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싫다. 또 이 천장이야」
그만 이런 말투로 혼잣말해 버린 것은, 천장을 올려다본 기억이 너무 많아져서라고 생각한다.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에 뉘여 있었다.
소독약 냄새에, 새집 건축자재 냄새가 섞여 있다. 원래 세계에서 낯선 천장은 본부동 내 의료부였지. 아직 본가동은 한참 멀었을 텐데.
링겔이나 카테터 등 여러가지가 연결되어 있어, 이른바 스파게티 상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
몸이 정상이 아닌 듯, 눈꺼풀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겹다.
…
머리와 오른어깨에 왼손, 그리고 양 발목이 아프다. …그러고 보니, 발령소에서 떨어졌었지…
…………
이대로는 발타자르 플로어에 얼굴부터 떨어지게 될 것이다.
곁을 통과하던 카스퍼 플로어의 측벽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훈련을 받지 않은 몸으로 그런 짓은 무리였던 것이다. 아무 소득 없이, 그저 왼손만 부러지고 끝났다.
하지만, 자세는 바로세울 수 있었다. 발부터 떨어진다면 생존확률 자체가 확실히 다르다.
착지와 동시에 다리를 쭈그려, 충격을 줄인다.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 몸에 익혔던 합기낙법을 이 몸으로 힘겹게 재현하게 될 줄이야.
그대로 몸을 받아내는 요령으로 굴러 낙법하려 했는데, 그 순간 펌프스 구두가 미끄러졌다.
…………
아마 거기서 머리를 박았나 보다. 욱신욱신 아프다.
…
통증으로부터 의식을 도망시키며, 얼마나 멍하게 있었을까?
어쩐지 땅울림이 느껴진다고 생각한 순간. 병실 문이 거칠게 열어젖혔다.
「오오! 유이. 눈을 떠 준 건가!」
…
뭐야, 이 기시감.
이번 세계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하고 꼭 닮았다.
그 때 내가 제대로 각오를 했었다면, 이 세계는 더 상냥한 곳이 되었을 텐데…
그 때 안이하게 도망치지 않았으면, 아무도 괴롭지 않았을 텐데…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처음부터 하고 싶다.
…
한탄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는데, 눈물이 흘렀다.
「왜 그래 유이! 어디가 아픈 거야」
…
이 사람의 죄는, 모두 사랑 때문이다.
내가 안이하게 도망친 덕분에, 이 사람은 환영을 쫓게 된 것에 지나지 않으니.
하지만, 이미 저지른 죄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이 사람에게 뒤집어씌운 죄를, 모르는 척 해 줘야 한다.
그에 비해, 그 무엇도 나는 이 사람에게 줄 수 없는데.
…
아니, 단 한 가지, 갚아줄 수 있는 것이 있다.
…
머리맡의 리모콘을 손에 든다.
침대 리클라이닝을 일으키자, 그만큼 몸의 통증이 늘어나고…
「결혼한 지… 벌써 10년째네요. 겐도씨」
당황하여 너스콜을 연타한 겐도씨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유이?」
아픔마저 수반하는 듯한 시선을, 상냥하게 받아들여주며, 미소를.
「…네에, 다 생각났어요」
…
기뻐할 줄 알았는데, 겐도씨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어깨를 떨며, 주먹을 불끈 쥔다.
하얗게 질린 안색을 보충하듯이 목덜미는 새빨갛고, 힘이 들어갔던 손끝은 또 하얗다.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서서히 흔들리다가, 멀어진다.
외면당한 시선이 남기고 간, 떨어지는 그것은 …눈물.
「…」
그 모습이 얼마나 애통했는지, 말을 거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다.
…나는…
하마터면… …또다시 하찮은…
…사소한 …시시한… 이것이 … 업보인가 … …
악문 이빨 사이로 새어나오는 말들은 너무나 단편적이라, 그 속마음을 엿볼 만한 단서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심하게 후회하고 있다. 그것만은 표정으로 읽을 수 있다.
…
「윽…」
유난히 강렬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관자놀이를 누른다.
정신을 차려 보니, 겐도씨가 나를 바라보고…
열 듯 말 듯 망설이는 입, 흔들리는 눈동자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걸까.
결국 도망친 시선이, 무엇을 찾았는지 붙박힌 곳은… 젤패드로 뒤덮인 내 왼손인가.
털썩, 주저앉듯이 무릎을 꿇은 겐도씨가, 조심조심 손을 뻗어온다.
마치 이 고통을 모사한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듯한 젤패드의 윤곽을…, 더듬어 간다.
「…아픈가?」
「…네에, 조금」
왼손을 가볍게 올리자, 시트 사이로 겐도씨의 오른손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자네가 기억을 되찾았다고 고한 순간. …확실히 기뻤어」
깍지끼듯이 얹는 왼손.
「허나, 자네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는 덜 기뻤어」
젤패드는 두꺼운지라, 사람의 온기를 전할 수 없다.
「…자네의 잃어버린 기억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집착이었는지. 나는 이제야 겨우 깨달은 거야」
그 손을 잡아주고자 왼손에 힘을 주었는데, 나무라는 듯 가볍게 눌렸다.
「기억을 되찾아도, 자네가 변함없이 기억을 잃었다 해도, 자네가 자네임은 변함이 없는 것일 텐데…」
얌전히 힘을 빼고 왼손을 맡긴다.
확인하듯이 내려간 시선은, 겹쳐진 손바닥에 쏠린다.
…
훗. 하고 어깨를 떨어뜨리는 듯한 탄식은, 무언가 미련을을 끊어내는 것처럼 짧다.
…
「…물리법칙을 뒤집는 의식의 실행에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공두뇌의 존재가 불가결했다」
「마기…말이죠?」
「그래」
만일 2000년 남극에 마기가 있었다면, 세컨드 임팩트는 전혀 다른 형태의, 보다 온화한 것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 하얀 에바들이 더미 플러그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그 제어는 마기 카피들이 수행했을 것이다. 즉, 그 의식을 담당했던 것도 마기 카피들이었다는 것. 그렇게 서드 임팩트를 수행해낸 마기 시스템이라면, 아담마저 제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계획의 요점으로서 마기를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주도권을 잡고자 제레는 그 개발자에게 접근을 계속해왔고」
표면적으로는 E계획, 즉 대사도전을 위해 건조되는 마기의 개발자를 포섭하기 위해서는 묶어놓는 방법밖에 없었겠지.
「보완계획을 훔쳐타기 위해, 마기를 손에 넣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꾸욱. 힘디 들어간 겐도씨의 두 손 안에서, 내 왼손이 삐걱 하고 울었다.
「그 여자를 여기에 계속 붙들어 놓고 있기 위해서, 나는…,」
겐도씨의 왼손 위에, 오른손이 거듭한다.
「나오코군과…」
얼굴을 든 겐도씨가 말을 마치기 전에,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제가 기억을 잃거나 하지 않았다면, 보완계획 같은 거, 제창하지 않았겠지요?」
수긍하는 것을 확인하고,
「보완계획이 아니더라도, 그런 관계가 되었을까요?」
「그…」
일단 말문을 열었지만, 닫는다. 뭐라고 호소하건 납득했다고 말해줄 텐데. 겐도씨는, 내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나오코씨와의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정도의 단순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그건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겐도씨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마음을 마무리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죄는 제 죄이기도 하지요. 겐도씨」
…
「그래도, 내가 자네를 배신한 사실에 변함은 없어」
괴로운 듯 잘라 말한 겐도씨가, 몹시 측은했다. 어떻게든 위로를 받고자 움직이던 오른손이, 결국 멎는다. …자신의 박정함을 재확인하는 기분이다.
나는 지금, 겐도씨를 동정하고 있다. 그것이 내 안에 있는 것이 겐도씨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정에 불과하다는 증거 같았다. 사랑했다면 질투, 분노, 힐책을 해야 할 장면이 아닌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남의 사랑을 이용하고 있다. 그것이 죄라면, 나도 같은 죄를 짓고 있다.
…나는 결국, 거짓 없이 남을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긴, 그래서 처음 세계를 망하게 만들었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괜스레 쓸쓸하다.
크응. 콧물을 훌쩍인다. 이러면 안 되지. 나 따위를 위해 눈물 흘릴 경우가 아닌데.
…
겐도씨의 팔에, 내 양손을 끌어들여,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는다.
「배신했다고 하면, 실패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초호기와 실험을 한 제가 먼저 당신을 배신했던 거죠」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숙한 데 감추고, 적어도 거짓이 보이지 않도록.
이걸로, 쌤쌤이네요. 라며 웃어 주었다.
****
남이 우는 소리는 두통에 거슬린다.
울며 엎드려 버린 겐도씨를 달래느라 정신력을 몽땅 써 버린지라, 쪽잠에 들어버린 모양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며 겐도씨가 병실을 나간 순간, 쓰러지듯이 잠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눈을 떠도 한동안 침대 리클라이닝에 몸을 맡긴 채 멍하니 있었기에, 문가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좀 어때?」
내가 얼마나 혼수상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오코씨는 대조적으로 그만큼 잠을 못 잔 것 처럼 보인다. 딱 보기에도 심하게 초췌하다.
하지만, 그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없다. 시원시원한 웃음은 곪아 오던 것을 터뜨린 상쾌함이겠지. 덩달아 웃어 준다.
「덕분에 이제 막 방금 좋아졌어요」
「…의외로 농담도 잘 하네」
큭큭 웃어 버렸다.
입가를 가리며 침대 곁에 다가온 나오코씨의 손끝에 수많은 반창고.
어이없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명랑한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까.
긴소매 아래, 손목의 붕대를 보고 무심코 목소리를 낼 뻔 했다. 나오코씨는 오른손잡이니까, 내가 상상한 그런 건 아니겠지. 잡아당겼을 때 다친 거겠지.
「앉으세요」
고마워. 라며 권유한 의자에 앉은 나오코씨의 거동은 정채함이 없다. 피로함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
「이카리 소장… 이 아니지, 이제는」
입가를 누르는 쓴웃음.
「어제 부로 게히른은 해체. 특무기관 네르프가 결성되었어. 그래서, 어제부터는 이카리 사령관이래」
그럼 나는 이틀간 혼수상태였던 건가. 겐도씨가 엄청 바빴겠다.
「그 이카리 사령관이 아까, 나한테 사죄하겠다고 찾아왔더라고」
바라보는 것은 왼손의 젤패드. 아무래도 눈길을 끄는 물건인가 보다.
「모조리 다 털어놓고,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이더라」
어제까지는 멱살잡이라도 할 기세로 서로 욕을 퍼붓던 상대였는데 말이지. 라며 탄식.
그것은 금시초문이다. 자세히 듣고 싶지만, 말참견은 삼가야 할 분위기다.
「그렇게 변하니까, 왠지 억울해서, 보류하겠다 그랬어」
큭. 웃음이 샌 입가에, 악의는 보이지 않는다.
그 말하는 투를 봐서, 나오코씨는 이미 겐도씨를 용서한 것이겠지만.
슬쩍, 이쪽의 표정을 엿본 나오코씨가, 무릎에 양손을 짚고 어깨를 으쓱했다.
무엇이 떠오른 것인지, 살풋 떠오르는 미소.
「그애의 속내를 많이 들었고, 이번 기회에 많이 혼났지」
손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멀다. 추억이라도 반추하고 있겠지. 아이의 성장을 생각하는 표정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있다.
「…그래도, 자기 기분도 풀리는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해 주더라」
눈가의 물기를 살짝 닦아낸다.
「남자한테 이용당하는 걸 허락한 주제에, 엉뚱한 데 원한을 품는 일이 없겠냐고 옹호해 주는 거야」
제대로 남자와 사귀어 본 적도 없을 텐데, 무리해서 자기분석하고. 라며 짓는 쓴웃음은 자조적이고, 리츠코씨만을 향한 말은 아닐 것이다.
터미널 도그마에서 엎드려 울던 모습을 아는 나로선 웃을 수 없는 분석결과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로직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로이 했다.
그래도 꼭 사과하고 오라고 그애는 그러더라…. 라며, 자기 왼손에 턱을 괴고, 나오코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 자기한테 사과해야 할까?」
…
단도직입적인 말투에 허를 찔렸지만, 생각할 것도 없다. 아아니에요. 라며 고개를 젓는다.
사과받아야 하는 그 무엇도, 이 몸에는 들어 있지 않다.
모조리 다 털어놓는 고백이라면,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이었다.
…
「…자기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씩,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의, 동류의 사람을 찾았다는 듯한 맹렬함이, 묘하게 흐뭇하다.
…뭐랄까, 사과하면서 때려달래서 때린 뒤 토우지가 보여준 그 웃음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나오코씨의 연령으로 미루어 보면, 갱년기장애가 시작되고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 영향으로 정신적 남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내 안에 가라앚아 있는 남자인 부분과 호응할 수도 있겠지. 이것이 바로 남자의 우정이구나 라고 말하기에 이른다면, 너무 심한 사르카즘이려나.
그러니까. 라며 일어선 나오코씨가 앉은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고마워. 유이씨」
허리를 꺾어 인사하며, 오른손을 내밀어 온다.
「보완계획 망치기, 협력을 아끼지 않으면 되지」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맞잡은 손바닥은 냉랭했지만, 그 미소는 포근했다.
…
그런데 그러고 보니, 결국 이전 세계들에서 나오코씨가 왜 추락사했는지, 그 이유는 알아낸 게 없네.
계속 つづく
2007.05.30 PUBLISHED2021.10.18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拾八話
못된 말 대장 이카리 신지(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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