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5일 화요일

「한밤중의 룰렛」 4th stage

「아스카아! 커피 안 먹어?!」
「아스카 것도 내가 다 먹어버릴까~!」

「기다려! 미사토! 레이!」
미사토와 레이를 향해 달려가는 아스카.

「정말이지 좋은 애들이라니까. 아스카도 레이도………. 신지군도………」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리츠코는 중얼거렸다.




한밤중의 룰렛
4th Stage

By:PON (2003.4/15)




미사토와 아스카의 배틀이 끝나고 며칠 후, 집에서 인터넷에 힘쓰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렇다, 아이다 켄스케 바로 그 사람이다.

「으~응, 내가 찍었지만 내가 봐도 참 잘 찍었다니까. 이거면 새 렌즈 값을 벌 수 있겠지」

어느새 켄스케가 그 미사토와 아스카의 배틀을 촬영해간 것이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그 사진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중이었다.

♪피피피피피

그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린다.
참고로 말하자면 벨소리 멜로디는 80년대에 붐을 일으킨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였다.

「나 참………, 누구야………」



「여보세요, 아이다입니다만」
언짢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켄스케.

「여보세요? 아이다군? 나 누구게에ー?」
명랑한 여자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온다.

「미, 미사토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그것은 그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카지(카츠라기) 미사토였다.

「정답. 역시 내 제자구나」
비위 좋게 말하는 미사토.

「그야 틀렸다가는 큰일나지 않아요?」
우선 틀리지 않아서 안심인 켄스케다.

「뭐 그렇지. 그런데 아이다군. 나중에 시간 좀 낼 수 있니?」
갑작스러운 미사토의 약속 권유.

「네에, 괜찮습니다만?」
의아해하며 대답하는 켄스케.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언동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럭저럭 미인 축에 드는 옛 담임의 약속 권유가 결코 싫지는 않다.

「오우케이ー. 그러면 네프르라고 알아?」

「에, 그러니까 아야나미나 소류가 차를 튜닝하는 머신숍 말씀이시죠. 이카리의 아버지께서 하고 있는………」

「그래그래. 잘 알고 있네. 아이다군, 어딘지는 알아?」

「네네,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을 걸요. 그런데 거기는 무슨 일인가요?」

「그럼 내일모레 밤에 네르프에 올 수 있어?」

「내일모레인가요? 괜찮긴 한데요」

「그럼 기다릴 테니까 차 몰고 와. 내일모레 부탁해」

뚝. 푸ー푸ー푸ー푸ー

느닷없이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미사토 선생님 도대체 뭐지. 뭐 상관없나. 빨리 사진이나 올리자」
정신을 가다듬고, 좀전의 작업을 계속하기 시작한 켄스케였다.

그리고 날짜가 바뀌어 어느 역 앞 로터리.
켄스케가 네르프로 가는 날이다.
검은색 스바루 포레스터가 정차해 있다.

이른바 사륜구동이라 불리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처럼 생긴 포레스터지만, 험지주파성을 확보하면서도 고속도로나 와인딩에서도 마음껏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멀티스포츠 4WD」다.
「모든 길에서 스포츠할 수 있다」고 메이커에서 주장하는 스포티&컴팩트 SUV라 할 수 있다.

운전석에는 짧은 머리를 세운 남자, 조수석에는 갈색끼가 도는 머리칼을 양갈래로 묶은 여자.
스즈하라 토우지와 호라키 히카리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뭐꼬, 범생하고 소류 짜슥덜 늦는구마」
토우지가 핸들에 엎드리며,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중얼거린다.

「그런 말 하지 마, 스즈하라. 아마 원인은 이카리군이 아니라 아스카겠지만」
히카리가 충고하듯이 토우지에게 말한다.

「또 소류 때문이가. 범생도 하이간에 응디에 깔리가 칠칠치 못하구로」

「그런 거 상관 없잖아. 불평 좀 하지 마!」

「그캐도………, 호라키는 무서운 걸」
정말이지 엉덩이에 깔린 게 누구인지.

「………둘이서만 있을 때는 이름으로 부르자고 했잖아」
쑥스러운 듯이 토우지에게 말하는 히카리. 마음 탓인지 얼굴도 붉다. 아직 풋풋한 커플인 것이다.

「그, 그랬제. ………히, 히카리」

「………그래 토우」
「저 범생들 왔구마!」
토우지가 신지 일행을 발견한 것 같다.

(하여튼 스즈하라는. 모처럼 이름으로 부르려고 했는데………)
여인의 마음은 복잡한 것이다.

그 토우지의 시선 끝에는 진홍색 RX-7.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아스카의 애차다.
「뭐꼬, 오늘은 소류 차 타고 왔는 기가. 내는 범생이 차를 몰고 올 줄 알았구마」

「언제 봐도 아스카 차에서는 큰 소리가 나네」
아스카가 스포츠카를 모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쪽 분야로는 일반적인 여자아이일 뿐인 히카리다. 왜 큰 소리가 나는 것인지 그런 것은 그다지 잘 모르는 듯하다.

몇 번 아스카의 차를 타 본 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조수석 의자가 움직이지 않아 승차감이 불편해서, 뭔가 피곤한 기분이 들어버리는 히카리였다.
그런 점에서 토우지의 차는 처음 타 보는 것이긴 해도, 느긋하게 앉아있을 수 있기에 히카리는 이 차가 마음에 들었다.

포레스터의 뒤에 해저드를 드러내며 아스카가 차를 세운다.
수도고속도로의 공영주차장이라면 주목을 끌겠지만, 지금은 주간의 역전 로터리.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운전석과 조수석 문이 거의 동시에 열리고, 신지와 아스카가 차에서 내려 포레스터로 향한다.

「아스카 완전 날아서 왔어. 아무리 늦었어도 그렇게 난폭운전할 필요는 없잖아」
지쳐 보이는 신지가 아스카에게 말한다.

「시끄럽네 바보신지! 덕분에 빨리 도착했으니 됐잖아」
아스카가 신지에게 받아친다. 뭐, 늦은 원인은 히카리가 예상했던 대로 아스카가 옷을 갈아입는 데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이었지만.

「또 부부싸움이가. 하여튼 간에 질리지도 않는가베」
기가 찬다는 듯 토우지가 중얼거린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스즈하라!」
아스카가 옴에 따라, 호칭이 다시 성을 부르는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둘이도 문을 열고 신지와 아스카에게 향한다.

「어이 범생! 변함없이 부부싸움에 열심이구마?」

「아스카는 언제나 이카리군과 사이가 좋구나」

두 사람이 놀리듯이 신지와 아스카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하는 편이 가장 빠르다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학습했다.

「무슨 소리야, 히카리! 그런 거 아니야!」
먼저 반응한 것은 아스카.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은 기분 탓일까.

「그런 거 아니야, 토우지!」
신지도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린다.

「네이네이, 아스카도 이카리군도 그정도 해 둬. 언제까지 솔직하지 못하게 그럴 거야」
과연 예로부터 익힌 솜씨. 전직 반장의 직함은 겉치레가 아니다.

「무슨 소리야, 히카리………」「무슨 소리 하는 거야, 호라키양………」

둘이는 이번에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한 신지와 아스카.

「오늘은 스즈하라가 차를 가져 왔으니 같이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잖아. 빨리 가지 않으면 해가 떨어져 버릴 거야」
히카리가 두 사람을 향해 말한다.

히카리의 말대로, 오늘은 토우지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보증금으로 매입한 포레스터의 신고식 드라이브였다.
면허는 땄지만 주행경험이 적은 토우지와, 애초에 차를 탈 기회 자체가 적은 히카리만으로 불안했기에, 히카리는 이미 차에 익숙한 아스카를 불러낸 것이다.
당연히 아스카를 불러내면 신지까지 따라나오는 것도 계산대로였다.
평소 솔직하지 못한 아스카를 위해, 더블데이트를 기획한 것.
그것도 그렇지만, 히카리로서는 토우지와의 첫 드라이브.
빨리 가고 싶어 안달인 것도 당연했다.

「그렇네, 히카리. 그럼 갈까. 스즈하라! 천천히 달릴 테니까 제대로 따라와」
아스카도 히카리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바로 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아ー알았다. 좀 살살 부탁한데이, 소류!」
내심 따라갈 수 있을지 두근두근한 토우지였다.

「그럼 신지, 출발하자」
아스카가 말했다.

「토우지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달려야 해, 아스카」
아스카에게 웃는 얼굴로 주문하는 신지였다.

「다, 당연하지 그건.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신지의 웃는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수줍은 아스카였다.

「아스카, 왜 그래? 얼굴이 붉은데?」
그런 여자의 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신지였다.
둔감했던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시끄럽네 바보신지! 빨리 타기나 해」
수줍음을 감추려고 그만 목소리를 높여 버리는 아스카였다.

「알았어, 아스카.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역시 눈치채지 못한 신지였다.
정말 사귀는 사이는 맞는지,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저러하여 역전의 로터리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RX-7과 포레스터.
두 대가 함께 달릴 때는, 기본적으로 운전을 더 잘 하는 쪽이 앞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차의 간격이라던지, 신호 변화라던지에 있어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운전에 익숙한 아스카는 뒤에서 따라오는 토우지들에게 신경을 쓰면서, 두 차가 떨어지지 않도록 스무스하게 달려간다.

그 무렵, 또 한명의 메인 캐릭터인 레이로 말할 것 같으면
「Zzz………, 음냐………. 더는 못 먹어………」
게으른 잠을 탐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그때쯤 네르프 근처에서는

「분명히 이 부근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무광 국방색 원박스를 운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렇다, 아이다 켄스케다.
미사토와의 약속 때문에 네르프로 향하고 있는 것.

「여긴가………」

목적지인 네르프에 도착한 켄스케.
부지에는 튜닝카가 몇 대 서 있고, 스태프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뭔가 안 어울리네………」

그것도 그렇다.
원박스 따위가 정차할 일이 없는 장소, 기껏해야 파츠 납품차가 드나드는 정도다.

「그럼, 미사토 선생님은 어디 계신가?」

차에서 내려, 사무소로 보이는 문을 향해 걸어가는 켄스케.
바로 그 때, 문 반대쪽에서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있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흑발에 숏컷을 한 여자가 나왔다.
연령은 20대 전반 정도일까.

(귀여운 사람이네. 사진 찍으면 수요가 있겠어)
켄스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피사체로 생각해 버리는 것은 그의 오랜 버릇일까.
그런 것보다 청춘을 구가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저, 저기. 죄송합니다. 미사토씨………, 카츠라기씨 여기 계신가요?」
정신을 가다듬고, 켄스케가 눈앞의 여자에게 묻는다.

「카츠라기씨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고는, 방금 나온 문 쪽을 향해, 「카츠라기씨ー이, 손님이에요」라고 미사토를 부른다.

그러자
「그러니까 마야. 이제 카지씨라니까. 그리고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지」
라는 미사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죄송합니다, 카츠라………, 앗……… 미사토씨」
마야라고 불린 여자가 미사토에게 대답한다.

「나한테 무슨 용무? ………가 아니고 아이다군이잖아. 기다렸어. 자ー, 들어와 들어와」

당연하다는 듯 켄스케를 불러들이는 미사토.
이런 부분에서 네르프의 면면도 익숙한 것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안쪽에는 파티션으로 칸막이가 되어 있었다.
흥미롭다는 듯, 켄스케의 시선이 안쪽을 향한다.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 개.
멋부린 것은 아니지만, 단정해서 호감이 느껴진다.

「자아, 앉자. 마야쨔ー앙, 차 좀 내어 줄래」

시키는 대로 앉은 켄스케.

「리츠코, 잠깐만 와 봐ー!」
소리높여 리츠코라는 사람을 부르는 미사토.

미사토가 리츠코를 부르는 동안, 마야가 커피를 날라 온다.
「느긋이 계세요. 카츠라………, 미사토씨는 원래 저런 분이시니까요」

「아뇨, 제 담임 선생님이었으니까 그런 건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요………」

어딘지 모르게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소리지르지 않아도 들린다고, 미사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금발 여자가 옆으로 다가왔다.

「아이다 켄스케군이지요. 처음 뵙겠어요. 아카기 리츠코입니다」

「아이다군, 네르프에 온 걸 환영해」
미사토가 장난스럽게 켄스케에게 말을 걸었다.

「미사토 너 진짜………. 뭐 됐나.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이다군. 오늘 차로 여기까지 왔을텐데, 차 좀 볼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리츠코가 이야기 진전을 위해 켄스케에게 말을 건다.

「상관 없서요. 애초에 대단한 차도 아닌 걸요」
케스케가 자조적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내심 이 시스템에는 이미 사로잡혔기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불려온 것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갈까」
리츠코가 선두로 방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다.

「리츠코는 좀 특이한 면이 있지만, 신경쓰지 말아」
미사토가 켄스케에게 말한다.

「저기………, 아카기씨와 미사토 선생님은 어떤 사이신가요?」
켄스케가 이상하다는 듯 미사토에게 묻는다.

「응ー? 리츠코하고는 대학 시절부터 아는 사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차가운 데가 있어 보이는………」

「그렇지 않아. 초면이라면 그래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건가요?」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미사토가 윙크하며 대답했다.

그런 대화를 나눈 후, 세 사람은 켄스케의 차 앞에 섰다.
「아이다군, 차 안을 보여줄 수 있을까?」
리츠코가 켄스케에게 말한다.

「넵」
켄스케가 리모컨키를 조작해 차의 자물쇠를 연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물 느낌이 나는 차였지만, 켄스케는 직접 무선 도어록을 달았다.

사이를 두지 않고 차에 올라탄 리츠코가 기계들을 확인한다.

「아이다군? 차 안에 있는 기자재들은 뭐가 있지?」
리츠코가 묻는다.

「에, 그게 말이죠. PC에 DVD 내비, 비디오에 DVD, 모니터에 프린터, 그리고 냉장고가 있네요. 그리고 카메라류는 일체가 다 갖추어져 있고요」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켄스케.

「PC의 스펙은?」
불안한 미소를 띄우며 묻는 리츠코.

「보자, 펜티엄 4 2기가헤르츠에, 하드디스크가 60기가인데………」
켄스케가 눈을 위로 굴리며 헤아려 대답했다.

「인터넷 접속은 가능?」

「네네. H" 128K에, 마음먹은 대로 비어 있는 무선랜 대역에 끼어들 수 있는데요」

「도대체 알아먹지를 못하겠네」
미사토는 두 손 들었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츠코와 켄스케의 길고도 긴 질의응답이 끝난 후
「이 정도면 손만 조금 대면 쓸 수 있겠는데」
리츠코가 미사토에게 말을 걸었다.

「헤ー에, 그래? 그럼 딱 좋은 거 아니야?」
미사토가 리츠코에게 대답한다.
………뭐가 좋은 것인지 내용은 모르는 것 같지만.

「우리가 차를 제작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가동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결정된 거지」
미사토가 손가락을 딱 울렸다.

「아이다군,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미사토가 진지한 표정으로 켄스케에게 얼굴을 돌렸다

「뭐, 뭔가요 미사토 선생님」
주춤대는 켄스케.

「응ー, 여기서는 뭣하니까,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렇네」
건물 쪽으로 향하는 미사토에게 동의하는 리츠코였다.
미사토는 목이 말랐고, 리츠코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내용은 다르지만 의견이 일치한 두 사람이었다.

「에, 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켄스케.

안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사무소 안쪽으로 안내된 켄스케였다.
거기는 리츠코의 책상 앞.
투박한 사무용 책상에 커다란 머그컵과 재떨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자 책상으로 착각할 것이다.

빨간 입술연지가 묻은 담배꽁초와, 새끼고양이가 뛰어노는 화면보호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아이다군. 이야기 말인데」
아직 낮이라 역시 에비스를 딸 수는 없고, 대신 탄산음료를 손에 든 미사토가 말문을 열었다.

「네넵」
켄스케가 약간 긴장한 느낌으로 반응했다.

「내가 이야기할게」
리츠코가 담배를 태우면서 이야기했다.

「아이다군, 레이와 아스카가 수도고속도로에서 공도레이싱을 하는 거, 알고 있지?」

「네, 네. 얼마 전에도 만나서 얘기했는데요」

「그럼 신지군이 달리고 있다는 것도?」

「에엣? 이카리가요? 금시초문인데요」
켄스케가 놀란 모습으로 대답했다.

미사토는 그 모습을 히죽히죽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놀란 켄스케에게 말을 걸고 싶어 죽을 듯이.
「맞아, 아이다군. 신쨩도 한다니까」

「미사토 선생님도 알고 계셨던 건가요」

「당연하지?」

「미사토, 말 좀 끊지 말아 줄래?」

「네이네이, 리츠코, 계속하세요」
불만스럽게 대답하는 미사토.
좀더 켄스케를 놀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 아이다군, 수도고속도로의 파란색 GT-R 이야기는 알고 있어?」

「네에, 이것저것 조사하다 보니 검색에 자주 걸려서 나름대로는요」

「그게 신지군이야」

「그 말씀은 지금 수도고속도로 최속이」

「신지군이야」
미사토가 리츠코보다 먼저 말한다.

「그랬던 거군요」

그 때, 리츠코로 말할 것 같으면
(내 결정적 대사였는데………, 미사토 용서 못 해)
화가 났다.

「그걸 아야나미나 소류는 알고 있나요?」

「레이나 아스카는 몰라」
(이번에는 내가 말했어)
리츠코는 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가
「여기 대표가 신지군의 아버지인데, 일부러 그 둘에게는 알려주지 않으려는 모양이야」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것과 오늘 제가 불려온 것하고 무슨 관계가?」

「이야기는 간단해. 이쪽의 기자재를 두세 개 추가해줄 테니까, 레이와 아스카에게 협력해 줬으면 해」
리츠코가 세 개비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야나미와 소류에게요?!」
켄스케가 놀라서 되묻는다.

「그래, 레이와 아스카에게」
미사토가 켄스케에게 말한다.

「그런데 왜 내가………」
라고 켄스케가 의문을 입밖에 내려는 순간

「공짜로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아이다군. 만약 협력해 준다면, 여기 있는 마기로 한정된 것이지만, 로그인 패스워드를 알려 줄게. 그리고 프록시 서버로 마기를 경유해서 인터넷에 액세스해도 상관 없어. 어떨까?」
리츠코가 불온한 미소를 지으며 켄스케에게 말한다.

「엣? 마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요?」
켄스케가 아까 이상으로 놀라서 되묻느다.

켄스케는 뒷세계 정보를 통해 마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주 지겨울 정도로.
세 대의 슈퍼컴퓨터 마기.
일부 해커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존재.

누가 도전해도 그 방화벽을 다 뚫지 못했고, 어느 일정한 선을 넘어 진입한 사람은 일주일 내에 인터넷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존재.
켄스케도 도전한 적이 있었지만, 첫 번째 방화벽밖에 뚫지 못했다.

그것을 일부나마 사용할 수 있고, 게다가 프록시 서버로 사용해도 좋다.
보통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켄스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 맞아. 두 달 전에 침입하려 했던 아이다 켄스케군」
리츠코가 선뜻 대답했다.

「알고 계셨나요」
켄스케가 당연한 것을 되물었다.

「그래. 첫 번째 방화벽에서 그만두는 해커들은 끝이 없기 때문에 로그를 뽑지는 않았지만, 그 뒤로는 모든 로그를 뽑아 보거든. 네가 신지군의 친구였기 때문에 내가 직접 상대해 줬는데, 실력이 꽤 괜찮더라. 프로그램에게 자가방어를 맡겼다가는 톨파당했을지도 모르겠어. 뭐, 그 이상 돌파했다가는 네 머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겠지만」

「그랬었나요. 모자 벗고 인사 박겠습니다. 그런 머신을 쓰게 해 주신다면, 뭐든지 기쁘게 협력해 드립죠」

(이것도 저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평정심을 가장한 켄스케였지만, 내심 기쁨으로 가득했다. 거의 완전한 익명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바이러스 감염도, 해킹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최강의 머신을 손에 넣은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럼 잘 부탁해. 하루이틀 차를 맡겨 줘. 돌아갈 대차는 우리 쪽에서 빌려줄게. 나머지는 미사토가 설명해」
그렇게 말하고 리츠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럼 그렇게 되었으니까 아이다군, 잘 부탁할게」
미사토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미사토 선생님, 뭘 도우라는 건지 전혀 내용을 못 들었는데요」

「괜ー찮아, 괜ー찮아. 남자니까 세세한 건 신경 안 써도 되잖아. 앞으로 차차 이야기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미사토도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정말이지, 미사토 선생님도 변함이 없구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켄스케도 마기의 사용권을 손에 넣었기에, 다른 세세한 것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이미 들떠 있었던 것이다.

「아이다군, 대차로 안내할게」

「아, 네」
그렇게 말하고 미사토와 켄스케도 리츠코의 사무실을 떠났다.

Go to Next Stage…?

안녕하세요, PON입니다.
늦었지만, 한밤중의 룰렛 4th Stage 입니다.
죄송합니다. m(_ _)m 엉거주춤 해버렸네요.
생업이 바빠서 바짝 졸아들었습니다.
차회는 4.5th Stage로 할 예정입니다.
거기서는 신지와 아스카, 토우지와 히카리의 이야기를 합니다.
기대해 주신 분들, 죄송합니다.
차회는 제대로 쓰겠습니다.

그럼 이만


호평 연재 중! 인 「한밤중의 룰렛」 그 시작 4th Stage 였습니다~.
PON씨, 언제나 정말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화는 전반부가 신지와 아스카, 토우지와 히카리의 커플 이야기, 그리고 후반이 켄스케와 미사토, 리츠코의 전개였지요.
양쪽 모두 완급이 좋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풋풋한 신지와 아스카, 토우지와 히카리의 더블데이트 좋아요. 이후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켄스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미사토와 리츠코.
아스카와 레이에게 협력해 달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우라는 말일까요?
정말 다음 전개가 신나게 기다려지네요!

작가 PON씨에게 작품의 감상을!
감상은 작가의 원기의 근원. 꼭 부탁드립니다.

이번 4th Stage도 정말 즐거웠어요~.
차회 「4.5th Stage」도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PO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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