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손잡이식 종이곽을 꺼내 다이닝으로. 곽에는 파티스리 포타지에라고 쓰인 씰이 붙어 있다. 오늘의 간식은 양과자인 것 같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저녁식사 전에 먼저 먹어치웠다.
의자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아스카가 종이곽을 눈으로 쫓는다.
「왜 그러니?」
「응~. 독일에서는 상자에 넣어 주거나 하지 않는데, 뭐 그런 생각 했어」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독일에서는 케이크를 일회용 그릇에 담아 포장지로 싸 주는 것이다.
당연히 토핑 크림 같은 것들이 전멸한다.
드라이아이스도 넣어 주지 않고.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나서야, 그것을 눈으로 쫓고 있는 것이 아스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짱은 무슨 일이니?」
「…」
굳은 것 같은 아야나미가 난감해 하면서, 도움을 구하듯이 아스카에게 시선을 돌린다.
어깨를 으쓱해 보인 아스카가 손으로 턱을 괴었다.
「오늘 나 당번이었거든.
조금 늦겠다 싶어서, 간식당번을 레이한테 부탁했거든」
그래서? 라고 재촉하자 아스카의 시선이 그에게.
「레이가 사 온 케이크에 신지가 놀라 버려서……」
「……나도 놀라 버릴까봐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럴지도? 라는 아스카.
「그렇게 놀라운 케이크야?」
「나는 쇼트케이크 자체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아스카의 시선이 다시 신지에게.
「앗, 아니……. 그,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도 그렇네, 라며 종이곽을 연다.
곽 구석에 커트된 쇼트케이크. 그 위에 놓인 것은 빨간……
「방울토마토?」
꺼내 보았지만 의심할 여지없는 방울토마토였다. 스펀지 사이로 보이는 빨간 것들도 방울토마토였다.
확실히 놀랐지만, 마음의 준비가 길었던 만큼 충격은 적다.
그러고 보니 포타지에는 「채소밭」이라는 의미였었나.
「야채를 사용한 과자 가게야?」
아야나미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 가게를 발견했구나」
바로 한 입.
「음, 맛있다♪ 바탕 반죽으로는 뭘 쓴 걸까? 그것도 야채겠지?」
기분 탓인지, 아야나미가 굳어 있다가 몸이 풀린 것처럼 보인다.
「이거 말고 또 어떤 과자가 있었어? 레이짱」
「…토마토 잼 몽블랑, 우엉 쇼콜라케이크, 호박 롤케이크, 가지 타르트 등이, 있었습니다」
눈앞에 메뉴가 펼쳐진 것처럼 스위츠의 이름을 소리내어 읽어 내려간다.
「모두 맛있을 것 같네」
다시 한 입. 토마토의 산미를 이렇게 맛있게 과자로 만들다니.
눈에서 비늘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까.
또다시 한 입.
「재미있고, 맛있어. 이번에 도전해 볼까?」
「……만들어 보려고?」
「……글쎄, 물론 완전히 똑같이 만들지는 못할 것 같아. 레시피도 모르고.
하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해서 비슷한 걸 만들 수는 있겠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야」
「…내 나름대로…… ……나만의…」
드문드문 중얼거리기 시작한 아야나미를, 아스카도 상냥하게 보고 있다.
「…미사토씨. 저도……」
「……함께 만들어 볼래?」
아야나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만? 치~사~해♪ 나도할래 나도할래」
아스카가 몸을 쑥 내민다. 화내고 있는 것이 아닌 줄은, 그 표정을 보면 일목요연히 알 수 있다.
「네네, 모두 다같이 만듭시다」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다.
「기뻐 보이네, 미사토」
「으응, 정말이지……」
모두 함께 모여서 과자를 만들고 있다니, 그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기뻐서, 기뻐서. 눈물이 넘칠 것 같았다.
종극 終劇
2006.12.11 DISTRIBUTED2009.04.01 PUBLISHED
2013.07.13 TRANSLATED
2021.09.26 TRANSLATION REVISED
원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 補間 #EX4
역자 코멘터리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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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서 비늘
- 역자: 원래 「눈에서 비늘이 떨어졌다」는 표현으로, 비늘이 눈을 가리고 있었기에 보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보게 되었다는 뜻. 한국어로는 「콩깍지」와 비슷하지만, 「콩깍지가 떨어졌다」는 좋게만 생각했던 것의 나쁜 것이 보인다는 반대 의미로 주로 쓰이므로, 그렇게 옮기지 않았다.
- 「…미사토씨. 저도……」
- 역자: 이 대사의 “저”는 僕가 아니고 私. 즉 아야나미도 미사토를 “카츠라기 소령”이 아니라 “미사토씨”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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