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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6년 10월 13일 금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간』 #5


성탄절 파티 준비를 위해 쇼핑 나온 백화점.
파티 준비를 위한 쇼핑이 끝난 뒤에는 자유행동이라고 하여 다들 흩어져 버렸다.

우선 파티 상품 매장으로 돌아와서 트리용의 전구 장식을 구입했다. 기분만 내면 되니까, 깜빡이는 기능이 없는 싸구려로 충분하다.

다음에는 시계 매장에서 회중시계를 고른다.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3개, 각각 다른 색깔로 발주한다.
어른의 첫걸음은 시간을 엄수하는 것으로부터라는 의미.
손목시계를 고르지 않은 것은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시계 자체가 유행하지 않기도 할뿐더러, 패션으로서 회중시계 쪽이 낫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고양이용품 전문점, 팬시 숍, 신사복 매장, 스포츠용품점, 밀리터리 매니아 납품점을 돌아다니면서 성탄절 선물을 골랐다.
원예 코너도 일단 가보기는 했지만, 결국 구경만 하다 말아 버렸다――시판 토양개량약이 내열완충용액으로 인한 오염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으니까――.

가게 전체가 크리스마스 일색이다.
겨울이 없어진 이 나라에서, 사도가 쳐들어오는 이런 때에, 크리스천도 아닌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지금은 그 강인함이 조금 좋다.

집합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전망대층의 찻집에 들어갔다.
창을 통해 밖을 볼 수 있지만, 주위의 빌딩에서는 이쪽을 볼 수 없는 곳.
입구가 보이고 가게 내부가 전부 보이는 장소를 고르게 되는 건 직업병일까.
자몽주스를 마시면서 가게 전체를 시야에 넣어 본다.
함부로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전체 상으로서 감시하는 것이다. 역시 육군 시절에 붙은 버릇이 떨어지지 않았다.

방심할 수 없다지만, 경계가 지나친 것도 여러가지로 좋지 않다.
좀더 편안하게 있자고 스스로를 타이르는 그 때, 낯익은 체격의 인영들이 가게 입구를 가로질렀다.
토우지와 호라키양과, ――앞일을 내다보는 것인지 한 발짝 늦게 사쿠라쨩――.
가지고 있던 짐을 보아하니, 아마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나 보다.
여동생 동반이라니 영 좋지 않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그 나름대로 진전 중인 것 같다.
발 벗고 나서 도와준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


아스카의 생일 축하.
12월 4일은 금요일이라, 사람이 모이기 쉽게 파티는 토요일로 했다.
14개를 세워놓은 촛불을 불어 끄고, 선물 증정도 끝나고, 모두들 포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른들은 저녁에야 올 예정이었기에, 지금은 아이들뿐이다.

「이래 불러 주시가 감사합니다이, 미사토씨」
「으응, 그럼, 저쪽에 앉아」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내게서 비스듬하게 건너편인 호라키양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얼굴이 새빨개진 호라키양이 몸을 딱딱하게 굳히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 표정을 보면 안다.
저번 승진축하연 때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그 이후로 토우지와 호라키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파티 시작 무렵부터 계속 침착하지 못한 호라키양을 보고, 무언가 느낀 점이 있었다.
거동이 의심스럽다고 해도 좋은 수준.
아스카에게 가만히 의견을 물어 봤는데, 본인은 들킨 줄도 모를 것이라고 한다.
의향을 묻고 사쿠라쨩을 끌어들임으로써, 최종 확인할 생각으로 이렇게 자리를 배치했다.
호라키양이 신경쓰는 상대가 누구인지야,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토우지가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한 것 역시 틀림없지만.
전생의 나라면 절대로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감개가 무량했다.

셔터 찬스를 노리는 켄스케를 시선으로 견제한다. 지금 요란하게 장단을 올려대서야 영 재미가 없다.
의외로 눈치가 빠른 켄스케는 모르는 척, 시침을 뚝 떼고 피사체를 오늘의 주인공으로 돌렸다.
남발 수준의 칭찬이 쏟아지자, 아스카도 만족하는 것 같다.
최악의 첫 만남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가, 아스카와 토우지, 켄스케의 사이는 전생과 같이 나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토우지, 켄스케 입장에서.
그가 중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라키양에게 들은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사쿠라쨩이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던 참이었어」
「미사토씨한테예?」
토우지가 자기 옆에 앉아 있는 사쿠라에게 시선을 돌린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레이.
 네르프 작전부장님께 그칼 시간이 어디 있겠노?」
「말도 한번 몬 해보나.
 미사토 언니야가 만든 요리, 진짜 맛있어가 안 카나.
 내도 이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오빠야도 맨날 가정적인 여자가 좋다 안 캤나」
어째서인지 얼굴의 붉은빛이 늘어난 호라키양이 양손을 뺨에 갖다대고 있다.
「이 문디야. 아직 곤로도 제대로 몬 키는 니한테 무슨 요리를 맽기노」
「그래그래, 싸우지들 말고.
 토우지…군도 무조건 부정하지는 말아. 사쿠라쨩도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해주는 건지 잘 생각해 봐」
머리를 긁으면서 황송해하는 모습은 남매가 꼭 닮았다.
「뭐, 확실히 토우지…군의 말대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건 조금 어려워」
거짓말. 이라고 해야 할지, 바꿔치기다.
애초에 요리를 가르치는 데 “정기적”으로 시간을 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호라키양이 대신 가르쳐 주기로 했어」
「반장이예?」
솔직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인 호라키양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하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그래서 주 2회. 사쿠라쨩의 마중을 토우지…군이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내사 문제될 거 없지만서도……, 반장 니 괘안나. 귀찮게 하는 거 아이가?」
「으응. 그렇지 않아.
 요리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어.
 그런데 코다마 언니나 노조미는 요리에 흥미가 없으니까 그럴 기회가 없었고」
그라고 보이 반장 도시락 맛있어 보였제. 라고 말한 토우지가 도시락이 떠올랐는지, 침을 흘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일으킨 사쿠라쨩이 손수건으로 닦는다. 좋은 여동생을 뒀구나, 토우지.
내가 을매나 고생하는지 좀 알겠어요? 미사토 언니야. 그렇댄다, 토우지. 알고말고, 사쿠라쨩. 뼈와 살에 사무치게 잘 알겠어.
「그릏나. 글타면야 뭐, 잘 부탁한데이, 반장」
「으, 응♪」
「어머, 토우지…군.
 친구로서 부탁을 하는데, 직함으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엑, 앗. 그기 그래 되나요. 미사토씨」
에에. 라면서 끄덕였다.
그러게예, 듣고보이 그건 그렇네예. 라면서 토우지가 목 언저리에 손을 짚고 있다.
「그, 그라문. 호라키…양!」
「네, 네에!」
으~음. 토우지로서는 최대한 양보한 게 이거겠지만, 아직 멀었다.
「친구끼리잖아? ‘양’ 붙이면 이상하지 않아?」
「에, 예? 그래도, 여자 이름을 마 막 부르는 거는 이 좀 아무래도……」
「오빠야, 남자답지 못하데이」
「마 시끄럽다! 닌 조용하고 있으라」
얼굴을 새빨갛게 한 호라키양이 눈을 치켜뜨고 토우지를 바라보고 있다.
……
탁자 위에서 깍지 낀 손에 턱을 기댔다. 시선은 토우지에게.
「소중한 사쿠라쨩을 맡길 수 있는 친구잖아? 특별한 상대인 거 아니야?」
토우지가 사쿠라쨩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쿠라쨩이 뭔가 【귀여운 여동생 아우라】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어쩐지 알 수 있다.
그런가아. 라며 머리를 긁는 토우지.
토우지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사쿠라쨩이 엄지를 세우는 것이 보였다.
정말 사이좋은 남매라니까.
전생에 토우지에게 얻어맞은 게 당연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 그라문. 호라키…. 사쿠라를 잘 부탁한다」
「이, 이쪽이야말로. 성심성의껏 도와줄게」
서로 얼굴을 새빨갛게 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거의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기다리고 있던 켄스케가 프레임에 그 장면을 빈틈없이 담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자, 그럼 난 간다」
이것은 병사들이 꿈꾸던 자취.
거실도 식당도 굉장한 상태다. 더러워진 식기만 물에 담가 놓고, 뒷정리는 내일 하도록 하자.
「카지씨. 오늘 자고 가면 안 돼요?」
오늘의 주인공은 기분이 썩 좋은 모습.
밤도 늦었으니까, 아스카의 제안은 나쁘지 않다. 동의하는 듯 그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아야나미는… 관심 없겠지…….
「내일 아침부터 일이 있어서 말야」
「에~? 재미없~어! 으~응, 카지씨는 정말……」
아스카를 옆에 붙인 채 현관으로 사라졌을 카지씨가, 느닷없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깜빡 잊을 뻔했지 뭐야, 카츠라기는 8일이었지.
 그날 나 여기 없다」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내서 툭 집어던진다.
「축하한다고. 그럼, 또 보자」
던진 상자를 반사적으로 받아든 것을 확인하더니,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다시 모습이 사라진다.


……하필 오늘, 아스카의 생일 파티날에 내 생일 선물을 일부러 미리 주다니. 하여튼 저 인간은.


얼마나 멍하니 있었지.
퍼뜩 정신이 들자,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세의 아스카가 눈앞에 버티고 섰다.
「미사토, 어떻게 된 거야?」
「카, 카지 같은 놈하고 아무 일도 없었어!」
재빨리 뻗어 나온 오른손이 꿀밤을 먹인다.
「그런 거 물은 적 없어」
……
이마를 누른다. 꿀밤 때리는 요령이 없는지, 정말로 아프다.
「아스카…쨩, 아파」
「8일이 무슨 날인데?」
가운뎃손가락에 꿀밤을 장전하고 다가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
「………생이……」
Wie비테bitte!?」
자타공인 천재인 아스카가, 감정 좀 격앙된다고 일본어를 잊어버릴 리가 없다. 계산적으로 위협효과를 노린, 아스카 나름의 분노의 표현이었다.
「…………생일……」
「안・들・린・다・니・까!」
양손에 꿀밤을 장전하고 다가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내 생일……」
가차 없이 연속으로 때려 박는 꿀밤.
……
이마를 누른다.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걸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까먹고 있었다.
이미 내게 있어서 2001년 6월 6일도, 1985년 12월 8일도 중요한 날짜는 아니었다.
자신으로선 아무래도 그런 데 얽매일 수가 없었으니까.
……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말해서 납득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스카는 진심으로 화내고 있다.
……
「……여자의 서른 번째 생일은 축하하는 게 아니야」
얼마 전, 리츠코씨의 생일축하 파티를 기획하려고 했다가 들었던 말을 그대로 써먹었다.
「그, 그런……」
그러자마자 아스카가 당황한다. 표정을 얼버무리려고 하고 있지만, 연민의 기색이 명백하다.
그런 반응은 또 그것대로 슬퍼, 아스카.
「마음만 고맙게 받을 테니까, 가만히 지나가자?」 
이것도 리츠코씨에게 들었던 말이다. 선물 준다면 감사히 받겠지만. 이라는 말도 함께 들었지만.
「그, 그렇네. 그러면 될지도……. 으, 응. 내, 내가 잘못했어」
나 이제 잘 거니까, 그럼, 구테 나흐트Gute Nacht. 라면서 허둥지둥 도망가는 아스카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우스꽝스러웠다.
「저, 저도요! 안녕히 주무세요」
가만히 일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던 아야나미를 잡아끌며 그도 도망친다.
상당히 델리커시가 자랐고, 기분전환도 잘 되는 것 같다. 좋은 경향이다.


****


유액 병을 경대에 내려놓고, 마지막 마무리로 보습크림을 바른다.
곁눈질로 자명종 시계의 표시를 확인.
오전 0시 2분.
이 시각까지 오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아야나미가 내 방에 기어들어오거나 할 리는 없다.
포장된 작은 상자를 손에 들어본다.
정성껏 해체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로칩이 나왔다.
트리플 루프로 묶은 리본의 매듭 부분에 붙어 있었다.

선물 자체는 향수인 것 같다.
레이블에는 【Peut Regarder】라고 쓰였다. 「푀트 르가르데」라고 읽으면 되는 건가 생각했다.
직역하면 「보기 위한 그릇」이 되지만, 향수 이름 치고는 좀 어색하기 때문에 어떤 관용적 의미가 있는가 싶다.

노트북 퍼스컴에 시동을 걸었다. 통신 케이블은 꽂지 않고 스탠드 얼론으로.
비즈니스백에서 꺼낸 멀티 리더기에 칩을 넣고, 노트북 슬롯에 꽂아 넣는다.
「패스코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말이라는 것일 터.
짐작가는 단어로 몇 개 시도해 본 결과, 정답은 「무~서~운 언니에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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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 SECRET

          EYES ONLY

Report of United Nations Supreme Advisory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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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유엔 최고자문평의회의 유출금지 영상이다.
세컨드 임팩트 직전의 남극의 모습. 그녀의 기억과도 일부 일치한다.

그 외의 데이터의 내용은 사해문서 이본, 세컨드 임팩트, 제레, 게히른, 네르프 등에 대한 것.
아마 카지씨가 아는 한에서의 모든 정보일 것이다.
이게 생일 선물이라니, 재치있다고 해야 하나.
무의식중에 로자리오를 움켜쥐고 있었다.

……

인위적으로 일으킨 세컨드 임팩트.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분명히 애초부터 일으킬 생각으로 계획이 짜여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그녀의, 아야나미의, 아스카의 인생을 일그러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불행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했다.
상냥하지 않은 세계의 원흉이 거기에 있다.
우리들을 죄인으로 내몬 장본인들이 거기에 있다. 이 손에 수난의 창을 쥐어주고, 높은 데서 구경한 자들이 있다.

이제 와서 자신을 위해 울어 봤자,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넘쳐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무턱대고 과거를 한탄해도, 아무 소용도 없다.
하지만, 새어나오는 오열을 억누를 수가 없다.
넘어지듯이 경대에 오른손이 닿자, 스킨케어 용품들이 굴러 떨어졌다.
경대에 팔꿈치를 괴고, 포개 올린 양 팔 위에 이마를 내려 누른다.
「바보……. 나는, 정말로 바보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울고 있을 수밖에 없다.
도움이 되지 않음을 것을 알기에, 한탄만 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바보다.

 
이제 어쩔 수가 없어.
눈물이 흘러넘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열이 새어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나는 박정하니, 이 슬픔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기분이 풀릴 때까지 울면 된다.

펑펑. 이런 순간에도, 맹장지에 노크는 바보짓이라 우습다.
『…카츠라기 소령』
「…레이쨩? 잠끄한만 기다려」
흐느껴 울고 있던 터라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당황해서 긴급정지용 스크럼 버튼를 누른다.
마기와 액세스할 수 있는 단말기는 비상시 신속정지를 위한 스위치가 증설되어 있다. 미세군집사도 전투의 교훈이었는데, 거의 원자로 수준의 안전조치였다.
셧다운을 확인하고 디스플레이를 닫는다.
「드흘어와」
맹장지가 열렸다.
가만히 서 있는 아야나미.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흐느껴 울 뿐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카츠라기 소령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왤까요? 라면서 걸어 다가온다.
「…슬픔으로 가득해요」
눈앞에 멈춰 서더니, 무릎을 꿇는다.
「미안해. 이럴 때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미간을 찌푸린다.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같이 울어줘 봤자 헛일이니까. 신지치고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네」
어느샌가 그와 아스카까지.
가장 안쪽의 서양식 방까지 들린 모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큰 소리로 울고 있었던 걸까?

아야나미가 어색하게 미소짓고 있는데, 서슴없이 아스카가 가까워 온다.
슬쩍 경대 위로 시선.
「서른 살 먹은 게 그렇게 싫었어?」
찢어발길 정도로 집요하게 분해당한 선물 겉상자를 본 건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래, 잘못했어. 라면서 펼쳐진 왼손이 톡. 하면서 머리에 올라온다.
머리카락을 헤집는 따스함이 기분 좋다.
「지난번보다 더 심한 거 같네……」
카지씨를 함락시키지 못한 것을, 나는 아스카의 마음에 가까워지기 위해 이용했다. 우월감을 자극해서 동정심을 이끌어내려고.
그런 내가 잔인하고 야비하게 느껴져서, 결국 진심으로 울어 버렸지만.
분열사도 전투 때도 그렇고, 파자마 건 때도 그렇고, 아스카에게는 상당한 울보로 여겨지고 있을 것이다.
연기하려려고 시작한 울음이라도, 그러다가 진심으로 울어 버리니 반론의 여지도 없지만.

「……무엇이든, 나 혼자서 상대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중얼거린 아스카가 상반신만 뒤돌아보더니 집게손가락을 구부린 오른손을 신지에게 향한다.
그 모습은 내영인來迎引을 맺은 아미타여래 같았다.
「신지. 리빙에 게스트용 이불, 3장 깔아둘 수 있지?」
「그렇긴 한데……」
「너도 끼고 싶으면 4장 부탁해」
알았어. 라는 듯 한쪽 손을 들어 보이고, 그가 거실로 향한다.
「바닥에 누워 자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때는 이불이 편리하네」
다시 이쪽을 향한 아스카는 오른손을 아야나미의 머리에 올렸다.
「스위트 핫밀크 만들 거니까, 레이, 너도 도와줘」
「…뜨거운 건 싫어」
「네 건 미지근하게 해 줄 테니까」
아스카가 뒤죽박죽 난폭하게 아야나미의 머리칼을 휘젓는다.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는 아야나미에게 웃어 보인 아스카가, 태양과 같은 웃는 얼굴 그대로 고개를 갸웃했다.
「뭐 때문에 슬픈 건지 모르겠지만, 네가 우리들을 봐 주는 것처럼, 우리들도 너를 봐 주고 있다고.
 미사토가 웃어준다면, 우리도 너한테 웃어주는 거야」
그러니까, 힘내. 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거하게 머리카락이 뻗친 상태의 아야나미도 그 흉내를 내고.
……
아, 글렀어. 눈물샘이 또 열리려고….
「정말이지, 미사토는 울보야」
오늘 밤은 같이 자 줄 테니까, 좋을 대로 실컷 울어. 라는 말과 함께, 펑펑 머리를 두드린다.
그러고 나서는, 그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계속 つづく
2006.10.13 PUBLISHED
.2006.10.20. REVISED
.2013.06.24. TRANSLATED
.2021.09.25. TRANSLATION REVISED




원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 補間 #5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스포일러 경고
[열기・닫기]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레이. 네르프 작전부장님께 그칼 시간이 어디 있겠노?」
    • 관서 방언의 이미지를 텍스트화하려는 시도는 이 시점에서 일단 완성. 물론 이런 관서 방언을 구사하는 관서 사람은 없다. 사쿠라의 대사는 더더욱.
    • 역자: 초역 당시, 토우지 남매의 관서 방언은 그야말로 대략 정신이 멍해졌었다. 관서변 → 일본어 → 한국어 → 영남방언으로 3중 번역을 해야 하니, 골치를 썩이다 그냥 저자분에게 관서변을 일본 표준어로 좀 바꿔 써달라고 부탁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 이것은 병사들이 꿈꾸던 자취.
    • 역자: 에도시대의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에서 인용한 것.
      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나츠쿠사야/츠와모노도모가/유메노아토]
      (여름 풀밭은/수많은 병사들이/꿈꾸던 자취)
      의미적으로 두보의 오언 율시 「춘망」(春望)과 유사하며, 옛날 전쟁터도 이제는 풀밭이라는 불교의 제행무상을 드러내는 시구. 여기서는 실컷 논 뒤 파티의 흔적이 전쟁이라도 치룬 듯 개판이라는 뜻.
  • 「비ー 비테!?」
    • 「뭐라고!?」
  • 내게 있어서 2001년 6월 6일도, 1985년 12월 8일도 중요한 날짜는 아니었다.
    • 역자: 원작 프로필상 미사토의 생년월일은 1986년 12월 8일. 하지만 2015년에 만 29세이려면 85년생이어야 하기 때문에 85년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저자분은 미사토의 생년 설정을 원작측의 실수로 의심하고 있다고.
  • 직역하면 「보기 위한 그릇」이 되지만, 향수 이름 치고는 좀 어색하기 때문에 어떤 관용적 의미가 있는가 싶다.
    • 프랑스어로 「봐도 될까?」라는 관용구.
  •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분명히 애초부터 일으킬 생각으로 계획이 짜여 있었을 것이다.
    • 유이편에서의 서술과 모순되지만, 이는 물론 정보 부족에서 오는 오해 때문.
  • 마기와 액세스할 수 있는 단말기는 비상시 신속정지를 위한 스위치가 증설되어 있다. 미세군집사도 전투의 교훈이었는데, 거의 원자로 수준의 안전조치였다.
    • 물리적 단선, 메모리 동결, 입출력 정지 등을 실행하여 유사하게 셧다운하도록 되어 있다.
  • 그 모습은 내영인을 맺은 아미타여래 같았다.
    • 아스카에게 태양의 이미지를 준다는 취지에서 대일大日여래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일여래는 지권인이 법계정인인 듯 해서 단념. 하지만 아미타 역시 「무한의 빛」이라는 뜻이고, 그 수적신인 하치만신은 무신(武神)이니까 이걸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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