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31일 월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사화


「미사토씨. 아야나미한테 무슨 말을 하신 거예요?」
집에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캐물어 온다.
「무, 무슨?」
「시치미 떼지 마세요.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보살펴 주겠다는 거예요. 미사토씨가 시킨 거죠?」
흥분한 나머지, 손님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광편사도전에서 양 손바닥에 화상을 입은 그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아야나미에게 얘기했던 것은,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었다.


…………


「그건 명령?」
「아니, 「부탁」이야」
「……부탁. 타인에 대하여, 이렇게 해달라고 맡기다.
      자신의 기분대로, 이렇게 해 달라고 강력하게 생각하다. 바라다.
  …그렇구나. 카츠라기 대위는 내게 바라는구나.
  …바람. 반드시 이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는 생각.
   이루어질지 여부는 내게 달린 것.
  …그렇구나. 나의 선택」


…………


드문드문 중얼거리면서 걸어가는 아야나미를 어리벙벙하게 전송했는데, 설마 부탁을 들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도시락은 떠먹여 주려고 하고, 자기 노트는 내버려 둔 채 제 노트를 쓰고, 체육 시간에는 제 대신 농구 시합을 하겠다고 하고, 나중에는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려고 했다고요!」
어지간히 창피했던 것인지, 거의 닿을 듯이 다그쳐 온다.

일찍이, 미사토씨와 내 사이의 거리는 미묘했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복잡하게 공존하는, 땅따먹기 놀이陣取り合戦의 막판 같은 관계였다고 할 수 있을까.
육친의 애정이 부족한 채 반항기를 맞이해버린 내가 꼬인 시각을 가진 것도 있지만, 다분히 그것은 그녀의 문제이기도 했다.
작전부장으로서, 보호자로서. 여러 가지 자기모순과 고뇌의 결과, 쌀쌀함과 몰아붙임의 난잡한 블렌드blend로서, 그녀는 존재했다.
그 어중간함 때문에 때로는 상처 입혀가며 살아가던 나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에게는 어릴 적에 꿈꾼 가족이라는 것을 실현해서 주고 싶은 것 뿐.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내게 고뇌는 없다. 지금의 그와의 관계는 「브라콘 기질의 누나와, 누나를 좋아는 하지만 귀찮아하는 남동생」쯤 될까. 그런 심플한 구도가 되어가고 있다.

「『명령이 아니야. 이것은 카츠라기 대위의 바람. 나의 자유의지에 맡겨진 그녀의 생각. 흔쾌히 받아들임』이라고 중얼거리기만 하고,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고요」
불평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비아냥거리지도 않는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만하다.
「기가 막혀서.
 AT필드 실험 중에 무슨 말을 하나 싶었는데, 그런 쓸데없는 참견을 한 거야?」
「정말 쓸데없는 참견이었어요. ……아, 리츠코씨. 오셨어요?」
「에에, 실례할게」
「죄송해요, 잠깐 흥분해서……. 어서 들어오세요」
그 틈을 타 부엌으로 철수했지만, 목소리의 추격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럼 에……, 레이쨩한테는 내가 얘기해둘 테니까……」
「당연히 그러셔야죠」
리츠코씨를 초대한다. 라는 것은, 다소 기합을 넣은 요리와 디저트로 열심히 만든 슈크림과 캐모마일차 덕분에, 그의 언짢은 기분이 겨우 풀렸다는 것이다.
마무리용 커스터드 크림을 만드는 작업을 눈앞에서 보여준 것이 효과가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레이쨩이 그렇게 열심이었을까?
 신지군은 짐작가는 거 있어?」
「그럴 리 없잖아요. 아야나미 잘 알지도 못하고……」
바로 요 전날까지 자신도 불편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동정하는 걸까? ……아야나미에 한해 그렇지는 않은 걸까.
「리츠코…는 어때?」
「변함 없네, 너. 왜 내 이름 부를때마다 말을 그렇게 더듬어」
보라는 듯이 탄식한다.
「딱히 너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버릇이야, 버릇」
〈그건 당신이 아득하게 연상이니까 그렇습니다〉라던가,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것보다도, …레이쨩 말인데」
「그렇게 말해도.
 나는 레이의 건강 면의 관리자일 뿐이니까, 그 이상 할 말이 없어」
뭐, 리츠코씨가 간단히 넘어올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지 않는다. 여기서는 조급하지 않게 대응해야겠지.
리츠코씨가 볼 수 있는 곳에 고양이 발바닥 모양 재떨이를 갖다 놓았다.
나는 담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집 안에서의 흡연은 허락하지 않지만, 재떨이를 꺼낼 때만은 다르다. 그것이 학생 시절부터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약간 주저한 것 같지만, 결국 니코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재떨이를 당기는 리츠코씨.
아, 잠깐. 재떨이에 못 박힌 저 뜨거운 시선은….
저어기, 리츠코씨?
혹시…… 그 재떨이, 갖고 싶은 거예요?
……
「……아마도 「명령이 아닌」 게 키워드일까」
「무슨 말이야?」
재떨이에 미련이 가득한 시선을 던지면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레이는 「명령받는다」 이외에 타인과의 교류를 알지 못해」
리츠코씨와 미사토씨도 대학 때부터 친구였다고는 하지만, 네르프의 비밀이라는 것은 엄청난 기밀사항이었을 터다.
지금도 리츠코씨는 무엇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고, 어떻게 거짓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들은 이야기지만, 레이는 어렸을 때의 사고로 뇌사 직전의 중태에 빠진 적이 있었다는 것 같아」
담배연기를 토한다.
「기적적으로 회복은 했지만, 후유증으로 감정 표현이 서툴러졌다고나 할까.
그 뒤로는 네르프의 감독하에 놓여졌으니, 아이다운 생활은 할 수 없었겠지」
설명하기 위해 리츠코씨가 지어낸 것인지, 듣는 쪽에서 그것까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네르프 입장의 변명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짝 시선을 돌리면, 그도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아야나미라는 소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그는 아야나미와의 접점이 희미하다. 광창사도전 이후 병문안 겸 해서 찾아간 정도가 다다.
 
아버지와 아야나미의 상냥한 교류를 과시당했을 그로선 아야나미의 인상이 좋을 리가 없지만, 지금 이것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겠다.
「같은 에바 파일럿이지만, 아야나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좋은 아이야. 네 아버지를 닮아서, 많이 서투르긴 하지만」
「서투르다니, 뭐가요?」
 
재떨이의 귀퉁이에 담뱃불을 비벼 끈다. 마지막 연기가 한 줄기 하얗게 피어올랐다.
「사는 게 말이야」
살아가는 것이 서투르다, 는 건가….
전생에는 흘려들었던 이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
리츠코씨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살피며, 지금에야 겨우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뭐야 이게!」
아야나미의 방이다.
그러고 나서, 아야나미에게 건네줄 새 카드를 꺼내보인 리츠코씨에게, 차로 데려다 주는 김에 보고 가면 좋겠다고 구실을 붙여 따라왔다.
물론, 아야나미를 내가 맡을 핑계를 만들기 위한 사전답사였다.
「리츠코!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 봐!」
「……안 더듬네」
리츠코씨가 긴장하는 것을 눈치 챘다.
평소에는 반말을 하기가 어려워 머뭇거리지만,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는 다르다. 카지씨에게 지적받아 알게 된 이 버릇은, 화나 있다는 것을 어필할 때 편리했다.
 
이 방의 참상이야 원래 알고 있었으니 진짜로 화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화났다고 생각하게 하는 편이 좋겠다.
「그러니까, 나는 건강에 대해서만 책임자니까……」
「정신건강이라는 말, 들어 봤어?」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효과는 주효했다. 리츠코씨가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앞으로 단 1초도 레이쨩을 이런 곳에 방치할 수는 없어. 내가 인수할 테니까, 괜찮겠지, 리츠코」
「그렇게 마음대로 결정하지 마!」
「괜・찮・겠・지. 리츠코?」
리츠코씨를 현관 바깥까지 몰아붙이고, 아 맞다 이제 생각났다, 라는 표정을 지으며 발을 돌렸다. 끝까지 몰아붙이지 말고 피해줌으로써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설득의 요령이다.
「미안해 신지군. 이런 큰일을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해 버려서」
「…아뇨, 아야나미를 이런 데 방치할 수 없다는 건 저도 찬성이에요」
망연하게 방 안과 멍청한 표정의 아야나미를 바라보던 그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고마워. 신지군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그렇게 되면 내가 하기 나름.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앉아 있는 아야나미의 앞까지 나아간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이 마치 업신여기는 듯 싫어서, 무릎을 굽혀 붉은 눈동자와 거의 같은 높이로 내려간다.
「좋은 저녁, …레이쨩」
「…네. 카츠라기 대위님」
「오밤중에 얘기도 하지 않고 들이닥쳐서 미안해」
「…아니, 문제없습니다」
「오늘 일은 고마워.
 덕분엔 신지군 상태도 좋아진 거 같고. 신지군도 고마워했어」
「에엑!?」
약속과 다른 말에 불평하려고 하는 신지에게 눈치를 줘 입을 다물게 하고, 아야나미의 양 손을 감싸듯이 잡는다.
「…아뇨. 나의…, 자유의지」
으응. 하고 도리질을 한다.
「내 「부탁」을 들어 주었지?
 그건 내 「생각」을 받아들여 줬다는 거야.
 나를 위해서 노력해 주는 것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 줬다는 것.
 정이 들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준 증거.
 정말 기뻐.
 그러니까, 네 생각을 돌려 줘서.
 「고마워」 감사의 말이야」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도록, 진지하게 바라봐 주는 아야나미의 눈동자를 마주보면서, 나도 한 마디 한 마디를 정중하게 되돌려준다.
「…네……」
……
「왜 그러니?」
무언가 묻고 싶어 하는 듯한 아야나미를 재촉한다.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럴 때는 말이야, 「천만에요」라고 하는 거야」
「……「천만에요」?」
그래.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 번.
「고마워」
「……천만에요」
미소 짓는 아야나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양손에 힘이 들어간다.
전생에, 처음으로 보여 주었던, 서투르게 웃는 얼굴.
이 미소가 그에게 직접 향하지 않게 된 것은 실수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말이야. 이제부터가 본론인데, …레이쨩. 우리 같이 살지 않을래?」
「…어째서?」
「저 봐, 신지군 상태. 꽤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거든」
순 거짓말이다.
확실히 에바의 피드백 때문에 손바닥에 저림이 남아 있고, 통증에 의한 암시로 스스로 화상을 재현해 버렸지만, 생활하기가 곤란할 정도의 부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광편사도전도 꽤 지난 뒤라 치료도 거의 끝나간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다.
「…레이쨩도 도와줄 의욕 만만한 것 같고, 같이 살면서 신지군을 도와주면 신지군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기가 차서 입도 벌리지 못하고 있는 그를 가리키면서, 너무 기뻐서 말도 못하는가 보구나. 라고 시치미를 뗀다.
「…그것도 「부탁」?」
「그렇네. 이것도 부탁이긴 한데…, 정확하게는 「제안」이랄까」
「…제안. 의견・생각을 내놓는 것.
     보다 좋은 상태를 위해 말하는 아이디어.
 그래. 이카리군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 편이 효율적.
 그것은, 나의 행동을 지원, 보강해주는 조언.
 카츠라기 대위의 제안을 지지합니다.
 …
 ……」
계속 중얼중얼거리던 아야나미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민하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니?」
「…여기를 떠나려면 허가가 필요」
「그런 거야 괜찮아.
 필요한 허가나 절차는 모두, 리츠코 언니가 알아서 해 줄거야」
「야! 네 멋대로 결정하지 마!」
뒤돌아보지 않는다. 아야나미에게 시선을 붙박은 채 리츠코씨에게 말을 건다.
「세컨드 임팩트 직후의 이야기, 해 줬었지? 내가 이런 거 그냥 못 넘어가는 거 잘 알지 않아?」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는 아야나미에게, 미소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재떨이. 그거 줄 테니까?」
「……알았어」
즉답. 어지간히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그런 건 구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상냥하고 돌봄에 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일어서서 무릎을 털었다. 뒤를 돌아보자 리츠코씨가 안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고마워. 부탁할게, 리츠코…?」
언짢아 보이는 입술의 움직임은 「이젠 또 말더듬고. 약은 년」이라고 말한 걸까.
등 뒤에서 침대가 삐걱거렸다. 아야나미가 일어서서 그럴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카기 박사」
성대하게 한숨을 폭 내쉰 리츠코씨가 발길을 돌린다.
「기대하지는 마라」
멋쩍음을 숨기려고 담배를 피러 가는가 보다.
…왜 아카기 박사는 천만에요 라고 하지 않는 거지. 라는 아야나미의 중얼거림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계속 つづく
2006.07.31 PUBLISHED
2006.09.01 REVISED
2011.12.18 TRANSLATED
2021.09.22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四話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스포일러 경고
[열기・닫기]
  • 「어째서 레이쨩이 그렇게 열심이었을까?」
    • 아야나미의 헌신적인 품이 미사토로서도 의외였다는 것.
  • 「변함 없네, 너. 왜 내 이름 부를때마다 말을 그렇게 더듬어」
    • 오래 알아온 리츠코가 새삼스럽게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사토가 신지에게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 10년 가까이 친구로서 알고 지내니 그럴 리야 없지만, 어찌할 수 없는 서투름의 표현. 이라는 것이다.
  • 「그것보다도, …레이쨩 말인데」
    • 「아야나미」라고 말할 뻔해야 하므로, 리츠코(역주: 「리츠코씨」라고 말할 뻔함)와 달리 이름 앞에서 말을 더듬는다.
  • 설명하기 위해 리츠코씨가 지어낸 것인지, 듣는 쪽에서 그것까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네르프 입장의 변명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리츠코가 지어낸 것이 맞다. 네르프(라기보다 겐도)가 그런 변명까지 준비했을 리는 없으므로.
  • 리츠코씨에게, 차로 데려다 주는 김에 보고 가면 좋겠다고 구실을 붙여 따라왔다.
    • 원작의 정황증거이지만, 리츠코는 자차를 소유하지 않거나 운전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설사 자차를 몰고 왔다 해도 미사토가 술을 먹인 상황이다.
  •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 리츠코의 재학기간이 이상해서 의학부였다고 설정했다.
  • 그래.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 번.
    • 이 표기 방법은 모 팬픽에서 배웠다. 나는 「갈고리 괄호」연속사용공포증이 있어서, 이 표기방식 덕분에 집필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 통증에 의한 암시로 스스로 화상을 재현해 버렸지만,
    • 원작에서 분명히 언급되지 않아서, 에바 파손시 파일럿이 부상당하는 것을 암시에 의한 것이라고 설정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