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도그마로 향하던 도중, 리니어 엘리베이터에서 이카리군과 만났다.
…
…너무 무거워서, 리니어 엘리베이터가 꺼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의 침묵.
물리적 압력으로 짓눌리던 숨막힘이 기억날 것 같다.
사하퀴엘과의 싸움 이후로, 나와 이카리군 사이에 성립된 대화는 손에 꼽을 정도. 이카리군 쪽에서 말을 걸어오는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
이카리 사령관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던 이카리군은, 자신은 칭찬을 받지 못하고 나만 칭찬을 받은 것이 계속 떠올랐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질투라고 불리는 감정. 내가 느껴본 적은 없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시야 구석으로 훔쳐본 이카리군의 표정은, 그것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흉곽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날숨. 어느새 호흡까지 자제하고 있었다.
「내일, 아버지를 만나야 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겨우 입을 연 이카리군이 고른 화제는, 이카리 사령관. 그것을 조금 외롭다고 생각해 버리는 내가 있었다.
「…이카리군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지?」
「잘 몰라서 묻는 거야」
방금까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던 나로선, 이카리군의 기분을 잘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카리 사령관에게, 묻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버지에게…, 」
생각에 잠긴 이카리군. 다만, 이 침묵은 아프지 않다.
벨이 울리고, 리니어 엘리베이터의 가속이 둔하다. 이카리군이 목적한 층에 도착한 것 같다.
「덕분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알 것 같은 기분이야. 고마워, 아야나미」
조금 딱딱하게 웃는 얼굴에, 나는 알 수 없는 성분을 포함한 채, 이카리군이 리니어 엘리베이터를 나선다.
「…천만에요」
누르고 있던 열림 버튼에서 떨어지는 손가락에, 쥐어짜이는 듯한 아픔. 마음과 몸이 괴리해서, 찢어질 것 같은.
「아, 아야나미?」
닫히기 시작한 문의 세이프티를 두들겨 리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하지만, 뭔가 뚜렷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후로 나는 터미널 도그마에서 당분간 돌아올 수 없다. 이대로 이카리군과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카리군. 나…」
하지만, 할 말이 없다.
「…」
「아야나미…, 저기?」
내 마음을, 표현할 말이 없다.
울고 싶어지는 원인을, 어떻게 짓눌러야 할지 모르겠다.
넘치는 마음은, 그저 눈물이 되어 쏟아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아야나미…」
한 발짝, 이쪽으로 내딛는 오른발과,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왼발. 이카리군의 혼란은, 분명 내 탓.
이카리군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존재마저 용서할 수 없어진다.
「…미안해」
자신을 지워 없앨 수는 없으니, 적어도 얼굴이라도 가리고 달아났다.
****
혼의 백업 작업은, 내가 아야나미 레이가 된 이래로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적어도 1개월에 1회꼴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아카기 박사도 없다. 아야나미 레이의 기억에 따르면, 실제 기기조작은 모두 아카기 박사가 맡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 이카리 사령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숨고 싶다고 마음이 원하지만, 좁은 유리 실린더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종잇장 한 장이라도 좋으니, 사이를 가로막을 것을 원한다.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
불렸기에, 눈을 뜬다.
그 시선을 안개처럼 가려주는, 선글라스라는 형태의 마음의 벽. 덕분에 조금 안도했지만, 이 모습에서 다른 형태를 찾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어서, 괴롭다.
적어도 초점은 흐리게……, 그러나 아야나미 레이의 기억에 남아 있는 광경과의 사이에 생겨난 위화감이 답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시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백업 때 이카리 사령관은 렌즈가 투명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 안경이 영호기 기동실험 때 파손된 것은 알고 있지만, 어째서 선글라스로 바뀐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
이곳에는 이 VTOL기가 착륙할 만한 곳이 없다. 새겨진 도로의 경사면에 호버링으로 접안하고, 이카리 사령관이 내려갔다.
한 순간, 시선을 느꼈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 용무가 있다. 작업도 중단이다. 따라와라 ――
하릴없이 터미널 도그마에 머물러 보았자 즐거울 것 하나 없으니, 이카리 사령관의 말을 따랐다. 아카기 박사가 있어 주었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카리군은 사령관을 만난다고 그랬다. 이 사태는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골짜기를 하나 끼고 VTOL기가 착륙한다. 원래 무언가 점포가 있었던 것 같은 장소의 주차장. 방치되어 황폐화된 모습이 쓸쓸하다.
캐노피 너머 저 멀리, 이카리군과 사령관의 모습. AT필드로 빛의 굴절률을 조작해 시야를 확대하고 싶다는 유혹을 견딘다.
쭈그려 앉아 있던 이카리군이 일어서, 사령관 쪽으로 돌아선 순간이었다.
이 거리에서 보일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프레임의 그림자에 숨어 버렸다.
왜 나는 이카리군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것일까?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카리군의 탓도 아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데, 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일까?
공회전하던 기관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높아졌다. 시간이 되어 이카리 사령관을 데리러 가는 것 같다.
「레이…, 뭘 하고 있냐」
캐빈에 올라온 이카리 사령관이, 시트에 파묻히다시피 해서 몸을 숨기고 있던 나를 수상히 여긴다.
「…이카리군에게 보여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냐…」라며 나를 향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 눈동자를 포착. 이카리 사령관이 잠깐이지만 나 자신을 봐 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
「이야아, 아주 깔끔하게 이겨버렸네. 너무 깔끔한 거 아니야? 이렇게까지 쉬우면 솔직히 좀 맥빠져」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신이 났다. 방금 전의 싱크로 테스트에서 카츠라기 소령에게 「예~이, 유 아 넘버원♪」이라는 말을 들은 이래로.
샤워를 하고 환복을 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
「뭐어, 요즘 들어 너 컨디션 좀 안 좋았던 것 같긴 한데, 낙오되지 않고 날 따라오려면 열심히 좀 하라고」
자꾸 등을 두드려대서 아프지만,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엄청 기뻐 보이고, 그래서 나도 기쁘다.
「자, 집에 가자. 빨리빨리 준비해」
「…그래」
내 귀가 채비를 방해하던 것이 누구인지, 그것은 입에 올리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것도 알게 되었다. 아카기 박사는 그것을 처세술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익히는 기술이라고.
****
아카기 박사의 연구실 앞에, 사람 그림자. 이제 막 도어폰을 누르려 하는 참이다.
「…이부키 중위」
돌아본 이부키 중위는, 나를 보곤 뒤로 물러섰다. 급속히 산대한 동공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커다랗다.
「…레이 … 쨩…」
이 사람이 이런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한 것은, 라미엘과 싸우고 나서 얼마 뒤부터였던 것 같다. 이카리군의 영호기 재기동 실험이 성공하고, 더미 플러그 개발이 시동된 그 때부터.
내 모습을 쫓는 찌르는 듯한 시선. 막상 내가 그쪽을 돌아보면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고 그랬다. 지금은 너무 가까워서인지, 미동도 없이 나를 향한다.
이부키 중위가 나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있을지, 지금의 나는 조금 느낄 수 있다. 그것이 공포일지, 혐오일지, 아니면 다른 감정일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존재 자체가 누군가를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 몸 자체를 지워 없애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이부키 중위의 시야 밖으로 사라져 주려고 한 그 때,
「어머? 너희들」
「…아카기 박사」
「선배님…」
문이 열렸다.
「레이. 그 원피스 잘 어울리잖니. 이제 겨우 입을 마음이 들었어?」
아카기 박사로부터 주어진 의복을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었다. 교복과 파자마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세탁당번날과 비번이 겹친 카츠라기 소령이 왠지 내 교복까지 빨아버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입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자기 몸 하나로 살아가는 사도에게 있어, 의복 같은 것은 이해 범위 밖이다. 수치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지금이라면 그 유용성을 이해할 것도 같지만, 의복을 착용하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감각은 역시 잘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카츠라기 소령에게 끌어안을 듯한 기세로 칭찬을 받거나, 지금 아카기 박사의 상냥한 눈길을 받고 있으면, 그것에 대한 기쁨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의복은, 그 사람의 소속이나 주장을 대변하는 물건이야. 레이, 지금 너는 어디에나 있을 보통 여자애 같아」
……어디에나 있을 보통의, 여자애. 그 말에 떠오르는 열량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슴팍을 눌렀다. 물리적인 열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원피스도 그렇고, 너한테 준 옷은 전부 마야가 고른 거야. 고맙다고 말해야지」
그 말에 바라본 이부키 중위가, 다시 동공이 산대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 옷을 착용함으로써 얻게 된 내 기분을 전달하고 싶다.
「…이 옷이, 제게 기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다른 옷도, 제게 기쁨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격렬히 깜작이던 그 눈에는, 공포도 혐오도 없어 보였다.
「처…천만에」
억양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것이 감정을 감추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야. 안으로 들어와. 시간이 없잖아」
더미 플러그 개발 때문에 호출된 것을 떠올리자, 냉수를 뒤집어쓴 것처럼 마음이 식었다.
「…저기」
한 발짝 물러서, 아카기 박사로부터, 이부키 중위로부터, 그리고 슬쩍 보이는 아카기 박사의 집무실로부터도 시선을 피한다.
…
「더미 플러그 개발이 내키지 않니?」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 지금 여기에 있고 싶지 않은 것도, 터미널 도그마에 내려갈 때마다 환기되어 나를 갉아먹으려 드는 아야나미 레이의 마음에 대해서도.
「네 기분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준비는 항상 필요한 거야.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며 올려다본 내 시선을 받아들이며, 「그래, 사람이」라며 아카기 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람”의 범주에 나도 넣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에 들러붙는 여러가지를 떨쳐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카기 박사의 재촉을 받고, 거의 끌려가듯이 연구실에 발을 들였다.
「저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니, 이부키 중위가 손에 쥔 종이봉투를 내밀고,
「모, 모처럼 나루토킨토키를 입수하게 되어서 플란을 만들어 왔어요! 그러니까! 차하고 같이 드실래요」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단숨에 말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눈꺼풀이 살짝 열렸을 때, 내게 돌려진 눈길은 물기마저 머금고 부드럽다.
「그러니까 그! …다같이요……」
이부키 중위의 시선을 따라, 나도 아카기 박사를 바라본다.
「어쩔 수 없네」라는 탄식에 습기는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왠지 경쾌했다.
****
『그야 뭐, 이런 건 당연히 성적우수, 용맹과감, 싱크로율 넘버원인 내 일이겠지?』
기분 좋게 말을 내뱉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통신을 닫자마자 접적을 시도하고 말았다.
향하는 것은, 공중에 떠 있는 줄무늬 구체. 이 사람 알고 있어. 렐리엘, 제12사도.
「…카츠라기 소령?」
발령소로의 통신창에는, 관자놀이를 누르는 카츠라기 소령의 모습.
『레이, 신지군. 백업으로 돌려』
「…라져. 초호기, 백업」
『영호기도 백업으로 들아갑니다』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신나는 기분이 물든 것처럼, 이호기의 움직임이 빠르다.
『신지, 퍼스트! 그쪽의 배치는 어때?』
「…기다려」
『그렇게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어!』
건물을 방패삼아 큰길을 가로지르는 순간, 시선 너머로 이호기의 모습이 보였다. 스매시 호크를 든 채, 부자연스럽게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
「…그러면 안 돼」
렐리엘의 주의를 이쪽으로 끌기 위해 핸드캐넌을 들었을 때는, 이미 이호기 오른어깨 웨폰랙에서 니들샷 플레셰트가 사출되어 버렸다.
『사라졌다!?』
『뭐라고?』
『패턴 청, 사도 발견! 이호기 바로 아래입니다!』
형편을 살필 시간이 없다. 인덕션 레버를 끌어당겨 고기동 모드로. 전원 케이블이 끊어지게 내버려두고, 이호기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그, 그림자가! 뭐야 이거!』
다행히 정면에 진로를 막아세울 만한 고층빌딩은 없지만, 초호기를 스칠 듯한 빌딩은 총탄으로 날리면서, 낮은 빌딩은 짓밟아가면서 돌파한다.
『아스카, 도망처! 아스카아!!』
검은 원의 중앙에서, 이호기는 이미 가슴께까지 빠졌다.
AT필드를 띠 모양으로 이호기까지 펼치고, 그 끝은 석복화를 응용해 U자형으로 가공한다. 그 AT필드에 걸려든 이호기가 이쪽을 바라본다.
「…소류양」
뛰어든 기세 그대로, 이호기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운다.
『퍼스트, 너 무슨…』
이 말을 내가 해도 되는 것인지, 조금 망설였지만.
「…동료인 걸」
뭔가 떠들려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시야 밖으로 밀어내고, 이호기를 들어올렸다.
「…이카리군!」
『아야나미, 이쪽!』
내 의도를 읽어준 이카리군이 허리를 낮추어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 조금, 기쁘다.
『잠깐만, 퍼스트, 』
끝까지 듣지 않고, 이호기를 내던졌다.
『야임마~~~~』
질질 끌리는 비명을 남기고 날아간 이호기를 영호기가 받아내…지 못하고, 함께 짜부라졌다.
이카리군과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눈이 뱅뱅 도는 것 같지만, 일단 무사.
통신창 너머로 그것을 확인한 순간, 통신창 옆의 카운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카츠라기 소령. 초호기, 활동한계입니다」
『뭐라고!』
전력이 없어지는 것 정도로 초호기가 멈추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의 흐름대로.
『퍼스트? 너!?』
이호기와의 통신창에 미소를 돌려준 순간, 엔트리 플러그 조명이 꺼졌다. 곧이어 켜진 비상전원의 붉은 빛이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대신해 나를 비난한다.
…
이 때를 기다렸다.
준비를 갖추고, 기다렸다.
초호기가 렐리엘에게 완전히 삼켜졌을 것을 가늠하고, 눈꺼풀을 닫는다.
의식을 옮기자, 그 곳은 초호기의 마음 속. 오렌지색 수면과 붉은 하늘.
수면 아래 깊이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 두 명의 이카리 유이가 있다.
태아처럼 신체를 둥글게 말고, 깊이 잠든 채로.
한 명은 초호기에 타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해온, 이카리 유이를 주워담아 격리하는 작업의 성과. 이따금씩 잠꼬대처럼 킥킥 웃어대는 것은, 오랜 기간 에바에 삼켜진 끝에 마음이 망가졌기 때문.
다른 한 명은, 롱기누스의 창을 찔러넣으러 갔을 때 릴리스를 사용해 다른 우주들의 이카리 유이로부터 모사한, 마음의 거푸집.
최근 내 싱크로율이 떨어졌던 것은, 그 때문이다.
…
수면에 흔들려 보이는 이카리 유이. 그것은 분명 우주가 잃어버린 퍼즐조각.
나는 수많은 우주를 지켜왔다. 우격다짐으로. 초호기로서 6 그레이트 그로스와 1 그로스와 6 다스. 그리고, 다른 에반게리온으로서 6 개.
그 가운데, 특히 인상에 깊이 남은 우주가 하나 있었다.
초호기로서, 이카리 유이를 삼키지 않고 싸웠던 우주. 거기는, 내가 태어난 우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이카리 신지가 웃었던――행복해 보였던 우주였다.
…접촉실험을 무사히 끝낸 이카리 유이를 향한,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이. …샴시엘과 싸운 뒤 엄빌리컬 브릿지에서 혼난 소년이 중얼거리던 소망이. 지금 바로 눈앞의 일처럼 선명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그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냥 우주를 지키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을 고쳐먹어 왔다.
사람이 하는 일에 간섭할 수 없는 나날들 가운데, 오로지 그 우주 하나만이 상냥했던 것이다.
거기서 생각이 미친 것이, 그녀의 존재였다. 그 우주에는 있고, 다른 우주에는 없는, 부족한 퍼즐조각. 이카리 유이.
그녀를 귀환시킴으로써, 일그러져 가는 여러가지를 멈춰세울 수 있다고 기대해 본다.
…
그리고 그 때를 기다렸다.
준비를 갖추고, 기다렸다.
롱기누스의 창을 손에 들고, 릴리스의 품에서 다른 우주들의 이카리 유이로부터 마음을 모사한 후, 지금의 이 기회를.
릴리스의 카피인 초호기라면, 사람의 자아경계선을 조정할 수 있다. 그 사람이 했던 방식을, 타브리스가 했던 것을 지켜보았던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줄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이카리 유이를 섞어서, 완전한 모습으로 세계에 귀환시킬 수 있다.
초호기에 각성을 재촉하자, 홀연히 코어가 임계를 넘어, 울부짖는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러면서도 묶여 있던 것으로부터 개방될 것 같은 예감에, 부르르 떨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언제까지 이런 데 있고 싶지도 않고, 오래 방치하면 이카리 유이의 거푸집까지 변질되기 시작할 것이다.
자아, 시작하자. 초호기.
이카리 유이의 AT필드를, 마음의 벽을 해방해라.
결핍된 마음의 보완. 장기간의 편차로 미쳐 버린 정신을 버리고, 두 개의 혼을 지금 하나로.
그리고, 이 우주에 초래하라….
두 명의 이카리 유이가 겹쳐질수록, 현실의 품 속에서 그 육체의 존재감이 커져간다.
하지만 LCL로는 성분이 부족하다.
코어의 에너지로 직접 생성하는 것도, LCL을 핵융합시켜 만드는 것도, 이 좁은 엔트리 플러그 속에서는 무리다. 발생하는 열 때문에 몽땅 플라스마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왼손 손목을 물어뜯었다.
흘러나오는 붉은 피. 붉은 빛이 비치는 엔트리 플러그 속에서도, 더욱 붉다. ANALYSYS PATTERN・BLOOD TYPE-RED. 그것은, 사람의 증거. 하지만, 상당한 양의 피를 잃어도 쉽게 죽지 않는 이 신체가,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힐난한다. 내가 명하는 대로 세포의 신진대사를 떨어뜨리고, 팔다리의 혈액공급을 차단해 놓고. 다양한 붉은색들과 이구동성으로.
지금 LCL에 섞여드는 내 눈물도, 다 이카리 유이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데 쓰기 위해 흘리는 것이다.
…
눈 앞에, 이카리 유이.
그 사람이 내게 마음을 주었을 때의 모습이니까. 이카리군의 모친이니까. 반갑다.
눈을 뜨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사람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어서 오세요
소리내지 않고 중얼거리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 이걸로 초호기는 해방되었다. 사람이 준 축복과 주박으로부터, 심장박동 기준 335경 7266조 7880억 9066만 5241 카운트의 세월을 넘어.
그 기쁨과 외로움에, 초호기는 계속 울부짖고 있다. 화풀이할 대상도 없는데, 팔다리를 허우적댄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았다면, 진작 렐리엘을 죽여버렸을 것이다.
「…내 마음을, 당신에게도 나누어 줄게. 이 기분, 당신에게도 나누어 줄게」
나를 받아들여 줘. 너이기도 한 이 나를 받아들여 줘. …어때, 기분이 좋을까? 마음이 충만해질까?
나는 너에게 마음을 줄 수 없어. 내 마음을 맛보게 해줄 수는 있지만, 너 자체의 마음의 형태를 만들어 줄 수는 없어.
하지만, 네게도 사명을 줄게. 이 우주를, 현재를 지키는 싸움.
무진장 용솟음치는 힘을, 미련 없이 휘둘러도 되는 상대가 누군지 가르쳐 줄게.
너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간지옥의 어둠이 렐리엘. 타자의 저항을 빼앗기 위해, 자기 마음의 허무를 형태로 만든 사도.
아까부터 우리 마음에, 가냘픈 촉수를 뻗치고 있지? 충만해진 AT필드에 들러붙는 것 같지?
알고 싶다면, 물어보면 될 텐데. 갖고 싶다면, 청해보면 될 텐데.
말이 없고 마음을 모르는 사도는, 이렇게 버릇없이 사람의 마음을 뒤적거릴 수밖에 없다.
마음의 벽이 어지간히 얇야지지 않는 한, 들어올 리 없는 미약한 간섭이지만…. …그래, 너도 불쾌하구나?
그럼 말해주면 돼. 「작작 해라」고, 「무례한 놈」이라며 쳐죽여 버리면 돼.
순간 발생한 안티 AT필드는, 초호기의 거부의 마음을 싣고, 순식간에 렐리엘을 붕괴시켰다.
계속 つづく
2008.05.26 PUBLISHED2008.06.01 REVISED
2021.11.27 TRANSLATED
2021.12.06 TRANSLATION REVISED
special thanks to 오얏상님 레이(as 초호기)의 유이에 대한 생각의 묘사가 부족함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원본 初号機の初号機による初号機のための補完 第拾壱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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