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6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제입화


무릎베개를 한 레이의 머리칼의 감촉을 즐기며 귀청소를 한다.
가족이 아니면 눈치를 못 챌 정도의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는 미동도 없다. 아프다 아프다 오도방정을 떠는 신지와는 전혀 다르다.
 
이렇게 아이들의 귀청소를 하다가 깨달은 것이, 에바 파일럿을 오래 하게 되면 엿귀飴耳가 된다는 것이었다.
엿귀란 귀지가 눅진한 사람을 가리킨다. 리츠코씨 등은 이런 걸 고양이귀猫耳라고 부르던데. 고양이는 보편적으로 귀지가 눅진하다고.
옛날에 내가 이카리 신지였을 적, 제3신동경시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엿귀가 되었다. 그 때는 환경이 바뀌어 체질도 바뀐 것인가 싶었었다. 이 몸도 초호기와 접촉실험을 거듭하기 전에는 바슬바슬 흩어지는 건조한 귀지였다.
LCL에 너무 자주 잠수하다 보니, 외이도가 마를 틈이 없어서 그런 것인 듯.

맞은편 소파에서 어수선하게 굴고 있는 겐도씨는, 자기도 귀청소를 받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그럼 「해 달라」고 제대로 말을 하세요. 말하지 않으면, 해주지 않아요?
아이의, 특히 레이의 교육에 나쁘니까요.
 

****
 

사령관실에서 겐도씨에게 건네받은 자료를 넘기며, 집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3매째 종이에,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실려 있었다. …카지씨다.
총 20매 정도의 종이다발은, 스파이로 포섭할 인물 후보들이었다.
마기가 제어하는 엘리베이터는 효율적으로 곤돌라를 배치하여 낭비가 없다. 순식간에 문이 열린다.

 『 안녕하신가. 심기가 불편하신가 봐 』
그 말이 떠오른 것은, 그 말을 들었던 곳이 바로 이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이겠지.
생각해 보면, 나는 카지씨가 죽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어째서 그가 위험한 길을 선택했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 보지는 못했다.
상대가 원하는지 어떤지 알 수도 없는 목표에나 핏대를 올리고, 그 원인을 돌이켜보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카츠라기 미사토】라는 위치는, 그것을 알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적합했을 텐데.
  별 일 아닐 거라고 치부하면, 그게 다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다.
카지씨가 죽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가슴팍 앞에서 꼭 쥔 왼손이, 헛되이 공중을 움켜잡았다. 한동안 이 버릇이 나오지 않았는데.
은십자가를 움켜쥘 때 느껴지는 그 둔통이 그리웠다.
 
 ……

몸에 관성이 실리는 것을 느끼고, 위를 올려다본다.
내가 목적한 층은 아직 더 아래니까, 다른 사람을 태우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서려는 것이다.
당황해서 눈가를 닸았지만, 울어서 부은 눈매까지 속일 수는 없다.
문이 열리자마자 얼굴을 가리듯이 해서 뛰쳐나왔다.
 
 …
 
뛰어들어간 화장실에는, 다행히 인기척이 없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거울들을 보지 않으며, 손수건을 적신다.
 
…거울을 보는 것이, 무섭다.
거기에 비친 얼굴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내가 죽게 내버려둔 사람을, 마주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거울을 보지 않는다.
 혼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자신을 속였고.
 저번 세계에서 범한 죄는 이번 세계와는 관계 없다고 자기를 기만하고.
 내 탓이 아니라는 믿을 수 없는 말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거울을 직시하지 못하게 된 지 벌써 몇 년째. 
 
도망치면 안된다고, 알고는 있지만, 나는 무엇이든 다 등에 짊어질 수 있을 정도로 굳세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적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며, 울지 않으려고, 울지 않으려고, 했다.
 
 …
 
진정하는 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박정하니까.
 
조그만 접이식 손거울을 꺼내 눈가만 확인한다. 부기도 빠진 것 같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기초화장과 스킨케어를 제외하면, 나는 거의 노메이크업이었다. 입술연지조차 거의 하지 않으니,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 이상으로 화장기가 없으리라.
화장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렇게 장난감처럼 작은 손거울을 사용하는 것이다. 얼굴이 다 보이지 않도록.
 
또각또각. 가까워 오는 힐 소리.
백의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들어온 것은, 리츠코씨였다.
「어머, …」
약간 망설이는 기색은, 내 낙상사고 이후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혀서 그런 거겠지. 무리도 아니다.
「…유이씨.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낼 사람은 아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침이네요, 리츠코씨」
어라? 하며 몸을 굽힌 리츠코씨가, 서류를 주워올렸다.
!
손수건을 꺼낼 때 떨어뜨렸나 보다.
「…카지…군?」
한 순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싶어 공황에 빠질 뻔 했지만, 따지고 보니 리츠코씨에게 숨길 필요는 없었다. 카지씨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쓸데없이 설레발친 심장을 옷 위로 누르고 있는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리츠코씨가 서류뭉치를 내밀었다.
「…저기, 이건?」
「그 건으로, 지금 막 찾아가려던 참이었어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말을 지껄인다. 층수 표시도 안 보고 뛰쳐내린 주제에.
 

***
 

 
「스파이…인가요?」
네에.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오랜만에 마시는 것인데, 리츠코씨가 내려준 커피는 특히나 맛있다.
할 이야기가 이야기다 보니, 리츠코씨의 집무실로 장소를 옮긴 것이다.
「그는 내무성에 취직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거기서 스카우트되어 취직낭인을 가장하여 독일에 유학. 거기서 다시 게히른에 취직했어요」
…그 말은. 이라며 근심스러운 표정의 리츠코씨가, …무슨 헌팅 이유가 그따위인가 싶었는데…, 단순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구나. 라며 뭔가 납득한 얼굴.
「어느 시점부터 제레의 의도가 개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무성의 명령 내용을 제레에 보고하게 되었다네요」
팔랑팔랑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간첩을 이중간첩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이중간첩을 삼중간첩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요.  이건 그 후보자 리스트예요」
포섭하실 건가요? 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
「위험하지 않을까요?」
「물론 위험하지요. 그러니 대부분은 일회용, 또는 교란정보를 뿌리는 데나 사용할 거고요」
하지만…. 하고 말을 이으려다 목이 쉬어 커피를 다시 한 모금. 그대로 컵으로 입꼬리를 가렸다.
「삼중간첩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완전히 우리 편인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그게, 카지군이라고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예요」
깊이 생각에 잠긴 리츠코씨를 방치하고, 남은 커피를 마셨다.
아무리 리츠코씨라도, 그렇게 간단히 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 로직이 아니니까.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한번 잘 생각해 봐요」
손에 든 머그컵째로 리츠코씨의 집무실을 나선다. 탕비실 개수대에 담가두면 되려나.
 

****
 

교통량이 많은 큰길, 횡단보도 옆에 섰다.
건설 러시가 계속되는 제3신동경시. 주요 도로는 아침 일찍부터 덤프를 비롯한 공사차량들이 돌아다닌다.
「「「「 안녕하세요~오 」」」」
「안녕. 조심해서 건너가야 한다」
노란색 깃발을 내밀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교통지도당번. 소위 말하는 녹색어머니다.
「똑바로 손 들고 건너야지」
고학년 아동이 떨떠름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제일소학교 학부형들로 구성된 각 위원회들 가운데, 가장 인원이 많은 것이 교통안전위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매월 한 번 꼴로 녹색어머니만 하면 의무를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에 입후보했을 텐데.
 
「「「「「 안녕하세요~오 」」」」」
「안녕. 조심해서 건너가야 한다」
집단등교 그룹 가운데, 신지의 모습이 보인다. 나를 모른 척 하고 있다.
친구들 앞에서 부모자식으로 대화하기 쑥스러운 것이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일까.
이쪽을 안 보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느슨해지려는 뺨을 누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 건너간 신지가, 흘끗 이쪽을 돌아보았다.
자기가 취한 태도에 뭔가 생각 미치는 바 있었을까. 살펴 보는 듯한 그 얼굴에, 미소를 돌려주었다.
잘 다녀오렴.
 
계속 つづく
2007.06.06 PUBLISHED
2021.10.20 TRANSLATED
2021.11.24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廿話



입(廿)은 스물(20)이라는 뜻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