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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8월 1일 수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십일화


「에에~? 또 벗으라고?」
그 기분 잘 알겠어. 지금은 남자 몸 속에 갇혀 있는 나지만 말이지. …아니지, 그래서 더 잘 이해하는 걸까?
 ≪ 여기부터 앞으로는 초 클린룸이니까. 샤워 하고 속옷 갈아입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
리츠코의 목소리는 담담. 그게 더 신경에 거슬린다는 거, 전혀 알지 못하겠지.
「도대체 오토파일럿 실험이라면서, 이딴 짓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것은, 이렇게 취급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을 뿐, 오토파일럿의 존재 그 자체에는 무관심했다는 것.
오토파일럿이 완성되면 분명히 내 자리를 잃게 될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수학여행 때도 느낀 거지만, 나,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에바에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것일까.
 ≪ 시간은 그냥 흘러만 가는 게 아니야. 에바의 테크놀로지도 진보하고 있어. 새로운 데이터는 늘 필요하거든 ≫
 
「「에에~!?」」
신지와 아스카가 서로의 모습을 알아보고, 뒤돌아 탈의실로 도망쳤다.
탈의실 문 너머는 미사토네 거실 정도 넓이의 작은 방이었다. 변명하는 것 같은 칸막이 따위가 있지만, 다 보이기 때문에 아무 소용도 없다. 발가벗은 채 들어온 곳이 이런 데인 데다, 거기에 잘 아는 사이인 이성이 동시에 들어오다니, 기절초풍하지 않고 배겨.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묻지 마!」
혼자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레이가, 태연히 작은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무심코 그쪽을 본 신지가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 나머지 두 사람도 서둘러, 시간이 촉박해 ≫
「어째서 셋이 한꺼번에냐고!」
 ≪ 시설을 따로 세울 여유 따위 없어. 이것이 지금의 네르프의 한계라는 거지 ≫
그런 것 치고는 탈의실하고 문은 제대로 3인분 준비되어 있었거든.
옆에서 육식동물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린다. 당시 내가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기억하며, 신지에게 속삭인다.
『…』 「아스카. 내가 먼저 나갈게. 그러니까 절대 보지 마」
저번에는 내가 그렇게 명령했었는데.
「당~연하지!」
신지가 작은 방을 지나온 잠시 후, 아스카도 방에 들어왔다. 지금 왼쪽을 돌아보면 살해당할 거야. 오른쪽의 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러니까 죄책감이 더하겠지. 오른쪽도 왼쪽도 볼 수 없는 신지가, 굳게 눈꺼풀을 닫았다.
…신지가 한쪽 끝, 아스카가 반대쪽 끝, 그리고 레이가 가운데였다면 좀 나았을까? 신지의 정신위생상.
 ≪ 신지군. 세정이 안 되니까, 앞을 가리지 마 ≫

신지,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체념한 신지가 손을 내려놓는 순간, 소독액 샤워가 쏟아져 내렸다.
 

****
 

「자, 원하시는 대로 홀딱 벗었어. 열일곱 번이나 박박 밀었다고!」
초 클린룸인지 뭔지에 들어가기 위해, 6개 방을 거쳐 17개 절차를 밟았다. 두 번째인 나도 지겹다.
 ≪ 그럼 세 사람, 이 방을 지나서 그 모습 그대로 엔트리 플러그에 들어가도록 해 ≫
「에ー엑!!」
역시 리츠코는 사춘기란 걸 이해하지 못하나 봐. 14세 소년소녀가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나가라고 한다고 네이 하고 그러겠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도대체가, 자기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지 생각을 못 하는 거야? …설마 우리를 영유아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런 거야? 14살이 되면 충분히 수치심이라는 것이 발달… …하지 못한 애가 있긴 하지…
…설마 레이를 기준으로 14세의 수치심을 헤아리는 건 아니라고 말해 줘….
 
 
­ ≪ 괜찮아. 영상 모니터는 끊어놓을 테니까. 프라이버시는 보호되고 있어 ≫
「그ー런 문제가 아니잖아! 기분의 문제라고!」
「맞아요, 리츠코씨. 우리는 에바의 부품이 아니라고요」
 ≪ 시, 신지군!? 이 실험은, 성공하면 너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야 ≫
평소에 순종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협력적인 신지가 설마 아스카 편을 들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그건 들었어요. 그래서 아스카도 그것 자체에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렇지. 라며 아스카가 거든다.
「저희는, 우리 인격을 무시하고 있는 이 취급에 항의하는 거예요」
신지의 발언은, 끝없이 신지에게 떠들어댄 내 푸념을, 신지 나름의 언어로 변환한 것이다. 아니, 이 어조의 수위를 보았을 때, 신지 자신도 적잖이 화나 있었을지도 몰라.
「최소한의 배려만 해 달라고요. 예컨대 남녀 사이에 시간차를 두거나, 칸막이를 좀더 크게 해주거나, 그 정도면 충분했던 거라고요」
문제는, 이녀석의 본성은 시건방지고 반항적인 빈정꾼이라는 것.
「아니면, 저희를 깨벗겨서 함께 몰아넣는 것까지 실험의 일부인 건가요?」
 ≪ 시, 신지군!! 너 지금… ≫
과연, 리츠코도 이 말에는 화가 났겠지. 아스카도 놀란 듯이 신지의 얼굴을 멀뚱멀뚱. …레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뭐라고 드문드문 중얼거리고 있네.
 ≪ 네~이네이네이네~이. 리츠코의 패배~. 신쨔~앙, 그쯤 하자♪ 다음부터 조심시킬테니까, 이번에는 좀 봐 주라~, 응? ≫
「미사토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숨을 내쉰 신지는, 그대로 무심하게 부스를 나와 엔트리 플러그로 향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싸울려면 마이크 스위치는 좀 끄고 하지 그래. 삼십줄 동지끼리의 말다툼은 거의 공해니까.
 

****
 

리츠코가 좀 기분나빠했지만, 실험 자체는 순조로웠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칠드런이라는 것은 모기장 밖의 존재,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지만.
 
알고 있는 거라곤, 레이가 비명을 지른 뒤, 플러그가 사출되었다는 것 뿐. 예전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사출된 장소는 지저호수인 것 같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네. 해치 열어 보자』
그렇지. 라며 신지가 내벽에 내장된 레버에 손을 댔다. 이젝션 커버를 튕겨낸 탈출 볼트가 가벼운 진동을 전달했다.
인테리어에서 일어선 신지가, 윗면의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말해야겠지. 지오프론트에서도 밤은 어둡다는 걸. 그렇지 않고서야 플러그 밖에 알몸으로 나가는 걸 신지가 받아들일 리가 없지.
 
탈출해치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신지가, 익숙한 느낌으로 LCL을 토해냈다.
「…지오프론트의, 지저호수?」
『그런 거 같네. 뭔가 긴급사태가 발생해서 플러그를 사출했을지도』
문제는, 저번과 같다면 3~4 시간을 방치당해야 한다는 건데.
그 때의 불안감이 떠올라, 조금 가슴이 아프다.
 
…여기서 할 일은,
『있지 신지. 밤의 지저호수에서 헤엄치면, 기분좋지 않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다 알면서, 신지는 헛된 저항을 시도했다.

『레이와 아스카를 위해 한 번만 수영 좀 하자』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으면 안 돼?』
안 될 이유는 없지만.
『이건 시뮬레이션 플러그잖아. 서바이벌 키트도 탑재되어 있지 않고, 배터리도 최저한이니 앞으로 2시간이면 다 떨어질 걸?』
여분의 기기가 실리지 않은 만큼, LCL 용량밖에 없으니까, 실제로는 그보다 좀더 유지되었지만.
『알몸으로 이딴 걸 타고 있을 거야? 게다가 수건 한 장 안 두른 채로. 만약 이대로 몇 시간이나 구조대가 오지 않으면 레이나 아스카는 어떻게 될 거 같아?』
…설마 질식할 때까지 안에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 물어오기에, 글쎄 어떨까? 라고 쌀쌀맞게 대답해 주었다.
『여자애가 이런 데서 피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거란 점, 신지는 어떻게 생각해?』
「…그건 그렇네」
아까의 전말도 기억날 테니, 신지의 중얼거림에는 왠지 실감이 실려 있다. 그래도 이런 때까지 도망치면 안 돼 영창은 하지 마 좀.
 …
『알았어, 가자. …가야 하는데, 나 헤엄 못 치는데에…』
『괜찮아, 내가 보증할게』
다행히 신지의 플러그는 가장 물가에 가갑다. 눈대중으로 20 미터 정도니까, 지금의 신지라면 어떻게든 된다. 만약 물가에서 가장 먼 플러그였다면, 다른 플러그를 우회하느라 100 미터는 헤엄쳐야 했을 것이다.
나머지는 헤엄치는 도중에 방향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정도. 뭐, 지금의 내 감각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숨을 헐떡이며 물가에 닿은 신지에게, 다음으로 시킨 것은 근처의 보트를 물색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런 데서 알몸으로 있는 것의 부끄러움은 남자라고 다름이 없을 테니까.
『구명동의가 있잖아. 다행이다, 신지』
『알몸으로 이런 걸 입으면 더 창피하지이!』
『바보야, 허리에 두르라는 얘기야. 아니면, 거기 떨어져 있는 물닻으로 가릴래?』
…따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본부동으로 향했다.
 
 …
 
슬그머니 엔터런스에 들어간 신지가, 곁에 있는 인터폰을 들었다.
알몸으로 구명동의를 허리에 감은 모습이, 사람의 꼴이라기엔 너무 쪽팔린다. 이렇게 함부로 말하기도 참 뭣하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여자인 그대로니까, 신지보다 더 부끄러울지도. 구명동의, 가슴께도 함께 가리도록 두르게 하는 게 나았으려나…
발령소를 콜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전력은 공급되는 것 같은데, 기묘하게 조용하다. 요전의 정전 소동때와 같은 섬뜩함이 느껴진다.
 
신지와 상의해서, 옷과 타올을 확보하기 위해 탈의실로 가기로 했다. 고맙게도 본부 기능 대부분이 죽은 듯, ID 없이도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다.
 
신지의 옷과 타올은 순조롭게 입수했다. 또 젖을지 모르니까 플러그 수트도 get.
문제는, 레이와 아스카의 옷을 조달하기 위해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는 것을 신지가 꺼린다는 것인데.
『긴급사태인데 어쩔 수 없잖아』
『싫다고. 게다가 멋대로 옷이라던가 뒤지고 그러면 그것대로 또 난리날 걸?』
여자의 델리커시란 것을 이해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왔지만, 동시에 그런 만큼 완고하구나.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타올만 가져가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냐….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신지의 시야 여기저기를 뜯어본다.
남자 탈의실 문이 있고, 저편에 여자 탈의실 문. 그 사이에….
『세탁실ー! 신지, 저기면 괜찮겠지』
세탁실은 사용한 플러그 수트를 세탁하고 보관하기 위한 작업실. 여기라면 세탁이 끝난 플러그 수트가 비닐팩에 포장되어 있겠지.
신지도, 그렇구나. 하고 손뼉을 친다.
 
…이거야 원.
 

****
 

좀전에 물색할 때 점찍어 뒀던 고무보트를 타고 호면을 가로지른다.
『엔진이 달린 보트는 처음 움직여 보는데, 조금 기대된다』
세계에 3기밖에 없는 결전병기를 타는 주제에, 그런 감상은 뭔가 좀 싶지만, 선외기 조작이 독특하고 재미있긴 하네. 확실히 상쾌해.
 
시뮬레이션 플러그에는 넘버링이 없으니, 손에 닿는 대로 가까운 것부터 접근했다.
반쯤 수몰된 메인 슬라이드 커버 스위치를 열고, 신지가 이젝션 커버 제거 레버에 손을 올린다.
『이젝션 커버가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바깥에서 제거하는 것도 고려해서 만들었으니 조작패널 쪽으로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그렇네, 고마워』
신지가 노려보다시피 지켜보는 가운데, 이젝션 커버는 플러그의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열면 못 써요』
『알고 있다고』
혹시 몰라 장비해온 노를 들고, 신지가 탈출해치를 두드린다.
・・ -・- ・- ・-・ ・・
노를 튕기듯이 두드리는 것을 단점, 누르듯이 두드리는 것을 장점으로 해서 모스신호를 치고 있는 것이다.
・・ -・- ・- ・-・ ・・
모스신호는 이미 전세기에 퇴물이 된 것이지만, 칠드런은 렉쳐를 받는다.
일본 자위대가 사용했었고, 유엔군도 모스신호를 사용한다. 유엔군과 공동작전을 해야 하는 에바 파일럿도 일단 알아두지 않을 수 없으니까.
・・ -・- ・- ・-・ ・・
그래도 칠드런 경력이 길지 않은 신지는 배운 적이 없어서, 방금 내가 가르쳐 주었다.
『…안 나오네』
『신지인 걸 알고 나오지 않는 거니까, 그 말은, 아스카의 플러그네』
플러그 속에서 내벽을 두드려 봤자, 손으로 두드리는 정도로 밖에 그 소리가 전해질 리 없으니 대답을 할 수가 없겠지.
『나올 리 없으니까, 레이 쪽으로 가자』
『그렇네』
 
신지가 이젝션 커버를 제거하자, 노로 두드릴 것도 없이 안에서 핸들이 돌아갔다.
모처럼 IKARI라는 모스신호 기억했는데…. 라는 둥 신지가 중얼거리는 와중에 해치가 열리고, 레이가 얼굴을 내민다. 
「우와아악!! 기다려! 아야나미, 그대로! 나오면 안 돼!」
해치 가장자리에 손을 짚고 몸을 밖으로 끌어낸 레이를, 신지가 황급히 멈춰세운다. 레이는 단순히 LCL을 토해내려고 나온 것 뿐이겠지. 거기에 다른 뜻은 없겠지만, 너무 무방비해서 오히려 죄책감이 커진 것 같아. 신지의 심장이 껑충 튀어오른 걸.
「이이이이거, 이거 입고 나와」
레이 쪽을 보지 않으면서 내민 플러그 수트가 갑자기 가벼워진다. 레이가 받아갔다고 판단한 신지가 손을 거두자, 퐁당 하고 물결치는 소리가 났다. 순순히 플러그 속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LCL이 폐 속에 가득찬 채로 공기 중에서 말하면 괴로우니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레이니까… 으음?
 
잠시 후 밖으로 나온 레이가 해치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상반신을 구부리고 LCL을 토해낸다. 공기보다 무거운 LCL을 토해내려변, 폐가 기도보다 높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대강 구토를 끝내고 기침을 하는 레이의 등을 신지가 쓸어 준다. …좋아좋아, 눈치 좋잖아. 배낭 때문에 엉거주춤하게 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건 기분의 문제니까.
「…어째서?」
황급히 신지가 손을 거두었다. 거절하는 게 아니라 접촉에 서투른 것일 뿐일 테니, 그렇게 겁먹고 그러지 마.
「어째서 등을 만졌냐고? 그래야 좀더 편해질 거 같아서…, 싫었어?」
「…아니」
다행이다. 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신지가 타올을 내밀었다.
「자, 수건」
하지만,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뜬 레이는, 등이 구부정한 채 일어나지 않는다. 더 쓸어달라고 재촉하는 걸까?
물론, 신지가 그런 걸 눈치챌 리가 없지.
「…」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 레이는, 표면상으로는 평소 그대로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난폭하게 타올을 낚아챈 몸짓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한 소녀와 달리,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하여튼 신지, 너는 좀더 여심이라는 걸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
 

레이가 탈출해치를 여는 순간, LCL을 뚫고 주먹이 튀어나왔다. 완전히 불의의 기습이었지만, 해치가 좁고 LCL의 저항력도 있어서 날카로움이 없다.
뒤로 몸을 젖힌 레이는, 간신히 주먹을 피한 것 같다.
「야 이, 바보신…」
얼굴을 내밀고 욕을 퍼부으려던 아스카는, 폐와 기관지 속에서 LCL과 공기가 블렌드되어 심하게 기침을 콜록거렸다. LCL을 토하기 위해 나갈 수도 없다고 생각할 테니, 황급히 플러그 속으로 돌아간다.
신지가 들여다보러 왔다고 생각한 거겠지. 인테리어의 그늘에 숨는다던가, 영격의 주먹을 내지른다던가, 나답다면 나다운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로, 레이가 플러그 수트를 들고 해치 속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플러그 위에 인왕상처럼 버티고 선 아스카. 해치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은 레이를 거느린 것처럼, 고무보트에 앉아 있는 신지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미안. 그거까지 확인은 못 했어」
「너 바보야~!? 상황 확인도 안 하고 행동했다는 말이야?」
말은 저래놓고, 상황 확인을 우선시했으면 더 심하게 불평했겠지.
「아스카가 걱정되었어」
「하아! 너 같은 거한테 걱정을 다 받고, 나도 죽을 때가 다 됐네」
그 때의 불안감을 떠올려 보면, 아스카도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이쪽을 외면해 버린 그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진 것은, 웃음이 새나올 것 같은 입가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이토록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결국 모든 것이 끝나고 보안부가 올 때까지 방치당했던 나로서는, 이렇게 신지의 걱정을 받고 구출도 받은 아스카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의 나라면 솔직하게 기뻐했을 거야. 그것도 이것도, 신지의 바로 곁에 붙어 살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제 정말 완전한 타인이구나.
 
「…가자」
아스카의 갈등 따위 흥미가 없어 보이는 레이가 자세를 바꾸어 고무보트로 돌아온다. 신지가 내민 손을 한 순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오히려 자진해서 에스코트를 받는 것처럼 보이고….
「야, 임마! 기다려」
뒤이어 내려오는 아스카에게도 손을 내밀었는데, 이쪽은 매섭게 눈을 부라렸다.
「고~작 그거 구하러 왔다고 유세 떨지 마!」
「그럴 생각 없어」
「흥! 없는지 어떤지 누가 알아」
상큼하게 스루당한 손을, 신지가 하릴없이 거두어들인다.
「아무튼, 발령소에 가서 상황을 확인할 거야!」
신지에게서 선외기 핸들을 빼앗은 아스카가, 고무보트를 호안 기슭으로 몰았다.
 

****
 

고생 끝에 발령소에 도착은 했지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본부동 내에서 대기나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어떻게 이 사도를 쓰러뜨린 거지? 방치당한 것에 화만 냈을 뿐,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를 않았었구나.

계속 つづく
2007.07.11 PUBLISHED
2021.11.06 TRANSLATED
2021.11.27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拾壱話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원문은 ご愁傷様。 장례식장 문상 인삿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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