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게시물

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7월 11일 수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사화


『그럼 먼저 잘게. 잘 자, 신지』
「잘 자」
요즘 들어 습관적으로, 나는 신지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잠들고 있다. 물론 잠이래 봐야 단순히 감각을 차단할 뿐이지만.
뭣 하러. 라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신지도 묻지 않는다. 암묵적 양해 위에, 내 배려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짧은 프라이빗 타임을 만끽하는 것 같다.
 
비온 뒤 해 뜬다Auf Regen folgt Sonnenschein
이쪽에서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하던가?
그 이래로, 신지와의 유대가 강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좋은 점은, 내 말상대가 되어 주는 것을 신지가 마다하지 않게 된 것. 경우에 따라 신지 쪽에서 말을 걸어와서 상담을 해줄 때도 있다.
의외였던 것은, 대부분이 가사 등에 대한 상담이었던 것. 신지의 가사능력이 나보다 높은 것은 알고 있으니, 내가 무슨 협력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내가 하는 이야기는 거의 사도전의 총괄総括 위주였다. 그래도 양념의 간을 봐 주거나, 희망하는 식단을 말해주는 정도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신지는 말해왔다. 식사 준비는 매일 해야 하니까, 상담을 자주 할 수 있다고 생각되니 기뻤다.
요전에도 결국 억지로 떠맡은 세탁당번을 하면서, 미사토의 속옷을 손빨래해도 좋은 것인지, 둘이서 끊없이 토론했다. 우선 세탁망으로 세탁기에 돌려 놓고 당사자의 의향을 묻기로 되었는데, 그 때 미사토 얼굴이 참 볼만했지.
…생각해 보니, 같이 살 때는 불평만 했을 뿐, 이런 사소한 협력조차 하지 않았었구나. 얼마나 신지에게 의존해 왔는지, 이제 와서야 알게 되다니.
 
말상대가 신지밖에 없는 지금 상태에서, 신지와의 대화는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해도 되지만, 역시 상대해 주는 것과 상대해 주지 않는 것은 의욕이 상당히 다르다.
 
…슬슬 괜찮을까?
요즘 들어 또 한 가지 습관이 된 것은, 신지가 잠든 후에는 신지의 오감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신지의 숨소리, 심장고동.
고독을 조립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신지의 숨소리가, 이제는 내 요람이었다.
물론, 정말로 잠들 수는 없지만. 다만 쓸데없는 일로 고민하지 않고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정도의 뜻.
신지의 바이오리듬에 마음을 맡기고 있으면,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돼.
혼자서 생각을 거듭하고 있으면, 어째 나쁜 쪽으로만 사고가 가속되어 버리니. 비할 데 없는 두뇌라는 것도 좋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
신지의 리듬은 느리고, 그 느림으로써 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게 아닐까 싶고.
무엇보다, 바로 곁에 누군가가 있어준다. 라는 안심감이 더할 나위 없다.
…혹시, 엄마의 태 속이 이런 느낌일지도.
 

****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함은, 이럴 때 사용하라는 말이 아닐까.
퍼스트의 방 말인데.
콘크리트가 드러난 벽. 흙발로 올라간 것인지 발자국투성이인 마룻바닥. 피가 눌러붙은 베개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교복. 다 쓴 붕대가 가득한 골판지 상자는 쓰레기통일 테고, 저 비커는 유리잔 대신이야?
…퍼스트는 도대체 어떻게 자란 거야.
 
호기심을 못 이긴 듯, 신지가 체스트 위의 안경을 써 본다. 금이 가 있고, 도수도 맞지 않는 듯, 시야가 이상해졌다.
등 뒤에서 소리. 아코디언커튼 여는 소리 아냐?
 
보이는 시야 속에, 희미하지만 퍼스트의 모습. 그 머리 색은 헷갈릴 수가 없지.
퍼스트. 너 있었으면 대답이라도…가 문제가 아니고, 왜 알몸이야! 아니, 백보 양보해서 자기 방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쳐.
문제는, 신지를 인식하고도 도망도, 숨지도,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저기…… 나, 딱히…」
오히려 도끼눈을 뜨고 신지에게 육박해온다. …너,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구나…라고 감탄할 경우가 아닌가.
조금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고!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우니까…
『언제까지 쳐 보고 있을 거얏!』
내가 호통을 치는 것과, 퍼스트가 신지의 얼굴에 손을 뻗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황급히 얼굴을 감싸며 도망치려던 신지가, 발을 미끄러뜨리며 퍼스트를 자빠뜨렸다.
 …
여기저기 주위에 날리며 떨어지고 있는 건…속옷? 아마 체스트의 서랍에 채워져 있었겠지. 방금 그 장단에 서랍이 빠져 들이부어진 모양이네.

이래도 비명 한 마디 안 지르는구나. 퍼스트…. 너란 진짜…
 
 
「…비켜 줄래」
겨우 말을 하나 했더니….
손 아래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퍼스트의 가슴이라는 것을 알아챈 신지가 황급히 튀어나갔다.
부끄러움이라는 것과 대체로 무관한 것처럼 벌떡 일어난 퍼스트가, 신지를 완벽히 무시한 채 침대 머리맡 쪽으로 향한다.
신지의 왼손이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손가락을 꼬아댄다. 몇 번이나 허공을 만지작대고 있다. 눈으로 쫓은 퍼스트는, 놓아두었던 팬티를, 또한 괘념치 않고 입는다.
「…뭐야?」
겨우 볼일이 있었음이 떠오른 신지가 시선을 돌린다.
「에, 아니, 나는… 그…」
퍼스트, 너. 브라 착용법 틀렸어. 근데 나한테 보인다는 것은…
『신지…』
향했던 시선을 황급히 다시 돌린다.
「나는, 부, 부탁을 맡아서… 그… 뭐였더라…」
신지가 자꾸 왼손에 신경쓰는 게 복장이 뒤집힌다. 뭐야? 이 뭔가 도둑맞은 것 같은 초조한 느낌은….
「카드, 카드 새로 나왔으니까, 갖다 주라고」
들려오는 옷 스치는 소리는,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겠지. 신지의 목구멍이 꼴깍 하고 울렸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왜 이렇게 바보에 변태인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딱히 일부러 그런 게…」
꼴사납네.
「리츠코씨가 건네주는 걸 잊어버리셨다고…. 저, 정말이야. 게다가 초인종 울렸는데 아무도 없고, 문은… 열려 있었고… 그게…」
당황한 신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발소리가 멀어지고 있다.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문이 닫히는 소리.

『나, 뭔가 잘못 상대했나?』
신지의 어깨가 추욱 늘어졌다. 무리도 아니지. 여자 알몸을 저렇게 정면으로 보는 것 자체가 대사건일 텐데, 거기에 대한 리액션이 없을 리가.
떠들고 따지고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욕먹고 사과하지 않으면, 신지도 죄책감을 안고 달리 갈 데가 없을 것 같고.
『내가 대신 화내 줄까?』
말투에 가시가 없어서 스스로도 의외였다.
신지의 델리커시 없음에 내 자신의 복장이 뒤집히지 않은 건 아니야. 게다가, 가슴팍에 턱 막힌 것 같은 뜨거운 덩어리를 토해내고 싶은 생각도 있어. 하지만, 역시 퍼스트의 저 리액션을 보고 나서는, 도저히 다른 생각을 못 하겠는 거야.
거의 길가에 알몸의 인형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 수준이라, 그것만으로 내가 신지를 욕해줄 수는 없는 걸.
『그거…, 의미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신지의 한숨에는 안도의 성분이 더 많이 담겨 있는 듯. 퍼스트의 태도에 관해서, 나도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꼈던 거 아닐까?
  
정신을 차린 신지가 퍼스트의 뒤를 쫓았다.
 

****
 

「아까는, 미안…」
「…뭐가?」
터무니없이 긴 에스컬레이터 위. 여기까지 와서야 사과의 말을 꺼낸 신지도 신지지만, 퍼스트의 대응은 쌀쌀맞다.

「저기, 오늘, 좀 이따부터 재기동 실험이지. …어, 이번에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신지는 오해한 걸까. 퍼스트가 화내고 있다고. 억지로 찾아낸 화제를 떠드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것은 역시 남자라서 그런 걸까. 게다가 신지라서 그런 걸까. 죄악감의 반대급부로 상대방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하지만, 여자라면 알지. 나는 알지. 퍼스트는 수치심이라는 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왜 사과를 해오는 것인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저기, 아야나미는 두렵지 않아? 다시 저 영호기에 타는 게」
「…왜 두려워?」
퍼스트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것이 섭섭하다고, 신지의 시선이 말해주는 것 같다.
「저번 실험 때 크게 다쳤다고 들었으니까… 괜찮은 걸까, 생각했어서」
「…너, 이카리 사령관의 아들이잖아?」
응. 이라는 신지의 말에 힘이 없다. 부자라는 실감 따위 없어서 그러겠지.
 
「…믿지 못하는 거야? 아버지의 일을」
「당연히 못 믿지! 저따위 아버지인데」
상반신만 돌려 신지의 얼굴을 쳐다보던 퍼스트가, 완전히 돌아서 한 계단을 올라온다. 타박. 하고 울리는 발소리마저 왠지 냉랭하다.
「윽!」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니, 신지가 당황했다.
행동의 당돌함에 비해, 퍼스트의 표정은 평소 그대로. 서슴없이 신지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해 놓고, 감정이란 것을 내비치지도 않는다.

「저기…?」
 
당황한 신지에게, 짜아아~악 따귀. 마른 소리가 메아리쳐서, 마치 쫓아오는 것 같다.
야 너, 그런 얼굴로 그러는 거 아니야. 완전히 인형은 아닌 것 같잖아. 신지의 뺨을 날리는 그 순간에만 감정이 번득이는 게 너다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게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신지네 아빠의 태도. 분명히 친아들보다 퍼스트 쪽을 더 신경쓰는 거 같단 말이지. 폭주 때 구출했다는 이야기도, 어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도.
그것과 비교하면 신지의 취급은…, 생각하기도 싫네.
 
퍼스트도, 방금 따귀를 올린 게 신지가 아빠를 흉봤기 때문이지?
신지가 누가 아빠 욕을 하는 걸 듣더라도 주먹을 날리거나 할 리 없어 보이니까, 그야말로 친자식보다도 강한 유대를 갖고 있는 거 같네.
그런 것 치고는, 퍼스트의 방은 저 꼴이고, 퍼스트 자신도 거기에 불만이 있어 보이지 않고, 영문을 모르겠어.
 
신지는 뺨을 누른 채 망연자실했다. …아니지, 망연자실하고 있다. 안 그래도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방금 또 트집이나 다름없는 이유로 얻어맞기까지 했으니…
테이크백도 충분하게. 퍼스트는 정말 손속없이 때렸나 봐. 아직도 뺨이 아파.
『뭐, 훔쳐본 대가라고 생각해. 그럼 싸게 먹힌 거지』
라고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없다. 므읏, 나를 무시하는 거야. 그렇게 재미없게 굴면, 에스컬레이터가 끝나간다는 거 알려주지 않을 거야.
 

거 봐라, 쌤통이다.
 

****
 

최근, 신지의 시야 가운데 초점이 잡히지 않은 것을 주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신지가 보고 있지만 의식하지 않는 것을 나는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시선이 고정되지 않았을 때 멀미가 나지 않도록, 신지의 눈의 초점과 내 의식의 초점을 따로 두려고 시도한 것에서 시작된 건데.
 
그리고 지금, 발진 준비가 진행되는 초호기 안에서, 퍼스트의 모습을 발견했다. 케이지 최상단 캣워크에 있네.
물론, 신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퍼스트는 왠지 쓸쓸해 보이는 모습으고, 초호기를 내려다보고 있어. 그게 신지를 향한 시선인 것 같지는 않으니, 대상은 초호기…인 걸까?
그치만, 지금까지 저런 얼굴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걸.
  ≪ 라져. 제2구속구, 탈착 ≫
착착 진행되어가는 발진 준비. 수중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작업내용의 목소리에,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퍼스트. 너, 출격할 수 있는 초호기를 부러워하는 거야? 출격할 수 없는 자신을 멸시하는 거야?
재기동 실험을 성공시켰는데도 출격이 허락되지 않는 것을,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자기를 탓하고 있는 거 아냐?
 …
…그런가.  그랬던 건가…
나도 그랬고, 신지도 그랬으니까, 퍼스트라고 다르라는 법은 없구나.
너도, 마음의 결여된 부분을 에바가 채우고 있는 거구나. 그 방의 꼴을 보면, 네가 얼마나 에바에 얽매이고 있는지, 이해할수 있을 것도 같아.
…우리들, 마치 직소퍼즐 같구나. 이웃하지 않은 조각들이, 에바라는 다른 조각들을 통해, 그걸로 겨우 간신히 이어져 있구나.
서로 지독하도록 닮았는데, 직접 닿을 수는 없어. 서로를 보충해줄 수 없어.
나, 네가 싫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건, 내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었지.
 
 ≪ 발진! ≫
제대로 확인하고 싶어서 신지를 재촉하려 했는데, 무정하게도 미사토가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 목표 내부에 고에너지 반응! ≫
 ≪ 『뭐라고!?』 ≫
아! 이 표시…
  ≪ 원주부를 가속, 수렴합니다! ≫
『신지, 사도의 공격이 오고 있어. 지상에 튀어나가자마자 동시에 AT필드!』
『엣? 아, 응. 알았어』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신지는 발령소의 기척을 살피지도 못하고, 플러그 내에 비쳐오는 정보들의 의미도 읽어낼 줄 몰라.
 ≪ 안 돼! 피해! ≫
그런 모호한 지시를 생무지가 알아듣고 움직일 리가 없잖아!
『적은 정면! 경우에 따라서는 록볼트, 힘으로라도 부수는 거야』
신지의 대답은, 초호기가 지상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
눈앞의 빌딩 한가운데가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거기서 빛의 격류가 덮쳐왔다. 
록볼트가 생각보다 단단해. 영호기의 폭주와 초호기의 논 엔트리 기동을 반성해서 강화했다고 지나가듯이 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쓸데없는 짓을!
AT필드가 한 순간, 정말 한 순간이지만 견뎌낸다.
겨우 구속구를 뜯어낸 오른팔로, 적어도 몸을 감싸려고, 하지만 시간에 대지 못하고.
손쉽게 AT필드를 꿰뚫어온 빛줄기가, 흉부갑판을 녹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통각을 차단한다. 이것도 최근 들어 할 수 있게 된 곡예. 물론, 신지와 함께 아픔을 느끼는 게 싫다는 건 아니야.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 돌려보내! 빨리! ≫
골치 아프네! 내벽 인근의 LCL이 끓어오르고 있잖아. 열대책의 일환으로 LCL의 끓는점이 낮아서 그런가, 이러다가는….
인간은 섭씨 100도까지는 참아낼 수 있다. 그러니까 사우나도 하고 그러는 거지. 하지만, 그건 건조한 상태일 때의 이야기.
 
『신지, 숨을 참아! 폐에 화상을 입을 거야!』
떠오른 것은, 용암이 부글대는 화구 속으로 다이빙했을 때의 일. 그 때는 「덥네」 정도로 끝났지만, 이 기세라면 불평할 새도 없이 삶아져 버린다! 지금은 LCL이 성대하게 기화하면서 열전도를 막아 주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야.
 
겨우 초호기가 지하로 재격납되었다. LCL의 과열이 둔해졌다. 신지의 절규가 멈춘 것은, 내 충고를 들어서가 아니라, 기절했기 때문. 동공 산대로 시야가 흐릿해, …안 돼!
『신지이! 신지 정신 차려』
신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통각을 받아들인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통증은, 문자 그대로 가슴을 에는 듯 하다. 빨리 싱크로 안 끊고 뭐 해!
자기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 아니지 이게 뭐야! 신지의 심장이 멎으려 하잖아!
『신지이, 신지!』
이런 데서 신지가 죽을 리가 없다.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아야!
겨우 수트의 AED가 작동한 것 같다. 제세동의 충격으로 신지의 몸이 활처럼 휜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전기쇼크라니,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아닌데. 진짜 아프네.
하지만, 이걸로 신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으니 괜찮아.
―√ …신지의 고동이 재개된다.
『신지이!?』
하지만, 신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아야나미이」
신지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목표는 영호기의 엔트리 플러그. 과열되었는지 밤공기에 닿은 플러그에서 성대하게 김이 올라오고 있다.
【00】이라고 적힌 플러그 안은, 1차전에서의 초호기와 같은 상황이겠지. 그 때의 신지의 절규가, 퍼스트의 모습과 겹쳐져서 들리는 것 같다.
 
…………
 
신지가, 수트의 피트 스위치를 눌렀다.
스크린커튼 너머로 퍼스트의 실루엣. 아무렇게나 속옷을 벗어던지는 것이 시야 한쪽 구석으로 보인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네…」
「…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왜냐면, 신지가 지금 기가 죽어 있거든. 지금까지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형태로 네 목숨까지 맡은 처지가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그게 자기가 1차전에서 한심하게 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을 이런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거야, 이 녀석은.
의식을 회복한 뒤 이런저런 생각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면, 나도 지금 오해하고 있을 뻔 했잖아.
그래도, 이런 말이라도 하는 것도, 신지 나름 너에게 마음을 열어 보려는 거야.
…뭐어, 신지의 진짜 성격은 시건방지고 반항적인 빈정꾼이라는 것,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기가 약해서 쉽게 틀어박히곤 해서 알기 어렵지만, 미사토와의 대화라던가를 보면 꽤 실감할 수 있거든.
더 솔직해져도 좋을 텐데.
 
 
「…너는 죽지 않아」
돌아본 신지의 시야 속에서, 퍼스트의 실루엣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지키는 걸」
그렇네. 너는 신지를 지켜야지. 그게 임무인 걸.
하지만, 신지가 신경쓰고 있는 건 자기 목숨만이 아니야. 신지는 언제나 자기 마음은 억눌러 가면서, 남들을 위해 싸워온 걸.
그걸 너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데, 안 될까?
 

***
 

「아야나미는, 왜 이걸 타는 거야?」
탑승용으로 준비된 리프트의 데크 위에서, 신지의 군소리가 밤바람에 올라탔다.
「…이니까」
「끈?」
…그래, 끈. 이라고 중얼거리는 퍼스트는, 그 말의 의미와 정반대로, 무척이나 고독해 보인다.
「아버지와의?」
「…모두와의」
모두, 구나…. 그게 누구를, 어디까지를 가리키는 것인지 나로서는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사실은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겠어. 왜냐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 인 거잖아?
존재하지 않는 끈을, 에바에 타는 것으로써 멋대로 찾으려 하는 거야. 너는. …그러면서 외롭지 않은 척 속이려는 거야.
아니, 속이려 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강하구나, 아야나미는」
「…나한테는, 달리 아무 것도 없는 걸」
그래. 역시 너도, 에바에 타는 것으로밖에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없는 거지.
「달리 아무 것도 없다니…」
「…시간 됐어. 가자」
 
신지의 당혹감을 뿌리치듯이, 퍼스트가 일어섰다.
「…그럼, 잘 있어さよなら
 
…………
 
「아야나미이!」
과열된 구출해치를 억지로 비틀어 열고, 신지가 플러그 안을 들여다본다.
「괜찮은 거야!」
시트 위의 퍼스트. 축 늘어져서…
「아야나미!」
어렴풋이 눈을 뜬 퍼스트가, 머리를 일으킨다.
「자신에게… 자신에게 달리 아무 것도 없다던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신지의 코 속을 열이 강타하면서, 급속이 눈시울이 끓어오른다.
「헤어질 때 잘 있어さよなら라니, 그런 슬픈 말 하지 말라고…」
신지와 같은 아픔을 견디고, 선언한 대로 신지를 지켜내고, 지금 이렇게 신지의 걱정을 받고 있구나. …뭘까? 왠지 네가 좀 부럽네.
울음을 참으면서, 신지가 몇 번이고 코를 훌쩍였다.
「…왜 울어?」
몸을 일으킨 퍼스트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어조로. …아니지, 그게 아니야. 너,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않다면, 저런 생활에 의문을 못 느낄 리가 없는 걸. 네가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저런… 마치 실험동물의 케이지 같은 방에서!
 …
…내가 동정해 준다고, 네가 기뻐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응?
「…미안해. 이럴 때,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눈꼬리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채로 신지가, 억지로 웃고 있음을 알겠다.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신지의 말을 삼킨 퍼스트가, 그거 참 서투르게, 실로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신기하네. 네가 웃는 얼굴, 나도 왠지 기뻤어.
 
계속 つづく
2007.05.23 PUBLISHED
2021.10.16 TRANSLATED
2021.11.26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四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