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6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제십사화


뜨거운 물에 잠긴 레이의 몸을, 부드럽게 가아제로 닦는다.
물론, 예의 【몸씻기의 노래身体洗いの唄】를 흥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탁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지가 더듬더듬 따라 부르는 것도 귀엽다.
아기욕조에 받은 물을 물들이는 것은, 입욕제 대신 풀어놓은, 엽차를 여러 번 우려낸 차였다. 만들기도 쉽고, 적당히 살균력이 있고, 피부에도 부드럽다.
레이의 열색涅色 눈동자는 내 입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일까. 왜인지 몹시도 진지해 보인다.

「자. 부탁해, 신지」
「응」
타올을 펼친 채 기다리던 신지에게 레이를 전달한다. 그대로 몸을 닦아 주면서 타올을 몸에 감아준다.
레이를 안은 신지가, 무난하게 세탁공간을 뒤로 한다. 이제 안는 방법도 익숙해진 것이다.

목욕물을 비워낸 아기욕조를 중탄산소다로 닦아낸다.
이렇게 느긋하게 뒷처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신지 덕분이다.
 
유아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옷과 마찰하는 것조차 피부가 거칠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목욕 후의 오일마사지가 중요하다. 그것도 목욕 후 한기가 돌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 한다.
그때마다 우당탕 난리를 치는 내 조급함을 본 것인지, 신지가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여 1주일 정도 전부터 레이의 오일마사지를 담당시키고 있다.
팔불출 오빠화가 한계에 달해가는 신지가, 목욕 담당까지 맡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
 

 
엔트리 플러그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이름뿐인 단순한 통 속에서, 채워진 LCL 속을 부유한다.
직접제어는 곧 에바와 일심동체가 되는 조작방법이니, 인덕션레버도 스크린도 필요 없다.
그렇기에 이렇게 단기간 내에 시연이 준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리프트에 들어올려지는 상승감에, 초호기가 느끼는 바람의 감촉도 섞여 느껴져온다.
약간 떨어진 곳에 준비된 관람석에서 솟아오르는 동요를 청각이 포착한다. 그 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너울이 아니라, 개개의 목소리가 개별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인간보다 훨씬 고성능으로 예민한 감각기관으로 보내오는 정보는 홍수와도 같아, 매번 멀미가 날 것 같다.
잘만 다룬다면 집음기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할지도 모르겠지만.
 
자, 우선은 운동성능을 피로해 보이자.
영국신사 같은 점잔빼는 인사를 해보인 뒤,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
 

지오프론트에 아직 엄빌리컬 케이블이 부설되지 않았고, 내장전원 용량도 적다. 게인gain모드도 아직 시험탑재 단계에 지나지 않아, 오전의 시연은 겨우 1분.
또한 기체의 여열기구도 테스트 단계라, 열받은 초호기를 냉각할 필요도 있다. 일단 케이지로 되돌리고, 그 사이 나도 휴식한다.
 
어떤 의미로 정신오염 그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직접제어이므로, 더 이상 정신오염 걱정이나 하모닉스 같은 문제와는 무관해졌다.
그 대신, 신체감각이 다른 육체를 직접 조종하는 것이라 정말이지 신경이 닳는다.
예컨대 그 질량. 에바의 신장은 인간의 20배 이상이므로, 질량은 단순계산으로 8000배쯤 된다. 한편, 근력의 지표가 되는 근육단면적은 400에 지나지 않는다.
그 체격에 걸맞는 것 이상의 근력이 있으므로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관성이 전혀 상이하기 때문에 근육의 사용법이 인간과 다른 것이다.
삼호기나 양산기가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였던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쪽이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따라할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둥둥 LCL에 뜬 채로 기다렸다.
실험단계이기 때문에, 엔트리 플러그는 고정식이다. 자동 플러그 사출 따위 바랄 수도 없다.
LCL 압력이 줄어들었기에, 천천히 쳐다보았다. 어슴푸레한 플러그 속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음력 26일의 달과 같은 외광外光.
무거운 수밀해치가 열리는 이 순간의 이 광경, 싫지 않다.
바이탈 모니터에 설치된 코드들에 끌려가며, 수면에 얼굴을 내민다. 기다리고 있던 스태프들이 상반신이 올라오도록 끌어내 준다.
솜씨 좋게 엎드려 나가선, 캣워크 바닥에 허파 속에 들어찬 LCL을 토해낸다. 함께 툭 떨어진 것은 빠져나간 마우스피스.
구토가 끝나기를 가늠하던 스태프들이 몸을 마저 다 끌어낸다. 초호기를 움직인 뒤에는 한동안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전력을 소비해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초호기의 감각을, 육체가 마비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무언가 걸쳐 주는 기척. 목소리로 보아 리츠코씨 같지만, 얼굴을 들어올리기도, 대답하기도, 지금은 어렵다.
「어깨 좀 빌려드릴까요?」
시야 가장자리에, 꿇어앉은 것 같은 리츠코씨의 무릎.
초호기를 직접제어하에 둘 때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겨우 자기 몸의 감각이 살아난다. 익숙해지다 보니, 이것도 그럭저럭 빨라졌다.
이제 괜찮아요. 라고 말하려 했지만, 목이 잠겼다.
 
캣워크는 초호기의 연수 부위에 접하도록 나붙어 있다. 다다미 8첩 정도의 공간에 긴의자를 들여놓은 것은 접촉실험 직후였던가.
질질 끌듯이 몸을 옮겨, 힘없이 긴의자에 드러눕는다. 몸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진이 빠진 것은 변함이 없다.
「정말 큰일이네요」
「…제어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이호기도 비슷한 상황에 있을 거 같아요.   새끼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데도 전신전령을 다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네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리츠코씨가 귀를 기울여 온다.
「그걸 어떻게든 하라는 게, 제 일인 거군요」
「…기대하고 있어요」
LCL이 식으며 으스스 춥다. 초호기를 냉각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케이지도 냉방을 하고 있는 탓이다.
탈의실로 들어가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전신을 덮쳐오는 권태감에 굴복해 눈꺼풀을 닫는다.
잠깐만 실례할게요. 라는 말은 제대로 리츠코씨에게 전달되었을까.
 

****
 

눈을 뜨자 주위가 상당히 따뜻하다.
몸을 일으쳐 보니, 대형 타올이 스르르 떨어졌다. 리츠코씨가 걸어준 것 같다.
기척을 느낀 것인지. 초호기를 보고 있던 리츠코씨가 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보다 주위 기온이 상승한 것 같습니다만?」
「네에, 초호기가 재롱을 부리고 있네요」
「초호기가, 라고요?」
네. 라며 수긍한다.
 
매우 미숙하지만 자아를 갖게 된 초호기는, 그 육체를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갓난아기가 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오락으로 삼듯이.
하지만, 이호기와 달리 OS로 의식의 통합을 꾀하지 않은 초호기는 자기 의지만으로는 만족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내가 타서 조종해 줘야 비로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1분 정도 운동한 뒤인데, 내가 자기 곁을 떠나지 않으니 다시 타서 움직이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산책 시간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AT필드를 펼쳐서, 빨리 타 줬으면 하고 재촉하는 거겠지요」
그럼, 이 온기가. 라며 리츠코씨가 초호기를 올려다본다.
「AT필드의, 아니, 초호기의 마음의 온기지요」
자료에 있으니까, 초호기에 자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고양이. 키워본 적, 혹시 있으신가요?」
초호기를 올려다보는 리츠코씨의 눈매가 상냥하다.
「아뇨」
「할머니께 맡기고 왔는데요, 우리 애요. 제 소지품에 마킹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머리를 비비면서…」
오른손을 쥐어 왼손 손바닥에 비벼 보인다. 그 동작을 지켜보는 시선은, 자기 손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장롱이나 기둥에 할 때와 달리,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때는 목을 울립니다. 그릉그릉 하고,」
한 걸음 내디딘 리츠코씨가, 초호기의 목덜미을 만졌다.
「…그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할 수 있다면, 이 자리에서 AT필드도 공개하고 싶었다.
사도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에바 뿐임을 증명하는 데, 그 이상의 존재가 없으니까.
하지만, 에바가 사도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출처를 추궁당할 것이다. 그래서 에바가 사도의 카피라는 것이 들키면, 모든 것이 게히른의 자작극이라고 몰리게 될 우려가 있다.
지금 단계에서 그러면 안 되지.
권한도 있고 비공개조직인 네르프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게다가, AT필드로는 시연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JA의 피로회 때 책임자는 AT필드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것을 무지하기 때문라고 폭언으로 쳐내 버리기는 쉽다. 너무 황당무계해서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 라고 당시에는 생각했지만, JA의 그림자에 제레의 의중이 어른거리는 이상, 낙관은 위험하다.
게다가, 그 책임자는 시간문제라고도 말했다. 어쩌려는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AT필드 탑재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면, 그 무모한 설계도 할 수 있는 선택인 것이다.
 
무엇보다, 초호기의 완성도나 기술력과의 격차만으로 JA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연의 진의는, 제레 내부의 상호견제를 격화시키는 데 있다.
그러니, 이 시연의 진짜 주역은 관람석에 슬며시 돌아다니는 겐도씨와 후유츠키 부사령이었다.
 
오후 시연에서는 우선 에바의 작업능력을 피로할 것이다. 요란하게 돌아다닐 필요는 없으니, 케이지에서 케이블을 끌고와 대응하기로 했다.
들어올린 H빔은 길이 12 미터의 강철 기둥. 단면이 H자형인 강재의 중량은 2톤을 넘기지만, 초호기에게는 무겁지 않다.
그것을 미리 파 둔 구멍에 꽂아 세운다.
5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도 또 하나.
이어서 손에 들어올린 것은 면적 5 미터 × 2 미터의 철판.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지만, 두께는 5 센티미터 정도.
옆으로 세운 그것을, 두 개의 기둥 사이에 끼워넣는다. H자형의 홈을 이용해서.
그렇게 3장을 똑같이 쌓아간다.
마치 승마경기용 장애물 같군. 이라고 후유츠키 부사령이 평가했던가.
 
작업을 마치고, 관람석을 향해 인사한다.
자, 그럼 이제부터가 본편.
 
무한궤도를 삐걱거리며 시연회장에 나타난 것은, 국제연합군의 74식 전차. 3량이 횡대로 1렬을 이루며 다가온다.
약간 거리를 두고, 정차했다.
마주보고 오른쪽 끝 차량의 포탑에서 모습을 내민 것이 부대장일까? 시연회장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뒤이어 이쪽을 향해서도 경례하기에, 초호기로 답례했다.
웅크려 앉아 왼손바닥 전체를 사용해 뒤에서 철판을 받친다.
준비 OK. 라고 손을 흔든 순간, 74식의 105 mm포가 불을 뿜는다.
쇄도한 철갑탄이 철판의 표면에서 도탄했다.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는 AT필드에 맞고 도탄한 것이지만.
 
에바에 채용이 예정된 특수장갑소재의 시제품이라고 관객들에게는 설명했다.
물론 사실은 플라스틱으로 코팅했을 뿐인 단순한 철판이다.
AT필드를 보여줄 수 없는 대신 마련한 고육지책이 이 협잡극이었다.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에바에 대항하려 했다가는, 장갑 두께가 터무니없어질 것이다.
 
포격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기둥 사이로 철판을 빼낸다.
탄착이 집중된 위에서 두 번째 철판을 들고 관람석을 향한다.
상처 하나 없는 표면을 관객들에게 과시한다. 기밀이라고 시침을 뚝 떼며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경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관객들 가운데, JA 완성피로회에서 보았던 얼굴도 있었다.
 

****
 

안고 있는 레이의 손발이 따스하다.
아무래도 낮잠 시간 같다. 이대로 잠시만 안은 채 재워서, 아기침대로 옮길 생각이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동안, 리츠코씨는 우리 집에 체류하고 있었다.
초호기 시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연구소 내를 오가며 시간을 허비할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강의를 듣고 진도를 빼두고 싶다. 그러기 위한 조치…였는데.
「리츠코 누나. 내일 독일 가는 거야?」
「으응. 그래」
「에에~! 가지 마, 리츠코 누나. 여기 계속 있어~」
신지가, 완전히 리츠코씨를 따르게 된 것이었다.
뭐어, 리츠코씨가 사실은 돌봄에 능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좋아할 것임은 예상한 범위 내였지만.
머릿속에 마기를 키우고 있는 리츠코씨는 강의 내용을 정리・예복습을 하면서 신지가 졸라대는 대로 게임 상대를 해주거나 그림책을 읽어주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곡예다.
아이 입장에서는, 제멋대로인 자기 부탁을 다 들어줄 수 있는, 그야말로 얻기 힘든 놀이상대였겠지.
첫 대면 때 염색한 노랑머리에 겁을 먹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잘 따르게 되었다.
지금도 치마에 매달려가며 신지가 간청을 하고 있다.
「리츠코 누나가 곤란하잖니. 버릇없는 소리 하지 말렴」
「시~러. 엄마 미워」
엄마 싫~어. 라며 신지가 리츠코씨의 그늘에 숨었다.
이렇게 단번에 자립이 진행되다니, 그건 그것대로 기쁜 일이지만.

리츠코씨와 눈이 마주쳐, 서로 쓴웃음을 지었다.
 
계속 つづく
2007.05.16 PUBLISHED
2007.05.21 REVISED
2021.10.14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拾四話



코믹스의 "초호기의 혼".
유이의 혼이 아닌 초호기 자체의 혼, 자아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은 독자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코믹스판의 제루엘전 이후 초호기 안의 유이와는 별개의, 초호기 몸뚱아리 자체의 혼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신지³』 무인無印편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대사까지 그대로 사용해가며 철저한 고증을 통한 원작의 해체-발골-재구성을 보여준 것과 달리, 『신지³ NC』에서는 코믹스를 비롯한 파생작들의 설정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뒤에는 무인편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인물도 등장할 예정입니다만, 누구일까요?

댓글 1개:

  1. 에갤에서 왔습니당 번역하시는 것 응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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