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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8월 1일 수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십이화


­  ≪ 엔트리, 스타트했습니다 ≫
­    ≪ LCL, 전화電化
­  ≪ 제일차 접속 개시 ≫
기체 상호호환 시험. 이 테스트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적어도 이 뒤에 누가 남의 기체를 타고 출격한 일이 전혀 없었기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 ≪어때, 신지군. 영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는?≫
「뭐랄까, 이상한 기분이네요」
­ ≪위화감이 있다는 말일까?≫
「아뇨, 그게, 아야나미의 냄새가 나는…」
그래. 확실히 레이의 냄새가 난다. 정화된 LCL을 사용하니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 레이의 호흡, 체온이 전해지고 있다.
마치, 입으로 호흡을 옮겨받는 감각.
영호기에 새겨진 아야나미 레이라는 존재와 겹쳐지듯이.
­ 
 
≪어때애, 신쨩. 엄마의 젖가슴은! 아니면 엄마 탯속일까?≫
­ ≪아스카, 노이즈가 섞이니까 방해하지 마≫
≪네이네이!≫
이 즈음의 내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초조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원치 않게만 보이던 신지는 착실하게 싱크로율을 올리고 있고, 그에 반해 나는 상승이 그치면서 차이가 줄어들기만 할 뿐.
싱크로율 따위, 에바를 얼마나 움직이기 쉬우지 나타내는 지표에 불과하다는 것, 알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작 실전에서 명확한 실력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10년에 걸쳐 훈련을 받아온 내게 있어, 불과 어제오늘 에바에 타기 시작한 신지가 자신 이상의 재능을 보인다는 것은, 절대로 용인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신지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우리, 입장이나 능력이 반대였다면, 얼마나 행복한 만남이었을까.
­ 
「…뭐야 이거? 머릿속에 들어오는… 직접… 뭔가가…」
『뭐아? 왜 그래』
「아야나미?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인데, 이 느낌… 아야나미…가 아닌가…?」
『신지, 왜 그래? 레이가 뭐 어쨌다는 거야!?』
으윽…
갑작스러운 두통이 신지를 덮쳐온다.
이 느낌은, 플러그 심도를 깊게 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제15사도에게 공격당했을 때와 꼭 닮았다.
비중이 무거운 액체가 뇌수에 직접 스며들어 오는 것 같은 불쾌감. 차츰차츰 역겨워진다. 에바로부터의 침식, 정신오염.
강대한 압력 앞에서, 신지가 정신을 놓은 것인지. 동공이 산대해서 시야가 흐려진다.
신지의 신체에 가해지는 가속도. 영호기가 움직였나…, 폭주!?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영호기가 이 때 폭주했었지. 나도 참 진짜, 이런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으면 어떡해!
물론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간과하다니, 도대체 뭘 위해서 내가 여기 있는 건데!
­ 
 
­…배꼽을 물어뜯는 마음으로, 그저 영호기가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아, 싫다. 또 이 천장이야」
『신지, 정신이 들었어?』
실제로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영겁의 독방과 같다.
그것이 자신의 실수 탓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에…저기, 왜 내가 여기에?』
『기억 안 나?』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신오염 때문일까?
『영호기가 폭주했어』
『영호기가?』
폭주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직전에 중얼중얼 떠들던 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네.
나중에 확인하고 싶지만, 신지에게 너무 무리를 시키고 싶지는 않아.
『몸은 좀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응. 괜찮은 거 같아』
몸을 일으킨 신지가, 무난하게 침대에서 내려온다.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다.
­ 
그건 그렇고, 폭주 직전에 신지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레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아야나미 레이 그 자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정신오염을 걸어온 것, 폭주한 것, 신지에게 작용해온 것은, 영호기 그 자체인 것 같다.
설마, 레이의 엄마? …그럴 수도 있겠네. 레이가 아닌 것이 타서 화가 났나? 그럼 신지를 받아 준 우리 엄마는 신지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래서 기체 상호호환 시험을 한 건가? 레이의 엄마도 신지를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예상한 걸까? 으으응, 이 가설로는 초호기와 레이 쪽까지 설명할 수는 없어.
도대체가, 에바도 네르프도 수수께끼 투성이야.
­ 

****
­ 

 
황량하다고 해도 좋으려나?
몰개성한 묘비들이 늘어선 모습이 이렇게 춥도록 으스스할 줄은, 처음 알았다.
­ 
여기 올지 말지. 신지는 한참 망설였지.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아빠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그걸 계속 고민했다.
아빠가 어렵다고. 무섭다고. 하지만, 도망치면 안 된다고. 그런 말들을 했다.
어찌나 고민한 것인지, 심지어 레이에게까지 상담했을 정도. 신지의 고뇌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신지는 내게도 물어왔다. 하지만, 나는 신지의 아빠를, 이카리 사령관이라는 인간을 잘 몰라.
너는 훌륭하게 역할을 해냈으니까, 당당히 만나고 오면 돼. 이딴 일반론은 나 말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고.
아니지, 어쩌면 그건, 나도 성장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예전의 나는, 만나기 싫으면 만나기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 라고 잘라 말했었지. 할 말도 못 하는 신지가 답댑이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내가 부모와 자식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어. 정신적으로는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부모 따위 간단하게 잘라내 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어.
그것이 이중적인 의미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하안참 하안참, 하~안참 뒤의 일.
첫 번째는, 어른이라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부모를 잘라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나도 알고 보니 사실은 잘라 버리지 않았었으니까.
두 번째는, 부모를 잘라내 버리는 것보다, 부모와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어른답다는 것. 도망치는 것보다 맞서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나는 신지의 고뇌를 이해할 리가 없었다. 부모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신지는, 분명 나 같은 것보다 더 어른이었던 거야.
지금은 조금, 신지의 고뇌를 이해할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한 말은 건넬 수 없어.
­ 
 
웅크려 앉은 신지가, 엄마 무덤에 꽃을 바친다.
신지의 엄마는, 실험 중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 엄마와 달리, 몸만이라도 돌아오는 일도 없었다고.
「3년만이구나. 둘이서 여기 오는 게」
다가오는 발소리에도, 신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저는, 그 때 도망치고, 그 뒤로는 안 왔어요. 여기에 어머니가 잠들어 있다니, 실감이 안 나요.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람은 추억을 잊는 것으로 살아간다. 허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지. 유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그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신지네 아빠는 말할 생각이 없구나.
무릎에 손을 짚은 신지가, 팔힘을 빌려 일어섰다.
「사진도 없어요?」
「남은 건 없다. 이 무덤도 허묘다. 시신이 없다」
신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선생님 말씀대로, 전부 다 갖다 버렸군요」
「모든 것은 마음 속이다. 지금은 그거면 된다」
이 폭음은 제트엔진이네. 신지네 아빠를 모시러 왔나?
「시간 됐다. 먼저 가마」
 
겨우 신지가 돌아보았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그 아빠의 얼굴을 응시했다. 똑바로 눈을 보고, 피하지 않는다.
VTOL 뒷좌석에 레이. 신지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듯, 눈을 조금 가늘게 뜨고 있다.
「…」
시간을 핑계로 신지네 아빠가 먼저 눈을 피한다. …이 사람, 보기보다 단단하지 않은 건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리츠코가 그랬던가. 사는 게 서투르다고.
『신지, 괜찮아? 아빠하고 이야기 더 안 해도 되겠어?』
『됐어. 모든 건 마음 속에, 그거면 된대잖아』
마음의 소리로는 감정까지 전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지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신기하게도 알 수 있다.
­ …
날아가는 VTOL을 전송하고, 신지가 묘지를 떠났다.
­ 

****
­ 

신지가 나름대로 자기 마음의 매듭을 지었으니, 다음은 내가 고민할 차례가 되었다. 배턴 터치라고 생각하니 웃기지도 않다.
­ 
­ ≪ …그런 이유로 오늘 밤은 늦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그럼 이마안♪ ≫
네. 네. 하고 맞장구를 쳐주던 신지가, 네 그럼. 이라며 통화를 끊는다.
「미사토?」
적당히 촉촉한 머리칼의 습기를 타올이 마시게 하면서, 아스카가 아코디언커튼을 젖혔다. 누구 전화였는지, 일부러 엿들을 필요도 없었지.
「응. 늦으니까 먼저 자래」
「에에엑! 설마 외박한다는 거 아니겠지?」
설마, 라며 신지가 무선전화를 내려놓았다.
「카지씨도 같이 있대」
「너 바보야? 그러니까 그러지…」
몹시도 위태로운 빛이 눈동자에 담은 아스카의 모습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고가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것이 어디에 도달할지, 나는 물론 알고 있다.
­ 
………
전생의 이 날, 나는 신지에게 키스했다. 아스카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지금의 신지라면 키스 정도 허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게 된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신지와의 키스를 떠올려도 불쾌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래서, 딱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신지와 키스를 하고 싶어서 키스한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보면, 그건 신지를 더럽힌 짓이었다.
왜 내가 그런 짓을 했는지, 이제는 나로서도 상상할 수밖에 없다. 다만, 카지씨가 미사토와 데이트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형언할 수 없는 초조함이 북받쳐 올랐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그것을 질투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키스를―어쩌면 그 이상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미사토에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카지씨에게 화가 났다고.
그래서 신지에게 키스한 것은 카지씨 보란 듯 빗대는 짓이라고 자신을 납득시켰다. 단순한 호기심도 있었고, 해 봐야 어른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카지씨와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오늘 히카리가 부탁한 대로 데이트를 해 주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그것이 반드시 틀렸다는 건 아니야. 그것도 엄연한 내 마음의 일부.
하지만, 내가 카지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그런 순수한 동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게 된다.
자신이 어른임을 증명하려는 수단으로 카지씨를 이용하려 했던 나는, 어프로치가 무시당할 때마다 나는 아직 어린애라는 것을 일깨워졌다. 아무리해도 카지씨가 돌아보지 않아 초조해졌다. 카지씨가 보여주는 어른의 여유라는 것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웠다.
손에 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던 것 뿐이야.
누군가 나를 보아줄 사람을 원했다.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어줄 수 있는 것이 그 육체 뿐이었다니, 연민을 넘어서…, 비참하네.
그때까지는 카지씨가 달리 교제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간신히 자신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미사토와 데이트하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자신自分에게 자신自信을 가질 수 없게 되었던 거야.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가 자신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을 봄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재확인하려 했다. 아니, 카지씨가 돌아봐 주지 않는 비참함을, 입술을 베풀어 주는 것으로 위안을 얻으려 했던 것일지도 몰라.
………
­ 
 
그런 것을 꽤 오래 고민하고 있느라, 모처럼 신지가 첼로를 켜고 있는데 전혀 즐길 수 없었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무의미한 자기분석 따위나 하고 있는 와중에, 문제의 순간이 찾아와 버렸다.
「야, 신지. 키스할래?」
「…에? 뭐?」
SDAT를 듣고 있던 신지가 헤드폰을 벗었다.
「키스 말야, 키스. 해본 적 없지?」
「응…」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 하자」
식탁에 엎드리고 있던 머리를 들어올려, 아스카가 내려다본다.
「…어째서?」
그 뒤로, 신지의 나에 대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즉, 나와 키스한다고 기쁘다거나 그러지 않았던 것이겠지. 시간 때우기라고 업수이 여겼는데, 슬프지도 않았겠지. 신지의 마음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겠지.
내가 일방적으로 신지를 이용하려 했음을 생각하자, 왠지 비겁하고 싫어졌다. 내가 신지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생각하자, 왠지 외롭고 싫어졌다.
「심심하니까」
「심심하다고 그런…」
너 따위하고 하는 건 시간 때우기라고 깔보고,
「어머니 제삿날에 여자애랑 키스하는 거 싫어? 천국에서 지켜보시기라도 할까봐?」
이런 노골적인 도발까지 하고,
「…딱히」
그렇게 해서 신지와 키스해 봤자, 어른이 될 리가 없어.
「아니면, 무서워?」
!!! …에?
「무섭지 않아! 키스 정도로!」
지금 아스카의 눈은, 승리를 확신한 자가 패자를 깔아볼 때의, 그것.

­ …나, 잘못 생각했구나.
신지를 단순한 배출구로 우연히 이용하려 했던 것인 줄 알았어. 하지만, 그 의기양양한 입매는, 생각한 대로 사냥감을 몰아넣은 엽사의, 군침을 다시는 입 그 자체. 즉, 표적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야.
­ …
초저녁부터 신지를 노렸던 것이라면, 그것은 즉…
실적에서 열세이고, 싱크로율도 추월당하려 하는 지금. 어떤 식으로라도 신지를 굴복시키는 것을, 나는 원했던 거야.
…내가 싫어하는, 여자의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 
「이 닦았지」
「응…」
일어선 아스카가 다가온다..
『어어어떡하지…?』
『신지 좋을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신지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찌해야 할지 내가 모르겠다는 것일 뿐.
『내가, 좋을대로…?』
비틀거리듯이, 신지가 한 발짝을 뗀다. 춤추며 내려오는 깃털이, 움켜잡으려는 손아귀를 피한 것 같은, 그런 인상을 아스카는 받았을 것이다.
「…아스카는, 나를 좋아하는 거야?」
「하아? 내가? 너를? …그럴 리가 없잖아」
참으로 의외다. 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지만, 그게 사실 몰아붙인 사냥감이 도망쳐서 놀란 것임을, 나는 알지.
그렇구나, 나 같은 거…. 라는 중얼거림이 입안을 맴돌다 사라지고,
「그럼, 안 할래. 좋지 않아, 그런 거」
「에엑?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어? 이 아스카님과 키스할 기회는 앞으로 평생 돌아오지 않아!!」
황급히 덫을 고쳐 치려 해 봤자 소용 없어. 그렇게 허둥대서야, 아무리 상대가 신지라도 넘어가지 않을 걸.
「…응. 알고 있어」
「알긴 뭘 알아!」
「알고 있어. 나 같은 게, 아스카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
­ …!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안 아스카가 말문이 막힌다.
「…아스카가, 정말로 키스하고 싶은 게 누구인지도 알아」
서서히 내려가는 시선은, 떨리는 주먹은, 사냥감을 놓친 굴욕을 참는 것임이 틀림없다. 눈가에 떠오르는 것은, 분명한 분루 憤淚 .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남 보기엔 상처받은 여자애처럼 보일 아스카를 보면서, 신지는 도대체 무슨 결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꿀꺽. 마른침을 삼킨다.
「나는… 아스카가 … … 좋아」
튀어오르듯이 얼굴을 든 아스카의 기백에 기가 눌린 걸까, 신지가 시선을 돌린다. 아아 진짜! 그딴 건 이제 아무래도 좋… 신지가, 나를!? 에ー엑! 에ー엑!
『…야! 너 그런 내색 한 번도 한 적 없으면서, 이 자리만 모면하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 하는 거면, 절대로 용서 안 해!!』
신지는 내 마음의 고함소리에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를 향해 변명하지 않는다.
「…이게 좋아한다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고,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도… 아직, 잘 알지 못해」
두 사람 옆으로, 펜펜이 지나간다. 신지가 무심코 눈으로 펜펜을 쫓았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전향적이고 열심인 아스카를 존경해. 아스카가 나를 혼내 줘서 고맙다고 생각해.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는 느낌. …좋아한다, 는 게 이런 걸까 싶고」
시선을 되돌린 신지가, 아스카의 눈에, 그 눈동자에 비친 자기에게 끄덕여 보였다. 그 얼굴은 몹시도 진지해서, 적어도 신지가 도망치려고 이러는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나는, 남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 자신이 남을 좋아하려고 한 적은 없었어. 비겁하고, 겁쟁이고, 교활하고, 나약했으니까… ­ 하지만, 지금이라면 남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마음의 소리만으로 말을 계속하는 신지. 이건 나에 대한 대답인 걸까.
「그러니까 아스카는, 아스카답게 있었으면 좋겠어」
「…나…답게?」
고개를 숙인 아스카가, 나…답게…. 라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그것은, 남자애의 고백을 받은 여자애의 곤혹스러움 같은 것이 아니다.
자기 안의 온갖 모든 것들이 셰이크shake되어버린 혼란 끝에, 자신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들이받혔고, 그 답을 찾을 수 없어 프리즈freeze한 거야.
­ 
예전에, 에바를 탈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자신이 무엇인가, 한참 생각했었다. 에바에 탈 수 없게 될 정도로 꺾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나는, 도대체 누구냐. 내가 주체인가, 에바가 주체인가. 에바가 주체였기에 에바에 탈 수 없게 된 순간 나는 망가져 버린 게 아닐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묻기를 주구장창 계속하고 있었다.
자신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아만 비대해졌으니, 시나브로 에바에 침식되어 갔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에바 없이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지금.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에바니 칠드런이니 그런 것들이 제외된 자신을 마주보아야 해.
…아스카. 생각해.
­ 
「…저기…?」
미동도 하지 않는 아스카에게, 신지가 손을 뻗었다.
『신지, …내버려 둬』
『…그래도,』
『됐으니까. …그대로 내버려 둬』
­ …
한참 주저한 끝에, 신지의 손이 힘없이 떨어진다.
「…아스카, 잘 자」
­ 
신지, 너는 나약한 만큼 상냥한 거라고 나는 줄곧 생각했어. 그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지금도 꼭 그렇지? 아스카를 상처입히는 것이, 그래서 자신도 상처입는 것이…, 두려웠던 거지?
하지만, 나약함이 모든 것의 기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지금 느꼈어.
­ 

****
­ 

이튿날 아침, 소류 아스카 랭글리는 실종되었다.
­ 
계속 つづく
2007.07.18 PUBLISHED
2007.07.19 REVISED
2021.11.06 TRANSLATED
2021.11.28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拾弐話



「배꼽을 물어뜯는 마음」: 臍を噛む. 한자성어로는 噬臍莫及서제막급. 비슷한 “후회막급”과 같은 뜻. 『춘추죄씨전』 장공 6년 기사가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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