있잖아? 다들 테크닉도 나를 뛰어넘었고」

애초에 아스카에게 처음 드라이브 테크닉을 가르쳐준 것이 미사토였다.
물론 처음에는 미사토 쪽이 더 능숙했지만, 아스카 천성의 반사신경이 좋은 점도 있어서, 실력향상이 빨라 지금은 미사토를 뛰어넘었다.
또한 겐도에게 주입식으로 배운 레이, 신지도 지금은 미사토를 앞지르고 있다.
카오루로 말할 것 같으면, 이상한 존재라 다른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지만, 신지의 앞에 NSX-R을 타고 등장했을 때 어째서인지 신지 못지않은 테크닉이었다.

「나기사군은 NSX 이외의 차종에서는 제대로 된 타임이 나오지 않아. 그러니까 논외. 확실히 아스카나 레이, 신지군이라면 지금의 너보다 테크닉이 위겠지. 특히 레이의 경우 평소에는 저렇지만, 운전 중에는 냉정하니까 가장 적임자일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딱잘라 말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리고 그렇다면 더더욱………」

「그래도, 걔네들보다 네 쪽이 세팅운전에는 더 잘 맞아」

「그게 무슨 말이야?」

「신지군과 애들은, 좋든 나쁘든 기계에 정중하니까………. 이쪽에서 요구하는 영역까지 밟아주질 않는 거야. 기계에게 상냥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애들은 타임어택 이외에는 엔진블로를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야」

「나하고는 전혀 다르네」

「하지만 너는 빈틈없이 이쪽 요구대로 밟아주니까. 그야말로 기계의 한계까지. 가끔 엔진블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밟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세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한계를 높이기 위한 세팅이니까. 게다가 차에 대한 네 감각은 아직 그애들에게 뒤지지 않아. 뭔가 있을 때 경험은 네 쪽이 더 나은 거야. 그러니 아직 네르프에서 세팅 담당은 미사토인 거지」

「그런 거구나」

「그렇지 않다면 저 이카리 대표가 너를 고용할 리가 없지」

「확실히 그 수염아재라면 그렇겠지」

「그러니까 아직도 이렇게 맡길 게 있다고 생각해. 그럴 때마다 부탁한다고」

「오우케이ー, 리츠코」

그러는 동안 차는 다이코쿠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 밤이니만큼 대형 트럭들이 눈에 띄는 한편, 승용차는 드물었다.

「제일 앞 줄에 세워줄래? 미사토」

「네이네이………. 뭐라고 리츠코?」

「너도 세팅만 해서야 재미 없잖아?」
다소 놀란 듯한 모습의 미사토와, 숨은 뜻이 있어 보이는 미소를 짓는 리츠코.

두 사람의 시선 끝에는………, 새빨간 FD3S형 RX-7………, 아스카의 애차가 있었다.

그 옆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는 미사토. 리츠코도 PC를 시트에 내려놓고 차에서 내린다.

「하ー이, 미사토. 오랜만이야」

「어~서오세요, 레이쨩입니다, 미사토씨」

RX-7에서 내린 것은 아스카와 레이였다.

「너희들………, 여기엔 왜?」
깜짝 놀란 모습의 미사토

「리츠코가 미사토하고 배틀 붙여줄 테니까 오라고 부르잖아. 그래서 가끔은 미사토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스카에게 얘기 듣고 리츠코씨에게 전화했는데, 두 대씩이나 필요는 없다고 해서 아스카 옆에 붙어 왔습니다! 레이쨩입니다」
감쪽같이 속였다는 듯한 아스카와 괘사를 떠는 레이.

「리츠코, 너 진짜ー. 왜 입을 다물고 있어」
관자놀이에 푸른 핏대가 선 미사토가 묻는다.

「그야 그래야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미사토」
감쪽같이 속였다는 모습의 리츠코

「좋잖아, 미사토. 우리하고 붙을 수 있다니까. 현역 수도고속 런너가 두 명이나 있어」

「맞~아요, 미사토씨. 레이쨩과 아스카의 콤비라니 흔치 않은 기회예요」

그렇다. 이 둘이는 톱클래스의 수도고속 런너. 수도고속도로를 달리는 남자라면 울면서 기뻐해야 할 시추에이션이다.
다만 이길 수 있는 녀석은 거의 없을 것이다. 파란색 GT-R을 제외하면……….

아스카와 레이에게 잡아먹을 기세인 미사토를 말리려는 듯 리츠코가 입을 연다.

「그냥 배틀이 목적이 아니야, 미사토」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 아카기씨?」

(조금 심했나………)
리츠코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다시 한 번 설명한다.

「실전 데이터를 원하는 거야. 그 데이터로 최종적으로 조정할 거니까. 그래서 미사토와 비슷하게 달릴 수 있고, 동시에 신뢰할 수도 있는 건 아스카와 레이밖에 없잖아」

「그ー러세요? 리・츠・코・씨」
이유를 들으니 미사토도 조금은 들어줄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협력을 부탁한 거야」

「그런데 왜 제가 아닌가요?」
마치 학생처럼 오른손을 쳐든 레이가, 뺨을 부풀리며 리츠코에게 묻는다.

「평소와 같다면 레이도 괜찮겠지만, 오늘은 3리터 수프라야. 그래서 아스카에게 부탁했어. 뭐, 중량으로 따지면 둘이서 딱 좋을 정도인데」

레이가 타는 랜서 에볼루션 VI는 배기량이 2리터. C1(순환선)을 타겟으로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파워 면에서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처럼 최고속도를 내는 완간선 등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면 불리한 부분이 있다. 공기역학적으로도 세단바디는 불리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리츠코는 아스카의 RX-7에 협력을 구한 것이다.

「뭐~어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납득하는 레이.

「그래서? 리츠코, 루트는 어떻게 돼?」
아스카가 물어온다.

「그렇지, 여기서부터 요코하네선~순환선 내선순환~레인보우브리지 건너서 타츠미에서 골인. 어때, 아스카?」

「오우케이ー, 리츠코. 그 코스라면 질 리가 없지. 게다가 오늘은 내비가 레이라니까」

「최강 콤비네요~」
두 사람 모두 자신만만한 모양이다.

「아직 나도 현역이니까, 아스카. 얕보면 혼날 거야. 게다가 이쪽은 천재 리츠코가 내비야」
미사토도 자신만만하게 아스카를 바라본다.

「미사토 너 말야………, 뭐 됐어. 아스카, 우리가 선행으로 본선에 합류하고 10초 지나서 전개해주면 좋겠어」

「뭐어, 미사토한테는 그 정도 핸디캡이 딱 적당하겠지」
아스카가 미사토를 향해 말한다.

「아스카 너 진짜ー. 기억해 둬. 진 쪽이 커피 쏘기야!」

「나하고 레이를 이기기만 한다면, 커피 따위 얼마든지 사 주지. 그럼 리츠코, 뒤따라가면 되는 거지」

「부탁할게, 아스카, 레이. 미사토, 이제 가자」

「네이ー 네이ー」

서로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멘다.

빠아앙

수프라가 짧게 경적을 울리자, 그것을 신호로 두 대의 차가 주차장을 뒤로 한다.

본선에 합류한 후, 수프라는 살아난 듯이 속도를 높여간다.
「그냥은 안 질 거야」
미사토가 중얼거린다.

「어디까지나 세팅이야, 미사토」
리츠코가 타이르듯이 말을 건다.

「알고 있다고, 리츠코」

하지만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는 속도영역에 접하면서 표정이 진지해지는 미사토.
일반차들을 경쾌하게 피해가면서, 엄청난 속도로 동경만 연안을 달려나간다.

아스카의 RX-7으로 말할 것 같으면, 10초를 헤아린 뒤 3속으로 악셀을 전속전개, 눈 깜짝할 사이 일반차들을 헤치며 나아간다.

「역시 완간에서는 따라잡기 어려운 걸까」
아스카가 중얼거린다.

「어차피 C1 들어가서 따라잡을 거면서~」
레이가 놀린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 없잖아?」

「아스카는 심술궂구나」

「시끄럽네. 내비나 제대로 좁 해, 레이」

「네~이」
굉장힝 여유로운 대화가 전개되고 있다.

두 대는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동해 분기점으로 요코하네선에 들어간다.
3차선인 완간선에서 2차선인 요코하네선으로 접어드니, 미사토도 그렇게까지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두 차의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그래 봤자 일반차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속도이지만.

「자ー그러면, 이제부터가 실전이네」
미사토가 중얼거린다.

「점점 아스카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데. 그래도 너도 제대로 밟아주는 것 같고」
PC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표정도 바꾸지 않고 대꾸하는 리츠코.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라고 대답하는 미사토.

PC 화면에는 차속, 회전수, 부스트 압력, 악셀 전개도, 가감속 관성, 마력, 토크 등이 그래프와 수치로 실시간 표시되고 있다.
그것을 확인하면서 서브화면의 등고선 같은 그래프에 커서를 맞추고 키보드를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다.
연료 분사 타이밍과 점화 타이밍을 변경하면서, 엔진이 가장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도록 계속 조정한다.
너무나도 리얼타임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지만 미사토는

「이 녀석 좋은 느낌의 파워를 내잖아. 처음 탔을 때하고 한참 달라. 이거라면 아스카에게 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라며 세심한 리츠코의 세팅을 알아채고 있다. 그 감각은 역시 세팅을 위해 적합한 것이다.

「좋아! 거기다!」
차선을 바꿔가며 잇달아 다른 차들을 앞질러간다.
그 모습은 『앞지른다』기보다 차라리 『버리고 간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정확한 주행을 하고 있다.
역시 네르프의 세팅드라이버는 겉치레가 아니다.

한편 차 두 대 정도 거리 뒤에서 달리고 있는 아스카는
「역시 미사토. 아직 현역이라는 것도 거짓말이 아니야」

「그야 아스카의 스승님이잖아? 미사토씨는」
농치는 레이.

「뭐어 그렇지. 그 점은 미사토에게 감사하고 있지만」

아직 여유로운 두 사람.
평소라면 아주 여유롭다고 할 수 있는 속도영역이 아니지만, 차 두 대 정도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려가는 RX-7.

두 차는 사무지구를 빠져나와 하마자키교 분기점으로 향한다.
수도고속도로 도심순환선의 분기점이며,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내선순환, 왼쪽으로 가면 외선순환.
이번에는 내선순환이므로 오른쪽으로 진로를 잡는다.

「자ー아, 아스카도 들어오는구나」
중얼거리는 미사토.

「어라? 어떻게 알았어?」
꾸며낸 듯한 말투의 리츠코.

「당연하지. 저렇게 차 두 대 간격으로 따라붙으니 바보라도 안다고」

「그래서, 어떻게 할 셈?」

「조금 진심으로 받아줄까 싶은데」

「어머? 지금 진심 아니었어?」

「당연한 거 아냐. 썩어도 현역이야. 진심으로 밟는 것, 진심으로 달리는 건 달라」

「그래」(아직 현역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가 볼까」
라고 말하는 순간, 시프트를 한 단 내리고 한층 더 엔진에 채찍질을 넣는 미사토.
눈 깜짝할 사이 타코미터의 바늘이 상승해간다.

「레드존 들어가면 가만 안 둬, 미사토」

「내가 레브할 리가 없잖아!」

미터기 바늘이 레드존에 들어가는가 싶은 순간, 재빠르게 시프트 업.
한순간 바늘이 떨어지는가 싶다가, 다시 상승해간다.

하마자키교에서 시오도메까지 3차선이 계속되지만, 차가 적기 때문에 2차선을 이용해 오른쪽 굽이길로 들어간다.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악셀을 들이키는, 이른바 힐앤토 시프트다운, 5단에서 4단으로 내린다.

쫓아가는 아스카는
「이야, 미사토도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는 거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아스카 가버려~!」

「당연한 소릴!」

순환선에 들어서자마자 진심 모드로 체인지하는 아스카.
5단으로 여유를 두던 것을 즉시 4단으로 내리고 일반차를 피한다.

순식간에 수프라와 RX-7의 간격은 차 1대 크기로 좁혀졌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스카의 애차인 RX-7의 마력은 약 500 PS.
파워로 말하자면 수프라에 압도적으로 밀리지만, 차종의 가벼움과 타고 있는 인간의 중량차(몇 ㎏인지는 네르프의 기밀?이기 때문에 쓸 수 없지만)로 말하자면 RX-7이 유리하다.
게다가, 수프라는 원래 네르프 차가 아니지만, 아스카의 RX-7은 모두 네르프에서 튜닝한 차.
사실상 핸디캡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두 대의 차는 그대로 긴자 굽이길을 3단으로 들어가, 쿄우바시의 테크니컬 코너를 달려 빠져나간다.

일반도로의 교각이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추월하기는 서로 어렵다.

「아직 지지 않아」
라는 미사토.

「아직 제법 하잖아」
라는 아스카.

서로의 테크닉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에 성립 가능한 배틀이다.
만약 상대가 다른 사람이라면, 안전한 데까지 참다가 추월할 것이다.
테크닉을 알지 못하는 상대는 어떤 의미에서 위험하기 때문.

하지만 서로의 테크닉을 숙지하고 있는 상대이니만큼, 찬스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추월하려 든다.

그대로 쿄우바시에서 에도교 분기점으로 향한다.
합류・분기에서 3차선이 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1차선 초저속 코너가 되는 곳.
배짱을 시험하는 굽이길.

시야가 열리자 미사토는 5단, 아스카는 4단으로 시프트업, 악셀을 바닥까지 밟는다.
오르막이지만 차속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다행히 다른 차는 없다.

미사토는 가장 왼쪽 차선, 아스카는 한가운데 차선을 가로지른다.
바로 눈앞에 코너가 다가온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단숨에 시프트다운.

아차 하는 사이 차속을 죽이고, 얽히듯이 두 대의 차는 코너를 돌아간다.
「「크윽」」

그대로 코너의 출구가 보인다.
차가 출구 쪽으로 나아가자, 두 차 모두 바닥이 뚫어져라 악셀을 밟아댄다.

아직 미사토의 차가 앞서고 있지만, 차이는 좁혀져 간다.

「여기서 추월하려 들다니, 얕보고 있어」
라는 미사토.

「미사토도 아직 잘 하네」
라는 아스카.

그대로 얽혀서 두 대의 차는 수도고속도로를 질주해 나간다.

교모하게 일반차들을 헤쳐가며, 서칸다 → 타케바시 → 미야케자카 순서대로 나아가, 카스미가세키 터널을 빠져나가면 타니마치 분기점. 수도고속도로 3호 시부야선의 분기가 되는 장소로, 누가 붙인 이름인지는 모르지만 아카사카 스트레이트라고도 불린다.
터널에서 차속을 유지한다면 시속 250 킬로미터도 꿈이 아닌 스트레이트한 직선구간.
아스카와 미사토의 차간은 이미 차 1대 크기도 되지 않는다.

그대로 전속전개로 달리는 두 대이지만, 역시 수프라의 파워가 있기에 차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3호선 합류지점이 보일 때, 전속전개하던 악셀을 살짝 늦춘다.
가볍게 엔진 브레이크를 밟은 채 순환선을 달려나간다.
왼쪽에서 동경타워가 배틀을 지켜보고 있다.

리듬 좋게 질주해서, 하마자키교 분기점에서 이번에는 레인보우브리지로 향한다.
이번에는 우회전 코너.
왼쪽 차선에 아스카, 오른쪽 차선에 미사토.
그대로 두 대는 거의 나란하게 구부러져 들어간다.
코너를 빠져나오면 시바우라 분기점에서 4차선이 되고, 왼쪽 2개 차선이 레인보우브리지, 오른쪽 2개 차선이 요코하마 방면으로의 합류와 분기.

그 오른쪽에서 직선으로 합류해 들어오는 차 한 대.
외선순환에서 합류해 들어오는 것이다.
그대로 달리면 미사토의 앞에 들이박는 모양새가 된다.

「쳇! 왜 하필!」
미사토가 자기도 모르게 말을 내뱉는다.

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 아스카의 뒤에 붙는다.
하지만, 떨어진 속도는 무정하게도 아스카를 선행시켜주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아스카의 진로에는 방해물이 없다.

그것을 간과할 아스카와 레이가 아니었다.

「아스카!」

「알고 있다고! 레이!」

최대한 차속을 끌어올려 레인보우브리지를 통과할 셈이다.
사실상 승패가 결정난 순간이었다.

「앗차ー………. 이제 무리인가」
미사토가 중얼거린다.

「꼴불견………이라고 할 수는 없나. 아스카를 상대로 이정도 했으면 잘 한 거 아닐까?」

「그러게………」

그대로 레인보우브리지 완간선을 달려, 거의 차 한 대 크기의 간격을 유지한 채 골인 지점인 타츠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과연 평일 야간이라 차도 드문드문한 주차장.

두 대가 나란히 주차공간에 차를 들여놓았다.

「아스카 덕분에 좋은 데이터를 얻었어. 이거라면 다 잘 될 것 같아」
모니터를 보는 리츠코는 만족해 보인다.

「나는 어쩌라고? ………그런데 아스카도 정말 많이 늘었구나」
아스카에게 진 것이 분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어쩐지 만족스러운 미사토.

「어머, 이제 그만 달리는 거야?」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리츠코. 아직 네르프 세팅드라이버는 나밖에 없잖아?」

「그렇네」

「그럼, 저 둘에게 커피라도 사 주도록 할까」

「진 건 진 거니까」

그러면서 수프라에서 내리는 미사토와 리츠코.
동시에 아스카와 레이도 차에서 내렸다.

「어ー때, 미사토. 내 실력이」
아스카가 만족스러운 듯 말한다.

「하필 내 앞에 차가 들어와서 이번에는 아스카에게 양보한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아스카에게 지지 않았을 걸」
역시 미사토는 억울한 모양.

「코스 선택도 테크닉의 일부 아니야? 미사토 선생님?」
아스카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다그친다.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나. 패배를 인정할게」

「거ー봐, 미사토. 내가 더 잘 하지?」

「네이네이. 아스카, 레이. 커피 쏠 테니까 따라와」

「고맙게 얻어먹을게. 레이, 가자」

「미사토씨, 잘 먹겠습니~다」
명랑하게 대답하는 레이.

미사토를 따라가려는 아스카에게, 리츠코가 말을 건다.

「덕분에 좋은 데이터를 얻었어. 고마워, 아스카」

「오랜만에 나도 즐거웠으니까, 불러 줘서 생큐ー, 리츠코」

그렇게 대화하는 동안, 자동판매기 쪽에서 미사토와 레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스카아! 커피 안 먹어?!」
「아스카 것도 내가 다 먹어버릴까~!」

「기다려! 미사토! 레이!」
미사토와 레이를 향해 달려가는 아스카.

「정말이지 좋은 애들이라니까. 아스카도 레이도………. 신지군도………」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리츠코는 중얼거렸다.


Go to Next Stage…
언제나 감사합니다. PON입니다.
오랜만에 한밤중의 룰렛입니다. (^_^;)
게으름 피운 건 아니었습니다만 (웃음)
일단, 미사토씨의 애차가 S2000인 것은 예전에 카오루의 애차를 리퀘스트 받은것들 중 제가 원하는 차를 등장시켰습니다.
원작의 알핀느 A310은 외제차라 등장시킬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요.
이번에도 어째 길고, 배틀 장면은 엉망이고 (^_^;) 그런 느낌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안 나와서 어째야 할까요………. 신지군도 안 나왔고………, 히카리도 아직이고, 마야도 나올 생각이 없고, 후유츠키 선생님은 서있기만 하고 (웃음) 안경잡이와 장발남은 또 어쩐다……….
다음 회차는 아마도 따스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m(_ _)m
그럼 이만


단편, 그리고 연재로 절호조인 PON씨가, 연재 쪽의 신작을 보내 주셨습니다~.
다들 기다리시던 「한밤중의 룰렛」 3rd Stage입니다!
PON씨 수고하셨어요 & 고맙습니다!

이번 제3화는, 전반부가 미사토와 리츠코, 그리고 후반에는 아스카와 레이가 더해지면서, 여성진의 이야기가 되고 있군요.
미사토와 카지가 결혼했다는 설정도 좋고, 미사토와 리츠코, 아스카와 레이, 미사토와 아스카가 주고받는 대화도 너무 좋아!
경쾌한 캐치볼 같은 기분 좋은 대화를 주고받는 것, 읽고 있자니 정말로 즐겁네요.
그리고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차에 대한 지식도 풍부.
새우는 차를 그다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재치있는 후기를 써드릴 수 없지만(죄송해요), 차를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은 버틸 수가 없겠지요.
아, 그리고 이번에 개인적으로 터졌던 것이, 레이의 「레이쨩입니다」라는 대사.
나도 모르게 대폭소해버렸습니다. 원작의 레이도 좋지만, 학원게리온 테이스트의 건강한 레이도 좋다고 새삼 생각했네요.

작가 PON씨에게 작품의 감상을!
감상은 작가의 원기의 근원. 꼭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주인공인 신쨩은 출연이 없었는데, 차회에서는 활약해 주려나요.
신지와 아스카의 얽힘도 포함해서, PON씨가 후기에서 언급한 캐릭터들의 등장도 기대되네요.
4th Stage도 기대하고 있씁니다. 힘내세요, PON씨!


미사토=제자에게 공도레이싱을 가르친 미친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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