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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4월 4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제이화


 
『 이번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인 이카리 유이 주임인가 』
   정면에 앉아 있는 것은, 바이저를 쓴 노령의 독일인. 이 자가 킬 로렌츠인가. 
「네」
 
『 그렇다면 묻겠다. 피험자, 이카리 유이 주임 』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나를 기다린 것은 제레의 사문이었다. 위성회선을 이용한 다원 홀로그램 회의 시스템 같지만, 입체영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이 있다.
 
『 지난 번 사고는, 에바가 자네의 혼을 취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
   새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왼쪽 깊숙한 곳의 프랑스인. 
「송구하지만 기억에 없습니다」
 
『 자네의 증언이 옳다면 말이지 』
「폴리그래프 검사에서도 허위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 기계를 속일 방법 따위 얼마든지 있다.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
   그 말대로다.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 군인으로서의 소양으로 습득했다.
 
『 에바에 인간의 정신, 마음을 주입하지 않으면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
   왼쪽 앞에 앉은, 억양으로 보아 미국인인 듯, 잡스러운 느낌의 리리코 테너.
「그 대답은 할 수 없습니다. 달리 유례가 없는 만큼, 비교검증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YES라고 답해줄 의리는 없다.
 
『 이번 사고는, 자아경계선을 잃었던 인체가 양자상태에서 복원된 실제 사례다. 이것으로 예측가능한, 서드 임팩트가 무효화될 가능성은? 』
「남극 조사결과에 비추어보건대, 낙관론은 부정적입니다」
 
『 그런가. 한 번 허물어뜨린 마음의 벽을 재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뿐인가 』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자네의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
「네」
 
『 이상이다. 내려가라 』
「네」
 
접속이 끊어진 순간, 기운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병석에서 막 일어났는데 사문이라니, 좀 힘들다. 눈뜨자마자 호출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만. 역시 이쪽의 사정따위는 상관없다는 건가.
어머니의 기억 속에 백인우월주의 종교결사라는 촌평이 있었는데, 황인종의 건강상태 따위 안중에 없는 것일지도.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유이군! 괜찮은가!?」
「네에, 후유츠키 부…소장님. 조금 지쳤을 뿐입니다」
올려다 보니, 후유츠키 부사령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왠지 유감스러운 듯하다.
내밀어준 손을 잡고 일어선다. 주름 많은 손바닥은 의외의 강인함을 부드럽게 감추고, 신비한 안심감이 있었다.
어라? 아버지는 어디 갔지? 올 때는 있었는데.
「이카리 놈이라면, 자네 뒤를 이어 사문 중이라네. 자네의 사문에도 따라 들어가겠다고 우겨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방황한 시선의 의미를 부사령은 꿰뚫어 본 것 같다.
「시간이 걸릴 테니, 먼저 돌려보내겠다고 이카리에게도 말해 두었네. 차가 기다리고 있어」
「저기… 후유츠키 부…소장님」
「왜 그러나?」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던 부사령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돌아본다.
「…제, …아이는… 어디에?」
「기억은 나지 않더라도, 역시 신경쓰이나 보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이다. 후회가 막심하여 간밤에 한 숨도 못 잤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 온 거냐고, 몇 번이나 자기자신을 나무랐는지.
「…그래도, 그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지 생각하니…」

「뭔가 좋은 자극이 될지도 모르겠군. 보육소에 들르도록 하세나」
「부탁드리겠습니다」 
 

****
 

세컨드 임팩트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은 눈부시다.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하니 당연한 일이지만.
유명무실했던 남녀고용기회균등법도 실정에 맞추어 재검토, 확충이 도모되어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상당수의 기업이 보육원을 병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우수한 여사원의 획득・확보에 힘쓰고 있다.
인공진화연구소도 예외가 아니어서, 24시간 탁아소를 운영하며 여직원의 편의를 돕고 있다. 연구직에 종사하는 직원이라면 1주일 이상 맡겨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머니의 기억을 받아쓰기한 것인데.
 
경비원에게 인사하고 문을 지나, 사정을 모르는 척 두리번두리번.
후유츠키 부사령은 정말로 사정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 시간이라면 안뜰에 있을 겁니다」
눈치 빠른 경비원분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아이들의 안전을 맡겨도 괜찮겠지.
감사 인사를 하고, 가리켜 준 방향으로 향한다.
 
「아아, 저기 있구만. 보게. 저쪽 모래사장에서 혼자 산을 만들고 있나보이」
말을 듣기 전부터 한 눈에 알아본 것은, 어머니의 몸이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는 짓은 하지 않지만.
 
만들다 만 모래언덕은, 피라미드인가.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훔친 그가, 이쪽을 알아차린다. 툭 떨어지는 모래삽.
모래언덕을 걷어차 허물고 달려오는 그에게, 살짝 웃어주고 만다. 부사령이 보지 못하는 틈에, 어머니의 몸이 기억하는 그대로. 
만면의 웃음을 지어보인 순간, 울음을 터뜨리더니 온몸을 부딪듯이 안겨온다. 3세 아동의 돌진력은 얕볼 수 없다. 유도의 다리잡아메치기처럼 쓰러지려는 것을 부사령이 지탱해 주었다.
「…송구합니다」
「상관없네. 그보다도 신지군을」
「네」
쭈그려 앉고, 부둥키다시피 꼭 껴안는다. 그 순간, 불에 덴 것처럼 울어댄다.

함께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많이 많이 사과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무상의 사랑을 주어야만 할 시기가 존재한다. 지금 바로 그 한창때의 그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자신의 염치없음으로 다 어그러뜨릴 뻔 했던 것이다.

그의 울음과, 자신의 마음의 울음이 모두 그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
 

「이제 됐니? …그래, 다행이야」
아직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는 그릇을 밀어내고, 입가를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함박웃음.
어머니의 기억에 따르면, 나는 상당히 말이 늦게 트인 것 같다. 그래서 그 몸짓이나 태도로 여러가지를 읽게 된 모양이다. 방금의 말도 그의 「이제 배불러. 맛있었어」 표정을 읽고 꺼낸 말이었다.
 
보육소 근처의 다방.
여기서 헤어지기에는 너무 가엾다는 후유츠키 부사령의 제안으로, 그를 보육소에서 여기까지 데려왔다.
「자네가 커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위화감이 있군」
「그런가요?」
언제 취향이 변했나요? 출산 전인가. 라며 큰소리. 그만 내 기호대로 토아르코Toarco 토라자Toraja를 주문해 버렸는데, 어머니는 홍차당이었다.
그런가. 라며 부사령이 턱을 짚으며 숙고. 어찌저찌 속여넘긴 것 같다.

「그래서, 어떤가? 뭔가 생각이 났는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아버지의 배우자 노릇을 할 자신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이 아이를 내팽겨칠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하지만,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요. 이 아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고, 가능하다면」
「모친으로서 돌보기만 하겠다. 그거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될까?」
「요리를 하거나, 기기를 조작하는 절차의 기억은 아무래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야 몸이 기억하는 것이니까. 라며 다시 턱을 짚는 동작.
「이 아이가 1주일 동안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생각해 보면, 도저히 두고볼 수가 없어서…」
「자네만 좋다면, 그건 문제될 건 없지」
「정말 고맙습니다」
사례를 들을 만한 일이 아닐세. 라며 쑥쓰러움을 감추듯이 부사령이 커피를 홀짝였다.
 
「그것보다도, 자네 자신의 거취가 문제인데」
배가 불러 졸린 듯한 그를 끌어안으며, 눈짓으로 되붇는다.
「순리대로라면 이카리 놈하고 동거해야겠지만, 지금의 자네는 저항감이 있지 않겠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속일 수가 없다.
「별거한다면 주택을 수배해 줄 테니,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 내 아파트를 제공해줌세」
고민하는 척. 왜 척이냐면, 결론은 이미 어젯밤에 내렸으니까.
카지씨와의 관계도 10년 이상 헤맸던 내게, 아버지의 배우자 역할이라니 과중한 짐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뇌리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보는 어머니의 생각을 보게 된 지금. 아무리 내가 박정하다 해도 아버지를 저버리기도 또 어렵다.
「유엔 산하기관 소장이 별거라니. 추문이 되겠지요.  당치않은 억측을 받고 싶지도 않고, 풍파를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생각만큼 거부감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마, 저번 세계에서 부자가 아닌 제3자로서 접해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마음에는 거대한 적으로 보였던 저 아버지는, 다른 입장에서 보면 연민할 만한 한 남자이기도 했다.
「게다가, 가능한 한 원래 생활을 유지하는 편이 기억을 되찾기도 쉽지 않을까 싶고」
「…흠. 일리가 있군」
역시 턱을 짚는 동작. 주먹을 세로로 해서 턱을 괴고, 엄지손가락으로 받치고 있다. 그런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은, 어머니의 기억의 악영향일까?
 
 
…위아래 눈꺼풀이 붙은 그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어머어머, 자야고寝やご?」
상냥하게 흔들며 재운다. 낮잠 치고는 좀 이르지만.
「…자네 고향에서 그런 말을 썼던가?」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어감이 좋아서요」
불쑥 입에서 튀어나왔는데, 아무래도 어머니는 이 말을 꽤 마음에 들어한 것 같다.
「알 것 같은 느낌이군. 상냥한 말이니까」
네에. 라고 답하고, 잠들어 버린 그의 머리를 내 어깨에 올린다.
그 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던 부사령이 커피를 들이켰다.
시에스타Siesta가 인생의 중대사라는 위원도 있으니, 슬슬 이카리 놈도 사문에서 풀려났겠는데」
손을 흔들어 웨이터를 부른다.
「대화해 보겠다면 차를 연구소로 돌리겠네만, 어쩔텐가?」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고개를 끄덕인 부사령이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건넸다.
공손히 몸을 숙이려는 웨이터를 몸짓으로 말리면서,
「부소장님, 조금 폐를 끼쳐도 될까요?」

「무엇을 말인가?」
의표를 찔렸는지, 부사령의 물음은 사이가 있었다. 어머니의 기억을 뒤져 그럴듯한 부탁하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는데, 위화감이 있었을까?
「시간이 시간이니까, 간식을」
병원에서 바로 왔으니, 수중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흠. 그런 거라면 상관 없네」
감사합니다. 라고 청량한 미소. 어머니는 이런 느낌으로 웃었던 것이구나.
아이스커피와 아메리칸 클럽하우스 샌드위치를 2인분, 테이크아웃으로 웨이터에게 주문한다.
「…2인분인가?」
「하나는 운전수 분 몫이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웃는 얼굴로 대꾸. 이런 반응은 나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었어서, 자신이 아버지를 닮았음을 새삼 실감했다.
「기억을 잃어도 유이군은 유이군이군.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간식은 내가 생각한 것이지만, 부사령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머니도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내 안에 어머니도 분명히 숨쉬고 있는 증거처럼 생각되어, 조금 기뻤다.
 

****
 

 
「그것은, 가정내 별거라고 받아들여도 좋을까?」
쓸데없이 넓은 소장실. 언제나의 그 포즈로 앉은 아버지의 등 뒤에, 창틀의 그림자가 십자가 같다. 
「…제멋대로 굴어 미안해요」
허둥지둥 들여놓은 파이프 의자. 잠들어버린 그를 끌어안은 채 그 의자에 앉아 있다.

모처럼 사온 간식인데,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기뻐해야, 하겠지」
「소장님?」
돌연 눈을 부릅뜬 아버지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지 시선을 돌린다.
「후유츠키가 말한 대로, 지금 자네에게 나는 남이다. 신지째로 버림받아도 불평은 할 수 없지」
뭐라 말하려 했는데, 몸짓으로 제지당했다.
「허나 자네는 신지의 모친으로서지만, 부부의 체제는 유지해 주겠다는 거니까」
시선을 맞추지 않는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송구합니다」
「자네 탓이 아니야. 사과하지 말아」
만성적 수면부족일까. 눈 밑의 다크써클이 칠한 것처럼 진하고, 수염도 지저분하게 자랐다.
정말로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던 아버지를, 나는 기쁨에 휩싸이게 해놓고 도로 절벽에서 밀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어머니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다. 역시 나는 박정한 인간이다.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두가지, 인가요?」
아아.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가, 그제서야 시선을 맞춰온다.

「유이. 라고 불러도 될까?」
지체없이 수긍했다.
 
「…유이. 남의 눈이 없는 곳만이라도 상관없으니까. …겐도, 라고 불러줘」
방금, 아버지가 뺨을 붉힌 건가?
…조금 귀여웠을지도.

「…겐도…씨?」
너무나도 멋쩍었지만, 적어도 어머니의 기억대로 불러 드리기로 했다.
 
계속 つづく
2007.04.04 PUBLISHED
2021.10.02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弐話



「자야고」로 번역한 「寝やご」는 이즈모 방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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