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0일 월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십화


 
「세 명 모두 수고했어. 신지군, 잘 했어」
하모닉스 테스트가 끝나고, 기술부장님께서 친히 해주시는 말씀. …이긴 한데.
「뭐 말씀이신가요?」
「하모닉스가 저번보다 8이나 늘었어. 대단한 수치야」
이 이야기 흐름 기억난다. 신지에게 추월당하는 것 같아서, 처음으로 위기감을 품었던 것이 이 때였다.
「그래도, 나보다 아직 50이나 모자라네?」
「어머, 10일만에 8이라니, 대단한 거야」
리츠코도 저래 보여도 꽤나 우활하다고…해야 하나, 세컨드 임팩트 부흥기에 사춘기를 보낸 인간은, 이런 세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저 봐, 미사토도 그렇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에 바빴으니, 그런 것을 배울 여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원래 수치가 낮았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겠죠?」
내가 귀띔해준 말을 하면서, 신지가 리츠코에게 눈짓. …너, 제법 당당하게 말할 수 있잖아?
「그거야 그렇겠지.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잖아」
라는 말을 내뱉고, 아스카는 발길을 돌려 나간다. 예전만큼 초조감을 느끼고 있자 않고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어. 그래도 신지에게 비꼬는 말을 남겨야 했던 건, 역시 조금 불쾌했기 때문일까?
나 자신인데, 어렵네 참….
 

***
 

 
「저, 저기, 승진 축하드려요」
아스카는 냉큼 돌아가 버렸기에, 미사토의 쿠페에 편승한 것은 신지와 레이 뿐.
「고마워, 그런데 솔직히, 별로 기쁘지 않네」
「아, 그거 알 거 같아요. 저도 좀전에 칭찬 받았는데 별로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아스카를 화나게만 만들었으니까…. 왜 화를 낸 건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너는 잘못한 거 없어. 라고 몇 번이나 말해 주었는데.
좀전에 잘못한 건 리츠코였고, 애초에 그 상황 자체가 잘못된 거야. 예컨대 둘의 입장이나 능력이 달랐다면, 간단히 친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 자체가 글러먹었다고 해야 하나.
뭐어, 그게 신지라고 하면, 그걸 딱히 감점요인이라고 할 수만도 없고.
 
「아까 그게, 신경쓰여?」
「네…」
「그렇게 남의 눈치만 신경썼구나」
리츠코는 리츠코고, 미사토 너는 너고! 필사적으로 살아남는 것만도 바빴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너희들 부흥세대는 뭔가 심하게 뒤틀렸어! 
아아 진짜! 뭔가 말하고 싶어. 이 녀석들에게 마구 퍼부어 주고 싶어. 신지는 말하지 못할 테니, 이 내가 직접 말해주고 싶어!!
『…자, 자. 진정해』
…응, 잠깐.
『내 목소리, 들렸어?』
『그 이상 잘 들릴 수 없을 정도랄까』
신지의 어조가 쓴웃음을 머금은 것 같아, 왠지 갑자기 부끄러워져 버렸다.
『저, 저기 있지…』
   『앙제는 역시 대단하네』
…에, 엥?
『나는, 미사토씨 세대가 힘들게 살았을 거라는 걸, 생각도 하지 못했어』
또 또, 그렇게 자기 탓 하고, 상대를 선해하는 버릇 나오지. 그게 네 장점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 그걸 계속 반복하다간, 네가 무너지고 으깨질 거야….
뭐라고 받아쳐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쿠페가 맨션에 도착했다.
너도, 어렵구나.
 

****
 

 
「「「「「 축하합니다아ー아! 」」」」」
…축하합니다. 한 박자 늦게, 조용히. 레이는 변함이 없네…
「고마워. 고마워, …스즈하라군」
「아 은지예, 처음 말 꺼낸 건 임마라예」
「넵! 기획입안은 이 몸 아이다 켄스케, 아이다 켄스케입니다!」
벌떡 일어선 바보켄스케가 뽐낸다. 뭐어, 네 관찰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고마워, 아이다군」
「아뇨, 감사 받을 정도의 일을 한 것도 없어요. 당연한 일인걸요」

신지의 시선이, 가물가물 조금씩 미사토에게로 돌아간다.
「아직 힘드니? 이런 분위기」
신지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흘끗 돌려주는 미사토의 시선
「아뇨, 요즘엔 어쩐지 익숙해져 버려서」
점심식사 멤버에서 다른 게 없으니까요. 라며 쓴웃음.
 
「카지씨 늦네에」
「그렇게 멋있어, 카지씨라는 분은?」
「그렇다니까! 여기 있는 고구마덩어리하고는 달과 자라의 차이. 비교하는 자체가 카지씨한테 미안할 정도야」
 
「뭐라카노? 어데 함 더 말해봐라!」
일어선 아스카와 토우지. 말다툼을 시작한 친구들을 익숙하다는 듯 능숙한 솜씨로 말린다. 신지는, 정말 많이 변했구나. …본인은 저~언혀 그걸 평가하지 않겠지만.
 …
「승진, 인가요…. 그건 미사토씨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거지요」
「뭐, 그런 셈이네」
「…그래서 다들 이렇게 모여서 기뻐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별로 기쁘지 않으신 거 같네요?」
이런 거 물어도 될까. 라고 신지는 앞서 내게 상담했다. 간밤의 쿠페에서의 대화가 신경쓰였겠지.
그런 것은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애초에 물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신지에게도 그렇게 말해 주었고.
「전혀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야. 조금은 기뻐. 하지만, 승진하자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 왜 여기에… 네르프에 들어오신 건가요?」
「글쎄다, 옛날 일은 다 잊어버렸어」
역시 묻지 않는 편이 나을까, 하고 침울해진 신지의 건너편에서, 지금까지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 레이가 일어섰다.
「…카츠라기 소령.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뭔데, 레이…」
입에 갖다대던 맥주를 흘릴 뻔 한 미사토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카츠라기 소령은, 임무 때문에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카리군은, 그것이 카츠라기 소령의 본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들려 주세요」
「머, 머를…」
너,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나 싶었는데. …그걸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카츠라기 소령의, 본심」
엑? 아니… 그게, 저기 있지. 그러니까 그거는…. 미사토는 횡설수설.
「사도를 쓰러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라는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냐 그런 말이지」
당돌한 아스카의 조력에, 천하의 레이도 살짝 놀란 듯, 잠시 아스카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미사토 쪽으로 돌아보고, 그렇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그니까 있지? 그… 그게」
노려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레이의 시선이 미사토를 붙잡는다.
…레이. 너, 설마 화난 거야?
「아니, 그… 있지. 지금은 그럴 자리도 아니고, 다음에 따로…」
「…」
무언의 압력에, 어째 미사토가 위축되는 것 같다. …나, 너는 절대 화나게 만들어선 안 되겠구나.
그나저나 네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으으응, 잠깐 있어 봐. 그 레이가, 상대가 말을 좀 얼버무렸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화를 낼 리가 없잖아. 애초에 레이가 이런 걸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어. …좀전의 신지 말을 들은 정도에. 어?
…어라!?
설마, 신지야? 레이가 화난 게 신지 때문이야?
레이는 간밤의 경위를 쿠페 뒷좌석에서 들었겠지. 그리고 지금 신지가 마음먹고 물어본 것이, 다시 쌀쌀맞게 얼버무려지는 것을 보았고.
물론, 틀림없이 레이 자신도 묻고 싶었겠지.
하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인 걸까? 지금까지 물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어째서 지금 마음먹은 거냐고?
거기에 답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 그런 거 말할 필요는 없잖니」 
레이는 레이대로 저 모양 그대로고, 미사토도 왠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자, 뭔가 분위기가 험악해져 버렸잖아.
…그렇다면 하나 뿐,
『신지, 부탁이 좀 있거든?』
귀띔한 내용에 주저하는 신지를 겨우 설득시켰다. 여기서 이대로 파토나면 모처럼 나온 레이의 결의를 낭비하는 게 되어 버린다고.
마지못해,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신지가 고개를 수그렸다.
「결국, 저희는 사도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거두어준 것일 뿐…」
호를 그리며 날아온 미사토의 손바닥이, 신지의 뺨을 힘껏 후려갈긴다. 그 충격으로 거의 날아갈 뻔한 신지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부모의 원수라도 몰아붙이는 것 같은 얼굴로 노려본다.
「너, 너란 애는! 내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너희를 에바에 태우고 있는지…」
터진 입술 끝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번에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것은 미사토 쪽.
「그게 바로 미사토씨의 본심…인 거지요?」
신지에게 번지는 눈물과 피, 그럼에도 벌어진 입꼬리를 보고, 미사토는 뒤늦게 자기가 한 짓을 깨달은 듯.
「신쨩, 너…」
흘끗. 하고 피한 신지의 시선은 레이에게로.
「아야나미. 이게 미사토씨의 본심이야. …아플 정도네」
진짜로 아프거든. 미사토, 손속에 사정이 없구나.
아야나미도, 이해했어? 라는 물음에, 레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몸짓과 달리, 정말로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인 것은,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너도 참, 어렵구나.
 
「아아 진짜, 그래 맞아! 그 말이 맞다고!」
신지를 놓아준 미사토가 레이에게 돌아선다.
「신쨩한테 말한 대로야, 레이 방을 보러 갔다가. 너희들이 얼마나 에바에 희생하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잔혹한 짓을 강요하고 있는지!」
미사토의 어깨가 떨린다.
「적어도, 적어도 에바에 타고 있지 않을 때만큼이라도…」
그 목소리까지, 떨린다.
「그런 것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신지가, 미사토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레이도 다가온다.
오열에 묻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게 된 미사토가, 등을 둥글게 구부리고 얼굴을 묻었다.
테이블 건너편에서는 입가에 검지를 갖다댄 켄스케가 토우지와 히카리를 끌고 스~을쩍 도망치려 하고. …이거 참, 뭐랄까. 섬즈업thumbs-up 하고 싶은 기분이네.
신지가 보낸 시선을 받고, 아스카도 슬금슬금 다가온다. 어쩔 수가 없네. 라며 얼굴은 돌린 채로지만, 싫어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나는 알 수 있어.
 

***
 

자기 방에 들어간 뒤 신지는 한동안 침대에 누워 SDAT를 듣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신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니, 내게 있어서도 중요한 시간.
 
펑펑 투미한 노크소리. 종이 바른 미닫이에 누가 바보같이 노크를.
≪신쨩, 잠깐 괜찮아?≫
「…미사토씨? 들어오세요」
몸을 일으킨 신지가 이어폰을 귀에서 뺀 것과, 미닫이문이 열린 것은 거의 동시.
「밤중에 미안」
「아뇨. …왜 그러세요?」
음… 그러게…. 라며 신지의 눈앞에 주저앉은 미사토는 말이 분명치 않다. 검지끼리 부딪으며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거 보기에 언짢거든?
「저기 있지. 뺨…, 아직 아프니?」
말을 들은 신지가, 무심코 뺨을 손으로 눌렀다..
「역시, 아프구나」
쓰윽 하고 웅크린 미사토가, 신지의 손바닥 밑에 자기 손을 슬그머니 밀어넣는다. 서른 줄에 접어드는 여자는 기운이 넘치는 중학 2년생 남자애보다 체온이 낮기 마련인지, 손이 시원하게 느껴져 약간 기분 좋다.
「…미안해」
「아뇨」
뺨을 맞아 찢어진 입속의 상처가 방금 이빨에 닿아, 신지가 얼굴을 찡그린다.
「정말로 미안해」
고개숙인 미사토는, 그냥 두면 그대로 또 울음을 터뜨려 버릴 것 같았다.

「신쨩, 전에 물었었지. 내가 왜 네르프에 들어왔는지…」
짜내는 듯한 그 음성이, 신지가 내민 손을, …붙박힌 듯 멈추게 만든다.
「내 아버지는, 자기 연구 속, 꿈속에서 사는 사람이었어.
 그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어. 미워하기까지 했지. 어머니나 나, 가족의 일은 챙기지 않았으니까.
 주위 사람들은 섬세한 사람이라고들 했어.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약해서, 현실로부터, 우리 가족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만 있던 사람이었던 거야.
 어린애 같은 사람이었지.
 어머니가 아버지와 헤어졌을 때도 이해할 수 있었어. 어머니는 항상 울고만 있었으니까.
 아버지는 쇼크였던 것 같지만, 그때는 자업자득이라며 스스로를 비웃으셨어.
 그런데, 마지막에는 나를 대신해서 죽은 거야. 세컨드 임팩트 때.
 나는 알 수 없게 되었지. 아버지를 미워했는지, 좋아했는지.
 단 한 가지 분명했던 것, 세컨드 임팩트를 일으키 사도를 쓰러뜨린다. 그것을 위해 네르프에 들어왔어.
 결국, 나는 그저…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고자 하는 것 뿐일지도 몰라. 아버지의 주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얼굴을 든 미사토의 눈에 눈물은 없다. 그것은 지금 하는 이야기를 위해 흘릴 눈물이 이미 남아 있지 않아서인 듯, …힘없이 미소지었다.
「신쨩, 나…있지? 신쨩이 처음으로 에바에 탔던 그 때, 신쨩을 내 도구로 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라며 말을 이으려던 미사토는, 순간 목이 메이고, 필사적으로 눈시울에 힘을 주고 있다.
「아까 신쨩을 때렸던 건, 그게 들켰을까봐 무서워서. 정곡을 찔렸기 때문에 화가 나서」
신지의 뺨에서 거두어들인 손이 가슴팍에서 꽉 쥐이고, 그 위로 더 참지 못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지금의 내가 전혀 글러먹었듯이, 그 때의 나도 결점 투성이였어. 나중에야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는 수밖에 없었어. 생각해 보면 나는, 그걸 반복하기만 해온 거야. 헛된 기쁨과 자기혐오를 거듭할 뿐. 그래도, 그때마다 앞으로 나아갔던 것 같아」
그랬구나, 미사토. 너도 그 마음의 결여된 장소가 에바로 채워져 있었구나. 에바로밖에 사도를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 사도에게 집착하는 마음은 결국 에바와 불가분인 것.
「그래서, 일단 신쨩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때린 것과, 그리고 그 때린 이유가 부당했다는 것을」
쭈뼛쭈뼛 뻗어온 미사토의 양손이, 신지의 양손을 감쌌다.
「그래도 있지. 지금은 다르니까,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때렸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제가 에바에 탈 수밖에 없다는 건, 변함이 없네요」
…그래, 그렇네. 라며 미사토가 손으로 눈을 덮자,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도를 쓰러뜨리는 것이 나의 숙원이니까, 신쨩이 에바에 타 주었으면 좋겠어. 네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그게 염치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신쨩에게 에바를 타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어.
 …신쨩. 나를 위해 에바를 타 줄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미사토에, 신지가 한숨.
「미사토씨는,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네요…」
「엑? 저기… 신쨩? 저기, 확실히… 나 염치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그게…」
미사토…. 서른이 내일모레면서 중2 남자애 앞에서 그렇게 허둥대지 마, 좀.
이 봐, 신지가 낄낄 웃어 버리잖아.
에엣? 하는 미사토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
「저 이미 한참 전에,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타겠다고, 미사토씨께 말씀드렸어요」
그러고 보니 하는 표정을 지은 미사토가, 산소결핍 기미가 있는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타 주는 거야?」
「그렇다니까요, 몇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세요」
다시 치밀어 오는 눈물을 소매로 훔친 미사토 왈, 신쨩은…, 아직 여자 마음을 이해를 못 하는구나. 라고? 뭘 한숨을 또 쉬고 있어. …뭐어, 말 자체는 동감이지만.
「…신쨩」
뻗어나온 손바닥이, 신지의 양 뺨을 붙잡았다. 아니 미사토, 너 뭘 기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얼마!
…미사토의 얼굴이 가까워 온다아!!
야! 미사토!! 너 자기 입장이라는 걸 좀 생각하라고! 폭주하지 마~!!
꺄ー악! 신지 도망쳐!! 이런 생활력 바닥의 삼십줄 노처녀한테 붙잡히면, 앞으로 네 인생은 깜깜한 암흑이야! …굳어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인생의 위기야!!
아, 그래도 신지하고 미사토가 들러붙으면, 프리해진 카지씨를…이 아니고, 그런 안이한 도주경로. 진작에 나는 이미 부정했다고ー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사토의 얼굴은 이미 초점이 맞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고, 도망칠 수도 없을 것 같다.
「고마워…응」
한숨이 입술에 닿는 게 느껴져~!
아아 이제 글렀어! 신지의 순결, 안녕히 가세요~. 마음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흔들고 있는데, 신지의 왼뺨에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
…얼레?
작은 새가 쪼는 것 같은 찰나의 접촉을 남기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미사토가,
「쪼~옥, 학생은 여기까지. 응♪」
라고 지껄이며 윙크, 검지를 신지의 입술에 갖다댄다.
야 임마, 신지. 이딴 수작에 두근거리고 그러면 못 써. 이게 다 중년의 농간이라고.
「…그럼, 잘 자」
만면의 미소를 신지의 망막에 남기고, 일어선 미사토가 방을 나선다.
「아! 맞다맞다♪ 신쨔~앙?」
비위 좋은 목소리로 돌아본 미사토는, 방금 전의 웃는 얼굴 그대로,
「아까처럼 사람을 시험하는 짓 또 했다가는, 진짜 안 봐준다♪」
…어쩐지 무서워졌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
 

조잡한 펜스로 마감된 자재용 리프트를 타는 것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투박한 데크는 여객용 엘리베이터 같은 과잉보호가 없는 개방감이 있다.
게다가, 자칫하면 크게 다칠 위험성이, 역으로 자신이 보호자의 들러리가 필요한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니까.
그래서, 조금이지만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비록 지금 이걸 타고 사지로 가고 있다 할지라도.
 
 
「…저기」
「뭔데?」
이 즈음의 나는 훨씬 더 짜증스러워했던 것 같다. 너도 조금씩 계속 변하고 있구나.
「아스카는, 왜 에바에 타는 거야?」
「그거야 뻔한 거 아냐,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서야」
무엇 때문에 그러고 싶은 것인가, 그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직 똑같네.
「자신의 존재를?」
「뭐어, 비슷한 거겠지」
 
서늘하게 눈을 감은 아스카가, 흘끗 곁눈질을 신지 너머의 레이에게 보낸다.
「쟤한테는 안 물어?」
아스카의 시선에 재촉받아 신지가 레이를, 레이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이야기의 창끝이 자기에게 향했다는 것을 신경쓰지도 않는 것인지, 레이는 그저 앞만 보고 있다.
「아야나미한테는, 예전에 물어본 적 있어」
「흐ー응. 사이 좋구나」
「그런 거 아니야」
「신지는 어떤데」
일단 시선을 떨어뜨린 신지가, 아스카를 본다.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일까」
예전의 신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몰랐기에, 아무에게나 물어보고 다녔겠지.
지금의 신지가 묻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싶기에 묻는 것이다. 그 이해의 대상 가운데 아스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다니.
「지키고 싶은 게 뭔데?」
「그건, 잘 모르겠어」
라고 말하며, 신지가 오른손 손바닥을 가슴에 갖다댄다. 신지는 입을 열지 않지만, 이 동작의 의미를 나는 알겠어. …이 따스함을, 이대로 이애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른다니, 너 바보야?」
『지키고는 싶어. 하지만, 왜 지키고 싶은 것인지, 그걸 모르겠어. 그러니까 나는…』
「…그럴지도 몰라」
「…진짜 바보네」
휘이 불어온 바람에 LCL 냄새가 섞여, 케이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
 

위성궤도에서 낙하해 오는 제10사도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받아내게 되었다.
초호기의 가속은 무시무시해서, 비행운이라도 남기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 저번에도 초호기가 가장 먼저 도달했는데, 이것이 실험기의 저력인 걸까?
미리 신지에게 낙하지점을 암시해둔 만큼 조금 여유가 생겼고, 그만큼 초호기의 손상도 가벼웠다.
 
 
육교 아래 포장마차는 아스카가 고른 곳이니만큼, 샥스핀라면 따위 외도外道적 메뉴가 톱을 장식한 희한한 라면가게였다.
미식잡지에서 보고 궁금해지기라도 했겠지.
저번에도 똑같이 내가 골랐다는 것은, 비・이・밀♪
 
 
샥스핀라면은 저번에 먹어봤는데,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 지금 신지가 먹고 있는 일반적인 돼지육수라면을 맛보고 느낀 건데, 돼지육수에 상어지느러미라니 기본적으로 궁합이 잘못된 거 아냐?
돼지육수라면의 맛을 보면, 가게 마스터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닌 거 같다. 혹시 무슨 농담 메뉴 같은 거였을까?
 
「저기…, 미사토씨…」
「왜애?」
「좀 전에, 아버지 말을 듣고, 칭찬받는다는 게 기쁜 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거 같아요」
그 말을, 나는 복잡한 기분으로 들었다.
「미사토씨, 예전에 그러셨죠? 남들에게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신지가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을 원하고, 그 수단으로 에바에 경도되는 것이 무읏을 의미하는지, 그 결말을 상상하면…
 
「그래서 이해했어요. 저는, 아버지의 좀 전의 그 말을 듣기 위해, 에바에 타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너, 그딴 이유로 타는 거야?」
미사토 너머 건너편에서 얼굴을 내민 아스카가, 입 안에 라면을 집어넣은 채로 말했다.
「진짜 바보네」
그치. 네게는 그렇게 보이겠지.
그렇게 딱 잘라 결론짓는 너는, 아직도 발버둥치는 중인 신지의 기분은 이해할 수 없겠지. 제대로…,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 무렵의 나는 소홀히 했던 거야. 사람은 로직이 아니라는 것을 가볍게 여겨, 자기 머리가 좋다고 오해하고 그랬어.
 
신지의 입꼬리는 흐뭇하게 올라가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신지가 찾아낸 이 답은, 분명히 오답이라고 생각해. 으으음, 허울 뿐인 구제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까?
왜냐면, 그건 에바에 타는 이유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아이덴티티라는 것을, 에바에 내던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걸.
 
…그치만, 에바에 타기 위한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신지에게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겠어.
그것을, 내게 맡길 수 없는 것도…, 자기 스스로 찾아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도….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 나…  …
 
계속 つづく
2007.07.04 PUBLISHED
2021.11.05 TRANSLATED
2021.11.27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拾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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