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신지. 도시락, 하나 더 만들면 어때?』
『…할 수는 있지만, 왜?』
계란부침을 마는 손을 쉬지 않으며 대답하는 신지.
신지는 최근, 이런 식으로 결론을 먼저 말하고, 의문은 나중에 되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에 대한 신뢰의 결실. 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퍼…. 레이 말야. 제대로 된 식사, 해본 적 없는 거 같지 않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근 들어 레이를 퍼스트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실은 닮은 꼴이라는 것을 깨닫자, 칠드런에게 지워진 넘버가, 직소퍼즐 조각을 구분하려고 휘갈겨 쓴 숫자 같아서, 불쾌해졌다.
대량생산품에 시리얼넘버를 스티커로 붙이는 꼴이 상상되어, 정말 역하다.
『…그렇잖아. 게다가 늘 혼자 먹고 있더라』
싸구려 동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고 단언하는 것을 본 뒤로, 내 자신이 그걸 참을 수 없게 되었어. 자각만 못 했을 뿐, 나 역시 아무 것도 없었잖아,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리고.
그래서, 이건 레이를 위한 게 아니야. …나의, 자기만족이야.
『…그래도, 만들어 봤자 받아는 주려나』
『…작전이 하나 있는데』
미사토가 일어난 것은 신지가 두장째 토스트를 해치우고 있던 가운데.
「…안녕히 주무셨어요」
토스트를 한입에 삼킨 신지의 발께에서, 펜펜이 구운 생선을 두 마리째 통째로 삼켰다.
후아~~~암… 존아침…. 이라면서 배 좀 긁지 마.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신지가 여자를 싫어하게 되어도 괜찮겠… 아니 이미 늦었나.
「크으~~~~~~으! 아침은 역시 모닝맥주지~♪」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킨 미사토가 울부짖는다.
「모닝커피 아닌가요?」
「미사토씨가 그렇다는 거죠?」
신지의 텐션이 낮은 걸 보고, 미사토의 눈썹이 처졌다.
「…, 아니 왜…」
신지의 말투는, 마시다 말고 내려놓은 커피만큼 쓰라리다.
「…그치만, 신쨩. 도시락 싸느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잖아?」
「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죠」
신지에게 도시락을 만들자고 권한 것은 나. 같이 살던 시절엔 내 몫까지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기에, 점심에 매점빵을 사러 가는 것을 보고 좀 의외였지.
점심에 빵만 먹으면 몸에 안 좋고, 용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자기관리를 하는 건 신지의 정신위생에도 좋을 거야.
「미안허네, 막되어먹어서」라며 눈가를 경련시키며 말한다. 정말 흉해 보여, 미사토.
「그래서 당번 농땡이 치신 거 맞죠?」
「거 참 귀찮게 자꾸 그럴래~」
미사토의 리액션에 눈길도 돌리지 않고, 신지가 두 손 모아 합장한다.
「잘 먹었습니다」
사용한 식기를 개수대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펜펜이 자기 식기를 가져온다.
고마워. 쿠와아악. 주고받는 대화가 보기에 흐뭇하다.
「정말로 오늘 학교에 오시는 건가요?」
「당연히 가야지? 진로상담이라며」
물을 흘려 보내고, 온수로 전환. 생선 기름기를 씻는 데는 온수가 더 낫다나.
「그래도, 일 때문에 바쁘실 텐데…」
「갠차나 갠차나, 이것도 일이니까」
순간, 신지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일…이군요?」
…
…어라?
『신지, 미사토 표정』
귓가에 속삭인다는 기분으로 말하니, 신지가 흘끗 쳐다본다.
겸연쩍은 듯 시선을 돌리고 있던 미사토가, 신지의 모습을 눈치채고 황급히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역시 그럼 그렇지.
『좀전에, 미사토 쑥스러웠나봐』
『…쑥스러워?』
『그래. 신지를 보살피게 되어서 기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으니까, 일이라서 가는 거라고 정당화한 거야』
그렇구나. 라는 중얼거림과 동시에 초인종이 울린다.
「네에~, 사람 있어요~~,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 자~암까만 기다려 주세용♪」
…삼십 줄 여자가 가성이라니, 기분 나빠.
「미사토씨. 그런 차림으로 나가지 마세요. 창피하니까…」
말하는 내용에 비해 어조는 혹독하지 않다고 느낀 것은, 나의 지나친 생각은 아니겠지.
「네이네이…」
****
「…왜?」
아니나다를까, 레이는 순순히 도시락을 받지 않는다. 자기 자리에 앉은 채, 그 붉은 눈동자만 돌려보내고 있다.
「아야나미, 점심식사 거르거나, 칼로리메이트 먹거나 하잖아. 몸에 안 좋다고, 그러면」
「…필요영양은 섭취하고 있어」
「수치상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냐」
「그래, 아야나미양. 같은 영양을 섭취해도, 가급적 여러가지 음식에서 고루 섭취하는 편이 몸에 더 좋으니까」
이 목소리는 히카리. 좀전 휴식시간에 미리 협조를 구해 놓았다.
언제부터 바보토우지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생각 않고 응해오는 걸 봐서, 이미 반해있지 싶어. 친구들 다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고 미끼를 던지니, 두말 없이 달려들던 걸.
「게다가, 모두 함께 식사하는 편이 흡수효율이 좋아진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모두와, 함께…?」
그래. 라며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모두와의 끈」
…끈. 이라고 레이가 중얼거렸다.
…임무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 …자유의지로 맺는 끈. …그 때의, 내 기분.
이어지는 말은 고개를 숙인 채 입속에서 사라지듯 중얼거렸기에, 신지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신지의 시야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것에 주목하는 것도 잠시, 신지가 인식하지 못하는 음성을 나는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능적으로는 들리는 음성이지만, 뇌가 인식하지 않은 걸까. 예컨대 귓가의 혈관을 흐르는 혈액의 소리를, 사람은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다.
신지가 잘 때는 청각만이 정보원이니까, 그동안 점차로 예리해진 걸지도 모르겠네.
「…왜?」
다시 얼굴을 들고, 하염없이 붉은 눈동자를 향해온다.
「잘 모르겠지만, 사람 간의 끈이라는 건 일방적인 게 아니잖아」
맞아맞아, 히카리가 맞장구를 친다.
「서로 다가서서 조금씩 양보할 때, 처음으로 끈이 맺히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도시락을 싸 왔어. 아야나미가 먹어 줬으면 기쁘겠어」
…
레이.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건지, 알고 있어?
이런 일상을, 이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야.
나는 그것을, 싸움과는 무관하게 살 수 있었던 어떤 남자애한테서 배웠어. 그 녀석은 도망칠 용기조차 없었어. 그래서 우습게 여겼는데, 사람의 진가는, 그 사람의 행동으로 평가해야 되더라. 아무리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 에바를 타고 싸워 왔으니까.
…너도, 배우길 바래. 여러가지 것들을, 신지에게.
****
「자~ 그라문, 밥이데이 바압♪ 학교생활 최대의 즐거움 아이겠나!」
라고 떠들면서, 점심이 매점 빵이라니, 너 좀 울적하지 않아?
흘러가는 형편대로 바보콤비까지 더해서, 옥상에서의 런치타임은 총원 5인.
「이카리하고 반장은 평소처럼 수제 도시락이고, 아야나미는 아내… 아니 남편도시락?」
남편도시락. 이라고 멍청하게 울리는 소리. …바보켄스케겠지.
그런 거 아니야. 라고 쓴웃음 짓는 신지의 맞은 편에서, 레이가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야나미는 못 먹는 거 있어?」
「…고기 싫어」
열린 도시락 곽 속의 돼지고기 장조림을 무표정하게 노려보며, 레이가 툭 내뱉는다.
「아, 그렇구나. 미안, 미리 물어보았어야 했는데」
「…됐어」
물론 나는 레이가 고기혐오자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걸 신지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지. 그랬다가는 부자연스러워지잖아?
긁적긁적 머리를 긁던 신지가, 문득 히카리 쪽을 향했다.
「호라키양. 괜찮다면, 반찬 교환 좀 부탁해도 될까?」
편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라며 레이를 바라본 히카리가, …그래도 뭐어. 라며 눈꼬리를 내리고 웃었다. 도대체, 뭘 혼자 제멋대로 결론내린 거야.
「아야나미양. 뭔가 먹고 싶은 거, 있어?」
내밀어온 도시락 곽을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평가하다가,
…이거. 라고 가리킨 것은 뭔지 모를 분홍색 물질이었다.
「아야나미양, 감식안이 상당한데」
「감자 사라다? 분홍색이라니, 특이하네」
팬시한 내유지 그릇을 꺼낸 히카리가, 레이의 도시락의 장조림과 자기 사라다를 교환하고 있다.
「집 근처 찻집 마스터 분께 배웠어. 토마토즙을 맛내미로 썼거든」
헤에~! 하고 올라오는 감탄에, 히카리의 뺨이 발그레하다. 개의치 않는 한 사람, 레이는 감자 사라다를 먹으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아참, 호라키양」
「왜 불러? 이카리군」
「혹시 괜찮으면, 나한테 요리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이카리군한테?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 히카리가, 신지의 도시락 곽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냉동식품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파일럿으로서 자기관리를 공부한 적이 있는 내가 봐도 영양밸런스만큼은 완벽하다.
「내가 가르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임시변통이라 내멋대로 만든 거고, 야채요리 레퍼토리가 너무 적어」
트레이드한 장조림을 맛본 히카리가, 납득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것도 냉동식품이었지.
냉동식품은 역시 메인디쉬가 될 만한 고기나 생선류가 많고, 야채요리는 레퍼토리가 많지 않기에, 레이의 도시락을 제대로 만들어주기가 어렵겠네.
「그런 거라면, 기쁘게 도와줄게」
고마워, 잘 부탁해. 라며 고개를 숙이는 신지에게, 히카리가 오히려 황송해했다.
…응? 가만있자, 이거 써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신지, 신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죽이게 되는 것은 왜일까?
뭐어, 그러는 편이 분위기가 살지 않아? 흉계를 꾸미려는 마당에?
귀띔해준 내용에 놀라면서도, 신지는 흔쾌히 수락. 반대할 이유는 없네. 라며.
「…그렇게 된 건데, 너도 좀 껴라. 토우지」
뭐어어!? 라고 말하려던 의도였을까. 입 안의 것들이 비산하면서, 발음은 부와아악!? 처럼 들렸다. …더러워, 이 바보토우지!
「 그런데, … 내가 … 가가 뭘 … 하겠노우물우물 」
말을 하든 처먹든, 어느 한 쪽만 해라 좀….
「그야, 실패했을 때, 자, 잔반처리요원이 필요하잖아」
「야, 범생…」
「게다가, 호, 호라키양의 수제요리, 먹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잖아?」
신지가 가리킨 방향에는 히카리의 도시락. 손가락에 낚여 그쪽을 바라본 바보토우지가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그치? 호라키양」
「에? …으응, 그 그렇지. 이카리군이 실패하면 곤란하겠지」
갑자기 이름이 불린 히카리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확실히 긍정한다. 좋아좋아, 아직은 솔직하지 못하네. 이런 킬러 패스, 좀처럼 있을 기회가 아니니, 꼭 이번에 결착을 내자.
「그른가아…」
어라? 골대에 맞고 튕겨져 나온 느낌인 걸? 그렇다면…
『…』
「…협력을 받게 되었으니, 토우지 몫의 도시락까지 쌀까 싶었는데, …잔반처리요원에 더해서 같은 메뉴의 도시락이라는 조건, 어때, 응?」
번득, 신지가 히카리에게 시선을 던진다. 대사는 국어책 읽기, 연기는 발연기…. 신지, 너 배우는 절대 하면 안 되겠다.
시선을 받은 히카리 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신지가 한 말을 곱씹다가…, 즉 토우지에 대한 마음을 신지에게 들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빨갛게 물들었다.
…
실컷 눈을 헤엄 시킨 히카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마지막에 시선이 간 곳은, 바보토우지가 손에 들고 있는 빵이었다, 이 말이지?
「그, 그래 맞아. 내가 스즈하라의 도시락까지 만들어 줄게」
있는 용기 없는 용기 총동원하듯 귀까지 붉히며.
「에엑! 호라키양. 그렇게까지 수고하게 만들면 너무 민폐고」
…내가 잘못했다, 신지. 금일 부로 너한테 연기 같은 거 절대 안 시킬 테니까, 적어도 진정이나 좀 해 줘.
「아니야, 나 위아래로 자매가 둘 있는데, 이름은 코다마하고 노조미. 언제나 세 사람 몫으로 도시락을 내가 싸니까…」
이야, 그거 참 힘들겠데이. 라며 지금의 대화의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바보토우지가 까불댄다.
「3인분이니까, 힘들지. 게다가 도시락 재료도 늘 남고…」
「맛있겠구만도, 거 아까워서 우짜노」
에? 하는 히카리. 정신이 생각으로 가득해서 바보토우지 말을 못 들었나봐.
「범생이 실패작도 그렇고, 잔반처리라 카문 마, 얼마든지 도와주꾸마」
「에… 응, 도와줘!」
그러면 이제,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세 사람 옆에서, 레이가 합장을 했다.
「…잘 먹었습니다」
…그런 예의범절은 또 어떻게 알고 있구나.
****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기적이었지만, 미사토도 참 고생이 많구나.
계속 つづく
2007.05.30 PUBLISHED2021.10.18 TRANSLATED
2021.11.26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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