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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9월 5일 수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Next_Calyx』 최종화


옆으로 안고 있던 초호기를, 발밑에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터미널 도그마에 내려왔다.
­ 
올려다보이는 것은, 책형에 처해진 하얀 거인. 릴리스.
이호기 시점에서는 살짝 턱을 들어올려 바라보는 정도지만.
­ 
…………
­ 
전략자위대도 하얀 에바도 물리친 네르프는 제레의 고발에 나섰다.
­ 
지배하에 놓은 카피들도 포함해서 마기가 6대라면 전세계 컴퓨터를 장악하기에 충분하다. 모든 영상과 자료를 네르프에 유리하도록 취사선택해서 네트에 뿌렸다. 그 전파경로를 유도하고 주어진 자료의 중요도를 선별한 것도 당연하다.
국제연합도 제레도, 그 꼴을 손가락 빨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황개시의 엔터키를 희희낙락 두들기며, 모니터 반사광 속에서 시종일관 입가로만 웃고 있던 나오코씨가 조금 무서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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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성・통신위성을 이용한 전역방송도 검토했지만, 겐도씨가 싫어했다. 그럴 가치가 없다고 했다. 반응을 읽기 어렵다며 첩보부가 반대를 표명해온 것이 어째 수상하다.
역사에 남을 연설이 될 테니, 리츠코씨와 밤새 머리를 맞대고 내용을 상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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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동경시 결전으로부터 1주일. 원래부터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제레 멤버들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대로 종적을 감춘 것 같다.
유엔에서 주도적인 나라일수록 제레와의 연결이 두텁다. 순식간에 비난의 도마에 올려져 수습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허나, 이런 것들은 사람들의 다툼이다. 시간을 들여가며 사람의 힘으로 해결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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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법정을 준비하기 위해 네르프 톱 2인과 리츠코씨가 제2신동경시로 향했다. 각각의 호위로서 미사토씨와 카지씨도 붙었다.
그쪽은 걱정 없다. 겐도씨는 모든 것을 고발하기 전에, 일본정부에 제레에 속은 피해자가 되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자체는 딱히 허구가 아니지만, 네르프 측의 의중에 따라 제레의 괴뢰정부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배를 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흙으로 만든 배라 할지라도.
일본정부와 전략자위대는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해 두 사람을 경호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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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좀더 이 세계에 있고 싶었다.
신지를, 레이를, …그리고 아스카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다. 모두의 행복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세계를 외면하고 이 세계에 잔류하면, 그건 도망치는 것이다.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행복을 고집하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게 될지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사태가 진정되어 유엔군이 주둔이라도 하게 된다면, 쉽사리 터미널 도그마에 내려오기 어려워질 것이다. 릴리스를 섬멸할 기회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본부동을 나오코씨에게 맡기고, 이렇게 내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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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에게 채워진 가면의, 도식화된 야훼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계속 신경쓰였던 게 있다.
어째서 하얀 달의 거인이 아담이라 불리고, 검은 달의 거인이 릴리스라고 불렸던 것일까.
성서에 빗대어 우리의 시조라고 한다면, 검은 달의 거인 쪽이 아담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주어진 이름은, 아담을 거역한 여자의 이름. 성서에서는 이사야서에서 단 한 마디, 밤의 마녀라고만 암시된 악마의 이름이다.
처음 남극에서 하얀 달의 거인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아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 착오를 깨달은 시점에서 정정했어야 마땅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신의 이름 아닌가.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담과 릴리스는 동일한 존재에 의해 뿌려졌다고 여겨진다. 둘 사이의 차이는 매우 적어서, 만들어지는 생명의 방향성 뿐이다.
생명의 열매를 가진 단체単体생명인가, 지혜의 열매를 가진 군체생명인가.
이제 와서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을 굳이 무시하며, 억지로 하얀 달의 거인을 신으로서 숭앙한 것은, 제레가 하얀 달의 사도로 태어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의 열매를 가진 단체생물로. 낳아 준 어머니인 검은 달의 거인을 부정해 가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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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창조자를 긍정하며, 그럼에도 이 세상의 부조리를 부정한다. 그런 사상에,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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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주의Gnosticism
이 우주가, 사람의 인생이 고통으로 충만한 것은, 이 우주가 거짓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어딘가에 【진짜 신】이 존재하여, 죽음도 고통도 없는 【진정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진짜 신】으로부터 비법을 훔쳐내 【악의 우주】를 만든 【가짜 신】의 정체를 폭로하면, 사람은 【진정한 세계】를 향해 초월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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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을 발견했고, 릴리스를 발견했다. 그 정체를 알게 된 자에게 그것은 계시처럼 울렸을 것이다.
우리는 거짓된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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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눈을 떠 버린 아담은 폭주시켜 없애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간 인류는 문답무용으로 숙청당했을 테니까.
허나, 제레는 【가짜 신】의 정체를 폭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악의 우주】의 거주민으로 싸잡아져 소거당하지 않도록, 【진짜 신】에게 말을 전할 방법도.
아마도 인류보완계획은 그 뜻에 맞물리는 부분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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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루려 했는가, 그것은 알 수 없다.
허나, 그 마각을 직접 드러낸 두 번의 사례로부터, 상상해 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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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릴리스, 또는 그 분신인 초호기로 수행되는 서드 임팩트.
중요한 것은, 릴리스를 통해 집행하는 것에는 롱기누스의 창이 필요불가결해 보인다는 것.
즉, 집행하려던 것이 릴리스만으로 발동되는 순수한 서드 임팩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초호기로 집행할 때는 창은 불필요한 것 같고.
한정된, 또는 왜곡된 서드 임팩트라면, 무엇을 노린 것이었을까?
­ 
서드 임팩트가 초래한 것….
붉은 바다
거대한 아야나미
­ …
 
저 붉은 바다에 잠긴, 거대한 아야나미의 잔해. 그것은 혹시, 인류에 의해 고발된 릴리스의 영락한 몰골이 아니었을까?
【가짜 신】으로서 가장 친한 자에게 배신당한다면, 그 최후는 롱기누스의 창으로 처형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골고타Golgotha 언덕처럼.
그렇다면, 배신한 자의 말로는?
마태복음과 사도행전에 따르면, 죽음이다. 릴리스를 부정하고 원시의 수프로 환원된 저 붉은 바다가, 인류의 죽음의 모습이었다.
…과연. 신도 인간도, 모든 생명이 죽음으로써 이윽고 하나가 된다고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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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제레가 보내온 카오루군이다.
그 출신을 생각해 보면, 그 모습이 제17사도로서의 그의 본래 모습일 리는 없을 것이다. 제레에 의해 주어진 모습이었겠지.
그것이 네르프에 보내기 위한 의태라고만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제레가 아담과 그 사도에 의한 임팩트를 원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역시 그는 섬멸하라고 보낸 것일 터.
그러나, 어차피 쓰러뜨려야 한다면, 굳이 사람의 모습을 할 필요가 없다.
그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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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모습을 얻은 카오루군이, 다른 사도와 달랐던 점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멸망을 선택했다는 것이겠지.
사람의 마음을 알고자 한 사도는 간혹 있었지만, 감정이입이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의 고독을 깨달은 사도는 카오루군 뿐이었다. 그의 마음이야말로 유리와 같이 섬세한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도. 그것은 제레가 목표한 이상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 아닐까?
­ 
나는 상상한다.
모든 것이 멸망해 버린 저 붉은 바다에서, 수 억년 뒤 잠에서 눈을 뜬 아담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기가 낳은 생명들은 모두 쓰러졌고, 개중에 하나는 뒤틀린 마음을 갖게 되더니 무려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는 가공할 미친 짓을 저질렀다. 용서받을 수 없는 배덕을 범한 것이다.
뒤틀렸다고는 하나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자기 새끼를,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이라는 것을 창출한 릴리스의 새끼들을, 어떻게 고찰할까.
붉은 바다에 녹아든 인류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음이라는 것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어디까지나 이것은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아담이 군체의 사도를 낳게 될 가능성은 있겠지. 생명의 열매와 지혜의 열매를 모두 가진 새로운 사도를. 지금의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번영하기보다, 새로운 생명이 발생할 확률이 아득히 더 높다. 대략, 오나인0.000000001 정도는 더 높겠지
만약 그렇게 되면, 아담을 따른 자들은 최후의 심판을 피하고, 영원을 사는 신의 나라로 영입될 것이다.
신을 팔아 얻은 은화 서른 닢을 걸 정도의 가치는 있을지도 모른다.
­ …
허나, 그것은. 길을 양보해 준 카오루군의 생각을 짓밟는 선택이다.
그러니까, 부정하겠다.
영원한 삶이란, 영원한 죽음과 같은 뜻.
자신이 살아서 얻게 될 것과, 자신이 죽어서 남기게 될 것을 비교해서, 그래서 카오루군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를 죽이지 않으면서 인류도 멸망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지가 있었기에, 이번 세계의 카오루군은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카오루군의 고독을 상상할 수밖에 없듯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은 삶이라는 것을 고뇌하게 된다. 죽음밖에 알지 못하는 몸이 된다면 더더욱. …게다가 영원히.
그렇다면, 살고 살고 살아나가서, 힘껏 살아서, 그러다 멸망하면 된다.
사람은, 살아가려는 부분에 그 존재가 있다. 즉, 삶이 귀중하고 특별한 상태이기에 인간이다.
죽음을 가까이 느낄 때야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은 갈구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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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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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설비만 좋은 야전병원에 불과한 네르프 의료부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예를 들자면, 재활시설이 그 대표격이다.
그래서 지금 무도장 일각이 임시 재활시설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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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귀틀에서 살짝 안을 살펴보니, 보행훈련 중인 모친을 열심히 아스카가 지탱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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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로 느닷없이 이호기를 직접제어한 쿄코씨는 무리한 것이 탈이 나 건강을 해쳤다. 육체를 움직이는 경험을 빼앗겨 반쯤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당분간 요양과 재활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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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를 쥐고 넘어질 뻔한 쿄코씨를, 훌륭한 몸놀림으로 돌아선 아스카가 받아낸다.
­ …
진심으로 미안한 듯 얼굴을 숙이고, 무엇을 아스카에게 사과하고 있는 것일까. 거의 두드릴 기세로 모친의 양 뺨을 양 손 사이에 잡은 딸은 또 무엇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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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듯, 모녀가 서로 부둥켜 안았다.
빼앗아 버린 세월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앞으로 행복하게 지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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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기의 폐기처분에 이호기를 사용하겠다. 그것을 아스카에게 전하러 왔는데, 끼어들기면 재미없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내가 이호기와 접촉실험을 하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니, 그동안 불평하지 않은 것을 승낙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 
…………
­ 
이호기의 승차감은 기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변질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쿄코씨의 마음과, 빼앗아온 운동에 대한 기억을 기운…. 구멍투성이 누더기 같은 코어. 그 마음.
직접제어와 간접제어를 더해서 조각조각 솎아낸 것 같은 조작감이라고나 할까.
지금도 채워질 수 없는 기아감飢餓感으로 슬며시 다가오려는 기척이 있지만, 거기 삼켜질 정도의 내가 아니다.
­ 
개량형 프로그 나이프를 꺼내서, 날을 뽑았다.
이 세계에 화근을 남기지 않기 위해, 릴리스는 섬멸되어야 한다.
릴리스가 있는 한, 제레는 서드 임팩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 
당연히, 그 분신인 초호기도 두고는 못 간다. 우선 이쪽부터 처리다.
무릎을 꿇고, 흉부장갑을 벗겨내기 위해 나이프를 찔러넣은 순간, 손목을 잡혔다. 동시에, 시야가 전환된다.
오렌지색 수면과 붉은 하늘. 언제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곧았던 수평선이, 폭풍이 이는 것처럼 거칠다.
…이건, 도대체?
순간 이호기의 마음 속인가 싶었는데, 이 거침을 이해할 수 없다.
정신을 차려 보니, 수면 위에 선 어린 남자애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신지…?
아니, 내 마음이 비친 반영이다. 사람과 접촉하기 위해 모습을 바꾼다. 거기까지 마음이 성장했다면, 여기는 초호기의 마음 속이다.
아마 AT필드를 반전시켜 내 마음을 끌어당겼을 것임에 틀림없다.
­ 
­  〔 어 째 서 〕
이 느낌….
­ 초호기가, …화내고 있어?
자신의 사고를 정리해서 말로 엮어내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겠지. 혀 짧은 느낌조차 분명 나로부터 물려받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겠고,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겠지만, 무엇에 화가 났는지, 무엇을 묻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 
­  〔 버 렸 어 〕
내가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겨우 헤아린 듯, 말을 보탠다.
­  〔 하 지 마 〕
타자와의 관계 위에서의 개아個我는 역시 아직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이 모든 것인 사도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  〔 죽 임 〕
다그치듯이 호소하던 초호기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실제로 엔트리를 하지 않고 반전된 AT필드에 붙어 있는 것이기에, 지금 서로의 마음의 거리가 의외로 멀다. 말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의지를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그것은, 사도로서 견디기 힘든 거리일 것이다. 신지의 모습을 한 초호기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현실의 청각을 뒤흔든 것은 폭주의 포효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음을 슬퍼할 정도로 마음이 성장했다니.
…가까이 다가가, 안아 주었다.
­ 
세상에는, 단 한가지지만,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말로써 나누지 않아도, 자기 자식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어머니라는 이름의 마법사가.
이번 우주에 와서 신지의, 레이의 모친으로서 시간을 보내온 내게도, 분명 그 힘이 눈처럼 쌓여왔을 것이다.
에반게리온이 아니라, 한 명의 아이로 보면, 그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 …
­ 
어린아이의 분노는, 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 대부분이, 가장 가까운 타자인 모친에게 기인한다.
내게 원인이 있다면…,
­ 
그런가, 내가 이호기에 탔다고 질투하는 거구나.
게다가 나이프까지 꺼냈으니, 버림받고, 죽임당한다고 생각한 걸까.
「미안해, 초호기」
너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거라 넘겨짚고, 내 맘대로 일을 진행하고 말았다.
「버리지 않아」
­  〔 정 말 로 〕
대답 대신, 이호기에 삼켜지는 순간 직전까지 자아경계선을 느슨하게 풀었다. 사도였던 초호기에게는 이 편이 이해하기 쉽겠지. 육아로서 반칙이지만, 이번 뿐이라면.
마주 안아오는 작은 팔에 힘이 실렸다. 고 느낀 순간, 시야가 돌아왔다.
­ 

­ 
눕혀 놓았을 초호기의 모습이 없다.
올려다보며, 릴리스와 대치하는 보라색 등.
­ …
초호기가, 혼자 움직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좀전에도 이호기의 나이프를 막아냈다. 하긴, 빙의사도 전투 때도 폭주한 초호기는 내 도움 없이 행동하지 않았던가.
성장한 것은, 마음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자기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까지 되어 있었구나.
­ 
그리고 내 뜻을 받들어, 선택하지 못했던 최선의 길을 걷기 위해, 릴리스의 앞에 섰을까.
­ 
…스스로의 의지로, 나를 따라오겠다는 것이다.
「…고마워」
­ 
얼굴만 돌아보며, 초호기가 입을 연다.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필요가 없는 사도에게 발성기관은 없지만, 그 입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신기하게도 이해할 수 있었다.
­  〔 천 만 에 요 〕
­ 
고개를 끄덕여 보인 초호기가, 릴리스를 상대한다.
그 오른손이, 몸의 그늘에 사라져….
우지끈 하고 떼어낸 것은, 흉부장갑이다. 보이지 않지만 알겠다.
이윽고 내버린 장갑판이 릴리스의 체액의 수면에 커다란 파도를 일으켰다. 안벽 위로 넘쳐 이호기의 발부리를 적신다.

결의를 다지는 듯한 침묵.
­ …
그 오른손이, 다시 몸의 그늘에 사라진다.
­ 
초호기가, 울부짖는다.
뚜두둑, 소름이 끼치는 소리와 함께 떼어낸 것은, 초호기의 코어. …아프겠지. 고통스럽겠지. 지금의 초호기라면, 분명히 아픔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미안. 미안해, 초호기」
방사된 빛과 열에, 오른손이 불타 문드러졌다.
내가 타고 있었다면, 심장을 도려내지 않고선 재현할 수 없는 동작. 빌린 이 육체를 상하게 할 수 없어서 이호기로 하려던 작업.
­ 
그 괴로움을 혼자 끌어안고, 초호기가 자신의 코어를 책형에 처해진 거인에게 박아넣었다.
수면이 무엇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듯, 릴리스의 체표에 잔물결이 인다.
­ …
튕겨나듯 뒤로 젖혀진 초호기의 오른팔에, 손목 아래가 없다.
순간 릴리스가 발한 빛의 격류는, 물리적 충격을 동반하여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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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광압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고,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 
릴리스의 발밑에, 그 체액의 호수에, 1만 2000장의 특수장갑이 가라앉았다. 이 세계에서의 신체를 LCL로 환원하고, 초호기가 떠난 것이다.
­ 
떨어진 프로그 나이프를 주워들었다.

반응이, …어째 둔하다. 이호기와의 사이에 박피 한 장이 끼어 있는 듯 답답함이 느껴진다. 마치, 칠드런으로서 싱크로하던 때와 같은, 사이가 가로막히는 감각….
허나, 고민할 새가 없다.
간접제어의 조작감각을 떠올리며, 특수장갑들을 헤쳐가며 릴리스의 앞에 이르렀다.
­ 
­ …
릴리스, 우리가 수원水源이다.
네게서 흘러나온 물방울은, 아직 간신히 스스로의 힘으로 흐름을 형성해 나갈 만한 기세를 갖고 있다.
하지만, 네가 있어서는 그 흐름이 도달할 곳은 저 붉은 바다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시조인 당신에게도 본의가 아니겠지.
그러니, 지금은 잠들어라. 모든 것을 굽어보는 일곱 개의 눈을 감고, 다시 생명이 눈을 뜰 필요가 있을 그 때까지.
­ 
그 가면에 찔러넣으려 휘두른 나이프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이호기에 내 의지를 전달하기 어렵다. 마치 싱크로율이 대폭 커트되었을 때와의 감각과 비슷….
아니, 아니다! 인덕션 레버를 잡은 손 자체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 
초호기의 반전 AT필드에서 돌아온 이후로 들러붙은 위화감. 그것이 이호기와의 사이가 아니라, 이 몸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것임을 지금 깨달았다.
내 마음과, 이 신체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있다.
이 감각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다. 카츠라기 미사토의 육체를 떠날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직 릴리스를 섬멸하지 않았는데….
­ 
아니, 생각하고 있을 새가 없다. 이대로 몸의 자유를 잃어버리면, 이 세계에 화근을 남기고 가게 된다.
힘을 싣기 쉽도록 역수로 나이프를 잡고, 자루끝을 왼손으로 받치면서, 릴리스의 가면에 꽂아넣었다. 비틀어 날을 부러뜨리고, 테이크백을 취하면서 새 날을 갈아끼운다.
가슴에 날을 꽂을 때, 기세가 지나쳤는지 나이프를 아귀힘으로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이제 힘의 제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폭발에 대비하여 자세를 취하는 동작이, 절망적으로 느리다.
­ 
폭염을 얻어맞고 이호기가 날아간다. 자세가 안 좋았는지, 구르고 또 굴렀다. …이제 AT필드가 전개되지 않는다. 아니, 이미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 
시야가 흔들리고, 좁아진다.

!?
이제 움직이지 않을, 움직일 리가 없는, 오른손 검지가 꿈틀거렸다.
이 입술이, 내 의도 없이도 움직여 말을 자아내고 있다. …뭐라는 것인지 들을 수는 없지만.
­ 
저번 세계에서, 마음을 닫았던 미사토씨는, 내 마음을 알게 된 것으로써 눈을 뜨게 된다고 했다.
혹시 이번 세계의 어머니도, …어머니의 신체도, 내 마음에 접해서, 그 마음이 소생하려 하는 건가?
­ 
…그렇다면, 만약 그렇다면, 내 미련은 모두 맡기자.
­ 
­  신지
­  레이
­  아스카
­    …그리고, …      
­   
 
­      이 사람이 있으니까, 잘 있어サヨナラ라고는 말하지 않을게.
­ 
­ 
­ 
……










­  
****









……



­ 
파도 소리에 눈을 떴더니, 바다가, …붉다.  
­ 
「잘 다녀왔니」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는 것을 망설인 것은, 그것이 아야나미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
「…신지?」
내려다보니 몸은 원래의, 자신의 모습. 그러니, 등 뒤에 있는 것은….
「…어…머니」
자박자박 모래를 밟으며 걸어오는 기척에,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왜 얼굴을 보여주지 않니? …역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는 걸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에바와 엮이면 불행밖에 없다면, 그 최초의 희생자는 역시 어머니였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거기에 이르게 된 경위까지 알게 된 지금, 안이한 비난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다.
­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세컨드 임팩트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사도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세컨드 임팩트는 어디까지나 이레귤러한 사태. 당연히 사해문서 이본에도 그런 케이스는 기술되어 있지 않다.
…단서는 없는데, 불안요소는 있었다.
예컨대, 인간이 쓴 글이나 기록 같은 것은, 반드시 시계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해문서 이본에는 시간에 관련된 기술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 릴리스가 퍼스트 임팩트를 일으키고 나서, 그 사도로서 인류가 나타나기까지 35억 년이 걸렸다. 아담이나 릴리스, 또는 그들을 탄생시킨 것에게 있어서, 시간 따위 의미가 없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것이 단순히 타임스팬time span이 길어서 그런 것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었다. 생명의 열매를 가진 단체생명을 그렇지 못한 군체생명과 똑같이 다루어도 될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다만, 남극에서 눈을 뜬 아담이 그 자리에서 임팩트를 일으키려 했던 것으로 미루어, 낙관만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도의 카피인 에바가 비교적 단시간에 소체까지 구성된 것도 불안을 부추겼을 것임에 틀림없다.
­ 
언제 내습할지 모르는 사도에 대항할 수단을 모색하던 어머니의 결단이 고뇌로 가득했음을…, 이외에 누가 이해해 준다는 말인가. 그렇게 어머니를 사랑했던 아버지조차, 보완계획 따위를 제창해서 어머니의 생각을 짓밟고 말았는데.
­ 
그러면…. 이라며 발을 내딛어온 어머니로부터 도망치듯이 한 걸음. …붉은 물결이 구두를 씻는다.
「…비난받아야 하는 건, 저예요」
초호기째로 죽게 만들고 지켜만 본 것도, 결국 아버지가 죄를 범하게 만든 것도.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내가 화났다고 생각한 거니?」
「…아닌가요」
탄식이, 그러나 상냥하다.
「내 마음을 알았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겠지?」
흘끗 훔쳐본 어머니는, 마흔이 가깝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풋풋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있다. …아니, 쿄코씨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시간도 초호기에 삼켜진 순간에서 멎어 버린 걸까.
그 젊음이야말로 어머니의 규탄이 아닐까 무서웠는데, 어머니의 미소가 기뻐서, 눈물샘이 풀린다.
 
「네가 기른 신지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너를 죽였다면, 너는 그 신지를 원망할 거니?」
고개를 흔든다.
그렇지? 라며 어깨에 올려진 손에 재촉받아, 돌아보았다.
「그게 바로 부모라는 것이야」
참으로 흐뭇하게, 어머니가 웃었다. 내가 도망친 만큼 걸음을 채워와, 안아 준다.
「그걸 신지는 이미 알고 있잖니?」
­ …
무엇도 거리끼지 않고 솔직하게 눈물이 흐른다. 그것이 모친이라는 존재의 크기인지도 모른다.
­ 

­ ……
겨우 진정하고, 천천이 몸을 떼어놓는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도, 거들어 주려는 건가요?」
예상과 달리,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 남아서, 이 우주 자체를 재생시킬 길을 찾을 거야」
「가능해요?」
분명히 방법은 있어. 라는 어머니.
「사람의 수는 20억. 그 마음을 알게 되면, 이 우주는 살아난다. 그렇게 레이쨩에게 들었지?」
어머니의 시선 끝에, 아야나미. 언제부터 있었는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컵 하나로 바다를 퍼내는 것과 같지. 확실하고, 무리는 아니지만…」
너무 힘들지. 라며 미간을 찌푸린다.
「신지가 쿄코씨의 마음을 복사한 것처럼, 모두의 마음을 복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과연. 릴리스의 힘이라면, 그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것을 너무 크게 벌이면 다른 세계로의 간섭이 늘어날 것이다. 잘못하다 복사한 원본이 되는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저한도의 간섭방법으로서, 아야나미는 나를 파견하는 방법을 골랐다.
어머니의 손짓에 아야나미가 다가왔다. 그 손에, 한 줄기 자양화.
「게다가, 신지를 거들어 줄 사람은, 이미 있잖니?」
「그 말씀 대ー로!」
갑자기 등을 세차게 두들겨 맞아 숨이 막힌다.
「신쨩, 오랜만~♪」
거침없이 내 목덜미를 안아온 미사토씨가, 아야나미에게서 낚아챈 자양화를 들이댔다.
「봐봐, 신쨔~앙」
너무 가까워서 안 보입니다만.
「서드 임팩트 두 개나 막아 버렸어♪」
겨우 풀려났다.
보니, 확실히 자양화 꽃이 늘어나 있다. 다 합쳐 4개가 된 작은 꽃잎.
「좀 들어 봐 신쨩. 레이 진짜 너무해~.
­ 처음에는 연습 삼으라고 나 자신에게 넣어준 건 좋았는데, 저쪽의 나한테도 의식이 있는 세계라서, 무슨 이중인격처럼 되어버려서 지이~인짜 힘들었어~」
그런가.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의식이 있는 인물에게 들리게 되면 그럴 수도 있구나.
악령인가 생각되고, 정신감정을 받게 되고, 등등. 자기 자신과 말다툼을 한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고생스러웠겠지.
­ …
…아야나미의 입꼬리가 2 밀리 정도 올라갔다. 노리고 그랬구나….
­ 
「그리고 있지…」
미사토씨가 구해낸 나머지 한 세계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내가 모르는 이카리 신지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 
미사토씨는, 그 세계에서 내가 되었나 보다.
제3사도전에서 중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된 이카리 신지.

나처럼 꽤 고생을 한 모양인데, 이카리 신지가 전향적이 되는 것만으로 얼마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 그 견본시 같은 세계였다.
역시, 이 세계를 멸한 것은….
「신쨩…」
내 표정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미사토씨가 괴로와 보인다.
「나, 신쨩에게…」
말에 격정이 실리려는 미사토씨의 입술을, 살며시 검지로 막았다.
서로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러니,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도 이해했을 것이다. 미사토씨가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좋구나. 말은 릴림의 힘. 그런데 그 힘에 의지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은 릴림의 본질이구나」
돌아보니 거대한 그림자. 이 실루엣은 초호기인가.
초호기가 내민 손바닥에 앉은 카오루군이 미소지었다.
카오루군도 초호기도, 각각 릴리스를 통해 여기 온 것일까.
「에? 에? 에에엑!?」
사정을 납득하지 못한 듯, 미사토씨가 곤혹스러운 얼굴을 왕복한다.
모래사장에 내려선 카오루군이 자양화를 가리키자, 꽃잎이 하나 피어난다.
「미흡하나마 하나, 우주를 보살피고 왔어」
사키엘이 목성의 암모니아 바다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더라. 라며 카오루군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사도들이 정착한 곳을 알려준다.
행성마다 보내면 수가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는데, 태양계 안을 제멋대로 날아 돌아다니거나, 태양 속에서 낮잠을 자거나, 마기 속에서 리츠코씨를 상대로 튜링 게임을 하거나, 손자위성인 척 달의 위성궤도를 공전하는 것도 있다. 번화하구나.
­ 
「…다음은, 누구?」
고개를 갸웃하는 아야나미.
다음에 누구의 마음을 알아야 할까. 그것은 계속 생각해 왔다. 애매한 희망만 부탁하면, 아야나미는 터무니없는 선택을 들이미니까….

­ …
­ ……
어라? 아야나미가 뭐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보니, 가만히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색이 아니다.

분명 아야나미에게도 생각되는 바 있었겠지. 함부로 남의 마음에 드나들면 안 된다고 학습한 것이다.
기쁨에 내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사실 아야나미의 마음도 좀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야나미를 본받아 그 생각은 가슴 속에만 간직하자. 사람의 마음을 직접 알게 되는 것 따위 편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야나미와는 서로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 생각을 확인하듯이 수긍하면서, 아야나미의 시선에 응했다.
그 다음으로 알아야 할 사람의 이름을 고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좀 빼 주지」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았다.
「할로, 신지. 건강했어?」
선라이트 옐로 색 원피스도 눈부신, 아스카가 인왕상처럼 딱 버티고 섰다.
「아스카!?」
「그럼 누구겠어? 설마 이 나를 몰라보는 거?」
그럴 리 없잖아. 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 바람이 휘감겼다.
엉겁결에 눈을 감았지만, …이 세계에 바람? 원피스를 걷어올릴 정도의?
조심조심 눈을 떠 보니, 바로 눈 앞에 아스카의 얼굴. 놀라서 뒤로 물러난다.
「너도 성장한 거 같잖아」
옳지옳지. 라고 말하는 듯, 어깨를 펑펑 두드려 온다. 그대로 옆을 지나친 아스카가, 미사토씨의 손에서 자양화를 빼앗았다.
아야나미가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고 있는 걸 보니, 아까 그 바람. …역시 아야나미의 소행이었군.
­ 
나는 아직 아스카의 마음을 갖고 돌아온 적이 없다. 카오루군과 초호기처럼 릴리스를 사용해 자력으로 온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는 건, 이 아스카는 이 세계에 원래부터 있던 아스카. 내가 이 해변에서 목을 조른 아스카, 라는 건가.
아스카의 손 안에서, 자양화 꽃잎이 하나 피어오른다.
­ 
아스카 또한, 나와 같이 다른 세계를 지켜내고 왔겠지. 순간, 아스카가 간 세계의 이카리 신지의 기억이 싹튼다.

… 그래, 열심히 격려해 주었구나.
­ 
피어난 꽃잎을, 아스카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 
「…뭐야」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을 눈치챘는지, 시선만 이쪽을 째려본다.
아스카와는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많았다. 감사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잔뜩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말도…, 생각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만나고 싶었다. 도, 고마워. 도, 미안해. 도…, 어느 것도 이 생각을 싣기에는 너무 가볍다.
­ 
­ …
그래서 이 말에…, 시작의 의미까지 담아서, 웃으며.
「어서 와」
허를 찔린 듯 아스카는 순간 멍때리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다녀왔어」
­ 
아스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보고 싶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미사토씨가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어라~? 아스카 너 설마…」
참으로 기쁜 듯 히죽히죽 웃는다. 이럴 때는 미사토씨의 프렌들리함이 부럽다.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왜 뭐」
「아암것도~♪」
서로의 뺨을 맞잡더니, 순식간에 드잡이질을 시작했다. …이거는 뭐, 어떤 의미에서 사이가 좋아서 그런 거겠지.
­ 
아야나미가 두 사람 곁으로 가기에 중재하러 간 줄 알았는데, 망연한 표정으로 자양화만 주워 돌아왔다.
…아니, 들렸던 귀신이 빠져나간 듯, 결국 싸움도 대충 가라앉고 말았지만.
­ 
「…다음은, 누구?」
고개를 갸웃하는 아야나미.
다음에 누구의 마음을 알아야 할까. 그것은 계속 생각해 왔다.
다양한 사상事象에 간섭할 수 있는 입장이 되고 나서 통감한 것은, 완치를 위한 근치치료를 하기에는, 세계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특히, 상대해야 할 자들을….
­ …
손자 왈, 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고, 저를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길 때마다 한 번 지며, 저도 나도 알지 못하면 싸움마다 반드시 망한다.
아니…. 적이냐 아군이냐, 이기느냐 지느냐, 그런 협소한 생각으로 임해서는 그거야말로 일을 망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기에 상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것이, 결론이다.
「킬 의장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세계, 있어?」
잠시. 눈을 감듯이 눈꺼풀을 닫고, 아야나미가 어둠 속을 더듬는다.
­ 
서드 임팩트로부터 세계를 지켜야 하는 이상, 네르프와 에바로부터 거리를 두기에는 불안하다. 하지만 미사토씨가 보여준 긍정적인 모습이, 아스카가 도왔던 신지의 마음이, 어떻게든 될 거라고 가르쳐 준다. 이카리 신지의 마음만 안정시킬 수 있다면, 못 해도 서드 임팩트만은 저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있어. 지축이 어긋났을 때 사고를 당해 뇌사 직전인 킬 로렌츠가 있는 우주」
다만 그것이 누구든지, 각오가 부족하면 세계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새겨야 하지만.
「…갈 거야?」
붉은 눈동자가, 나를 딱 쳐다본다.
「응」
…그래. 라며 무표정하게, 아야나미가 오른손을 뻗어왔다.
그 미간에 걸린 약간의 근심을 간파할 정도로는, 아야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마에 닿으려던 손가락 끝을, 살짝 잡았다.
「아야나미. …고마워」
「…뭐가?」
가슴팍에서, 아야나미의 손을 감쌌다.
「아야나미가 여기서 기다려 주니까,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어. …그러니까, 고마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화악. 뺨을 붉힌 아야나미의 시선이 내 손으로 쏠린다.
「돌아갈 집…, 홈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으로 이어지는. 좋은 일이야」
카오루군의 말에 찬동해 고개를 끄덕인다.
­ 
황폐해진 세계지만, 무너져 버린 세계지만. 이 세계야말로 내가 돌아올 집이었다.
이 세계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이 세계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노력할 수 있다.
이 세계가 내 마음 속에 있는 한, 나는 멈춰서지 않는다. 계속 새로운 세계로 향할 것이다.
­ 
「…다녀오도록 해」
아야나미가, 내 이마에 닿아왔다.
번져가는 빛은, 새로운 세계로의 인도.
이 손은 작아서, 한 번에 많이 구할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언젠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 
­    「 다녀오겠습니다 」
­ 
­ 
신지シンジ 신지シンジ 의한よる 신지シンジ 위한ための 보완補完 끝 おわり
2007.09.05 PUBLISHED
2021.11.16 TRANSLATED
2021.11.29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NC 最終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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