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기에 그저 돌출되는 행동만을 바란 독일 측은 아스카에게 전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제레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 수집―잘못해서 사도에 격퇴되는 것마저도―이기에, 사도섬멸 자체는 초호기에게 맡기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서, 이호기의 보수용 부품이 윤택한 것도 왠지 억측하게 된다. 선행양산기이니 부품 조달이 용이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아스카에게 정찰의 중요성만이라도 인식시키기 위해 전술 시뮬레이션을 커리큘럼에 짜넣어 봤지만.
「뭐야 이게~!」
디스플레이를 부술 듯한 기세로 아스카가 손바닥을 내리친다.
「바보네에~. 위력정찰도 없이 들이받았다간,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지~」
능글능글 웃어대는 미사토씨의 뺨을 꼬집어 올렸다. 지금의 내 악력으로는 아프지도 않겠지.
분노에 어깨를 떨던 아스카가 뒤돌아보지만, 미사토씨의 얼빠진 얼굴을 보고 할 말을 잃은 듯 하다.
「이력이 가장 오래 된 거, 리플레이 해볼래?」
에에, 유이씌 그러므연…. 이라고 미사토씨가 떠들지만, 무시.
머리 위에 띄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 아스카가 콘솔로 돌아섰다.
그거 보지 마~. 라며 달려나가는 미사토씨의 다리를 걸어 버리려다가 말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미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뒤니까.
「뭐야 이게~!」
조금 전과는 달라진 뉘앙스로, 짐짓 꾸며낸 것처럼 아스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 이걸 갖고 잘난 척 한 거야?」
흑흑흑. 풀썩 쓰러지는 미사토씨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는 아스카. 뭔가 연극조인 것은, 이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길이의 탓도 있겠지.
원한이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는 미사토씨를 무시하고, 콘솔에 다가갔다.
미사토씨의 장점도 단점도, 그 솔직함에 있다. 정확히는, 그 솔직함의 연장으로서 부하를 취급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누구든지 스스럼없이, 대등하게 간주하여 취급한다. 그 연장으로서 부하의 자주성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간섭밖에 하지 않는다.
이것이 상사와 부하로서, 어른들끼리의 관계라면 좋다. 부하의 능력을 인정하고, 권한이나 직권을 무시해서라도 부하의 능력을 살려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휴가씨 등은 미사토씨를 꽤 존경하는 것 같다.
허나, 14세의 소년소녀에게, 그것은 무겁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멋대로 기대받고, 실패하면 질책당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변변한 지시도 주지 않으면서 불평만 하는 격이 된다. 미묘한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이미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것을 오히려 견딜 수가 없다.
어른 취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있고, 어린애 취급하는 것보다야 그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미사토씨는 좋은 상사다. 부하들에게 존경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연령의 아이들을 취급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춘기가 되어줄 2년간이 증발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미사토씨의 초기 전적이 표시된다.
처음에는 히죽거리며 바라보던 아스카가, 서서히 진지함을 되찾는다. 사도의 터무니없음, 정보도 없이 그것들을 상대하는 것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시작했음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미사토씨의 성장을 거기에서 읽어낸 것이다.
그것들을 못 알아볼 아스카가 아니다.
「…정말로, 이런 터무니없는 사도가 오는 거야?」
「마기가 예상한 거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번에 떨어진 녀석을 생각해 보면」
그러네. 라며 콘솔로 돌아선 아스카가, 다시 시뮬레이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이렇게까지 했으니, 아스카는 걱정할 게 없다. 자력으로 연구해서 답을 찾을 것이다. 미사토씨를 재촉하며 즉석 시뮬레이션룸을 나선다.
어른으로서도 어린애로서도, 14세 소년소녀를 취급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사토씨도 생각되는 바 있는지, 조금 텐션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
『 겨, 경보를 정지합니다! 』
미세군집사도가 제87단백벽에서 발생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반입될 때 불시검사를 명목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또한 우리 과학의 한계. 라고 해야 할까.
『 오보다. 탐지기의 미스다. 일본 정부와 위원회에는 그렇게 전해라 』
『 네, 넵! 』
「아, 방금 그거 못 들은 걸로 해요」
…
『…어째서지. 유이』
의아한 듯 통신창을 열어온 겐도씨에게 귀띔하듯이.
「 어차피 숨겨봤자 들킬 걸요. 그것보다 단백벽 납입처에서 무언가 캐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
흠. 중얼거린 겐도씨가 씨익 웃었다.
『제레의 노인네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있겠군』
네르프 거래처 대부분이 제레의 입김이 닿는 기업이다. 단백벽 납입처도 예외가 아니다.
『 방금 전 명령은 철회다. 총원, 제1종 전투배치 』
『 랴져. 총원, 제1종 전투배치 』
이 사도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지저호수에나 가기로 했다.
단백벽에 이상이 없다고 모의체를 사용한 의사 엔트리 실험을 실시한 것은, 괜한 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에 추가된 얼러트가 발령소를 붉게 물들인다.
「모의체가 파괴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나오코씨의 손으로 수시로 브러시업하고 있는 마기 오리지널에게 미세군집사도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멜키오르가 해킹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로직모드 변경을 제안한 것도 일찌감치 퇴짜맞았다.
계획이 돈좌된 미세군집사도는 모의체로 직접 날뛰기로 한 걸까.
멜키오르조차 제대로 지배하지 못했으니, 이번에도 결과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초호기로 나가겠습니다」
「나도 갈래」
「안 돼!」
따라오려는 아스카를 리츠코씨가 잡아세운다.
「이호기는 코어 세팅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 당장 나갈 수 없어」
아스카의 설득은 리츠코씨에게 맡기고, 발령소를 뛰쳐나간다.
미세군집사도는 곤란한 상대 중 하나지만, AT필드로 포박해서 모의체를 N²폭탄으로 구우면 섬멸할 수 있겠지.
만일을 생각해서 아담의 은닉장소를 재고하라고 재촉해 두었기에, 거리낌없이 날뛸 수 있는 게 불행 중 다행일까.
****
한가해 보였기에 부엌일을 돕게 시켰는데.
「신지. 화를 내면서 무를 갈면 매워질 거야?」
엑? 이라며, 무슨 소리냐는 얼굴. 스스로도 몰랐던 건가.
「화난 거 아니에요」
눈썹이 닿을 정도로 미간을 찌푸리고, 저렇게 힘을 주고 있으니, 설득력이 없다.
북북북북. 무서운 기세로 무가 뭉개지고 있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너무 매워져서 아스카한테 불평 들어도 나는 몰라?」
순간 미끄덩 빠져나간 무가 개수대의 식기 바구니를 직격했다.
뭐뭐뭐뭣. 허둥대는 신지를 대신해, 레이가 개수대로 향한다.
「왜 소류가」
「왜라니, 저녁 식사에 초대했잖아?」
잊어버렸다. 라기보다 알지 못했다, 라는 표정으로 신지가 망연해한다.
용해액사도 전투 이후, 아스카가 저녁 초대에 응해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신경은 쓰이는지, 보통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미사토씨도 카지씨도 없어서, 아스카 혼자 초대하게 되었지만.
…
리츠코씨까지 더해서 그 세 명이 친구 결혼식 때문에 부재중이라는 것은, 어쩌면 아스카는 데이트를 나간 것일까.
혹시나 해서 신지의 표정을 훔쳐보았지만, 이것만은 역시 알 수가 없다.
「…왜, 매워지는 거야?」
레이가 가져온 무를 일단 받았다.
「힘을 너무 실으면 무의 세포가 쉽게 터지고, 거기서 매운 성분이 생성되는 거야」
게다가 지금의 일본에서는 1년 내내 여름무를 먹어야 하니까, 애초부터 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구나. 라고 중얼거린 레이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손을 내밀기에 무를 돌려주었다.
신지의 손에서 강판을 빼앗아, 실로 정중하게 갈아내기 시작했다. 별도의 그릇을 준비한 것을 보아, 자기가 먹을 것을 갈아내려는 것이다.
레이는 자극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네르프 본부에서도 다섯 명밖에 열 수 없는 격벽이, 지금 열리고 있다.
「어머, 이런 데서 데이트?」
「유이씨!?」
반사적으로 이쪽으로 돌린 총구를, 미사토씨가 황급히 돌린다.
역시 예상 밖이었는지, 카지씨의 표정도 딱딱하다.
친구 결혼식 다음날 여기까지 침입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진작부터 매복해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 계신 거죠?」
조심조심. 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미사토씨. 질문하는 학생도 아니고, 손은 들지 않아도 됩니다만.
「사도대책실장이 사도의 모습을 보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일과라고 딱 잡아떼며, 등 뒤의 릴리스를 엄지로 가리켜 보였다. 얼마 전 롱기누스의 창을 찔렀기 때문에, 모습을 보러 왔다는 것도 거짓말만은 아니다.
그 흰 거체를 겨우 인식한 미사토씨의 표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이건 에바? …설마!」
눈짓으로 질문해오는 미사토씨의 시선을 떠넘기듯이 카지씨를 보았다.
「…그래. 세컨드 임팩트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의 요점이자 시발점. 아담이다」
「아담. 그 제1사도가 여기에…」
경악으로 전율하는 미사토씨를 흘끗 보고는, 카지씨를 관찰한다. 저번 세계에서는 알지 못했던 그 흉중의 마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카지씨가 어느 정도 진실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것이 아담이라고 고할 때, 한 순간 미사토씨를 피한 시선.
카지씨는 적어도, 이게 아담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실제로 눈앞에서 직접 목도함으로써――그리고 이것을 아담의 목격자였던 미사토씨에게 보여 줌으로써, 그 의심에 대한 확증을 얻고자 했던 것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미사토씨가 오인하면서, 제1사도 아담과 동격인 존재를 확신하게 된 것이 아닐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태세가 갖추어진다. 그때까지 카지씨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
「그건 그렇고, 카지군은 삼중간첩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
「…그렇게 티났습니까」
순간 능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온 카지씨가 턱을 문지른다.
릴리스를 보고 놀란 미사토씨가, 카지씨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아예 몸이 굳었다. 나 역시 그랬지만, 기껏해야 이중간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카지군의 설득은 카츠라기씨에게 일임할게요. 성공하면 에비스 1년치」
「너무 싸게 먹히는 거 아닙니까?」
미사토씨의 1년치가 어느 정도 양인지, 카지씨라면 알고 있겠지.
「부상이니까.
정상은 제레도 가르쳐주지 않을 비밀이 어떨까」
「그것은 아주 흥미롭군요. 예를 들면?」
표표한 태도를 티끌만치도 무너뜨리지 않고 무심하게 물어오다니, 만만치 않다.
「그거야 물론, 삼중간첩을 그만두고 나서의 기쁨으로 아껴 둬야지」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발길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이미 알고 있는 지금의 내게, 카지씨의 중요성은 낮다.
그래서 삼중간첩으로 포섭할 인재들의 리스트에서 이름을 찾았을 때는, 적당한 이유를 지어내 제외시키려고 했었다. 네르프라던가 제레라던가, 관여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야 결국 이 사람의 안전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순수히 제레 쪽의 스파이로 보내 놓으면 오히려 위험성이 늘어난다.
이렇게 잡아 놓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계속 つづく
2007.08.01 PUBLISHED2021.11.06 TRANSLATED
2021.11.27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丗六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