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5일 화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커튼콜


바닷바람에 휩쓸려 발밑까지 굴러온 야구모자에, 발끝으로 상향 벡터를 가한다. 굴러온 기세 그대로 내 다리를 타고 올라온 그것을, 무릎께에서 붙잡았다.
수송헬기 쪽으로 걸어간다. 세 걸음째에서 야구모자를 쫓아온 토우지가 사정권내. 네 걸음째에서 억지로 떠넘기다시피해서 돌려주었다.
「옜다」
「고…고맙데이」
대충 손끝만 휘저어 대답해 주고,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펌프스는 비행갑판 위를 걷기에 별로 좋지 않네.
「할로, 미사토. 건강했어?」
「뭐 그렇지ー. 너도 키 좀 자라지 않았어?」
그래? 라고 대답해줄 즈음엔, 신지의 눈앞까지 왔다.
오늘 이 날을 일일여삼추로 기다려 와서, 감정이 격앙되는 것을 억누르기 힘들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눈물샘이 풀려 버릴 것 같다. 안 돼, 아스카. 지금은 참아야지.
「소개할게. 에반게리온 이호기 전속 파일럿, 세컨드 칠드런, 소류 아스카 랭글리야」
수송헬기의 다운워시가 약해진 순간 내가 한 일은, 바보켄스케의 카메라를 피한 것. 이 거리에서 찍을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신지는? 하고 확인하면, 희미하게 뺨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고 있다. 미사토가 빨래 시키는 선정적인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여운 종류지만, 그래도 자극이 좀 강했던 걸까?
「네가, 이카리 신지?」
「으…어, 응」
이쪽으로 향했던 시선을 순식간에 돌리고, 신지가 나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내 시선으로부터 도망친다. …그게 신지니까,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언제까지나 그런 성격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그래.   힘들었겠다」
엣? 하며, 신지가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는 시선을, 상냥하게 받아들였다.
「네 기록 다 받아 보았어.   아주 심하게 시달렸던데」
내 말이 스며들기 쉽도록, 천천히, 사이를 두면서 말했다.
「제대로 설명도 못 받고 갑자기 태워져서,   그런데도 너는 잘 해냈더라」
신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내 말이 닿았다는 증거.
「칭찬하는 거야.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버텼구나.   괴로왔지」
감격한 것인지, 신지가 고개를 도로 숙였다. 왼손 손등으로 필사적으로 눈가를 누른다. 뿌옇게 흐려진 오열은, 악문 이빨 사이로 새어나오는 것이겠지.
지금 신지에게 해 준 말은, 모두 내가 신지 안에 있었을 때 걸어 주었던 말들. 그 때는 쓸쓸하게 웃기만 할 뿐,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똑같은 말인데, 이렇게 눈앞에 서서 마음을 담아 입에 담은 것만으로, 신지의 마음에 닿았구나.
 
한 걸음 더 다가서, 신지를 안아 주었다. 놀라서 울음을 그친 신지가 몸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그건 허락할 수 없다. 신지는 이런 스킨십을 무서워하지만, 그것은 단지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 자신에게 그럴 가치가 없다고 믿어버리고 있을 뿐.
펑펑 머리를 두드려 주자, 포기한 듯 신지가 몸에서 힘을 뺐다.
「내가 왔으니까, 더 이상 널 힘들게 하지 않아」
뚝뚝. 왼쪽 어깨에 떨어지는 눈물이 뜨겁다.
「…어 어째^서?」
한참 흐느껴 울던 신지가, 겨우 그 한 마디를 짜냈다.
「한 눈에 알아봤어. 너, 그런 게 맞는 타입 아니잖아. 그래도, 자기 이외에 탈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싸우고 있지. …아니야?」
신지가 조용히 도리질을 하면서, 눈물이 후두두 흩뿌려진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나로선 알 수 없어. …하지만, 상상은 되니까」
부드럽게 신지를 떼어내고,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물론 손수건 따위 쓰지 않는다. 그 얼굴을 감싸듯 부여잡고, 엄지로 상냥하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울 수 있다니 훌륭한 거야. 나 너 존경해. 너도 자신을 가지도록 해」
시야 구석에 입을 딱 벌린 미사토의 멍텅한 얼굴. 미사토가 독일에서 근무할 때 나름대로 상냥하게 대해 주었는데,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신지에게 호의적으로 대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겠지.
…하지만. 이라며 말대꾸하려는 신지의 입술을 검지로 막았다.
「결과는 나왔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그치만, 마음 속은 상상할 수밖에 없잖아」
상상하는 것조차도, 처음에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구 하며 아직도 말대꾸를 하려 들어, 신지의 입술을 꼬집어 올릴 뻔 했다. 거칠어지려는 마음을 워워 억누르고, 검지를 살짝만 눌러 입을 다물게 만든다. 
…나도 퍽 둥글어졌구나.
「그럼 너는. 10년 동안 사도를 쓰러뜨리기 위한 훈련과 에바 개발을 위한 실험으로 밤낮 세월을 다 보낸 여자애 마음. …이해하겠어?」
엑!? 하고 새어나온 신지의 한숨이 검지에 뜨겁다.
잠시 멍때리던 신지는, 그게 누구를 가리킨 말인지 알아들었는지, 나로부터 눈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돌리게 두지 않아.
그 마음의 움직임, 손에 잡힐 듯 알겠다.
정식 훈련을 받은 인간이 있는데 왜 내가…. 라던가, 에바를 타기 위해 10년이나 훈련한 사람도 있다는데 그동안 나는…. 이라던가, 이걸로 나는 용도폐기되는 걸까. 라던가…. 무엇보다도, 어째서 이 사람은 나 따위를 이렇게 신경써주는 걸까. …등등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레도 그렇게 틀리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다.
그 입술에서 검지를 떼어놓자, 그에 이끌려 신지가 나를 본다. 눈썹꼬리를 내리고, 입은 활처럼 휘어, 답을 기다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끔뻑 닫힌 눈꺼풀이, 남아 있던 눈물을 짜낸다. 내 시선을 견디지 못한 거겠지.
「이해할 리가, 없잖아…」
그건 당연한 것. 그래도, 다친 여자애 대신 싸울 수는 있는 녀석이라는 걸, 나는 아는 걸.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쭈뼛쭈뼛 올라온 시선에,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걸로 좋아. 그치만 그 전에 중요한 거」
저…. 하고 올라온 신지의 당혹감, 나니까 이해해 줄 수 있어.
「아스카라고 불러」
이렇게까지 해도 신지는 망설이는 것 같으니, 등을 떠밀어 주어야지.
「나도 너 신지라고 부를게. 괜찮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 신지가, 쭈뼛쭈뼛 내 이름을 입에 올렸다.
「아스카…는, 나를 이해해 주려고 하는 거지」
일단 갑판을 향해 떨어졌던 시선이, 눈을 올려뜨며 바라보아 온다. 어렴풋이 뺨을 물들이고.
「그…, 고마워」
아…, 글렀다. 비강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
저번 우주에서의 경험 덕분에, 나는 자기 신체를 완전히 지배하에 둘 수 있다. 불수의근도 자유자재로, 심장박동조차 내 뜻대로.
그런데, 넘쳐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 말이 신지에게 닿았으니까, 신지의 말이 내게 닿았으니까.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도, 마음으로부터 흘러넘치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오해한 신지가 당황하고 있지만, …미안. 지금은 울어야겠어. 솔직해지기 위해 여기 온 건데, 그래서 우는 것도 웃는 것도 마음대로 해왔는데, 기뻐서 울어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없었는 걸.
…조금만 더 울어도, 괜찮지?
 
종극 終劇
2007.10.1 DISTRIBUTED
2008.02.18 PUBLISHED
2021.11.17 TRANSLATED
2021.11.29 TRANSLATION REVISED

【제9회 에바 소설 2007년 작품 인기투표】에서 과분한 지지와 평가를 받았습니다.
 투표해 주신 분들께의 감사의 마음을 이 한 편에 담아 사례드립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カーテンコー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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