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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7월 23일 월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팔화


「에ー엣! 수학여행 가면 안 된다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 는 거 뿐이야」
신지가 히카리에게 전수받은 토마토 주스를 섞은 감자 사라다를 먹고 있다. 꽤 맛있어.
문제는, 그게 각자의 도시락과는 별도의 터퍼웨어Tupperware에 가득 차 있다는 건데. 레이의 리퀘스트로 거의 매일 도시락에 넣게 되었지만, 감자 사라다는 어지간한 정도의 양이 아니면 만들기 힘들고 맛도 없다. 그렇다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이렇게 별도 용기에 소분해서 다같이 달려들어 해치워야 하게 되었다는 사정.
신지는 이제 요리스승인 히카리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매일 먹으면 역시 물린다. …레이의 이 편집증적 식욕,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째서어!」
「…전투대기, 니까」
묵묵히 감자 사라다를 입으로 옮기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레이가 대답했다.
「너한테 물은 거 아냐!」
옥상에서의 점심은 아스카가 추가되어 6명이 되었다. 유니즌 훈련 이후로 신지는 아스카에게도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
훈련 중에 신지가 만들어 주던 식사에 익숙해진 아스카는, 의외로 솔직하게 도시락을 받았다. 레이와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하는 것에 왠지 저항감이 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도시락에 포함된다고 신지가 딱 잘라 말했다.
나와는 달리, 레이가 나보다 신지와의 유니즌이 훌륭하다는 걸 눈앞에서 본 것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싫어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모처럼 새 수영복 샀는데…」
훈련이 아니라 레저로서 스쿠버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확실히 기대하고 있었다.
 
「아스카, 선물 사올게!」
「아아ー아, 세명 모두 아쉽게 됐다야!」
「느그들 몫까지 재밌게 놀다 오꾸마, 나하하하하ー!」
…너희들 같은 걸 친구라고.
 

****
 

「역시, 수학여행 가면 안 되는 거구나…」
「그래」
미리 알려주었는데도, 아스카는 꽤나 낙담한 기색이다.
「전투대기니까?」
그렇지. 라는 미사토의 대답은 건성이다.
「그러면 그렇다고 미리 말해줬으면 좀 좋아」
「미아내」
미사토에게 무슨 말을 하든 그물로 바람 잡는 격이라 생각했겠지. 아스카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너! 차나 마시고 있지 말고,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남자잖아!」
「아니, 나는 어차피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서…」
「진작 포기했던 거야?」
「응」
 
나 때는 아마, 수학여행 짐까지 다 싸놓은 뒤에 불참가를 통보한 미사토에 대한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수학여행을 못 가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었지.
 
 
「흥, 한심해. 가축처럼 길들여진 남자라니, 최ー악」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얽매이는 걸까?
확실히 나도 기대했었고,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에바 파일럿으로서의 책무에 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참았다.
이 아스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전달한 건데…
 
「마음은 알겠지만」이라며 미사토가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이건 어쩔 수가 없지. 너희가 수학여행 간 사이에 사도가 공격해 오면 어쩔 거야?」
욕조에서 기어나온 펜펜이 다이닝을 가로질러 간다.
「언제나 언제나, 대기, 대기, 대기, 대기이! 언제 올지도 알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집만 지키고 있으라고!」
그런 식으로 말하면, 신지나 레이 입장이 뭐가 돼. 나 따위보다 훨씬 전부터 여기서 대기하고 있었는 걸. 나중에 온 네가 그렇게 유난을 떨면, 얘들이 난처해지잖아. …그러는 나도 똑같이 말했었구나.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하고 있었다니….
「가끔은 적의 위치를 알아내서 공격해 나가면 안 돼?」
「그게 된다면 진작 했겠지」
공격할 수 있게 되어서 공격하게 될 거다. 혼쭐이 나겠지만…. 이애, 혹시 기다리는 걸 견딜 수 없게 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건 아닐 거야. 썩어도 소류 아스카 랭글리인 걸. 오로지 훈련으로만 낮밤을 지새던 독일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낫다는 것 정도 이애도 이해하고 있을 거야.
 
「뭐, 두 사람 모두, 이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나머지 반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 가 있는 동안, 공부를 좀 따라잡는 게 어때?」
…미사토. 도깨비 목이라도 딴 것 같은 표정으로 디스크를 꺼내는 거, 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어?」
「으…」
신음한 것은 신지.
그러고 보니 공부 상담도 해 줬어야 했는데. 이 내가 가정교사가 되어 준다면, 신지의 성적은 틀림없이 쭉쭉 올라갈 테니.
「보여주지 않았다고 들키지 않은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야. 너희가 학교 시험에서 몇 점 받았는지 정도의 정보는 다 들어오니까」
「흥, 바~보같아. 학교 성적이 뭐야. 구태의연한 감점식 테스트 따위, 하나도 흥미 없어」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라. 일본의 학교에도 익숙해지도록」
시ーーーー이러! 힘껏 찡그린 얼굴을 내보인 아스카가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본인이었던 나도 이애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내가 변했고, 이애의 환경도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야. 사람의 마음이란,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까. 본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따위, 오만이야.
 

****
 

성대하게 물 튀는 소리가 났다. 레이가 뛰어든 것이 틀림없다.
도시락을 만들어 주어야 하기에, 레이는 신지에게 대체적인 스케줄을 알려준다. 주로 필요 없을 때, 같이 먹지 못할 때 같은 걸 표시한다. 오늘은 싱크로 테스트 이후 본부동 수영장에 들를 예정이라는 것을 들은 아스카가, 그대로 신지까지 끌고 온 것이다. 레이가 받은 수영장 사용허가에 편승한 셈.
수학여행 동안 당연히 학교는 쉬니까, 한가함을 주체할 수 없겠지. 그 기분은 나도 잘 알겠어. 나도 새로 산 수영복이 입고 싶어서, 수영장 사용신청을 했던 기억이 나는 걸. 그 때도 레이가 먼저 허가를 받았어서, 마침 잘 됐다고 몰려갔었지.
『신지도 수영해』
『…이거만 마쳐 놓고』
신지는 미사토의 사주로 담임에게 넘겨받은 문제집 소프트웨어와 눈싸움 하는 중. 그래서야 언제 마칠지 기약이 없잖아.
…먼저 자유롭게 수영하고 놀면, 나중에 도와주겠다고 말하려 했는데….
 
「뭐 하는 거야?」
「이과 공부」
아스카의 물음에, 얼굴도 들지 않고 신지가 대답한다.
「…아이고, 착한 어린이 납셨네요」
「그런 말 해 봤자,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으왓!」
짜자ー안! 하고 인왕상처럼 우뚝 선 아스카는, 새로 산 비키니 차림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스쿠버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여기서 잠수할 거야」
가슴을 펴 보이니까, 신지가 시선을 돌려 버렸잖아.
 
「그, 그래!?」
「어디보자, 뭐 하는 건데? 잠깐만 보여줘 봐…」 아스카가 몸을 실어온다.
신지의 시야 가득히, 홍백 보더무늬 수영복에 감싸인 아스카의 쌍무덤. 가로 줄무늬는 볼륨을 강조하니까, 실제 이상의 박력으로 신지의 눈에는 비치겠지.
눈 둘 곳이 곤란해진 신지, 그렇다고 고개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놀려줄까 혼내줄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뭐, 무사의武士の ナサケ으로 봐 준다. 감사한 줄 알아.
 …
「…이 정도의 수식을 못 풀겠어? …자, 됐다. 간단하잖아」
「이런 어려운 것도 풀면서, 학교 시험은 왜 그렇게 망치는 거야?」
신지는 겨우 가슴의 주박에서 풀려난 것 같다. 톱스만 보더무늬인 게 이 수영복의 악랄한 부분이지.
「문제에 뭐가 쓰여 있는지 못 알아봤어」
「그러니까, 일본어로 된 시험문제를 못 읽었다, 그거야?」
「그래. 아직 한자 다 못 외었거든. 저쪽 대학에서는 그런 거 배운 적 없고」
「대학?」
「어. 작년에 졸업했어」
정확히는 졸업당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지도. 그런 훈련 커리큘럼이었는 걸. 뭐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내게는 마침가락으로 딱 좋았고, 거기 부응할 수 있는 재능도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
「…그래서, 여기에…, 이거는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아, 열팽창에 관한 문제야」
「열팽창? 유치한 걸 하고 있네. 결국은 모든 건 열을 받으면 커지고, 식으면 쪼그라든다, 그 뿐이잖아」
「그러야 그렇지…」
「내 경우엔, 가슴만 데우면 조금이라도 가슴이 커지려나?」
보란 듯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앉았다.
일반적인 남중생에게 그런 이야기 해 봤자, 재치있게 받아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렇게 신지에게 밀착한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깨닫지 못했을 테지만.
일방적인 기준으로 시시한 남자 취급당하는 것도 불쌍하니, 신지에게 슬쩍 귀띔해 주었다.
 
『…』
「너무 데우면 증발해 버릴지도 몰라」
 
 …////
…효과는 굉장했다. 얼굴이 새빨간 걸.
 
이 시기의 나는, 나 자신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여자임을 기피하면서, 동시에 보다 여자다워지고 싶다고 바란다.
그것이 무엇에 뿌리를 내린 것일까,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아스카가 신지의 윗팔을 양쪽 다 잡아끌었다.
「…네 머리도 너무 열을 많이 받은 거 같네」
그 상태로 끌려간다. 당연한 귀결로서 신지의 손이 아스카의 겨드랑이 밑에 끼이는 자세인데, 그것에 남사스러워할 틈도 없었다.
「조금 식히고, 오・라・고~오!」
순식간에 무게중심을 낮춘 아스카가, 끌려가던 그대로 기우뚱한 신지의 배를 차올렸다. 바닥이 딱딱해서 상대하기 곤란한 배대되치기였지만, 멋지게 승부가 났다.
내던져진 신지가, 깔끔한 1회전으로 수영장에 낙수.
 
조금 화나게 만든 걸까? 아무리 그래도 옷 입은 상대를 문답무용으로 수영장에 처박다니 생각도 못 했어. …그보다 신지. 좀 진정 좀 해.
『손발을 막 버둥거리지 마! 그리고 함부로 숨쉬려고 해도 안 돼!』
하지만, 신지는 말을 듣지 않는다.
…설마, 너 수영 못 했냐?
아니, 수영하는 사람이라도, 갑자기 발이 닿지 않는 물 속에 처박히면 패닉에 빠진다.
본부동 수영장은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니다. 방화용수기도 하고, 수상한 실험에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LCL에 잠기는 에바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잠수사 면허가 필수. 기술부와 정비부 인간들을 위한 실기강습 장소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무지막지하게 깊다는 소리.
평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해 가동식 스크린 그물이 장치되어 있지만, 스쿠버를 하려던 아스카가 그물을 내려 버렸다.
『신지! 긴장 풀어. 일단 숨부터 좀 참아!』
아아, 미치겠네! 이 바보신지! 사람 말 좀 쳐 들어!
옷을 입은 채 낙수하면, 의복이 물을 먹어 손발이 묶이는 듯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신지는 바로 그 상태인 것.
수면에서 겨우 버둥대고 있는 신지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신지의 턱을 받치듯이 어깻죽지에서 감겨온 흰 팔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세로 신지가 매달린다.
『야 임마! 놓으라고. 레이까지 가라앉아 버리잖아!』
그러고 있는데, 정면에서 아스카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교본대로 신지 쪽으로 다리를 향하는 방어영법…인 줄 알았는데,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발꿈치로 내리찍었다.
심한 게 아스카 뿐인가 싶었는데, 레이는 또 레이대로 잠수를 해서 신지로부터 풀려났다. …너희들, 가차없구나.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발버둥치느라 힘이 빠진데다, 아스카에게 정수리를 걷어차이고, 레이에게 물 속으로 끌려갈 뻔 했던 신지는 완전히 얌전해졌다. 날뛰면 안 된다는 걸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기운도 없어서.
신지의 머리채를 잡아 끌기 시작한 것은 아마 아스카였던 것 같다. 방법으로서는 맞지만, 아파.
 
 …
수영장 모서리의 사다리에 매달린 신지가 헛구역질을 한다.
「…너무해」
「잘못했어」
역시 책임을 느낀 듯, 아스카가 등을 두드려 준다. 지울 수 없는 겸연쩍음이 그 동작에 드러난 듯, 손놀림이 어색하지만.
「…수영 못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건 나도 동감이야.
겨우 진정한 신지가 풀 사이드에 몸을 끌어올린다. 물을 함뿍 머금은 교복이 지친 수족에 무겁다.
『야! 이런 데서 퍼질러 있을 때야.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갈아입어』
신지가 신음하며 마지못해 일어섰다.
다리를 질질 끌면서 탈의실로 향하는 신지를, 아스카가 어떤 얼굴로 보고 있는지, 좀 알고 싶었는데….
 

***
 

수영복과 목욕타월은 가지고 나왔지만, 여벌옷까지 준비되어 있을 리가 없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신지가, 타올을 하오리羽織처럼 몸에 휘감았다. 물을 짜낸 교복은 옷걸이에 걸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 바로 앞에. 파일럿 대기실에나 가야 여벌옷이 있으니까, 차라리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옷걸이에 삼각팬티가 함께 걸려 있어서 좀 모양 빠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 기분을 돌리기 위해서라는 것, …알고 있어.
 …
신지는 아까부터 계속 몸을 떨고 있다. 추위 때문만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떨림을 느끼고 있자면, 물에 빠졌을 때의 신지의 괴로움이 떠오른다. 공포에 움츠러들던 심장의 감촉을,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막으려고 콜록거리던 목의 경련을, 소독액의 자극에 착취당하던 눈물의 뜨거움을.
…아직, 콧속의 통증은 안 없어졌네.
 
『물…, 무서워?』
생각해 보니, 신지는 학교 수영수업도 태업했던 것 같다. 네르프 훈련이라던지 때문에 어차피 거의 참여하지 못했고, 견학도 한두 번 정도 뿐이었기에 간과해 버렸다.

『…그렇지… … 않다고도 말할 수 없을까?』
『?』
무릎 위에서 손깍지를 끼던 신지가, 자기자신을 껴안았다.
 
『어릴 때, 가끔 꿈을 꿨어. …누군가가, 물에 빠지는 꿈. …그 꿈 속에서, 그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고… 느껴지고』
꿈…이라. 무언가 트라우마가 되는 일이라도 있었을까. 내가 엄마가 목을 매단 광경을 꿈에서 자주 본 것처럼.
평소에 의식하는 정도는 아니겠지. 예컨대 엔트리 플러그에 처음 탔을 때, 신지는 올라오는 LCL에 그만큼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심층심리라는 놈이 귀찮은 거야. 아차 할 때 고개를 쳐드는 악몽은, 복병 같은 당돌함으로 자기자신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상실감을 들이대니까.
 
『신지…, 수영 배워볼 생각, …없어?』
『왜…?』
나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권하는 건 아니라서, 왜냐고 물으면 곤란한데…
하지만, 신지가 수영하지 않는 게 트라우마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걸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어. 혹시 앞으로 신지가 또 트라우마와 대치하게 되었을 때, 그게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물론 그런 사태에 빠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그래도… 응?
『…그야, 좀 전 같은 일이 또… 있으면 곤란하잖아?』

『…게다가 1년 내내 여름이라 수영수업이 연중 내내야.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고, 이참에 응?』
 …
『…수학여행 갔으면, 수영 안 할 수 없었을 거야?』
  …
 …
그만 해…. 툭 떨어지는 듯한 중얼거림은 입안에서 사라졌지만, 무심코 꺼내 버린 그 말은, 즉….
『신지…』
「저런 괴로운 꼴을 당했는데, 왜 수영을 해야 한다는 거야!」
신지가 주먹으로 내려친 것은 자신의 무릎. 답답한 나머지 자해행위를 하는 것임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왜지 얼굴을 맞대고 얻어맞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치만』
「싫다고! 어째서어! …앙제는 내 편 아니었냐고!」

…내게 생체의 하트가 있었다면, 방금 그 한 마디로 산산조각났을 거야.
 
『…물론, 신지 편이야』
마음의 소리가 감정은 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처럼 고마울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간, 나….
「그러면…!」
『신지의 편인데, …목소리 뿐이네…』
잠깐만 있어 봐! 나, 지금 무슨 소리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신지를 돕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구나』
기다려! 나, 신지에게 그런 말 하고 싶은 게 아니야….
『좀전에도 그래. 물에 빠진 신지에게 무엇 하나 해주지 못하고, 결국 신지를 구해준 건 레이하고 아스카였지』
내 고뇌를, 내 고통을, 신지에게 내던져서 어쩌겠다는 거야.
『아니지, 좀전 뿐만이 아니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어. 그저 바라만 보며. 싸우며 괴로워하는 신지에게, 나는 무엇 하나 해줄 수 없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미친 년아!
『나 따위… 나 따위! 없어도 그만이야』
 
…나, 모든 게 다 끊어졌기 때문에, 신지의 편이라고 했던 거야. 대단한 것도 아니야. 자신이 품은 불안을 그렇게 속이려 했던 거야.
  「…앙제?」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그렇게 단정짓고 도망쳤을 뿐.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의의가 흔들릴 것 같아서 두려웠어.
신지와 똑같네. 아니, 정확히는 예전의 신지처럼…. 겁이 많을 뿐. 약삭빠르게 신지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 따위 없어!
     「앙제! 괜찮아?」
결국, 신지를 이용했을 뿐이야.
여러가지를 극복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높은 데서 내려다 보았는데.
        「앙제!! 대답해」
 
 …자신에게, 절망했어!
 
……
 
「앙제!?」

『…신지?』
나, 신지가 부르고 있었던 것도 몰랐어. 역시 나한테는 자신, 자신, 자신, 자신! 자신 뿐!
「…」
신지의 한숨은 상냥하고, 안도가 충만했다.
 …
『『…저기…!』』

타이밍이 쓸데없이 너무 좋아서, 그만 침묵.
 
『…그게, 미안』
…아니야. 사과하지 말아.
『…나, 앙제의 기분이라던지, 전혀 고려하지 못했어』
너한테 사과 받으면, 나….
『…앙제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몰라주고…』
난 최악이야…. 라니, 그런 말까지 입밖에 내면서.
『정말로, 미안』

사과하면 사과하는 만큼 내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비참해지는 건데, …그런데 어째서 나, 기쁜 거야?
…아니, 사실은 이해하고 있어.
신지가 사과하는 것은, 내 고뇌를 염려했기 때문.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니까.
고작 그런 게 이렇게나 기쁜 것은, 지금의 내게 신지는 세상의 모든 것과 이퀄equals이니까. 전세계가 내 존재를 긍정해주고 있는데, 어째서 자존심의 사소한 상처 따위가 신경 쓰일까.
『…이런 나지만, 저버리지 말고 계속 도와 줄래?』
그래. 네가 나에게 존재의의를 주는 거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를, 필요하다고 말해줌으로써.
그럼, 나로서는…
         …내 존재의의를 다할 뿐, 이야.
 
『당연하잖아. 내가 널 저버릴 이유가 어디 있어!』
다행이다. 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지를, 바보야. 라고 웃어넘겨 준다. 그 교환이, 왠지 기분 좋다.
 

****
 

어차피 포획은 글렀다는 걸 아니까 즉시섬멸을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대비해서 전자기 울타리 안에도 액제질소를 쏟아넣을 수 있게 세공을 더한 정도가 고작.
결국, 초호기가 용암에 뛰어들어 살려준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저번에 비해 이호기의 손상이 적었으니까, 잘 끝났다고 봐야겠지.
 
계속 つづく

ⓒ 鮫波フカ
special thanks to シン­ 상어맨サメマン님(@shark_las)
신 상어맨님이 이 이야기의 일러스트를 그려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지에게 귀띔하는 앙제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d(>_<))
트위터에서 신 상어맨님이나 드래곤플라이(@dragonfly_lynce)를 검색해 보세요.

2007.06.20 PUBLISHED
2007.09.05 REVISED
2020.05.13 ILLUSTRATED
2021.11.03 TRANSLATED
2021.11.27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八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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