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라…? 바디샴푸 떨어졌어」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병을 거꾸로 들고 흔들어 보인다.
「에~!?」
카츠라기 대위가 물에 잠긴 채, 머리만 돌려 이쪽을 본다. 머리카락을 정리한 수건이 모양 그대로 흘러내린다.
「…괜찮다면, 이거」
내민 병을 받아든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시선이, 내 무릎가에 늘어놓은 병들로 향한다.
「너 왜 혼자 일습을 다 챙겨왔어?」
「…시판품은 사용하지 말라고, 아카기 박사가」
「흐~응」 스펀지에 짜내고, 두세 번 비빈다.
「뭐야. 거품이 안 일잖아」
「…불필요한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아서 피부에 부드럽다고」
「헤에…, 앗, 뭔가 좋은 느낌♪」이라며,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
샴푸, 린스, 컨디셔너부터 내 소지품을 두루 다 시도한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왠지 만족스러워하며 어깨까지 물에 잠겨 있다.
아카기 박사의 표현대로면, 카나리아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먹은 고양이처럼. 아니, 그정도로 신난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조금 작은 사냥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머리에 두른 수건이 풀리지 않도록 신경쓰는 몸짓을, 아카기 박사가 뭐라고 형용했더라?
욕탕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카츠라기 대위가, 수건을 풀어 머리칼을 드러냈다.
「아아, 이거 말이지? 세컨드 임팩트 때, 조금 그렇게 됐어」
라며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바라보고, 쓴웃음. …아니, 조금 다른 것 같다.
「…알고 있지, 나에 대한 것도, 전부」
「뭐, 일이니까…. 서로 옛날 일은 신경쓰지 말자」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 사람의 고뇌가 사도를 자기 손으로 쓰러뜨려도 풀리지 않을 만큼 뿌리깊다는 것을.
「…정말로?」
일어서서, 물을 헤친다.
카츠라기 대위의 아래까지 다가가서, 그 상처를 만진다.
「…이 상처를 준 것을, 이 상처가 새겨진 것을, 이 상처가 남은 것을, 」
그 눈을 본다.
「…카츠라기 대위는 잊을 수 있어요?」
「뭘…, 알고 하는 말이니…」
카츠라기 대위의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서, 피어오르는 김마저 가로막힐 것 같다.
「…아무것도. 다만, 알 뿐. 카츠라기 대위는, 뭔가 속이고 있다고」
거짓을 말한 사람의 거짓을 규탄하자, 심하게 마음이 삐끗거린다. 그 사람도 이런 기분을 맛보았던 것일까?
눈을 피한 카츠라기 대위는,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그것은, 이번 세계에 와서 내가 느낀 것.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은 내 희망의 결과. 희망한 모양대로 되지 않더라도.
카츠라기 대위가, 내가 희망하기 전에 나를 위해 무엇을 한다.
그것은 기쁘고, 슬프다.
「그러니까…, 너는…. 나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느닷없이 손목이 잡혀, 그대로 바위그늘까지 끌려갔기 때문에.
「너 진짜 가차없구나」
「…그래? 잘 이해가 안 돼」
하아. 짧은 탄식.
「또 그래? 또 이해가 안 되셔?」
「…응」
한 순간이지만 시선을 바위 너머로 보냈다가,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어깨너머를 엄지로 가리켰다.
「저게 뭐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카츠라기 대위는 다양한 갈등을 숨기고 있어. 우리한테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뭐, 그렇겠지만…」이라며 어깨를 움츠린다.
「그렇다고 해도, 억지로 캐묻는다고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그래? 너는 대답해 주었어」
왠지 갑자기 얼굴을 붉힌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얼굴을 돌리고 입속으로 무언가 중얼거린다.
「…묻는 것은 내 자유. …대답할지 여부는, 그 사람의 자유」
그것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내게 가르쳐 준 것.
「…그렇다면, 대답받지 못한 내 질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번엔 철학이야?」 라며 시선부터 돌려보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
「쓸데없는 걱정 안 해도, 네 질문은 미사토의 마음에 닿고 있어」
가리키는 것은, 바위 너머.
욕탕 가장자리에 앉은 채, 카츠라기 대위가 명치의 흉터를 숨기려는 듯 몸을 비틀고 있다.
「그러니까, 언젠가 답이 돌아올 거야.
네가 원하는 형태로 돌아올지 아닐지 그건 모르겠지만」이라고 중얼거리고,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욕탕에 주저앉는다.
「…」
도대체, 어떤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일까? 상상할 수 없다.
「…당신은, 카츠라기 대위에게 무엇을 묻고 싶지 않아?」
「물을 까닭이 없, 긴 하지만.
네 덕분에 내 말도 미사토에게 닿을 테니까, 뭐 됐어」
그대로 눈꺼풀을 닫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더 이상 대답할 기분이 아닌 것 같다.
탕 식겠다. 너도 들어와. 라는 말에, 마지못해 따랐다.
계속 つづく
2021.11.25 TRANSLATED
2021.12.03 TRANSLATION REVISE
원본 初号機の初号機による初号機のための補完 第七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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