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허벅지~허벅지~를 닦 아 요!」
포동포동한 허벅지를 바디스펀지로 문지른다.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은 피부의 탄력.
「♪안쪽도~안쪽도~안쪽도~ 닦 아 요!」
허벅지 안쪽을 문지르자, 간지러움에 신지가 웃음소리를 낸다.
「♪정강이 정강이! 종아리 종아리! 뒤꿈치! 뒤꿈치! 발등~」
아이에게 말을 걸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것에 이름이 있음을 가르치기 위해, 이렇게 부르면서 몸을 씻겨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발바닥~」
신지가 몸을 비틀며 웃는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네살짜리의 저항 따위 통할 리 없다.
「♪이걸로 끄읕」
온수를 부어 거품을 씻어 준다.
「자 따뜻해집시다. 열까지 셀 수 있을까?」
고개를 끄덕인 신지와 함께 욕조에 몸을 잠겼다.
나는, 적어도 사도 내습까지는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리라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
「독일에서 에바 접촉실험이라니, 어떻게 된 거예요!」
쾅 소리가 나도록 양손을 세차게 내리친 것은 연구소장 책상. 쏘아보는 대상은 그 책상 주인.
「어떻게고 뭐고, 자네가 말한 그대로야」
「왜 했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언제나의 그 포즈를 취했다.
허를 찔린 모습의 아버지가, 깍지 낀 손가락을 풀고 등받이에 체중을 맡긴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네와 초호기만으로는 전력상 불안하다고들 하니까」
「그런…」
회한에 입술을 깨문다. 무사히 초호기를 기동시킨 것에 안심하여, 나는 그 이상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초호기의 포텐셜과, 예상되는 사도의 능력을 비교한 레포트는 읽으셨을 텐데요」
손을 둘 곳이 곤란해 보이는 아버지가, 결국 팔짱을 꼈다.
「제2차 천도계획을 빙자해서 여기는 영격도시가 될 거다. 지리를 활용하면, 초호기만으로 격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할 수 있다면 이 땅에 제3신동경시 따위 건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의도가 교차하고, 현실적인 계산의 결과, 카모플라주로서 도시건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만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건 아니야」
「그건… 그런가요…」
「자네의 희망은 알고 있어. 허나, 여기의 일개 소장에 불과한 날더러 어쩌라는 거야」
…그랬다. 그만 네르프의 총사령관으로 아버지를 보고 말았지만, 지금은 일개 연구기관의 소장에 불과하다. 다소의 연줄은 있겠지만, 다른 곳의 연구내용에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
「자네가 예전에 냈던 레포트…, 재작년에 낸 거지만… 거기에 근거해서 독일에서는 간접제어 실험으로 이행한다더군」
그 다음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았지만, 아버지의 말은 스르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어온다.
「선발자는 피험자의 영애, 소류 아스카 랭글리. 신지와 동갑내기라던가」
다 듣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 세계에서는 나 혼자서 싸워도 된다고, 아야나미가 보내준 것인데…
내 각오가 부족했던 것인지, 내 노력이 불충분했던 것인지…
결국, 아스카에게서 모친을 빼앗고 말았다.
에바와 관련되게 만들고 말았다.
전장에 세우게 되어 버렸다.
나는,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온 것이란 말인가.
울어 봤자,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넘쳐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무턱대고 과거를 한탄해도, 아무 소용도 없다.
하지만, 새어나오는 오열을 억누를 수가 없다.
「…직접제어는, 무리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바닥을 두드린다. 그 주먹을 받아내는 것이 있다.
「그것도, 작용했다」
엣? 이라며 올려다보니, 어느샌가 책상에서 돌아나온 아버지의 얼굴.
「되지 않을 일을 해낸 사람이 여기 있다. 저쪽은 그 레포트를, 이쪽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책략, 견제라고 본 것 같다」
「그런!」
「그렇지 않더라도, 추가시험은 필요했다는 거야」
내밀어오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쳤다.
「…알고 계셨나 보네요. 왜 알려주지 않았나요!?」
「알면 어쩌게. 멈추기라도 하려고?」
고개를 끄덕인다.
「소용없어. 대항의식을 부추길 뿐이겠지」
「…그래도」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멈출 수도 없었어. …무엇보다도, 자네 탓이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나는…
「저는, …아이가 싸우게 만들려고 이 연구를 한 게 아니었는데…」
다시 눈물이 치밀어서,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얹어왔지만, 그때마다 뿌리치고 계속 울었다.
「무얼 위해서…,」
나는 이 세계에 왔냐는 말이다.
「무얼 위해서…,」
아야나미가 이 세계에 보내줬냐는 말이다.
「무얼 위해서….」
여기에서도 아스카는 모친을 잃어야 하냐는 말이다.
「무얼 위해서….」
에바에 관련된 불행은 번져가냐는 말이다.
「무얼 위해서….」
아이를 전장에 세우기 위해서냐.
「무얼 위해서…, 무얼 위해서….」
…
……
저주 같은 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는데, 느닷없이 어깨를 잡히고 억지로 얼굴을 마주보였다.
진지한 눈빛에 애절한 빛을 띄우고. 아버지의 표정이 왠지 아프다.
「…미안하다. …유이」
「…네에?」
입을 열려다 주저하던 아버지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가.
「자네의 심정을, 그 깊이를. 나는 얕보고 있었어…」
할 말을 찾는듯, 한 마디 한 마디.
「기억을 잃은 자네에게, 그 정도까지 각오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말을 끊고, 천장을, 아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래서…, 인류보완계획을 제창했다」
가슴팍 앞에서 꼭 쥔 왼손이, 헛되이 공중을 움켜잡았다. …설마, 1주일간의 유럽행이 예산획득 따위가 아니라, 실은…?
「그건… 설마…」
싫다. 그 다음 말을 들러주지 말아 줘.
「그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인류를 진화시키는 의식」
「어째서…?」
물어보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 나는 대답을 재촉하는 걸까…
「제레가 그걸로 어쩔 생각인지는 몰라. 하지만 나는, 자네의 기억을 되찾는 데 이용하려고…」
…고작 그것 때문에, 이 사람은 전 인류를 길동무 삼겠다는 건가.
아니, 그런 사람인 줄 진작 알고 있지 않았나. …아니, 알고만 있었을 뿐이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범한 죄의 선고였다.
내 각오가 부족했기에, 이 세계에 터무니없는 위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의식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에반게리온의 수가 필요해. 독일의 실험은 그 때문이다」
…
별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다. 결국 이번 세계의 만악의 근원은 나라는 소리 아닌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프다. …아니, 좀더… 좀더 아프지 않으면, 이것이 현실임을 믿을 수 없다. 믿고 싶지 않다.
… 도망치면, 안 된다.
…
「미안하다」
내 표정을 어떻게 읽은 것인지, 아버지가 고개를 숙였다.
사죄해야 하는 건 내 쪽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거기에 응해주지 못했던 것이니.
이렇게 된 것이 당연함을 이해했을 텐데, 내가 눈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아버지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그러나, 사죄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없는 한, 사죄 따위 의미가 없다.
… 도망치면, 안 된다.
이 사태를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생각을 굴린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무엇보다도, 이 사람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사랑을 잃으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새삼스럽게 기억이 돌아온 척 따위 할 수 없다. …그래 봤자 아스카의 모친은 돌아오지 않는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게다가, 이 이상 죄를 거듭해 봤자, 또 무슨 일이 있겠는가?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 도망치면 안 돼!
…
…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각오의 방법을 선택했다.
…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놀란 듯한 아버지가 고개를 들었다.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내가 얼마나 자네를 사랑하고 있는데」
어깨를 붙잡고 떠들어대는 아버지로부터 시선을 돌린다.
「그럼…, 어째서 인류보완계획 따위를 제창한 건가요…」
「그러니까, 그건 자네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고」
붙잡힌 양 어깨에 힘이 실린다.
미안, 아버지. 아버지도 억울하겠지만.
「그건 즉… 당신과의 기억이 없는 저는, 가치가 없다. 라는 말인가요?」
…
내가 내뱉은 말을, 시간을 들여 씹어삼킨 아버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저 자체가 아닌 거군요…」
아버지의 양손이 툭 떨어졌다.
「나는… 나는…」
「당신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상관 없어요. 인류보완계획으로 저를 지우세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이카리 유이를 되찾으시죠」
자신의 죄를 아버지에게 전가한다. 이 무고죄도 등에 지고 가겠다.
「그러면 나는, 자네를 두 번이나 잃게 되는 거 아니야…?」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건 아니겠죠」
다시 아버지의 양손이 어깨를 잡아온다.
「아니야. 나는 자네를 사랑해」
「그렇다면, 어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하지 않았나요」
…
「남을 사랑하는 일 따위, 두 번 다시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남에게 사랑받는 일 따위, 다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과 함께, 아버지의 고개가 떨어진다.
…어째서 이토록 서투른 사람일까. 어머니의 기분을,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람은, 누군가가 사랑해주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일생을 마쳤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나라면 이 사람을 사랑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스럽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험조차… 하지 않고요」
아버지가, 얼굴을 들었다.
「…유이?」
천장을, 아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을 감고, 어머니의 기억을 모두 마음속에 받아들인다.
이제 와서 이런 각오를 해 봤자 늦지만. 그래도, 자신은… 아니, 나는…
…
시선을 돌리고, 겐도씨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저는, 당신이 이카리 유이를 사랑하고 있음은 알고 있어요. 당신이 다시 한 번 나와의 추억을 쌓아가기 시작하고자 한다면, 저는 맺고자 해요. …
겐도씨. 당신과의 끈을」
느닷없이, 하지만 그럴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부둥켜 안아오는 겐도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
「…미안하다. 이 어리석은 놈을 용서해 줘」
…겐도씨. 그건, 제가 해야 할 사죄입니다.
계속 つづく
2007.04.16 PUBLISHED2007.04.19 REVISED
2021.10.01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伍話
이 이후로 역행신지=빙의유이의 독백 1인칭이 自分에서 완전한 여성형인 私, 겐도를 지칭하는 표현도 아버지가 아니고 겐도씨, 사실상 “여보”가 됩니다.
신지야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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