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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5월 23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제십육화


「아이스커피지만, 하실래요?」
내 의자를 권해 놓고, 냉장고로 향한다.
「…줘 봐」
병을 꺼내 커피를 유리잔에 따른다.
「별 일이네요. 겐도씨가 제 집무실에 다 오고」
이 집무실은 터미널 도그마에 가깝고, 그만큼 지상시설의 소장실과는 멀다.
「가끔은 현장을 봐야 하니까」
네르프 설립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겐도씨는 정치적인 일이 많을 것이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드세요. 라며 유리잔을 내밀고, 나는 예비용 파이프의자에 앉았다.
단숨에 커피를 들이킨 겐도씨가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
의아한 듯한 시선이 돌아온다.
「…묻지 않는 건가?」
「뭐를요?」
조금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던 겐도씨가, 안경을 눌러 고쳐썼다.
「리필이 필요한지…를」
「어머. 물을 필요가 없어 보였거든요?」
「…어떻게, 알았지?」
불쑥 손을 뻗어 유리잔을 잡아든다.
「잔의 위치예요. 마지고서 만족을 못 했을 때는, 좀더 자기 쪽에 내려놓잖아요」
겐도씨의 정면. 나와의 중간위치에 유리잔을 내려놓아 보였다.
「…그런가」
없다해도 누구나 일곱가지는 버릇이 있다.
실은, 신지에게도 같은 버릇이 있다. 먹기 싫거나, 먹기 물리거나 하면, 그릇을 멀리 밀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겐도씨에게서 옮은 버릇임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일이지만.
그럼 왜 나한테는 그런 버릇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는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선생님 댁에 맡겨져 있던 시절에 교정당했었나보다.
 
「…여쭤보는 편이, 더 좋았을까요?」
고개를 갸웃하고 물어보자, 얼굴을 돌린 겐도씨가 의미도 없이 안경을 괴롭혔다.
「…아니, 문제 없다」
뭔가 사고를 반추하는 듯, 겐도씨의 시선이 멀다. …언짢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비어 있는 그 유리잔을 손으로 끌어당겨, 절반 가량 커피를 채운다. 의아하게 보는 겐도씨의 시선을 무시하고, 한 모금. 목을 축인다.
「그래서, 용건은요?」
「으음」
유리잔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겐도씨의 시선이, 연구소장의 예리함을 품고 있었다.
「제레가, 오토파일럿 개발을 명령했다」
「에바의 무인화인가요?」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겐도씨. 안경이 빛을 반사해서,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의식儀式에 있어 파일럿의 의식意識 따위 방해만 될 뿐이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오토파일럿의 개발사유 같은 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하물며 그 요구처를 생각해 봤으랴.
의식. 그것을 위한 흰 에바들. 그것을 위한 오토파일럿이었나.
하지만, 적어도 저번 세계들에서 수조 속의 아야나미들 가운데 9명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즉, 그 흰 에바들을 움직이던 것들은 다른 무언가였던 셈이다.
그것이 본부에서 완성했던 더미 플러그와 같은 것인지, 혹은 그 성과를 이용한 것인지까지는 아직 모른다. 제레가 자체개발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개발을 거들어 줄 이유 따위 없다.
「…의식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서 자네가 사도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엿보는 듯한 시선은, 내 입가를 향하고 있는 건가…?
무의식 중에 겐도씨의 포즈를 흉내낸 것 같다. 황급히 깍지를 풀었다.
「제레와 적대하게 되었을 때. 그것과 싸우게 되는 게 저예요」
「그런가…, 그랬지」
납득한 것 같은 겐도씨가, 나와 교대하듯이 평소의 그 포즈로.
「그럼, 이 건은 접자. 위장데이터로 대응하지. 맡겨도 될까?」
「네. 맡겨 주세요」
대답을 확인하고, 겐도씨가 벌떡 일어섰다.
「제레에는 양해의 뜻을 전해야겠군…」
퇴출하기 위해 문으로 향하는 겐도씨를 배웅하듯이 따라갔다.
아 참. 하며 스위치에 올라간 손이 문득 멈춘다.
「일중 주체로 진행되던 그 거대로봇 계획, 백지철회되었다더군」
초호기 시연회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일단은 안심.
「…예산은 어떻게 된다던가요?」
「추진파 의원이 발언권을 잃고 국회의 세력도가 바뀌었으니까.
 그동안의 경위와 맞물려서, 인권옹호파가 기세를 올리고 있나 봐.
 이대로라면, 난민지원이나 고아육성 따위 일에 쓰일 공산이 높겠지」
…다행이다.
생각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 같다. 고생해서 시연회를 개최했던 보람이 있다.
울컥. …안도와 기쁨으로 눈물샘이 풀린다.
눈앞의 등은, 이 연구소에서 가장 바쁜 사람의 등이다.
그러니, 쓸데없는 일로 걱정을 끼칠 수는 없다.
그래야 하는데, 겐도씨의 배웅을 마칠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
 

신지를 보육소의 학동보육에 맡기게 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이사였다.
제일소학교에서 보육소까지 너무 멀다.
그래서, 가급적 보육소에서 가까운 매물을 찾기로 했다. 
그러면 집단하교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고, 집에서 보육소까지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멀어지지만, 신지도 찬성했다. 팔불출 오빠도 이쯤되면 장한 수준이다.

 
그리하여 찾아낸 매물 가운데, 컴포트 17이라는 이름을 발견한 나는, 몇 박자 망설인 뒤에, 거기로 결정했다.
 

****
 

초호기의 후두부를 올려다보는 캣워크.
리츠코씨는 이 장소를 좋아한다. 특히 나와 함께 있을 때는.
공기조화 때문에 추운 터미널 도그마는, 지금 초호기 주위만 따스하다.
 
리츠코씨가 돌아온 것은 어제 일이었다.
1개월 전 간접제어 실험이 성공해서 귀국예정일이 대폭 앞당겨졌다.
 
생각해 보니, 오토파일럿 개발명령도 간접제어 실험의 성공을 보고 그 타이밍에 내려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독일은 어땠나요?」
「일본에 대한 대항의식이 강해서, 고생했습니다」
태연한 말투이지만, 리츠코씨는 퍽 초췌해 보인다. 염색을 고칠 틈도 없이 바빴는지, 머리칼이 뿌리 부근은 검다.
나 때문에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하게 만든 것이 미안했지만, 그 발랄한 모습을 보면, 무언가 얻어 온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결과를 냈지요. 그 비결을 좀 가르쳐 줄래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요…. 라고 운을 떼고, 리츠코씨는 아직 노란색으로 도색된 상태인 초호기를 올려다보았다.
「처음 1개월간은, 인간관계 파악에 힘썼습니다」
무심결에 초호기 쪽으로 다가가더니, 그 목덜미에 손을 뻗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도 받지 못한 채 하라는 대로만 연구하고 있는 스태프에게는 정보를 주고,」
살짝 기온이 오른 것은, 초호기가 그 손길을 기껍게 느꼈기 때문이리라.
「권세욕만 가득하고 실력은 없는 책임자에게는 연구성과를 넘겨줘서 공을 세울 수 있게 해 주고…」
리츠코씨가 귀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초호기가 고양이로 보이기라도 하는 걸까.
「그 결과 생긴 틈새에 파고들었습니다」
「…근사하네요」
그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조직을 내부분열시키는 이간책의 응용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능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리츠코씨가 처음부터 그런 간계를 부렸다니.
휙 하고 돌아본 리츠코씨가 메롱, 혀를 보였다. 이런 짓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전보다도 놀랐다.
「실은, 제 솜씨가 아닙니다」
내 표정을 어떻게 읽어낸 것인지, 리츠코씨는 장난질의 흉내를 내는 악동 같은 얼굴로.
「저쪽에 지인이 있었는데, 모두 그가 훈수를 둔 겁니다」
그? 남자라니, 미사토씨가 아닌가. 아니, 애초에 시기가 안 맞다.
「지인…이라고요?」
「네에, 학창시절 친구가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리 리츠코씨의 지인이라고 해 봐야, 카지씨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카츠라기 미사토를 기억하고 계시지요?」
네에. 라며 수긍.
 
「그녀가 독일에 와서 참 큰일이었습니다. 그 둘은 예전에 사귀었던 적이 있어서…」
하면, 역시 카지씨인가.
내가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저번 세계에서는, 이 시기의 카지씨의 행방을 전혀 몰랐다. 도대체 어떤 차이로 인해 카지씨의 존재가 드러난 걸까?

그건 그렇고, 독일에서의 세 사람을 이야기하는 리츠코씨에게 거북한 기색은 없다.
학창시절 멤버가 한 데 다시 모인 것이 리츠코씨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건 아닐까.
 
계속 つづく
2007.05.23 PUBLISHED
2021.10.16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拾六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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