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8일 수요일

[폐기안]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간』 #EX8


아무렇게나 놓인 쟁반을 보고, 새어나올 뻔한 한숨을 삼킨다.
그게 어떤 반응이든, 반응을 하면, 등 뒤에서 히죽거리는 장병들에게 구실을 주게 된다.

이런 상황을 넘기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밖에 없다.
굴욕을 참는 모습조차, 그들을 부추기는 것이다. 자기들이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음을 깨달아줄 때까지, 버드나무에 바람 스치듯이 흘려들어야 한다.

쟁반을 손에 들고, 구경거리를 부탁한다는 듯 비워져 있는 정가운데 테이블에 앉았다.
다리를 걸지 않아준 것만으로, 오늘은 좀 낫다.


메인디시인 진흙경단. 아니, 미트볼을 맛나게 씹어 음미하고, 삼켰다.

조금 맛이 싱거운가. 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그나마 위안으로 케첩과 후추를 잔뜩 뿌렸다. ……겨자도 보태는 것이 좋을까.
미사토씨가 미각치가 된 이유를, 양념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때려넣어 버리던 그 버릇의 이유를, 여기 와서 알았다.

아니, 박정한 나는 그 미사토씨가 여기에 왔었는지 아닌지 모른다. 그래서 아마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여기, 인도・파키스탄 국경은 세컨드 임팩트 이전부터, 최고의 분쟁지역이다. 그런 만큼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도 본격적이고, 설비도 충실하다.

문제는, 네르프에서 파견 나온 내게 쏟아지는 눈길들이었다.

조사연구조직인 게히른에서 재편성된 직후의 네르프는, 당연히 군대로 간주되지 못했다. 거기에서 나온, 직함만 소위인 나는 조직구성의 사정상 대위 대우다.

네르프가 얼마나 유엔군의 예산을 가로채고 있는지 알고 있는 장성들과, 학자나 관료가 상관 행세를 하는 것을 마뜩치 않아하는 병사들의 세계에 뛰어든 지도, 벌써 1년째.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고민하고 우울해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다. 이것도 내가 받을 벌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환영하고 싶을 정도다.


***


「여기서 스프레드. 본인과 상사가 이쪽을 담당할게」

내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한 부하들이 입술을 움직인다. 소리 없이 모양만으로 예스를 말한 것일까.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아서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 스스로를 가리켜 「본인(自分)」이라는 호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僕)도 저(私)도 아니고, 본인(自分)이라고 부름으로써, 마음과 몸이 유리된 것 같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경을 넘어왔다가 유엔군에게 막혀 멈춘 난민들은, 완충지대에 바짝 달라붙어 난민촌을 형성했다.

게릴라와 테러리스트가 잠복할 위험이 있는 난민촌을 순찰하는 것은, 치안유지군으로서 중요한 루틴워크 중 하나였다.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UNHCR)이나 NGO단체에서 배급했다던 천막들로 구성된 거리를, 내 부하로 할당된 상사와 함께 걷는다.
파견조인 내게 직할 부하는 없기에, 그때그때 할당받는 것이다. 우선은 틀림없는 견제, 그리고 겸사겸사 조롱일 것이다,

지금 내 대각선 후방에서 따라오는 이 아프리카계 상사는 물론, 넓은 순찰구역을 커버하기 위해 뿔뿔이 행동하고 있는 부하들도 모두 초면이었다.

매달리는 난민 아이들을 돌격소총 한 자루로 견제한다. 필요하다면 위협사격도 서슴지 않는다. 마음은 아프지만, 아이들이 매달려 오도가도 못하고 있을 때 수류탄 투척을 당했던 일도 있었던 것이다.

깡마르고 배만 불룩한 아이들이, 무엇이라도 달라며 매달려온다. 그 가운데, 어디서 꺾어온 것인지 꽃을 든 아이들도 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사재를 털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만 헤아려도 1만 명 가까이 있는 이 난민촌에서 그런 일을 해 봤자, 모래 위에 물 쏟는 격이었다. 공평하게 분배한다면, 각각의 아이 한 명의 뱃속에는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NGO단체에 자그마한 기부를 하는 것 정도였다.


문득, 거리 저 편을 걸어가던 그 소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던 것은, 그 긴 머리칼이 어쩐지 아스카를 떠오르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에 비해 어느 정도 영양상태가 좋아 보이는 저 소녀는, 어떤 수단을 통해 식량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납득은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해야 한다. 이 세계는 상냥하지 않으니까.

소녀가 걸어가는 방향에, 무장한 병사.
오늘 할당된 부하들을 빠르게 분견한 가운데 한 명이었다. 빵실거리며 손을 흔드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구면인 사이 같다.

최소한 투 맨 셀Two man cell일 텐데, 병사가 단독행동하는 것이 이제 와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른 한 명은 지금쯤 어딘가의 천막 속에 들어가 있을까?
성실하게 순찰하는 병사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까지 내다보고 반편성을 짜고 있는 자신도, 뭔가 닳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못 본 척 하는 게 제일. 이라며 시선을 도로 돌리려다가, 그 소녀의 왼팔이 움직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마치, 겨드랑이에 무언가 끼우고 있는 것처럼.

「조심해!」

내가 외친 경고에 놀라면서도, 완전히 방심한 병사는 돌격소총에 손도 올리지 않는다.

당황한 그 소녀가 꺼낸 것이 권총임을 시인한 순간, 나는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총성에 놀란 아이들 몇 명이 기겁해서 주저앉았다. 가늠쇠 너머에서는, 측두부가 관통된 소녀가 끈 떨어진 망석중처럼 맥없이 쓰러진다.

잔향이 사라질 때쯤 되어서야 사태를 파악한 아이들이, 거미새끼 흩어지듯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사, 백업」

「예…… 예스, 맴」

천천히, 쏘아 죽인 소녀를 향해 걷는다.
병사는 무엇을 착각한 것인지 이쪽으로 총구를 돌리려다가, 내린다. 소녀가 떨어뜨린 권총을,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다.

「이병, 손해는?」

미안하지만, 제대로 소개받지도 못한 오늘치 부하들의 이름은 내 머릿속에 없다.

「……없습니다」

「좋아. 본부에 연락해라」

예스, 맴. 이라며 무선기를 꺼내드는 이병에게서 시선을 떼고, 내려다보는 것은 소녀의 시체.

땅을 구르는 것은, 방아쇠가 가벼워 보이는 새터데이 나이트 스페셜.
떨어지는 와중 용케 폭발하지 않았구나,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 실력이라면, 권총을 겨냥할 수도, 손만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부하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맡은 이상, 하루만이라도 부하인 것이다. 지켜야 할 의무가 상관에게는 있다.

솔직히, 이 손으로 소녀를 쏴죽이기보다, 이 멍청한 이병을 못 본 체 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군인이 아니다. 게다가 「역시 네르프란」 따위로 얕보이게 되면, 내 본인은 몰라도 다른 파견조에게 민폐가 된다.
어쩌면 휴가씨도 이리로 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적어도 눈은 감겨 주고 싶었지만, 앞으로 현장검증이 행해진다. 게다가 나는 군사재판소에 출두해야 할 것이므로, 더더욱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덜컥덜컥 하는 소리에 돌격소총을 내려다보자, 자신이 떨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립에서 손을 떼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방아쇠를 당길 때까지는 있었을, 냉철한 자신. 당긴 뒤에도 있는, 타산적인 자신.
어느 쪽이든, 몸이 떨리는 공포 앞에서는, 무력하다.


떠오른 것은, 카오루군을 죽였을 때의 일.

그때는, 무섭지 않았다. 너무 슬프고, 너무 외로웠으니까. 무엇보다도, 그것을 강요한 카오루군을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에바에 탔을 때는,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상처입히기도 했다. 예컨대, 토우지의 여동생을.
나중에 알고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공포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할 수도 없었으니까.

이렇게 직접 내 손응로 죽이고,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점에 안도한 자신이, 혐오스럽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공포를 기억하고, 기억할 자신이 좀 더 인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럴 때, 미사토씨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생각했다가, 그것이 현실도피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자신이 비겁하기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떨리는 몸을, 겨우 추스른다. 여기서 의연한 태도를 무너뜨리면, 주위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지 못하리라.

눈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눈시울에 힘을 주었다.




종극 終劇

2008.7.23 DISTRIBUTED
2012.1.18 PUBLISHED
2021.9.21 TRANSLATED


폐기 사유 미사토가 미각치인 이유를 모색해 보려 한 것인데, 채용 플롯에서 어긋나 버려서 망했다. 무엇보다, 너무 무거움.




원본 [IF]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 補間 #EX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