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2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제세이화


저기, 이 파자마…. 라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감싼 아스카가 다이닝에 막 들어서고 있었다.
갓 쓰기 시작한 새 파자마 차림.
붉은 염색의 그라데이션은 염색이 덜 된 것 같은 소매에서부터 서서히 색채를 더하여, 옷깃에 다다르면 팔석홍八汐紅에 이른다. 여덟 번 거듭 염색한 붉은색은 옛날에는 백성에게는 금지된 색.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선명하다.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염색이, 아스카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 
 
K・O!하는 인공음성에 거실 쪽을 쳐다보니, TV게임을 하고 있던 신지가 망연히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다.
「신지도, 목욕하고 자야지」
으응. 건성으로 대답한 신지가 게임기 전원을 끄고 일어섰다. 표시가 전환된 텔레비전에 비치는 것은, 흔해빠진 정보버라이어티.
물 온도 딱 좋더라. 라고 이야기하는 아스카에게, 아 그래. 라고 어째 쌀쌀맞게 대답한 신지가 다이닝을 통과한다.
신지의 태도 같은 것은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는 듯, 의자를 뺀 아스카가 부엌에 시선을 돌렸다. 먼저 목욕을 끝낸 레이가 입가를 닦으며 부엌에서 나온 것이다. 목욕을 마친 뒤 우유를 한 잔 마시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 레이의 시선도 아스카에게 쏠린다. 미묘하게 크게 뜬 두 눈을 보건대, 지나칠 정도로 어울려서 놀랐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처진 눈썹꼬리는 부러워서 그런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게 특별주문품을 사줄 수 없어, 레이는 아직 시판 파자마다.
타박타박 식탁을 돌아, 레이가 아스카 옆에 앉는다.
「…아스카. 어울려」
「그래? 고마워」
불쑹 중얼거리는 레이와,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스카. 본인들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어느샌가 이 둘은 사이가 좋아져 있었다. 방금도 함께 목욕을 했고, 오늘 밤은 아마 같이 잘 것 같다. 예전에 레이가 무 간 것을 사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스카를 위해서였다.
저래봬도 아스카는 매운 것에 약하다. 저번 세계에서도 양파 좀 더 잘 볶으라고 불평을 듣곤 했다. 그런 것까지 서로 가르쳐 줄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면, 분열사도 사건으로 생겨난 끈이 어느새 많이도 자라난 것이다.
­ 
「파자마, 마음에 드니?」
「뭐어, 대충…」
무정한 말과 달리, 옷깃이나 소매를 내려다보는 눈가는 웃고 있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기쁘다.
「실은 생일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생일이라니, 도대체 몇 주 전 이야기야」
파티 자체는 부탁할 것도 없이 신지가 알아서 해 주었지만, 미리 준비한 선물은 정작 전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미안해. 하지만 요새 쭉 입원하고 있었잖니?」 
양손을 모아 사과한다. 재활의 성과가 나와 왼팔도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랬었지. 라고 탄식한 아스카가, 그래도…. 라며 시선을 피한다.
「…당케Danke
쑥스러움으로 물든 뺨을 미처 숨기지 못한다.
「천만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부엌으로 발길을 옮긴다. 저래봬도 아스카는 수줍음이 많아서, 계속 쳐다보았다가는 쑥스러운 나머지 화를 낼 것이다.
­ 
「어째서 난 우유야?」
「커피가 더 좋았어?」
그런 건 아니지만…. 이라며 유리잔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복한다. 어린애 취급을 당한 것이라고 착각한 걸까.
식탁에 아이스커피를 내려놓고, 내 지정석에 앉았다.
「아스카쨩은, 아마 미네랄이 부족할 거야」
「무슨 소리?」
돌아본 시선에 의혹의 빛은 없다. 보안부가 아스카의 일거수 일투족을 내게 보고하리라고, 그냥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수질이 연수야. 독일 시절과 같은 식생활을 계속하면 미네랄이 부족해질 거야」
나도 저번 세계에서 독일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고, 아스카의 영양관리를 해본 적이 있으니 알 수 있다.
아아, 그런 거야. 라며 유리잔을 들어올린 아스카가 단숨에 들이킨다. 우유에 젖은 윗입술을 핥으며, 욕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 …
「레이. 미안한데, 잠깐 너희 엄마하고 이야기 좀 해야겠어」
끄덕 수긍한 레이가, 타박타박 거실로 향한다. 텔레비전 가까이 진을 치고 아동서를 펼친다. 눈가를 문지르는 것은, 이미 소학생이 일어나 있기에는 힘든 시각인 탓이겠지. 사도전 뒷처리도 있고 해서, 오늘은 저녁식사가 늦어졌다.
「지금이라면 괜찮겠지」 
그래. 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며 커피를 한 모금.
 
「오늘 본 그거, 뭐야?」
롱기누스의 창을 가지러 가기 위해, 아스카는 터미널 도그마에 내려갔다. 당연히 릴리스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만든 셈이지만.
전투의 흥분이 식고 진정한 아스카는 그에 대한 의문을 던져왔다.
그 대답을 미루고 우리 집에 데려온 것은, 큰 의미는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아스카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사도야」
예상범위 내였을 텐데, 아스카의 뺨이 굳는다.
「…어째서?」
「다른 사도를 유인하기 위해서」
그렇구나. 고개를 수그린 탓에, 머리에 두른 수건이 풀린다.
「그럼 혹시, 에바도…?」
「그래. 그거의 카피야」
정확히 말하자면 이호기는 그렇지 않지만.
수건과 앞머리에 가려져, 아스카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상반신밖에 없는 몸, 단면에 돋아난 무수한 작은 다리들을 보았겠지. 상처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붉은 체액을 보았겠지.
이호기가 창을 뽑자마자, 순식간에 하반신이 재생했다. 기록영상으로 본 나도 놀랐으니, 직접 목도한 아스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나, 저런 것의…. 라고 중얼거리는 아스카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 …
커피를 마신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에 놀란 듯, 아스카가 얼굴을 든다.
궁금한 것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눈동자에 희구의 빛을 실은 아스카의 눈길이 애처롭다.
고개를 갸웃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아스카는 목구멍까지 나오려던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로 삼켰다.
「독일에서는,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대답 따위 아무도 안 해 줬어.
­ …어째서, 당신은 이런 것까지 다 가르쳐 주는 거야?」
그것은,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정도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는 아스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정황이 주어지는 것은, 긍지가 용납하지 못하는 건가. …솔직해질 수 없는 것이, 아스카의 약점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약점인데….
「아스카쨩이 인형이 아니라면,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행동해야 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있어야지.
­ 자신을 무엇을 타고, 무엇과 싸우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아스카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를 원하니까」
그렇구나…. 라며, 아스카가 힘없이 일어선다.
「나, 오늘은 이제 피곤해서…」
「그래, 전에 썼던 방, 그대로 놔두었어」
응, 고마워. 라며 떠나가는 등이, 너무 작아 보였다.
따라가려는 레이를 말리려다가, 말았다. 내가 쓸데없는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싫으면 싫다고, 아스카는 제대로 의사표시를 할 것이다.
­ 
아스카는, 굳세어지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그 도움을 주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
허나, 아스카에게는 본의가 아니겠지만, 나는 아스카가 에바에서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에바 따위에 아이덴티티를 두었다가는 예전의 자신의,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의 아스카의 되풀이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
이렇게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이호기로부터 정을 떼게 하는 것이 괴롭지만, 그 초췌했던 아스카의 모습만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 

****
­ 

­  「 안녕히 주무셨어요~오♪ 」
현관문이 슬라이드하는 소리와 동시에 쾌활한 인사. 마나쨩이다.
이 맨션 아래에는 독신자용 원룸이나 1DK들이 있는 층이 있다. 마냐쨩과 무사시군에게 각각 1칸씩 준비해 주었다.
내가 퇴원한 뒤로, 이렇게 아침식사나 저녁식사를 하러 오게 하고 있다.
좀 있으면 무사시군도 올라올 것이다.
「안녕하셨어요!」
다이닝에 뛰어들어온 마나쨩이,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부엌에 얼굴부터 들이밀었다.
「좋은 아침. 마나쨩」
화장기 없는 피부에, 황달의 기색은 없다. 이제 외모로는 이 아이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치료는 계속해야 할 것 같은데.
「뭔가 도와드릴까요?」
「그러게. 접시 좀 꺼내 줄래?」
네~에♪ 씩씩한 대답이 마음의 안팎에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는 것일까?
콧노래와 교차하는, 식기를 늘어놓는 소리가 상쾌하다. …아참, 그렇지. 오늘은 1인분이 많다고 얘기해 놓지 않으면….
­ 「 신지군, 아직 자고 있나요? 그렇지! 제가 깨우고 올게~요♪ 」
또다른 도플러 효과를 일으킬 것 같은 기세로, 마나쨩이 다이닝에서 사라졌다.
­ …
­  「 헤에, 신지군은 삼각파구나아♪ 」
­  「 엑…? …마나? 」
아무래도 신지는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나 보다.
­  「 피부 많이 탔네♪ 그렇게 새하앴는데 」
­  「 보, 보지 마! 」
­  「 야 너, 그런 데서 뭐 하는 거야! 」
아스카가 다 씻고 욕실에서 나온 모양이다. …아니, 소란을 듣고 나온 것일까?
­  「 어, 소류양. 좋은 아침 」
­  「 좋은 아침…이 아니고, 내 질문에 대답하라고! 」
­  「 아침밥 먹으러 온 건데 」
­  「 그딴 건 안다고. 신지 방 앞에서 뭘 했냐고 묻잖아! 」
실례하겠습니다. 차분한 어조. 무사시군이 왔나 보다.
­  「 …뭐 하고 있냐, 니들? 」
­  「 됐으니까 문이나 닫아!! 」
 
…시끌벅적하네.
­ 
「안녕하십니까」
복도의 소란에는 신경을 껐는지, 무사시군이 다이닝에 얼굴을 내밀었다.
「좋은 아침. 무사시군」
「지난 주 업무보고, 송부해 두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그들의 생활은 유니세프에 의해 보장되고, 제3신동경시에서 사는 것에 불편은 없다. 다만 완전히 군인 버릇에 물이 들어 버려서, 명령에 따르지 않는 무목적한 중학생 생활이라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안이 커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고아 출신이라 전략자위대 생활이 길었던 무사시군 뿐인가 싶었는데, 마나쨩도 그렇다고 하는 것을 보니, 군사교련이란 것을 얕볼 수가 없다.
그래서, 교내에서의 요인경호, 비상시의 에스코트를 아르바이트로서 제안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네르프 요인의 자제들이 다니는 이상, 시내의 학교들에는 여러 형태로 첩보부와 보안부 인간들이 파견되어 있고, 마기의 감시도 있다.
허나, 마나쨩과 무사시군은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총기 지급여부나 감시체제 같은 것을 물어보고, 보안부와 안면을 트게 해 달라 상신해 오거나, 거리에서 본 수상쩍은 사람의 보고까지 올리고 있다. 무사시군은 여기 밥을 먹으러 오는 것조차 그 임무의 일환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본의는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재활이 필요하다고 단정하기로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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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판 같은 의장의 홀로그램들이 늘어서 있다.
『 롱기누스의 창, 회수는 우리들의 손으로는 불가능하다 』
1, 4, 9로 시작하는 등비수열은 무한한 존재의 성질을 밝혀낼 단서라고 한다. 무한이란 곧 신을 나타내며, 유한한 사상에서 그것을 헤아리고자 하는 자들의 성과라던가. 그 비율로 묘사된 이 석판은 유한에서 무한에 이르는 생물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보완계획으로 인류를 강제 진화시키려는 제레에게 있어 안성맞춤의 의장이다.
…주부 일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어묵 판때기와 같은 비율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 어째서 사용했나 』
릴리스의 각성을 촉구하는 지금, 서드 임팩트를 제어할 수 있는 롱기누스의 창은 방해물이었다. 아마 이전 세계들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참 알맞은 구실이었다.
『 에바 시리즈. 아직 예정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 』
「사도 섬멸을 우선시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이었습니다」
대답하는 것은, 평소의 그 포즈의 겐도씨. 카메라의 사각에 서 있는 내 모습은 가상회의실에는 보이지 않는다.
『 부득이했다고. 변명을 할 거면 좀 설득력이 있게 하도록 』
『 최근 자네의 행동 가운데, 차마 눈 뜨고 못 볼 것들이 있네 』
띠링띠링띠링. 위원의 목소리를 가로막듯이 인터폰이 울렸다.
「후유츠키, 심의중이다! …알았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서랍을 넣는다.
「사도가 현재 접근 중입니다.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 그 때 자네의 자리가 남아있다면 말이지 』
홀로그램 판석들이 사라진다.
「…유이」
선글라스를 벗고 올려다보는 시선을, 상냥히 받아들였다.
내 왼팔을 치료하는 도중, 겐도씨의 음주량은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 놈이 귀엽다던 자네 말이 실감이 났다네. 라고 병문안을 온 후유츠키 부사령이 일러 주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겠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가. 라며 쓴웃음을 짓는 부사령도, 왠지 귀엽다고 생각해 버렸지만.
내 깁스를 제거한 그날 밤,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한 겐도씨는, 그것을 계기로 술을 끊겠다고 했다. 그 대신 리츠코씨에게 수면유도제를 처방받는 것 같다. 덕분에 눈 밑에 그늘은 사라졌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다.
「네에, 다녀올게요」
­ 

***
­ 

탈의실로 향하는 도중의 휴식공간에, 아스카의 모습이 보였다.
들여다보는 모니터에 비치는 것은, 이제 막 코라強羅 절대방위선을 통과하려는 빛의 고리. 에바침식사도다.
「왜 그러니? 아스카쨩」
돌아본 아스카는,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인지 눈이 충혈되어 있다.
「나…」
시선을 떨어뜨린 아스카에게 다가가, 살짝 껴안았다.
「나, 내가 에바를 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게 되어 버렸어…」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의외로 솔직하게 맡겨오는 몸의 무게가, 기분 좋다.
「지금은 에바를 타는 게 무서워. 하지만, 에바에 타지 못하면 내 가치가 전혀 없어질 것 같아서 불안해」
그 어깨를 품고, 천천히 떼어놓는다.
「무슨 소리니, 너는 이호기의 부속물이 아니야?」
튕기듯이, 아스카가 얼굴을 들었다.
「너는, 소류 아스카 랭글리야. 에바가 있든지 없든지, 네가 너라는 것에 변함은 없어」
그 말이 스며들기를 기다리듯, 아스카가 우두커니 섰다.
물의 흐름에서 하늘의 계시를 느낀 기적의 소녀처럼, 에바와 떨어진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음에 틀림이 없다.
「차분히 자신과 마주보고, 그러고 결정하자. 에바에 탈지, 어떨지」
끄덕. 수긍하는 아스카를 한참동안 얼싸안고, 그 뒤 탈의실로 향했다.
­ 

***
­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그런 꼴을 당했는데, 아무리 이 사람이라도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을까.
허나, 탈의실에 뛰어들어온 미사토씨는, 적어도 겉으로는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작전부의 붉은 재킷을 벗어던지고, 목에 걸린 로자리오도 벗는다.
­ …
얼굴에 걸리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거울 너머를 향하는 시선은 가슴의 흉터인가.
「…싸우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바라던 바니까요」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듯한 중얼거림은, 마치 혼잣말 같다.
「그러기 위해, 당신을 상처입히는 것도 각오한 바입니다」
언뜻 돌아본 시선은, 내 왼쪽 어깨에 들러붙는다.
「직접 내 손으로 사도를 쓰러뜨렸는데도, 아무 것도 변함이 없었다. …그 공허함도 견딜 수 있습니다」
블라우스 단추에 닿은 손가락이 떨렸다.
「…그런데도, 흔들리네요. 그 이후로…, 내가 나를 따지고 드니까」
그 기분, 너무 잘 안다. 언제나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은, 속일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아무리 도망쳐도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다. 그로부터 벗어나려 들면, 스스로를 부수게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아스카가 그랬듯이.
단추를 푸느라 악전고투하던 손가락이, 딱 멎는다.
「지금도…, 형편 좋을 때만 남자에게 매달리려 하는 교활한 여자라고.
­ 두렵지 않다고 말해놓고, 각오했다고 입밖에 내놓고, 견딜 수 있다고 뱉어놓고는, 여자라는 것을 이용해 남자에게…」
거칠게 입가를 훔친 손등에, 입술연지가 붉다. 뺨으로 뻗은 붉은 줄기가, 씻어낼 수 없는 핏자국 같아 애처롭다. 원래 화장기가 적던 사람인데, 언제 엔트리 플러그에 들어가게 될지 알 수 없게 된 이후로는 그조차도 거의 안 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헛된 기쁨과 자기혐오를 거듭하며 발버둥만…, 」
에바에 타고 나서부터…. 라며 계속된 중얼거림은, 이미 오열이 섞여 있었다.
「그래도, 기왕 후회할 거라면, 적어도 앞으로 나아가서 후회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풀지 못할 것 같은 목 언저리 단추를 대신 풀어 주었다.
「…그러니까, 에바를 탑니다. 끝장을 보기 위해서」
이 사람의 굳셈과 약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서드 임팩트 따위 일어나지 않고 끝났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도, 그저 이 사람을 대신해 싸워줄 각오 그것만 있었다면.
쑫아지려는 눈물을 몰래 삼키고, 미사토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마음껏 발버둥쳐도 좋아요.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거니까」
­ 

***
­ 

 
소운산早雲山 케이블카 무장곤돌라의 공격도, 무장빌딩의 공격도, 에바침식사도는 개의치 않았다. 시침을 뚝 뗀 얼굴처럼 오오와쿠다니大涌谷 상공에 그저 떠 있다.
앞좌석에 앉은 미사토씨에게, 쓸데없는 분기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은 관망세로, 후 300 접근해서 필드 중화, 팔레트 라이플로 견제합니다. 괜찮을까요?」
「네에」
팔레트 라이플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미사토씨는 물론 위력정찰을 할 생각일 것이다.
­ 
뚜둑. 하고 갈라진 소리가, 생리적 혐오를 일으킨다. 정점회전을 계속하던 에바침식사도가 고리를 끊은 것이다.
몸부림치듯이, 그러나 의외로 민첩하게 초호기로 엄습해 온다.
­ 
살짝 S²기관을 시동한다. 웬만큼 익숙해져서, 화쇄류 같은 열광에도 농락당하지 않는다. 아니면, 이것도 부담을 분산한 복좌식 엔트리의 효과인 걸까?
­ 
…할 수 있다면, 예전에 아야나미가 어떻게 이 사도에게 침식당해간 것인지, 이 몸으로 직접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은 무릅쓸 수 없다. 이제 그런 일은 없겠으나, 왼팔을 또 절단당할 수도 없고.
­ 
「필드 중화, 부탁합니다!」
미사토씨가 팔레트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동하면서 왼손에 나이프를 장비한 것은,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는 에바침식사도를 경계해서일까.
「필드 전개!」
말과 달리, 실제로 한 것은 필드의 중화가 아니다.
에바침식사도는 덮쳐든 곳의 안티 AT필드에 들이받고, 빛의 끈 같은 몸이 뜯어져 나갔다.
남들 보기엔 팔레트 라이플 탄환이 그 몸을 깎아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 
계속 つづく
2007.08.22 PUBLISHED
2007.08.29 REVISED
2021.11.12 TRANSLATED
2021.11.28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第世弐話



「물의 흐름에서 하늘의 계시를 느낀 기적의 소녀」: 헬렌 켈러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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