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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8년 6월 2일 월요일

『초호기의 초호기에 의한 초호기를 위한 보완』 제십이화


「내과에서 허가는 받은 거야?」
「…네」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겠네」라며 아카기 박사가 탄식.
오늘 아침 검진에서 문제 없다고 진찰받아, 그대로 아카기 박사의 연구실로 왔다.
「그럼 학교 다녀와」
「…네. 고맙습니다」
쓴웃음을 짓는 아카기 박사가, 카르테Karte 사본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 옆에, 신경 쓰이는 자료가 눈에 들어온다.
「…아카기 박사」
내 시선만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아챘는지, 아카기 박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포스 칠드런이야. 아직 타진도 안 했지만」
자료에 첨부된 사진은 평소와 같은 저지 차림. 하지만 평소와 달리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스즈하라 토우지라고 인식하기 어려웠다.
「반 친구지. 불만 있니?」
고개를 젓는다.
「…다만, 」
「다만…?」
다리를 고쳐 꼰 아카기 박사가, 깍지 낀 손을 자기 무릎에 내려놓았다.
「…아픔을,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들만으로 충분」
「그러네」라고 긍정해준 아카기 박사는, 그러면서도 시선은 피하고 말았다.
 

***
 

어차피 가는 길이라며 아카기 박사가 동승시켜 주어, 제3신동경시립 제일중학교에 도착한 것은 점심시간 직전이었다.
「우와으아!」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갔을 때, 복도에서 달려온 사람 그림자와 부딪힐 뻔 했다. 무게중심이 무너져 축이 비틀렸지만, 상대 쪽이 넘어지다시피 과장되게 회피해서, 스치지도 않았다.
「죄송합…어, 아야나미 아이가. 몸은 인자 좀 괘않고?」
「…그래」
아주 조금 전, 스즈하라 토우지를 호출하는 방송이 들렸다.
「그렇나. 거 잘 됐네…, 칼 게 아이고, 내는 지금 불려가야 되가, 냉주 보재이」
「…그래」
쏜살같이 계단을 뛰어내려가니, 저지 입은 등이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된다.
 
내가 검은 에반게리온이었을 때, 스즈하라 토우지가 파일럿이었다.
하지만 간접제어에서 파일럿과 에반게리온의 거리는 한없이 멀다. 그 사람이 직접제어라 부른 상태조차,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수준에선 한참 멀었다.
그래서 나는, 스즈하라 토우지라는 사람을 잘 몰랐다.
스즈하라 토우지가 조우하게 될 고난을 이해하지 못했다.
 

***
 

돌아본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인왕상처럼 버티고 섰다.
「내가 감사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대착각이야!」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무표정하게 일어선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다음 순간 눈초리를 끌어올리고 이렇게 옥상까지 나를 끌고 올라왔다.
 
「그딴 짓 저질러 놓고, 나한테 은혜 베풀었다고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검지를 내 가슴팍에 들이대며 항의해 온다.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굉장히 화가 났다. 굉장히 화가 나 있는데, 그것 뿐만이 아닌 것 같다.
「…구하고 싶었으니까 구했어. 그것 뿐」
「그렇다고 그딴 짓을! 내가 구해져도, 네가 구해지지 못하면 마찬가지잖아!」
오히려 그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고는, 역시 말할 수 없다. 렐리엘 따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도.
「…마찬가지가 아니야」
예전에 이호기였던 적도 있는 나는, 소류 쿄코 체펠린이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향해 품은 애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일시적인 직접제어 하에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소류 쿄코 체펠린의 마음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럼 당신이 구해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 때 느꼈던 기분 그대로, 미소지었다.
 
「내가! …」
나를 밀친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고개를 숙이고 「내가」라는 말만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너 하나도 이해 못 하고 있잖아!」
자기 가슴팍을 두드리며 고개를 든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눈초리에, 눈물?
「그런 식으로 사라져 버려서,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하나도 모르잖아!」
가슴팍을 움켜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그대로 네가 못 돌아오면,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그런 건 생각하지도 못했잖아!」
마침내 흘러내린 눈물이 옥상에 얼룩을 만들고, 그것이 그대로 내 마음에 스며들어 온다.
어떤 사람을 대신해서 상처입으면, 그것 역시 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내 형편대로, 내가 아는 소류 쿄코 체펠린의 마음대로, 이 세계의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상처입혔다.
「…미안 」
말과 함께, 내 눈가에서도, 눈물.
   「…해요」
「사과하라는 게 아니야! 사과해야 하는 건 나잖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도 나잖아!」
뿌리쳤던 거리를 좁혀와 멱살을 잡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노려본다.
「네가 사과해 버리면, 내가 사과할 수 없잖아! 내가 고맙다고 말할 수 없잖아!」
「…미」
입에 담으려던 말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멱살을 잡고 흔든 탓에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
「한번만 더 사과해 봐, 나 절대 용서 안 하니까….
 평생 너 용서 안 하니까!
 네가 지껄여도 되는 말은, 감사를 강요하는 말! 내 실패를 탓하는 말! 그거 뿐이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이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젓는 나를 쥐고 흔들면서, 「말하라고」라는 말만 반복하던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맥없이 퍽석 주저앉는다.
뒤쫓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끌어안았다.
옛날 그 옛날에, 그 사람이 그렇게 해 주었던 것처럼 상냥하게, 하지만 힘껏 안아 주었다.
 
 …
  ……
 
점심시간이 끝나버린 것 같다.
진정한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예비종 소리가 신호가 된 것처럼 내 몸을 부드럽게 떼어낸다.
그 순간 울린 것은, 내 위장이 연동운동하는 소리. 카츠라기 소령의 엄명으로 삼시세끼를 거르지 않고 먹게 된 이래로, 이 신체는 이렇게 식사를 재촉하게 된 것이었다.
너 진짜…. 라며 눈썹꼬리를 내린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복강부에서도, 같은 소리.
「…」
뺨을 붉히며 복부를 누르고, 잠시 나를 노려보던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한 번 더 소리가 울리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아무리 고민해도,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우울해도, 배는 똑같이 비는구나…」
눈물자국을 닦으면서, 한숨.
 
마치 햇빛을 붙잡으려는 듯 갑자기 오른손을 번쩍 높이 쳐든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왼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는다.
「형제여, 그대가 『정신Geist』이라고 부르는 그대의 작은 이성도 그대 몸의 도구이며
 …그렇대♪」라며 혀를 빼물고, 왼눈만으로 나를 흘겨본다.
「…철학적」
「뭐 그치. 독일이 자랑하는 위대한 사상가가 하신 말씀이야」
그리고 울리는 나와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위의 연동음, 거의 동시.
「아ー나, 진짜」라며 웃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에게 이끌려, 내 입가도 올라갔다.
 …
탄식. 그 한숨이 부드럽다고 느낀 것이, 내 착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맛자락을 털어내고 고쳐앉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양손을 입가에 가져갔다.
 「 신지~! 배고파~! 」
그래서 돌아봤는데, 거기 있는 것은 계단통과 급수탑 뿐.
「…」
그러다 문이 슬쩍 열렸다. 쭈뼛쭈뼛이란 말은 사람을 형용하는 표현일 텐데, 마치 그 표현 그대로 같았다.
계단통에서 나온 이카리군은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고, 나와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리둥절함을 체현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저기…」하고 입을 연 이카리군을 왼손으로 침묵시키고, 그대로 그 손으로 옆의 바닥을 두드린다.
「알고 있어. 어차피 저런 데서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잖아?」
고개를 끄덕인 이카리군이, 방금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두드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훔쳐듣다니, 그딴 파렴치한 짓, 원래는 엄벌감이지만, 도시락 가지고 기다린 걸 감안해서 특별히 용서해줄 테니, 내 태평양처럼 너그러운 마음에 감사하라고?」
「고마워…」 전혀 고마운 것 같지 않게 말하는 이카리군으로부터 꾸러미를 빼앗은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시선만 이카리군에게 향한다.
「어차피 내가 퍼스트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 아냐!」
「딱히 그런 생각은…」
「흥! 알 게 뭐야」라며 이카리군에게서 고개를 돌린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그럼에도 별로 불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을 이카리군도 느낀 것일까. 쓴웃음이 어쩐지 부드러웠다.
 

***
 

내가 언제 퇴원할지 알지 못해서, 이카리군은 내 몫의 도시락은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처벌의 일환이라며 이카리군의 도시락을 통째로 빼앗아 내게 주려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를 간신히 설득해서, 이카리군과 도시락을 반으로 나누게 되었다. 어차피 이 육체로는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다.
 
「…고마워. 소류양」
빌려 쓴 빨간 젓가락을, 소류 아스카 랭글리에게 돌려준다. 이카리군과의 젓가락 대차貸借가 발생하는 것을 싫어한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먼저 먹어」라며 건네주었던 것이다.
감사의 말에 대꾸가 없지만, 그저 입에 올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그런 기분이 든다.
「…잘 먹었습니다. 이카리군. 고마워, 맛있었어」
도시락 뚜껑을 이카리군에게 돌려준다.
「아, 응. 천만에」
이쪽을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돌려,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도시락을 열고 있다.
「그래서」라고 말하며 계란말이를 집어 한입에.
「도대체, 초호기하고 너는 어떻게 되었던 거야? 미사토도 리츠코도, 카지씨조차도 말을 안 해줘. 이놈은 아는 게 없고」
「젓가락으로 사람 가리키지 마」
그것은 즉,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도 네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일에 관해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것. 이야기하면 처벌당할지도 몰라」
「말 못해주겠다 그거네」라며 삼킨 것이 계란말이 뿐만은 아닌 것 같기에, 고개를 가로저어 주었다.
「…소류양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어. 많이 응해 주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
이야기해주려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에 마음이 괴롭지만, 그것은 지금의 나라면 견딜 수 있다.
바라보니,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젓가락질을 완전히 멈추고, 내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도의 그림자 속에서, 초호기가 폭주했어」
「「폭주?」」라고 한목소리를 낸 이카리군과 소류 아스카 랭글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구석구석 핥는 것 같은 시선에 화가 나서, 내 제어를 떠나 날뛰었어. 나는 손을 쓸 수 없었어」
「화가 났다니…, 그건 꼭…」
「…그래, 에바에는 마음이 있어」
「그 인형에?」
그 말이 찔러박히는 것 같아, 가슴팍을 눌렀다. 에반게리온이었던 내게, 그 말은, 너무 아프다.
「어째서 병기 같은 거에 마음이 있는 거야」
억누른 가슴팍을, 쥐어짜듯이 움켜쥐었다.
포경용 작살은 화약을 폭발시켜 스파이크를 전개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임종을 맞는 고래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처를 핥아주는 것밖에 못 하겠지만.
「방해될 뿐이잖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람에게 휘둘린다. 한없이 사람에 가까운데,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없다.
사람의 형상을 했지만, 사람일 수 없는 것. 인조인간 에반게리온. 모조사도…, 에반게리온.
나는 그래도 다행이다. 그 슬픔을, 눈물로 나타낼 수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피를, 그렇게라도 희석시킬 수 있으니까.
「…소류양, 부탁」
「뭔데…」라며 살짝 물러서는 동작마저 지금은 슬프다.
「…그애들을, 그런 말로 부르지 말아」
「그런 말이라니, 인혀…」
그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의 상처로부터 마음이 흘러나온다. 나로부터, 감정이 도망치려 한다. 롱기누스의 창이 꽂힌 릴리스처럼, 하염없이.
그렇지 않으면, 슬픈 채로 파멸을 바라게 된다. 내가, 세계의. 그래서, 내가 망가져 버린다. 내 마음이, 나를 망가뜨린다.
이 또한 말의 힘일 것이다. 담아낼 그릇이 없는 내 마음을 제한없이 끌어내린다.
 
…아니, 다르다.
그 말을 입에 올린 것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에반게리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견뎌낼 수 있었을 것 같다.
소류 아스카 랭글리니까, 에반게리온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래서 내 마음의 벽이 아주 쉽게 꿰뚫린다.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면 이호기가 어떻게 느낄지, 잘 알고 있으니까, 마음의 벽이 약해져 버린다.
「…인조인간 에반게리온.
  사람이야. 사람이 만들었지만, 말할 수도 없지만, 사람이야」
이카리군은 사람. 소류 아스카 랭글리도 사람. 눈에 비치는 모습은 누구나 사람인데, 그것을 비추는 망막의 소유자는 자신이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다.
거기에 절망적으로 깊은 균열이 달리는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바짝 달라붙은 위치에서 들려온 말은, 한숨이 섞였다.
 
「이제 그런 말 안 할게」라고 약속한 소류 아스카 랭글리에게 웃는 얼굴을 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심장박동 기준 1392회 후였다.
 

****
 

메인 스크린에 겹쳐진 통신창 속에 각각 이카리군과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모습이 있다. 둘 다 입을 꾹 다물고, 눈의 초점이 멀다.
분명,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뒤로 이카리 유이가 돌아왔음을 고하고 나서. 에반게리온에 봉인되는 것이 무엇인지 암시하고 나서. 스즈하라 토우지가 포스 칠드런으로 선발되었다고 전하고 나서부터, 계속.
 
이카리 유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면, 이카리군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류 쿄코 체펠린의 행방, 그리고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카리 유이가 귀환했음을 털어놓은 것인데….
 
이카리군도, 소류 아스카 랭글리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다.
 
 ≪ 목표 접근! ≫
 ≪ 전 기, 지상전 준비! ≫
석양을 등에 짊어진 것처럼 걸어오는 특징적인 실루엣.
 『엑? 설마, 사도…? 이게 사도라고요?』
이 사람 알고 있어. 바르디엘,Bardiel 제13사도. 에반게리온 삼호기의 신체를 빼앗은 사람.
 ≪ 그래. 목표라네 ≫
사령탑에서 응답한 것은, 후유츠키 부사령. 나는 그것을 발령소에서 올려다보고 있다.
출격하지 않으니까. 위원회의 칙명으로 초호기가 동결당했기 때문이다.
 『목표라니, 이건, …에바잖아요』
 『그런, 사도에게 탈취당하다니…』
여기서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럼 설마, 토우지가 타고 있는 거야?』
 『그러게, 그럴 가능성이…』
【FROM EVA-02】 통신창이 순식간에 스노우 노이즈에 휩싸이고,
 『아스카?』
 『꺄아아아아아아악!』
…두절되었다.
 『아스카아!?』
 ≪ 에바 이호기, 완전히 침묵! ≫
 ≪ 파일럿은 탈출, 회수반 보냈습니다 ≫
 ≪ 목표 이동, 영호기로 ≫
카츠라기 소령도 아카기 박사도 없는 발령소, 오히려 평소보다 어수선하다. 그런 기분이 든다.
 ≪ 신지군, 근접전투는 피하고, 사격무기로 처리하게 ≫
부사령의 지시.
 『하지만…』
 ≪ 신지군, 친구를 다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자네 기분은 이해하네.
  허나, 그걸 그대로 여기서 받아들일 수는 없어.
  여기서는 마음을 독하게鬼に 먹고, 사도섬멸에 전념하기 바라네 ≫
 『그런…』
「…이카리군!」
내 경고는, 이카리군에게 닿지 않겠지.
 『우와아아아아악!』
펄쩍 날듯이 뛰어오른 바르디엘이, 영호기를 덮쳤다.
 
­ ≪ 영호기 좌완에 사도 침입! 신경절을 침범당하고 있습니다! ≫
 ≪ 뭐라고!!    …    어쩔 수 없지! 신경연결 해제, 좌완부 절단. 서두르게! ≫
 ≪ 네! …신경접속, …해제 ≫
키보드 위로 이부키 중위의 손가락이 달린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르디엘의 침식은 진행되고….
 ≪ 좌완부, 퍼지…. …이런! 늦습니다! ≫
스노우 노이즈를 비추곤, 【FROM EVA-00】 통신창이 블랙아웃.
「좌견부 긴급 절단 코드, 인식되지 않습니다!」
발령소 메인스크린이 비추는 붉은 어둠 속에서, 2기의 에반게리온이, 그 실루엣이 우렁차게 절규한다.
 ≪ 활동정지 신호를 발신. 엔트리 플러그 강제사출이다! ≫
 ≪ 안 됩니다, 정지 신호 및 플러그 배출 코드, 인식되지 않습니다. 영호기, …사도에 침식되었습니다 ≫
왜 바르디엘은 이호기를 무시하고, 영호기만 침식한 것일까?
 ≪ 이럴 수가 있나… ≫
어깨를 나란히 걸어오는 두 에반게리온의 발소리만이 발령소를 채운다.
 
「…부사령. 초호기의 출격명령을」
 ≪ 레이. 하지만, 초호기는….
   아니, 그럴 상황이 아니군 ≫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부사령이 인터폰을 들었다.
 ≪ 501병실로 ≫
 ≪ 라져 ≫
대답한 아오바 중위가 터치패널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두 번.
 
…  ……
 ≪ 이카리! 통화도 안 받나! ≫
인터폰을 패대기친 부사령은, ≪초호기 출격준비를 개시하도록≫이라는 말을 남기고 문 너머로 사라졌다.
 

***
 

안티 AT필드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카리군이나 스즈하라 토우지까지 원시 수프로 환원당한다. 적어도 상대의 움직임부터 멈추어야 한다.
 
「퍼스트! 뒤…」
소류 아스카 랭글리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내동댕이쳐져 날아간다. 삼호기에 신경쓰는 사이, 영호기가 등뒤로 돌아나온 것 같다.
휘말리는 것을 꺼려서인지 회피한 삼호기가, 내딛은 발을 남긴 것은 일부러겠지. 발이 걸린 초호기가 넘어질 뻔한 것을,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 낙법으로 굴렀다.
2체로써 유니즌unison처럼 같은 선율을 행했을 뿐인 이스라펠과 달리, 바르디엘이 탈취한 영호기와 삼호기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이게 뭔지 알고 있어. 폴리포니polyphony. 그 사람이 이스라펠과 싸웠을 때 보여주었던 하모니.
영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뽑으려 하면 삼호기가 때려오고, 삼호기의 움직임을 멈추려 하면 영호기가 날아차기를 가해온다.
그것이 바르디엘에 기인한 것인지, 이카리군과 스즈하라 토우지에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으로 돌리기 정말 성가셨다.
사용하지 않고 남겨 둔 이카리 유이의 마음의 단편을 통해 간접제어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더욱.
 
「저 바보신지, 좀 적당히 싸우게 저 안에서 노력은 하고 있겠지!?
 나중에 여~얼배로 갚아줄 거야!」라며 신음하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 초호기의 피드백은 없을 터인데.
「…소류양」
「알고 있다고. 진짜로 신지한테 복수하거나 그러지 않으니까, 너란 애는…참!」
일어선 초호기를 십자포화에 노출시키듯, 영호기와 삼호기가 달려들어 온다.
「퍼스트!」라는 말이 끝날 무렵, 초호기는 이미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영호기의 슬라이딩을 피하고, 삼호기의 날아차기를 받아넘기고, 복사뼈를 잡아 내던지려던 차에,
「바보야!」
벌떡 일어선 영호기의 숄더 차지를 맞았다.
초호기의 평형감각에 몸을 맡기고 착지. 영호기와 삼호기는 벌써 자세를 바로잡고, 어깨를 나란히 이쪽을 때리려 든다.
「퍼스트…」
반사적으로 쳤던 AT필드를 캔슬하고, 육박하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냈다. 그 기세를 타고 그대로 크게 후퇴.
 
삼호기도 영호기도, 전력으로 공격해온다. 그 기세로 AT필드를 후려치면 골절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바르디엘도 에반게리온도 그것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피드백을 받는 파일럿은 그렇지 않다.
「너 진짜! 이 판국에 적당히 봐주면서 싸우려는 거야!」
왼팔로 내 머리를 끌어안고, 후벼내듯이 주먹을 들이민다.
「…아파」
「아프라고 때렸지!」 팔짱을 낀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그러면서도 삼호기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
나도 시야 구석에 남아 있는 영호기로 주의를 되돌린다.
떨어져서 따로따로 걷기 시작한 삼호기와 영호기가, 초호기를 협공하려던 참이었다.
「신지하고 토우지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지금 저게, 봐주면서 싸워서 될 상대야?」
「…그래도」라고 말한 입을,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꼬집어 올렸다.
「말대꾸하지 마. 어차피 저걸 못 쓰러뜨리면 신지는 못 살려.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라고」
아프다.
회수반과 함께 귀환한 소류 아스카 랭글리에게, 이렇게 엔트리 플러그에 타자고 권한 것이 조금 후회된다.
「알았으면 대답해!」
하지만, 이카리군이나 스즈하라 토우지와 싸워야 한다는 것에 느꼈던 불안, 이제는 없다.
「…느에에」
 
완전히 초호기를 사이에 둔 삼호기와 영호기가, 시계방향으로 돌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
「퍼ー…
 스트」라고 말한 뒤 이어지는 지시를 실행할 시간이 없다. 튀어오르듯 달려들어온 삼호기는 이미 공격권내.
전원 케이블을 퍼지.
거리를 파고들어, 삼호기가 수평으로 뻗은 오른팔 아래로 피한다. 그대로 오른팔을 잡고 오른다리를 걸어 쓰러뜨리자, 삼호기가 달려온 기세 그대로 엉켜 함께 굴러간다.
휘말리는 것을 꺼린 것인지 영호기가 뛰어넘어 피하는 것을 확인. 회전의 기세를 그대로 사용해 뛰어올라 거리를 벌린다.
「저것들끼리 때리게 만들 찬스였잖아! 왜 내 지시를 무시한 거야!」
가장 가까운 빌딩에서 전원소켓을 꺼내 접속한다.
지금의 초호기에 외부전원은 불필요하지만, 동결되었던 사정을 생각해 보면, 그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시한 게 아니야. 미처 따를 시간이 없었을 뿐」
「그런…, 퍼스…」
전원빌딩 뒤에서 뛰어오른 영호기가, 한 바퀴 돌아 날아차기 자세. 보란 듯이 다가오던 삼호기는 미끼…가 아니고 이쪽도 달려오고 있다. 2대 1의 이 상황에서, 몸을 가리는 장애물이 널려 있는 제3신동경시는 불리하기 짝이 없다.
「아아 진짜! 답답해 미치겠네!」
아차하는 순간 넘어져서, 그 기세로 뒷구르기.
팔힘으로 뛰어올라 착지하자, 눈 앞에 검은 실루엣!
「레이! 웅크려!」
무릎을 굽히면서 더킹. 착지한 기세 그대로 빠져나가듯이.
「다리후리기!」
자세와 거리상 약간 무리가 있지만, 전소퇴前掃腿. 다리 전체로 걸듯이 해서 반회전.
「앞구르기!」
다리를 건 삼호기가 넘어졌는지 어떤지 확인하지 않고 구른다. 등 뒤의 땅울림은 영호기의 공격의 결과 같다.
「레이, 캥거루 킥」
캥거루 킥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흐름에서 등 뒤를 공격한다면, 엎드린 채 팔을 용수철 삼으라는 말이겠지.
「좋아!」
손에 반응이 전해진다.
「쫓아가, 밟아 버려!」
차올린 자세 그대로, 굽힌 팔을 펼쳐 벌떡 일어선다. 눈 밑에는, 벌러덩 쓰러진 영호기. 그 아래로 휘말린 것인지 삼호기가 엎드린 자세로 짓눌려 있었다.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어, 영호기의 오른손, 삼호기의 왼팔을 짓밟는다. …이카리군, 스즈하라 토우지, 미안해.
「플러그, 잡아 뽑아!」
쭈그려 앉자, 영호기가 왼손으로 덤벼들었다. 머리를 기울여 피하고, 오른팔을 둘러서 확보. 그대로 잡아당겨 영호기의 신체를 일으킨다.
오른손으로 어깻죽지를 누르면서, 왼손을 엔트리 플러그로 뻗친다. 그 순간 초호기의 손목을 움켜잡은 것은, 관절을 무시하고 늘어난 삼호기의 오른손이었다.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뻗어온 영호기의 왼손이 등 뒤에서 휘감듯 숨통을 움켜잡는다.
「레이!」
「…문제 없… 어」
근력을 골격에 싣고, 중력을 내 편으로 삼아 왼손을 뿌리친다.
아무리 출력을 높여도, 받쳐주는 지점支点도, 힘이 걸릴 역점力点도 없는 상태로 휘두르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인체와 같은 구조를 갖고도 그것을 무시한 시점에서, 삼호기가 초호기의 출력을 당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영호기도 한 손 악력만으로 초호기의 숨통을 짓누를 수 있을 리 없다.
저지하려는 삼호기의 오른손을 떨쳐내고, 영호기의 연수를 덮은 바르디엘을 걷어낸다. 튀어나온 엔트리 플러그를 곧바로 뽑아냈다.
「맡겨만 달라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버추얼 콘솔을 두드린다.
접촉통신으로 커맨드를 보낸 것일까. 순식간에 엔트리 플러그의 사출용 로켓모터가 점화한다. 각도를 조정해서 놓아주자마자 아시노호 쪽으로 날아갔다.
 
다음은 삼호기지만, 이쪽은 엎드려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헛된 저항을 계속하는 삼호기의 오른손을 강제로 비틀어 엎어누르고, 엔트리 플러그를 뽑았다.
이쪽도 순식간에 날아가 사라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어 들이마신 LCL이 무거웠다.
가슴 속이 동상이 걸릴 것처럼 시린데, 뇌수는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다.
그래,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이것은 분노. 소중한 사람이 짓밟힌 것에 대한, 나의 마음.
예전에 이 기분을 알았다면, 나는 분명 스즈하라 토우지를 그 자리에서 때려눕혔을 것이다. 그의 사정 따위 상관하지 않고.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순식간에 삼키고, 자연스럽게 눈꺼풀에 힘을 싣는다.
「자, 레이. 여~얼배로 갚아주자고」
「…그래」
바르디엘 너를, 용서하지 않아.

계속 つづく
2021.11.28 TRANSLATED
2021.12.06 TRANSLATION REVISED




원본 初号機の初号機による初号機のための補完 第拾弐話



“이놈 좀 보게.”
아스카가 울트라맨 포즈(→)를 취하고 인용한 말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제4장 「몸을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에 나오는 문장. 번역은 민음사 장희창 역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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