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기력 2015년 -
****
엣취. 옆에서 귀여운 재채기가 들렸다. 체로 치던 코코아 가루를 들이마셔서 그럴 것이다. 바라보니, 임무우선이라는 듯 체를 꼭 붙잡은 레이가, 콧물이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코코아 가루를 계속 체질하고 있다.
닦아 주고 싶지만, 초콜릿을 반죽하느라 팔레트나이프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대리석 면대를 사용해볼 겸, 대리석법 템퍼링에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라면 신지가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겠으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제작이기 때문에 부엌과 다이닝에 남자는 출입금지 상태였다.
코코아 가루를 체질하는 것보다 콧물을 닦는 것의 우선순위가 낮은지, 스스로 닦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한숨.
…여자애로서 그건 어떨까 싶다.
「그대로 괜찮으니까, 얼굴만 이쪽으로 돌려 봐」
의외로 순순히 이쪽을 바라봐주는 것을, 몸을 젖히면서 콧물을 빨아들였다. 그대로 비강의 내용물까지 들이켜 함께 삼켜 버린다.
「…고마워」
왠지 불만스러워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천만에요」
소홀했던 손에 의식을 되돌려, 템퍼링 작업에 집중한다.
영유아는 자력으로 코를 풀 수 없기에, 빨아내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갓난애의 콧물은, 모친이 입으로. 라고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저항감을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내 배 아파 낳은 내 아이가 코가 막혀 괴로워하는 것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빨아낸 것이다. 레이의 콧물을 삼켜버리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기억을 뒤져 보니, 어머니 역시 이렇게 신지의 콧물을 빨아 주었던 것이다. 모친이라는 존재의 자애로움의 깊이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 번이라도 자기 자식에게 실천해 버리면 허들이 낮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2년 전인가, 지독한 감기로 몸져 누웠을 때, 빨아 주었으니까. 콧물을.
****
「전술 시뮬레이션, …인가요?」
갓 착임한 미사토씨를 데려온 곳은, 마기와 같은 층에 있는 방들 중 하나였다.
「네에」
마기 콘솔을 한 대 들여와 시큐리티를 높이고, 즉석 시뮬레이션실로 조성한 방이다.
「사도와 에바의 전투에, 종래의 전술이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그것은 일리가 있다. 다름 아닌 내 자신이, 그것은 전투가 아닌 격투라고 평가한 바 있으니까.
하지만, 인류가 상잔하기 위해 연구해온 방법론은, 미증유의 존재를 상대로도 충분히 유효하다. 상대와 대등하게 치고받을 수 있는 존재, 에바가 있으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사도대책은 아닙니다」
「…네에?」
의표를 찔린 듯. 진지한 표정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왼쪽 어깨가 쿵 하고 처졌다. 참 요령이 좋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카츠라기씨의 지휘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그것을 위한 테스트겠네요」
「…무슨 의미신지요?」
미사토씨의 눈빛이 조금 위태롭다. 자신의 직권이 이런 것으로 결정된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군인이란 없을 테니.
「카츠라기씨의 전력은 당분간 초호기 하나 뿐. 그 파일럿은 저고요」
알고 계시겠지요. 라고 말하며 가볍게 몸을 내밀자, 알고 있습니다. 라며 미사토씨가 수긍한다.
「한편, 저는 사도대책실 실장으로서 작전부의 권한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것은 몰랐다. 고 표정으로 외치는 미사토씨. …어째야 하나 싶겠지.
「이것을 이대로 방치하면, 만일의 경우 곤란해집니다」
「지휘계통의 혼란이군요」
네에. 라며 수긍하고, 권한 범위의 규정을 세분화해서 조정하려 했는데…, 운운 말을 이어간다.
「결국, 그때그때 케이스에 따라 변동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더라고요」
싫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있던 미사토씨가 겨우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세한 규정에 얽매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 시점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가, 바로 직후 그것은 아님을 알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것이겠지.
모든 사태를 상정하고 결정해 두기 위해 규정이 있는 것인데, 그것을 소홀히 해서야 직분을 다할 수 있을까.
미사토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위해 회색지대인 그대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래서 명쾌한 기준으로서, 카츠라기씨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지휘관인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걸로, 말입니까?」
가리키는 것은 마기 콘솔.
「네. 이 시뮬레이션에 상정되는 50 종류의 사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난이도 조정은 에바의 힘과 수, 사도의 출현 간격으로 실행합니다」
시뮬레이션 화면을 호출해 각종 파라미터를 표시했다.
「가장 어려운 레벨은 AT필드를 겨우 사용할 정도의 에바 1기, 사도가 매일 출현하는 레벨 1. 가장 쉬운 레벨은, AT필드를 완벽히 사용할 수 있고 연계도 완벽한 에바가 2기, 사도가 월 1회꼴로 출현하는 레벨 14400이네요」
파라미터를 변경할 때마다 그에 맞춰 난이도 표시가 바뀐다.
「그렇다면, 유이씨께선 레벨이 몇 쯤 되십니까?」
「저는 개발에 참여한 당사자이니 참고가 되지 않겠지만, 700 정도입니다」
그것은 현재 상태의 초호기 1기만 사용했을 경우의 스코어. 그것도 가급적 거창하지 않은 전법만 사용한 것이다.
「그것을 넘으면, 지휘권은 제 것입니까?」
번쩍 눈을 빛내오는 미사토씨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제가 군사적으로 문외한이나 다름없다는 부분을 감안하셔야죠」
미사토씨를 속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레벨 500을 넘을 수 있다면, 지휘권을 완전히 맡겨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기 싫어하는 미사토씨에게 승부욕을 지펴 주려면, 이 방법이 역시 제일이겠지. 아니나다를까, 의욕을 불태우며 콘솔을 덮친 미사토씨를 남겨두고, 나는 즉시 시뮬레이션실을 나섰다.
손자 왈, 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고, 저를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길 때마다 한 번 지며, 저도 나도 알지 못하면 싸움마다 반드시 망한다.
정체불명의 기상천외한 것들을 상대로 최후의 최후까지 싸워낸 미사토씨는,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그 짓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불가능. 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 미사토씨에게 어려움이 있었다면, 사도를 상식 외의 존재로 단정한 결과 선수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고, 십대들을 지휘하기에는 너무 거칠고 서툴렀다는 것.
그 중 전자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을 손보는 것을 통해 의식을 바꾸어 주려고 한다.
오리지널로 작성한 사도들은 대부분 다짜고짜 대치하면 예상치 못한 공격방법으로 기습하여 일격에 게임오버되도록 짜 두었다. 유엔군과 에바의 위력정찰로 그 탈을 먼저 벗겨내지 않으면 도저히 전투가 되지 않도록 해 둔 것이다.
물론, 실재하는 사도들도 은근히 카모플라주를 입혀 섞어 놓았다.
후자는 이번에 지휘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나니까, 아무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력과, 적에 대한 확고한 정보. 이 두 가지가 갖추어진 미사토씨가 어떤 지휘를 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
****
에비스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 미사토씨가 리츠코씨에게 대들었다.
「알고 지낸 길이의 차이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리츠코씨가 오도야키 가배를 비웠다.
가배란 계속 술을 마시지 않고 내려놓으면 술이 새어나가도록 만들어진 잔이다. 리츠코씨의 손에 들린 것은 절구 형상으로 굽이 없으면서 구멍을 꼼꼼하게 뚫어 놓은 타입으로, 어째서인지 연말에 청주와 세트로 받게 된 것이었다.
그 잔을 내버려두지 않고 신지가 곧바로 잔을 채워준다. 육광년이라는 다이긴죠라는데, 술 상표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제대로 된 식생활을 할 리가 없기에, 미사토씨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뜻밖에도 미사토씨가 빼면서 주저했는데, 리츠코씨를 함께 묶어 데려왔다. 덕분에 신지가 크게 기뻐했지만.
이렇게 곁에 붙어서 바지런하게 술시중까지 드는 것을 보면,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레이는? 하고 보니, 거실에서 온천펭귄과 놀고 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래. 쿠와악. 같은 선문답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이쪽은 이쪽대로 크게 기뻐하는 것 같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미사토씨를 부른 것은 이유가 있다. 다름아닌 아스카에 대해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독일에서의 담당자 직책은 이름뿐이었을 뿐, 별로 접점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어 말상대가 되어 주고, 티타임을 함께 보내는 정도였을 뿐, 훈련이나 교육 커리큘럼에 관계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저번 세계와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신쨔~앙, 나도 【누・나】라고 불러 주라♪」
리츠코씨를 밀어내면서 신지 쪽으로 몸을 내민 미사토씨는, 아마도 의도적으로 가슴팍을 강조해 보이고 있다.
초면에 일찌감치 -쨩을 붙이다니, 실로 미사토씨 답다.
…?
아니지, 아무리 그 미사토씨라도, 초면에 대뜸 -쨩을 붙여 부르지는 않는다.
―― 한 가지 말해주는 걸 잊은 게 있는데, 너는 남들에게 칭찬 받을 훌륭한 일을 했어. 가슴을 펴도 좋아. 잘 자, 신지군. 기운 내고 ――
처음 세계에서 처음 만났던 날, 그 날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을 떠올려 보면 명백했다.
이 차이의 원인을 모색해 보려다,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거리낄 것 없이 희노애락을 드러내는 미사토씨가 여기 있는 것이다.
자꾸 그러면 누나 슬퍼어. 라며 잡아떼면서 신지의 얼굴을 가슴팍에 눌러댄다. 리츠코씨는 시야를 가로막힌 채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다.
일체의 앙금이 없기에, 초면에 바로 -쨩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반목도 없는, 행복한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의 관계가 여기에 있었다.
…
콧 속에 뜨거운 것이 느껴져, 부엌으로 도망친다.
잘라 나눈 카라스미가 너무 짜지 않아야 할 텐데.
****
2주 뒤, 미사토씨의 레벨은 평균 3780이었다.
란체스터 법칙을 따라 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은 좋지만, AT필드를 경시해서 효율이 나빠 피해가 크다고 한다. 심연사도나 정신오염사도는 당연히 손도 못 써보고 패퇴한다.
최소한 적에게 통용될 만한 질이 필요한데…
게다가 에바 간의 연계능력을 최대한 추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서 그런 것일까?
일단 사도들의 외모를 리뉴얼하고, 그 능력도 셔플한다. 이걸로 위력정찰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고자 한다.
뭐 저런 사기가 다 있어! 라고 소리지르는 미사토씨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계속 つづく
2007.07.02 PUBLISHED2021.10.27 TRANSLATED
2021.11.26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廿七話
다음 포스트부터 『아스카³』 동시연재가 시작됩니다. 본 작품군을 처음으로 감상하는 분들은, 두 평행우주를 교차하는 감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스트 내부 탐색기〔이전 회/다음 회〕를 사용하지 마시고, 블로그 하단 탐색기〔최근 게시물/홈/이전 게시물〕(모바일에서는 〔◁/홈/▷〕)를 사용하실 것을 강하게 권장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