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 테이블에 기재를 늘어놓았다.
거실에서 어린이용 첼로를 만지작거리던 신지가 눈을 빛내며 달려왔다.
다섯 살이 되었으니 뭔가 배울까, 라고 신지에게 말했는데, 첼로를 골라서 조금 놀랐었다.
「뭐야? 뭐야?」
소맥분, 달걀, 우유와 식재를 꺼낸다.
「오늘은 쇼트케이크」
와아아. 하고 기뻐하던 신지의 얼굴이, 의심으로 삐뚤어진다.
「…토마토는 왜 꺼내?」
「물론, 케이크에 쓰려고. 오늘은 토마토 케이크야」
에ー! 라며 놀라는 신지의 얼굴이,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아이의 좋고 싫음을 어떻게 할 생각은, 나로선 없다.
단순하게 먹기 싫다고 가리는 것이라면, 다른 식품으로 보충하면 되니 큰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아이 때의 기호 따위, 얼마든지 바뀌는 것. 나도 소학교 올라가기 전까지 토마토를 못 먹었다.
먹는 것은 사는 것과 동의어니까, 조금 더 크면 나름 훈육은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기분이 내켜 토마토 쇼트케이크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은, 때마침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 그 존재를 만났던 기억이 나서였다. …추억의 물건, 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그런 추억의 물건으로 신지의 편식이 고쳐진다면 감지덕지고.
아야나미나 아스카와 함께 만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레시피는 완전히 추측의 산물이다. 시금치를 버무린 반죽이 구워지는 동안, 휘핑크림을 준비한다.
제작수순을 감독하는 신지의 표정은 복잡했다.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것은 기쁘지만, 방울토마토는 먹기 싫어. 갈등하는 것이 알아보기 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된다.
…
잘 구워진 토대를 위아래로 잘라 나누고, 사이에 방울토마토가 뒤섞인 생크림을 바른다. 표면은 보통의 휘핑크림으로 덮고, 토핑은 딸기를 얹었다.
5호니까 작은 것이지만, 둥근 케이크 전체를 신지 앞에 내려놓는다. 때마침 간식시간이다.
「어때?」
「…이거, 전부?」
「물론. 왜냐면, 신지를 위해 만든 걸」
지금까지 간식을 만들어 준 일은 여러 번 있고, 개 중 몇 번은 케이크였다.
하지만 둥근 통째 케이크. 라는 것은 처음이다. 그 놀라움이 토마토에 대한 혐오감을 이길 수 있을까.
포크를 받아든 신지가, 뚫어져라 여기저기 뜯어보고 있다.
지켜보다가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일시적으로 부엌으로 철수. …애써 웃음을 눌러 죽인다.
컵에 오렌지주스를 따라 돌아가 보니, 포크에 꽂힌 조각을 눈앞에 두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기서 웃어 버리면 허사다. 컵을 케이크의 옆에 내려놓고, 그림자 속에서 손등을 꼬집으며 참았다.
…
……
………
끝없이 머뭇대는 신지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고문인가?
…
눈앞의 케이크 조각과 눈싸움을 하던 신지가, 문득 이쪽을 향했다.
웃음을 참고 있던 것이 걸린 것일까?
그 작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돌아가고 있을까, 본인이었던 나로서도 좀체 짐작할 수가 없다.
…
돌연 눈을 꼭 감은 신지가, 결의한 듯 케이크를 입속에 집어넣었다.
필사의 형상으로 음미하는데, 씹을 때마다 표정이 누그러진다.
끄덕. 하며 삼키고, 조금 명하니.
「…맛있어」
「…그래…, 다행… 이구나…」
웃음을 참느라 눈물을 흘린 건, 평생 처음 체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포크로 서투르게 케이크를 떼어와, 그 작은 입으로 옮긴다. 사실, 제작 과정 중에 보여주기만 했을 뿐, 방울토마토를 넣지는 않았다.
편식은 마음가짐만으로 충분히 바뀔수 있다. 그 계기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
****
「뭐야, 이건」
인공진화연구소 소장에게는 휴일이 없다. 오늘도 겐도씨의 퇴근은 익일 오전이 아슬아슬했다.
「오늘 만든 거예요. 방울토마토 쇼트케이크♪」
「…」
「신지 있죠, 방울토마토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굉장하지요」
「…그렇군」
겐도씨가 미묘하게 물러나는 기미. 사실 토마토가 싫은 것이다.
어머니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다.
「모처럼이니까, 겐도씨도 드셔보면 어떨까 해서…」
「아니, 나는…」
「…」
굳이 입 밖에 내지 않고, 시선만으로 호소해 보았다.
「…오늘은 벌써 늦었고」
「…」
케이크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신지용과 달리, 토핑까지 제대로 방울토마토다.
「…토마토 같은 거 안 먹어도 살아갈 수 있어」
「…」
주머니에서 안경닦이를 꺼낸 겐도씨가 안경을 벗는다.
「…유럽에서 전해졌을 무렵, 토마토에는 독이 있었다. 빈곤층의 식량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200년에 걸친 품종개량으로 억지로 식용으로 만들었지만, 드물게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독을 품은 것도 있다더군」
「…」
안경을 닦으며 장황한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다 거짓말이다. 제레와 대치하고 있을 때도 지금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을 터.
「사람은 토마토를 먹도록 되어 있지 않은 거다」
「…」
겐도씨가 진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슬슬 물때인가.
「…확실히 오늘은 너무 늦었네요. 아침에라도 드세요」
「아아…. 그렇게 하지」
일단 문제를 미루었다는 데 안도한 겐도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이틀날 아침
방울토마토 쇼트케이크는 본인의 희망으로 신지의 아침식사가 되었다.
그것을 겐도씨가 감사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겐도씨.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회의에 늦어요」
「아아」
보육소 버스에 신지를 맡기고 돌아와 보니, 신문을 넓게 펼친 겐도씨는 아직 파자마 차림이었다. 수염이 뻗쳐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세수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한숨을 쉬고, 그릇을 치워 식기세척기에 처넣었다.
도시락 상자 뚜껑을 닫고, 냅킨으로 싸 부엌으로 돌아간다.
「자네는 준비되었나?」
「그럼요, 언제나요」
도시락 꾸러미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많지, 않은가?」
「하나는 나오코씨 몫이에요」
찌직 소리를 내면서 신문 접힌 곳이 살짝 찢어졌다.
…
「…뭣하러」
목소리가 조금 높아져 있다. 이 사람도 흔들릴 때가 있구나, 하고 이상한 감탄.
「오늘부터 공동연구니까요」
「…그런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확정적이고, 지속 중인 것 같다.
딱히 들으라는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
사람의 정신이 녹아든 에바가 그 사람의 근친자와 동조할 수 있는 것은 독일에서의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문제는, 동조하는 것과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사이에는 깊고도 넓은 강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바에 녹아든 인간의 정신을 통합해, 간단한 인격을 재구성하고 에바의 육체를 제어하게 했다.
게다가 인터페이스도 간소화할 수 있으니, 조종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접근방향은 반대지만, 인격이식 OS의 응용이라 할 수 있다.
독일에 기술이전할, 인격이식 OS의 에바용 최적화를 위해선 나오코씨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오코씨가 독일에 가야 될지도.
****
아니나다를까, 의아한 표정이다.
「네에, 보급용 도시락이 물리셨을까 싶어서요」
실제로는 카츠라기 미사토로서 대학생이었던 시절 리츠코씨에게 들었던 것이지만.
「…민폐, 였나요?」
떠보는 듯한 눈빛을 무시하며.
「아아니, 잘 받을게」
「다행이다♪」
종이팩 엽차를 꺼내 건넨다. 이쪽은 보급품이다.
잘 먹겠습니다. 라며 합장하는 나오코씨에게서, 쓸데없는 감정은 읽어낼 수 없었다.
자, 드세요. 라며 엽차 팩에 빨대를 꽂는다.
도시락 뚜껑을 연 나오코씨의 표정이 조금 복잡하다. 기쁨의 가면으로 가린 것은, 질투와 의심일까?
둘이서 같은 내용물의 도시락을 파먹는 모습, 옆에서 보면 오월동주일 것이다. 나로선 그럴 생각은 없는데.
…
「맛있네. 이렇게 참한 마누라, 이카리 소장 참 행운아야」
하마터면 다시계란말이가 기도로 넘어갈 뻔했다. 나오코씨가 이런 직구로 탐색해올 줄은 생각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평정을 가장해 삼켰다.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기억이 돌아올 기미도 없고, 부부란 건 이름뿐인 걸요」
실은 그렇지도 않다. 각오를 정한 뒤, …꽤 시간은 걸렸지만, 나는 겐도씨를 받아들였다.
그 뒤로도 두사람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겐도씨에게 어떤 의도가 있어서일까.
어머니 본인이 아닌 나로선 겐도씨에 대한 독점욕은 없으니, 그 자체를 책망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은즉 내가 겐도씨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겐도씨를 이용하기 위해 사랑을 속이고 있을 뿐임의 방증이기도 한 것이나….
…
「…자기가 인식하기로, 이카리 소장은 단순한 동거인이라는 거야?」
주저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지간히 눈치가 빠른 여성이라도, 증거도 없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나로선 알고 있기에 관찰해 보고 있었는데, 그런 기색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리츠코씨도 그랬지만, 나오코씨도 실로 용의주도했다.
그러니, 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려서는 안 된다. 리츠코씨 때와 같은 고생은 두 번 다시 질색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겐도씨의 진의도 추궁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의 의도를 방해하지 않는 것 정도 뿐이었다.
「…이혼이라던가, 생각한 적 없어?」
없어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어서,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까요」
표면적 이유이지만, 나오코씨라면 깊이 생각하다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독립한다면…이라던가.
「알기 힘드네. 육아에 실패한 몸이라서」
리츠코씨는 당신을 뛰어넘는 과학자로 이름을 떨칠 거예요. 라고 반박해 버릴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
입을 닫아 버린 나를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나오코씨가 말을 계속한다.
「빨리 자기 기억이 돌아와야 원만할 텐데」
생각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티를 얼굴에 드러낼 사람이 아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무섭고요. 지금의 자신이 없어져 버릴 것 같고…」
기억을 잃은 사람이라면 한 번은 갖게될 법한 불안.
「그것도 그럴려나」
단지 나오코씨와 친목을 깊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속을 떠보는 탐색전 같은 대화만 계속되는 것인지.
나에게 있어, 여전히 여성은 아득한 저 편의 존재라는 것일까.
…
계속 つづく
2007.04.25 PUBLISHED2021.10.08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八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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