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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8월 22일 수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십칠화


「아, 싫다. 또 이 천장이야」
「신지, 정신이 들어!?」
들여다보는 아스카의 얼굴을 인식한 듯, 신지가 킥 하고 웃었다.
「뭐, 뭐야…」
「미안. 어째 최근 들어 계속 이런 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만」
일어나려는 신지를 제지한 아스카가 리클라이닝을 일으켜 준다.
고마워. 라고 말하는 신지로부터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별 거 아니야. 그래도. …이애, 왠지 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거 같은데.
「사도는?」
「내가 나가자마자 줘패서 쓰러뜨려 버렸지」
가슴을 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스카.
영호기의 포지트론 20X 라이플은 유효거리에 도달도 못 할테니, 남들 보기엔 이호기가 쓰러뜨린 것으로밖에 안 보였겠지.
사령부가 초호기의 동향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굳이 정정해줄 생각은 없나 보다.
「그랬어, 역시 대단하네」
「흥! 당연한 거 아냐♪」
정말로 기분 좋다는 듯, 머리카락을 빗어넘기는 아스카. …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너는 어땠어. 사도의 공격」
…으응. 신지가 시선을 숙였다.
「내가 필요 없는 애라는 걸, 깨달았달까나…」
무슨 소리야. 라며 의아한 듯 아스카가 몸을 내밀었다.
「그 빛 속에서, 점점 옛날 일들이 떠올랐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것이나…, 잊어버리고 싶은 것까지…」
점점 작아져 가는 목소리를, 의외로 아스카가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있다.
「세 살 정도 때였나. 아버지한테 버림받았었어.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나를, 내버려 두고 떠나가는 아버지의 등…」
…떠올리고 싶지 않았어. 라며 신지가 시트를 움켜쥐었다.
「편지 한 통으로 불러내는가 싶더니, 용건은 에바에 타래. 그 뿐이었어…. 내가 우연히 에바에 탈 수 있어서, 이용할 수 있으니까 불렀던 것 뿐이었어…」
「…신지」
자기가 부모를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신지의 기분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치만, 상상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래서 동정해줄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지금의 이애에게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지의 시야 구석에, 의자에 앉은 아스카의 무릎이 보인다.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양손을, 자꾸만 고쳐쥐고 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말할 수 없게 된 신지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아스카 사이에 정적이 내려앉고, 무겁다.
… 
­ ……
­   …
「아아 진짜, 못 해 처먹겠네!」
손바닥을 번득인 아스카가, 시트를 움켜쥔 신지의 손을 두드렸다.
찰싹 하는 얼빠진 소리. 아프지 않다.
간식을 훔쳐먹는 아이를 발견한 모친이 아이를 나무랄 때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너 몇 살이야, 부모도 자식도 아니야. 지금의 너한테 아빠라는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갖다버려 갖다버려, 그딴 글~러먹은 인간, 이쪽에서 버려주면 그만이야」
­ …
 
눈이 휘둥그레서 아스카를 보던 신지가, …그렇네. 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문득, 미간을 좁힌다.
「저기, 아스카. …혹시, 내 꿈 속에 나왔어?」
「뭐어!? 내가? 왜 너 같은 거의 꿈 따위에」
으~응. 신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사도의 공격 마지막 무렵에…, 아스카하고 완전히 똑닮은 여자분이 나와서,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줬던 것 같은데…」
나를 완전히 똑닮은 여자부~운? 수상쩍다는 듯 아스카가 바라본다.
그나저나 여자분이라니…. …설마 신지가 어린애였기 때문에, 내가 어른으로 보였던 건가? …그보다도, 나 이름 밝혔는데…, …잊어버렸나 봐. 므으….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던 것도 같아서, 아스카가 아닐지도」
「당연하잖아. 왜 내가 신지의 꿈속까지…, …잠깐, 너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나를 네 멋대로 꿈속에 불러내서 이런 거라던가 저런 거라던가 시키고 그랬던 거구나!?」
환자복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댄다.
「한 적 없어! 안 한다고!」
「음흉! 치한! 변태!! 못 믿어!!」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고 말 거야!! 라니, 그렇게 눈물 고인 울상 짓지 않아도….
­ …
끝없이 흔들리던 신지의 눈이 돌아가 버리자, 박정하게 아스카가 손을 뿌리쳐 버리고, 신지는 흐물흐물 리클라이닝에 쓰러진다.
­ 
문 열리는 소리.
「신지군이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왔는데…. 오보였나 보네」
「리츠코…, 뭔데?」
아스카의 목소리가 딱딱하다. 방문자가 의사인 리츠코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문진을 겸해서, 신지군에게 청취조사를 들을까 해서」
「앗!」
또각또각 힐을 울리며 다가온 리츠코가, 신지의 손을 잡았다. …잡은 것 같다. 시야가 아직 이상하다. 마치 회전목마 같거든.
「부정맥은 없는 거 같고」
한쪽 눈만 부신 것은, 아마 리츠코가 펜라이트로 비추고 있어서겠지.
동공산대도 없음. 이라고 리츠코가 중얼거린 그 즈음, 신지의 시야가 되살아난다.
「아…, 리츠코씨」
「기분은 좀 어때? 신지군」
슬쩍 아스카를 바라본 신지가, 노려보아오는 눈길에 도로 리츠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건 다행이네」
­ 
리츠코의 청취조사라는 짓은 거의 한시간 동안 이어졌던 것 같다.
불과 몇 분만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아주 미세할 정도로 세세하게, 질문 방법만 바꿔가며 몇 번씩 물어보는 짓이었다. 아주 그냥 시시콜콜 미주알고주알.
지금쯤이면 아마 신지보다도 리츠코가 상황을 더 잘 파악하게 되었겠지.
「그래서, 신지군?」
「뭔가요?」
어지간히 진이 빠져서, 신지의 어조에 힘이 없다.
「그 때 케이지의 모습, 기억나니?」
「케이지…라고요?」
『기억나?』
글쎄. 라고 시치미를 떼고 말았다. 신지가 모른다면, 리츠코에게 알려줄 의리 따위 없지.
「케이지…라니, 감시카메라 있잖아. 일부러 신지한테 묻는 의미가 뭐야!?」
아스카가 불쾌해진 것은, 신지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기다리다 지쳤기 때문이겠지. 물론 아무도 그런 부탁 한 적 없지만. 오히려 리츠코는 아스카를 쫓아내려 했는데.
그게 말이야…. 라며 리츠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도가 쏜 빛 때문에 헐레이션halation이 일어나서 기록영상은 새하얗고, 초호기가 펼친 AT필드가 광파, 전자파, 입자까지 모두 차단해서, 아무것도 모니터하지 못했거든」
지친 듯한 쓴웃음은, 신지에게서 유익한 정보를 얻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그런 거구나.
「…얼라려? 릿쨩, 아직 안 갔어?」
문이 열리는 동시에 그런 얄망궂은 목소리를 낸 것은 카지씨. 겨드랑이에 수박을 끼고 있다.
「카지씨~이♪」
「이제 막 일어난 신지군 상대로, 좀 길지 않아? 지금쯤이면 끝났겠다 싶어서 왔는데…」
새된 목소리를 높이는 아스카에게는 윙크만 돌려주고, 카지씨는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였다.
「어머, 벌써 시간이 그래? …정말이지. 신지군 미안해, 피곤했겠다」
「…아뇨, 괜찮아요」
자신도 손목시계를 확인한 리츠코가, 의외로 제대로 고개숙여 사과했다. 사춘기 청소년을 다루는 방식은 모자라지만, 대등한 개인간의 교류라는 점에서는 빈틈이 없구나. 이만 실례할테니 천천히 몸조리 해. 라며 리츠코가 일어섰다.
「아스카. 미안하지만 이거, 좀 맡기자」
「에~!? 내가~! 카지씨는요~?」
황새걸음으로 병실을 가로지른 카지씨가, 아스카에게 수박을 떠넘겼다.
「좀처럼 잡히질 않는 아카기 박사와 동행할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말이야」
「어머, 나?」
카지씨와 교대하듯이 병실을 나가려던 리츠코가 돌아보았다.
「아아. 최근들어 어째 아르바이트 쪽 일이 텅 비었거든. 그래서 본업에 종사할까 하는데…, 그 일자리 주선이라도 좀 청탁하고 싶어서」
「「수상하네」」
이구동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동음이의라는 말도 있지.
「그럼 이만, 아스카, 신지군. 그렇게 되었으니 실례」
되돌아 리츠코를 쫓아간 카지씨가, 한 손을 흔들며 병실을 나섰다.
­ 

「신지, 수박 먹을래?」
끌어안은 수박을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한 아스카.
뜻밖에도 신지의 시선은 못박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피하는 것도 아니다.
…신지의 속에서, 무언가가 변한 것이겠지.
「그거, 안 차갑지. 다 먹지도 못할 테고. 간호사 대기실에 맡기면 시원하게 만들어 주실 테니, 나눠서 먹자」
「그렇네. 갖다놓고 올게」
고마워. 라고 말하는 신지로부터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고 하는 말, 별 거 아니야. …그래도 역시 이애, 여유가 있어 보여.
­ 

****
­ 

「15분 후 거기 도착할 거야. 이호기를 32번에서 지상으로 사출, 영호기는 백업으로 돌려」
미사토의 쿠페를 타고, 지오프론트로 급행 중.
「…그래, 초호기는 이카리 사령관의 지시라. 내 권한으로는 움직일 수 없어. 그럼, …」
인간의 사정으로 파일럿이 잘려도 사도가 그것을 참작해 줄 리가 없다. 라는 것이 저번 사도전에서 작전부가 학습한 교훈인가 보다.
만약 그 때 현장이 케이지가 아니고, 예컨대 제3신동경시의 대피소거나 그랬으면, 신지를 구하러 가기 위해 초호기가 본부동을 다 때려부쉈을지도 모르는 셈이다.
그리하여, 함부로 신지를 초호기로부터 떨어뜨려 놓을 수 없다. 라는 것으로서, 본부동 내에서 전투대기라는 것이 되었다네.
 
「사도를 육안으로 확인…인가…」
미사토의 중얼거림은 왠지 담담하고, 그걸 넘어 무심하게까지 들린다. 하지만, 그 마음 속은 전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야, 이 도로에 접어든 이후로 저 빛의 고리가 쭉 보이고 있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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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트리 스타트 ≫
­  ≪ LCL 전하 ≫
­  ≪ A10신경 접속 개시 ≫
백업으로 돌릴 예정이었던 레이와 영호기는, 사령관의 말 한 마디에 초호기 기동으로 돌려졌다.
­  ≪ 펄스 역류 ≫
­  ≪ 초호기, 신경접속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
­  ≪ 기동 중지. 레이는 영호기로 출격시켜라. 초호기는 더미 플러그로 재기동 ≫
그래서 지금 아스카는, 고립무원으로 혼자 사도와 대치하고 있다.
­ 
­  ≪ 아스카! 응전해! ≫
­  ≪ 안 됩니다! 적이 너무 빠릅니다 ≫
케이지와 벽 한 장을 사이에 둔 탈의실. 만일의 경우 초호기가 신지를 지키려 들어도 피해가 적도록, 여기에서 대기하라고 분부받았다.
­ 
­  ≪ 목표, 이호기와 물리적 접촉! ≫
­  ≪ 이호기의 AT필드는? ≫
­  ≪ 전개 중. 하지만 사도에게 침식당합니다! ≫
­  ≪ 사도가 적극적으로 일차적 접촉을 시도하는 건가? 이호기와… ≫
미사토의 배려로 전황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곤경을 그저 듣고만 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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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합니다! 이호기의 생체부품이 침식당해 갑니다! ≫
­  ≪ 에바 영호기 발진. 아스카의 구출과 원호를 서둘러! ≫
­  ≪ 목표, 더욱더 침식! ≫
­  ≪ 위험하네, 벌써 5% 이상이 생체융합되고 있어 ≫
아무도 그러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지는 플러그 수트로 갈아입었다. 벤치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것은 바닥.
­ 
­  ≪ 레이, 후 300 접근해서 AT필드 최대로, 팔레트 라이플을 목표 후부에 사격하도록 해! 알겠어? ≫
­   ≪ …라져 ≫
­  ≪ 에바 영호기, 리프트 오프! ≫
모니터에는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힘의 한계까지 움켜쥔 주먹이, 도망칠 데가 없음을 내게 가르쳐 준다.
­ 
 
­  ≪ 목표, 영호기와 물리적 접촉! ≫
­  ≪ 쌍방을 동시에 침식하려는 건가! ≫
신지는, 사도 출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하고 상담도 없다.
이럴 때면 신지가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  ≪ 초호기의 상황은? ≫
­  ≪ 더미 플러그 탑재 완료 ≫
­  ≪ 탐침 고정삽입 완료 ≫
­  ≪ 콘택트 스타트 ≫
­  ≪ 라져 ≫
­  ≪ 펄스 소실. 더미를 거부. 안됩니다. 에바 초호기, 기동하지 않습니다 ≫
­ 
『…도망치면, 안 돼』
마침내, 신지가 일어섰다.
때려부수듯이 문 스위치를 누르고, 케이지를 향해 달려간다.
­ 
『…도망치면 안 돼』
…신지.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짧은 거리지만 전력질주해서, 신지의 숨이 곧 턱밑에 차오른다.
­  ≪ 더미 플러그 거부. 안됩니다, 반응하지 않습니다 ≫
­ ≪ 계속해라, 한 번 더 108부터 다시 해라 ≫
엄빌리컬 브릿지 한가운데 도착했을 때, 들려오는 것은 신지네 아빠의 목소리였다.
「태워 주세요!」
『도망치면 안 돼. 내 자신으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저를, 저를… 이… 초호기에 태워 주세요!」
목청껏 소리를 지른 신지가, 컨트롤룸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거기에 있는 것이 자기 아빠인 것을 알자, 조금, 신지가 당혹한 것을 알 수 있다. 눈썹꼬리가 조금 아래로 처졌다.
 
『도망치면 안 돼. 아버지로부터….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내려다보는 신지네 아빠.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이 거리에서는 역시 안 보이네.
­ ≪ …여기 왜 있냐 ≫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움켜쥐는 오른손, 움켜쥐는 순간 힘이 빠져나간다.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신지는…
『도망치면 안 돼. …그래, 안 돼!』
그 주먹에 무엇이 붙잡힌 걸까, 힘껏 움켜쥔다. 파고드는 손톱의 아픔까지 총동원해서, 신지는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망치지 않는 것만으로는, 떠내려가지 않을 뿐이야. 나아가지 않으면, 도망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자신이 나아가야 해. 스스로 나아가야 해. 그러기 위해… 지금은!』
그래. 그게 너의 답이구나. 신지…
 
「저는, 저는…. 에반게리온 초호기 파일럿, 이카리 신지입니다!」
­ 

****
­ 

『조심해야 해. 아마 금방 올 거야』
『응. 알고 있어』
초호기가 지상에 나왔다.
정면에 영호기와 이호기. 그 등에 갈색 오브제가 자라나 있다. …저건, 지금까지 상대해온 사도들의 모습!? 침식이 피할 수 없는 데까지 진행되었다는 거 아냐?
≪ AT필드 전개, 두 사람의 구출을 서둘러! ≫
「네!」
팔레트 라이플을 겨누자, 빛나는 끈 같은 사도가 덮쳐왔다. 양 끝을 이호기와 영호기에 파묻은 채, 발돋움하듯이 중간 부분을 늘려온 것이다.
물론, 지금의 신지가 방심할 리 없다. 옆으로 날아 피하고 1회전. 거리를 두고 팔레트 라이플을 응사한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이쪽의 일제사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사도가 비틀리듯이 다시 덮쳐온다. 예측하기 어려운 궤도를 그리는 일격을, 겨우 초호기의 왼손으로 움켜잡는다. 지체없이 오른손으로 거들지만, 접촉부분에서 즉시 침식이 시작된다.
초호기에 떠오른 입맥이, 신지의 팔을 거슬러 올라온다.
≪신지군, 프로그 나이프로 응전해≫
미사토의 지시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신지가 오른손에 장비한 나이프를 내리찍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발성기관이 어디 달린 거야. 사도 주제에 붉은 피를 내뿜으며 몸부림을 친다.
「「「 아파… 아파… 이카리군 」」」
신지의 왼손에 돋아난 작은 레이들이, 텅 빈 눈구멍으로 올려다본다.
「「 아프잖아 … 바보신지 」」
초호기가 붙잡은 끝이 끓어오르듯이 아스카의 모습을 이루는가 싶더니, 실로 흐뭇한 얼굴로 매달려 왔다.
우후후, 아하하….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인지 모를 웃음소리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것이, 두렵다. …가 아니고, 내가 두려워해서야 어쩌자는 거야!
『신지! 속으면 안 돼. 이건 사도야!』
입술을 깨문 신지가, 프로그 나이프를 움켜쥔 순간, 혼비백산하는 절규를 남긴 채 사도가 어딘가로 끌려갔다.
­  ≪ AT필드 반전, 단숨에 침식됩니다! ≫
그 끌려간 곳은, 영호기. 사도를 삼키면 삼킬수록, 그 등의 오브제가 쪼그라들고, 반면 복부는 추악하게 비대화한다.
­  ≪ 사도를 억제하려는 거야!? ≫
그러고 보니 그 때 레이는…
『신지. 레이는 자폭할 생각이야!』
『에에엑!?』
영호기로 빨려들어가는 사도와 함께 질질 끌려가는 이호기가 발을 굴러댄다.
팽만한 복부를 받쳐안은 영호기가, 만삭의 임산부처럼 헐떡인다. 하지만 안고 있는 것은 비대화한 혹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 필드 한계! 이 이상은, 코어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
­  ≪ 레이, 기체를 버리고 도망쳐! ≫
≪안 돼. 내가 없어지면 AT필드가 사라질 거야. 그러니까, 안 돼…≫
발령소를 경유해 들려온 그 말은, 너무나도 미약했지만, 신지의 귀를 똑똑히 타격했다.
『야!』
내가 말을 꺼내려 한 순간, 초호기는 이미 내달리고 있었다.
『…어떡하지』
아니 너. 생각도 없이 뛰쳐나간 거야? …정말이지 바보네.
『타이밍을 맞춰 플러그를 뽑는 거야. 삼호기 때의 요령을 떠올리자』
『알았어』
드러누운 영호기의 등 뒤로 돌아간 초호기가, 달려온 기세 그대로 연수 장갑판을 뜯어냈다.
『타이밍은 내가 신호할게. 너는 영호기를 억누르면서, 뽑아낼 준비』
『응』
 
덥석덥석 베어물듯이 혹이 쭈그러들어가는 영호기와 그 건너편의 이호기. 비틀거리면서도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  ≪ 코어가 찌부러집니다. 임계 돌파! ≫
뭔가에 이끌리듯 일어선 영호기가, 사도가 들어간 탓인지 새하얗게 변했다. 색을 빼앗기며 그 본질도 잃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특수장갑째로 영호기의 형상이 변화한다. 연수에 집중한 신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사람의 모습.
…아기가 무언가를 보채는 것 같은 소리? 어디서 난 거지?
『신지이!!』
초호기가 양손을 플러그의 양 사이드에 쑤셔넣었다. 그래서 어딘가 락을 건드린 것일까, 순간적으로 플러그가 배출된다.
방금 그 천사의 고리 같은 거 뭐야?
­ …
뽑아낸 플러그를 끌어안아 보호한 것과, 영호기가 폭발한 것은 거의 동시. 진짜 간발의 차이였다.
­ 

****
­ 

「아야나미이!」
구출해치를 억지로 비틀어 열고, 신지가 플러그 안을 들여다본다.
「괜찮은 거야!」
시트 위의 레이. 축 늘어져서….
「아야나미!」
 
어렴풋이 눈을 뜬 레이가, 머리를 일으킨다.
「…나를 플러그에서 꺼내주는 건, 항상 이카리구…」
레이의 중얼거림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
플러그 안에 뛰어든 신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으로 따귀를 날려 버렸으니까.
­ 
「…아파」
「당연하지! 그게 살아 있다는 증거야!!」
…살아 있어? 뺨을 누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이는, 그것을 이제 처음 알았다는 듯 망연하다.

「…이렇게 아픈데, 어째서 사람은 살아가야 하는 거야? 」
「그딴 거 나한테 묻지 마! 아무도 모르니까, 그딴 거! 그래서 모두들 사는 의미를 찾아가면서 살아가잖아!」
…찾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에게, 그렇다고! 소리치는 신지. 굉장히 열이 뻗쳤구나.
「우리가 에바를 타는 이유를 찾듯이, 누구나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있어! 그런데 그걸!! 아야나미는 그렇게 가볍게! …」
…내가 죽어도…. 라며 벌린 입은, 그 즉시 묵살되었다. 신지가 자기도 모르게 또 손찌검을 휘두른 것이다.
「죽을 때는, 이 정도 아픔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휘두르지 않은 손은 주먹을 움켜쥐어, 플러그 내벽을 두들긴다. 격하지 않다. 그러나 그 주먹에 가둔 힘 때문에, 주먹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런 아픔을 받아들일 정도의 이유를, 아야나미는 가지고 있어…?」
감정이 북받친 것일까. 신지가 눈시울을 누른다. 하지만 뜨거운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살아가는, 이유…. 레이의 중얼거림은 너무나 작았지만, 신지는 거기에 응해 입을 열었다.
「미사토씨는 복수를 위해서….
­ 카지씨는, 타인을 알기 위해서, 라고 가르쳐줬던 것 같아」
추억들을 들추듯이 하나씩 하나씩…. 그런데 그러고 보니 모두 요 최근 일들 뿐이구나.
「아버지는…, 잊을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
토독토독. 신지의 눈물이 LCL을 두드린다. 그것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듯, 레이의 입가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모두의 이유가 다른 건, 모두 각자 스스로 찾아낸 결과니까 그런 거야」
…스스로, 찾아. 시야가 번져서, 이제 레이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네가 무언가 결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 
「뭐 하고 자빠졌어?」
구출 해치 쪽에서, 아스카의 목소리.
「마침 잘 왔네. 아스카도 이 바보, 한 대 때려 줘」
엄머나ー, 웬일로 신지가 어~엄청 화났네. 근데 레이가 왜 바보야, 이 바보야. 이 녀석, 아무리 화가 나도 빈정대고 언성을 높이는 정도지, 노골적으로 상대에게 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그러게. 라며 플러그에 들어온 아스카가, 자리를 내주고 인테리어 한켠으로 물러난 신지를, 갑자기 후려갈겼다.
아파라아…. 내벽에 후두부가 부딪힌 거 같아.
­ …
「…왜 날 때려?」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들자, 훅을 날린 자세 그대로의 아스카.
「너도 제14사도 때 비슷한 짓 했잖아. 우선은 그때의 몫」
「그건 벌써 얻어맞았던 거 같은데…?」
「그때 그건 네가 멍청해서 때린 거였고」
「에~!?」 플러그를 울리는 신지의 항의를 무시하고, 아스카가 주먹 관절을 울렸다.
「자, 그럼 다음은 네 차례예요. 퍼어~스트~」
뭔가 방금, 레이가 움찔한 것처럼 보였는데…?
앗, 기분 탓이 아닌 것 같다. 아스카가 입맛을 다시면서 다가가고 있는 걸. 그것도 정말로 기쁜 것처럼, 훗훗훗후…. 하고 웃고 있다.
­ 
「줘패기 전에, 너한테는 좀 묻자.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
레이가 말을 더듬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망설인다. …그런 기색.
­ …
「…사도가 말했어. 외로운 건… 바로 나라고」
떨어뜨린 시선은 둘 곳도 없어, 하릴없이 레이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혼자인 게 싫어졌어. …아니, 자신이 외로운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어」
놀랍게도, 레이의 눈꼬리가 촉촉해진다.
「…똑같은 것들이 잔뜩. 필요 없는 것도 잔뜩 있는데, 내 마음을 아는 마음은, 하나도 없어」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자기 손바닥에 고이는 것을 지켜본다.
「…이것이, 눈물. 외로움을 알게 된 내가 흘리게 된 것…」
자신의 눈물방울들을 잡아보려 한 것인지, 레이가 주먹을 쥐었다.
「넘쳐흐른 마음이, 이카리군을 붙잡으려 했어…. 내 외로움을 채우려고 했어」
「그걸, 용서할 수 없었던 거?」
올려다보는 레이의 시선을 따라, 신지가 바라본 곳에서, 아스카도 역시. 실로 조용하게, …울고 있었다.
「퍼스트…, 아니지, …레이. 그게, 너의 마음?」
평온한 푸른 눈동자로 쳐다보니, 붉은 눈동자에도 이해의 빛이 들어온다.
「…그래, 그것이 나의 마음.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기도 한 것? …외로움을 채우고 싶어서, 구하는 것이 있어서. …그래서, 똑같은 걸 본 것?」
그러게, 분명 그럴 거야…. 라며 아스카가 눈물을 닦았다.

「한끝만 잘못되었다가는, 내가 자폭하게 되었을지도」
그렇게 되었으면 줘팰 수가 없었겠지만. 이라며 웃는다.
레이의 입가도, 거기에 낚여 위로 올라간다. 어색함 따위 한 조각도 없는, 정말로 자연스러운 웃음.
­ 
…얄궂네. 에바라는 조각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직접 이웃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이, 하필 사도의 손으로, 강제로 맞닿게 되었다니. 그것도 이웃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겹쳐진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 이유도 없이 이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던가, 그런 일 있을 수 없는 걸.
­ 
중간부터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신지가, …뭐 됐나. 라는 느낌으로 인상을 풀었다. 시선을 옮긴 구출 해치 밖으로, 네르프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 
계속 つづく
2007.08.22 PUBLISHED
2021.11.12 TRANSLATED
2021.11.28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拾七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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