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젖은 의류를 세탁기에 처넣고 욕실로 향한다.
새벽 조깅을 습관화한 지 벌써 1년째다.
발령소에서 낙상한 사건으로 체력부족을 절감했다. 초호기를 조종할 때는 초호기의 순발력과 반사신경으로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지구력 부족은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공원까지 왕복해도 헐떡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 거리를 늘려갈까 생각 중이다.
…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과 달리 머리카락이 짧아, 아침 일찍부터 땀 흘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샴푸 거품을 내고 있는데, 달캉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렸다.
「…나도」
말도 없이 방을 드나드는 건 우리 집에 한 명밖에 없다.
「레이. 아침, 얼굴을 마주치면?」
…
열색 눈동자가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좋은 아침」
「그래, 좋은 아침」
밤에 목욕을 하면 신지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아침 샤워 시간에 난입하기도 하는 것이다.
「레이도 샴푸할까?」
앗차,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의 발언을 앞질러 버렸다. 부모가 아이의 의도를 읽고 앞지르면, 아이는 자기 욕구를 잘 표현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할아범에게 이쁨받은 아이는 서 푼 가치가 떨어진다는 속담이 이를 이르는 것이다. 레이의 경우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오빠긴 하지만.
도리도리 레이가 고개를 젓는다. 역시나, 의사표현이 몸짓 단계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성하고, 고개를 갸웃한 채 기다린다.
…
「…다, 씻고 싶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에 앉자」
어린이용 목욕의자를 꺼내고, 스펀지를 손에 든다.
「…노래, 해줘?」
「물론」
땀을 흘리고 싶다는 것은 구실이고, 실은 접촉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은 머리! 휘~익휙 머리! 모~옥은 꼼꼼히♪」
몸이 식지 말라고 틀어 놓은 샤워기 소리를 반주 삼아, 꼼꼼히 씻겨 주었다.
****
- 서기력 2012년 -
****
「실례합니다」
본부동 내 전력공급라인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어머, 리츠코씨. 어서 와요」
자동인증시스템을 응용해서, 특정 인물은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해 두었다. 그래서 리츠코씨가 인터폰을 울리지 않았다.
「플러그 수트 소재의 샘플을 가져왔습니다」
리츠코씨는 뭔가 보고할 때마다 이 집무실로 온다. 아마 냉커피가 목적이 아닐까 싶은데.
「수고했어요. 한 대 태우고 갈래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집무책상 위에 재떨이를 꺼내 놓고, 커피를 준비한다.
건강이 트렌드인 요즘, 본부동 내에도 마음껏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처음으로 재떨이를 내밀었을 때, 리츠코씨 상당히 놀랐었지.
냉장고에서 병을 꺼낼 때 즈음하여 라이터의 점화음.
「이전부터 신경 쓰이던 게 있습니다만…」
웬일로 리츠코씨가 말을 시원하지 않게 어물거렸다.
「뭔가요?」
「…왜 여기 버미큘라이트가?」
집무실 한쪽 구석에, 자루가 몇 개 거듭 쌓여 있다. 개중 가장 가까운 것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아아. 그거. 손난로 재료에요」
「손난로…, 입니까?」
연중 내내 여름인 일본에서 곤란한 것이, 난방기구를 손에 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손난로 종류는 완벽히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나, 증상이 좀 심하거든요」
카츠라기 미사토였던 시절과 달리, 이 몸은 주기 자체는 28일로 안정되어 있는 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더 괴로웠다.
약에 너무 의존하고 싶지 않아, 허리와 아랫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의외로 절실한 문제였다.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는 목소리.
아니, 애초에 따뜻하면 좀 나아진다고 가르쳐줬던 게 저번 세계의 리츠코씨였지만.
커피를 준비하느라 돌아서 있지 않았더라면, 나도 모르게 벌어진 입가를 들켜 의심을 샀을 것이다.
「그렇다 쳐도, 이렇게 많이?」
「제3신동경시 건설자재에서 전용한 거니까요」
물론, 일회용 손난로를 만들자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은, 제3신동경시 건설자재 가운데 환원철분이 있음을 알아챈 덕분이었다.
분말야금이나 가스절단 등에 사용되는 환원철분은, 거래단위가 너무 커서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렵다.
한편, 버미큘라이트는 토양개량용 원예용품으로 팔리기에 입수 자체는 쉽지만, 유통경로를 따져보면 건설자재용이 더 저렴했다.
그래서 각각 조금씩 떼어서 융통받은 것이다.
여기에 물과 염, 고분자흡수체와 활성탄이 있으면 일회용 손난로를 만들 수 있다.
덧붙여, 고분자흡수체는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처음 만들었을 때는 마침 남은 기저귀를 사용했었다.
냉장고에 병을 넣고, 양손에 유리잔을 든다.
「전 또, 지오프론트에 농원이라도 만드시려나 싶어서」
나는 카지씨가 아니니까. 그래도…,
「그것도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미리 수박밭을 만들어 놓으면, 카지씨 어떤 표정을 지을까?
큭큭 새어나온 웃음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지, 리츠코씨가 크게 담배를 들이켰다. 자신의 발상이 조금 쑥스러웠겠지.
오해지만…, 굳이 풀어 줄 필요는 없겠다. 이런 실없는 대화도, 있어서 좋다.
「드세요」
천천히 담배연기를 토해내는 것을 보고, 잔을 내려놓는다.
「잘 먹겠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바인더를 손에 든다.
표지를 넘겨 보니, 【#1】 이런 식으로 색인이 되어 있고, 소재의 구성비나 특징을 정리한 프린트아웃이다.
LCL 투과성을 추구한 타입 같다.
상세한 시험 데이터를 3장 정도 넘기자, 첨부된 샘플이 나온다.
두꺼운 종이 테두리에 끼운 광택 있는 원단은, 처음 세계에서 입던 플러그 수트의 감촉과 흡사하다.
【#2】는 반대로, 보온력과 신축성 등 착용자 쾌적성을 높이는 조성으로 되어 있다. 착용감이 좋겠어.
【#3】는 파일럿 수트로서의 접근법을 시도했는지, 적층구조로 된 것 같다. 내충격성이나 내중력관성 구조를 조립해 넣는 것도 고려한 것인지, 꽤나 두툼하다. 국제방인규격상 절창성능시험에서 High 값을 얻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사태를 상정하고 그런 시험을.
「2번이 좋겠네요」
LCL에 젖은 플러그 수트 차림이 추운 것을 고려한 선택이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14세 남아라면 몰라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여자의 몸은 그다지 차게 하고 싶지 않다.
「LCL 투과율이 20% 이상 떨어집니다만?」
「직접제어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겠죠」
간접제어라면 싱크로율이 5% 정도 떨어지겠지만, 직접제어는 애초에 싱크로율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렇습니다만…. 이라며 리츠코씨는 불만스럽다는 듯 커피를 홀짝인다. 과학자로서의 최선을 선택하고 싶은 걸까.
냉증 때문에요. 라고 변명하지만, 리츠코씨의 반응은 건성이다.
젖은 수영복에 백의만 걸치고, 공기조화를 틀어놓은 본부동 내를 돌아다닐 수 있던 리츠코씨에게 냉증의 고생은 이해할 수 없는 남 일이겠지.
리츠코씨의 고집스런 태도를 보아하니, 1번의 소재에 심혈을 기울였던 모양이다. 그 노력을 낭비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굴뚝같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
방황하던 시선이 머무른 곳은, 리츠코씨의 손에 들린 연초. 그 원기둥 모양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확인하는 것은, 상품표시 태그.
…
「1번 소재를 유공섬유로 가공할 수 없을까요?」
유공섬유란, 그 이름 대로 심지 부분에 구멍이 나서 마카로니 같은 구조를 가진 섬유다.
「…가능하다, 고 생각합니다」
휘발성이 높다는 것을 이용해 손수건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
「유공섬유의 구멍에 기체를 봉입하면, LCL 투과율을 유지한 채 보온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소재 안에 섞인 기포의 보온력으로 체온저하를 막는다. 원리적으로 잠수복과 똑같다.
「…신축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만… 해 볼 만한 가치는 있겠습니다」
다행이다. 기분이 풀린 것 같아.
「부탁할게요」
유공섬유의 형성비율이 비결이 되겠네요. 라며 진지하게 검토를 시작한 리츠코씨의 손 안에서, 타들어간 연초가 재를 떨어뜨렸다.
****
거실 소파에, 웬일로 레이가 혼자 앉아 있다.
쿠션을 끌어안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신지가 경도에 수학여행을 가고부터 이틀째. 계속 이 상태다.
일정은 3박 4일. 레이가 태어난 이래로 둘이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적은 없었다.
그 눈앞까지 걸어가 웅크려 앉는다.
「디저트, 안 먹니?」
다이닝 테이블 위에서, 우유푸딩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도리도리, 레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그림책 읽을까?」
디저트를 먹어치운 후에는 그림책을 읽는다. 언제나 신지가 읽어주곤 했다.
텔레비전 옆 선반에 좋아하는 그림책이 몇 권 있을 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레이의, 눈꼬리가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이제야 겨우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를 닮은 건지, 서투르구나.
계속 つづく
2007.06.11 PUBLISHED2021.10.21 TRANSLATED
2021.11.25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廿壱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