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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6년 9월 11일 월요일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십화


「그래서, 뭐야. 이번에는 리츠코가 사도를 섬멸하는 거야?」
발령소에 데려오자마자 아스카가 톡 쏘아붙인 말이 바로 이 말씀이었다.
지저호수에 마중을 나가서, 샤워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오는 길 내내 사정을 설명했지만.
「그래서 이번에 에바는 못 쓰는 거지」
「그것 참 잘 됐네」
「…그러게」
「너희들 바보야? 이거 비꼬는 거란 말이야!」
말다툼이 시작되려 해서, 빨리 발령소에서 나가주기를 빌었다.
어차피 마이크로머신 같은 이 사도에게 에바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


 
조금 전의 발령소.
다기능 회의용 테이블을 아래쪽에서 밀어올려 즉석 미팅룸을 만들었다.
R경보의 발령을 예측하고, 각 플로어의 인원은 일시 대기시키고 있다.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도록.
「이것은 마이크로머신, 세균 사이즈의 사도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사도들 가운데 가장 대응방법을 고심한 사도. 그것이 이 미세군집사도였다.
「그 개체가 모여 군집을 만들고, 이 짧은 시간 동안 지능회로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생에는 이유도 모른 채 플러그가 방출되어 일이 끝날 때까지 방치당했다.
알몸이기도 했기 때문에 상당히 불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화인가」
그래서 어떤 사도를 어떻게 섬멸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모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리스크가 된다.
나야 전생의 일들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을 잘도 승리해온 것이다.
「네.
 이것들은 항상 자기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리츠코씨에게 설명을 듣고서야, 겨우 어떤 상대인지 알게 되었다.
전생에 내가 에바에 타고 있었을 때. 조금만 주위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 정도쯤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단시간이라도 아이들을 지저호수로 쏘아올리는 일 없이 좋게 끝냈을 텐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그 시절이 지금은 원망스럽다.
「확실히, 생물이 살기 위한 시스템 그 자체인가」
안 된다. 기분을 고쳐먹어야지. 후회 같은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에바로 대처할 수 있는 상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리츠코씨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녀도 분명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도 섬멸의 책무를 맡고 있는 작전부장으로서 미팅 중에 손가락이나 빨며 방관할 수도 없는 것이니.
「로직 모드의 변경이 가능하다면, 전원공급을 정지해서 마기 시스템의 물리적 정지를 시도할 수는 없습니까?」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싶어」
즉답이다.
물론 리츠코씨니까 이 정도의 대책이야 이미 검토가 끝났을 겄이다.
「어째서?」
「마기의 인격이 휘발해 버리기 때문이야」
「컴퓨터인데?」
「네가 쓰는 노이만형 스토어드 프로그램과는 달라. ……뭐래야 할까」
리츠코씨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마야씨가 화이트보드를 밀어왔다.
/ 마커를 손에 든 리츠코씨가 비스듬히 우상단을 향하는 선을 긋는다.
「자. 이 다음은 어떻게 될 거 같아?」
「그대로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그렇지. 그럼, 이렇게 하면?」
・ 아까의 선을 지우개로 지우고 위쪽 끝의 점만 남겼다.
「오른쪽 대각선. 이라고 대답하면 안 되는구나」
그 말대로야. 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유기컴퓨터라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지만, 인격이식형이라는 게 더 문제야」
리츠코씨의 오른손 검지가 엄지를 두드리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이다.
「마기는 사고하는 컴퓨터야.
 사고한다는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이 매 회 바뀔 수 있다는 얘기지」
예를 들어……. 라고 리츠코씨가 다시 마커의 뚜껑을 열었다.
「과거에 명제 A에서 결론 B를 도출해 냈다고 쳐 봐」
These A라고 날려 쓰고는 동그라미를 쳤다. 그 옆에 화살표로 연결되는 Schluss B.
「그 후에 명제 C를 보는 거야」
둥글게 둘러싸는 These C.
「거기서 도출된 결론 D는 전제조건으로서 명제 A의 결론, 그 과정에 영향을 받지」
A→B→C→D. 화살표로 합쳐져 일직선상에 놓였다.
그러니까. 라며 리츠코씨가 These A, Schluss B를 지웠다.
「전제조건이 없으면, 명제 C의 결론은 D가 아닌 E에 있지」
Schluss D를 ×표 치고 These C에서 비스듬하게 아래로 화살표를 그어 Schluss E에 이었다.
그게 무조건 틀린 대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라는 리츠코씨.
「마기는 사고를 누적하면서 그 정도를 향상시켜 왔어.
 로그에도 남지 않는 실패조차 마기에게는 둘도 없는 반면교사가 되는 거야」
「제127차 정기검진이 끝난 직후니까, 현상복구는 가능합니다」
마야씨의 보충에 리츠코씨가 수긍한다.
「하지만 사고의 계속성은 없어져. 마기는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 마커 끝으로 가리키는 점.
「과거 로그를 읽어들여서 보강하면 되겠지만, 완전히 원래대로는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시간도 걸려」
원래 있던 점에서 왼쪽 아래에 똑똑똑 점을 찍어나간다.
  ・
 ・



사고의 계속성이 마기의 핵심이라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을 잃는 것은 마기 자체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이것이 쓰고 또 써서 다 닳아버린 5년 묵은 퍼스널컴퓨터라면, 데이터만 옮겨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고하는 컴퓨터인 마기에게 있어, 그것은 베테랑이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넘겨 버리는 것과 같다. 일의 내용만 다 배웠다고 해서 신입사원이 곧바로 베테랑 수준으로 일할 수는 없다는 이치다.

「……확실히 최후의 수단이라는 거네」
「이제 알아들었어?」
에에.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작전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음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임전시하 작전부 권한에 의해 Y-19를 부칙 F로 발령. 제1종 전투배치 해제 때까지 대 사도 작전권한을 모두 기술부에 이양합니다」
사도 출현이 확정된 시점에서, 자동적으로 작전부의 권한은 강화된다.
그것을 위한 부서이기 때문이다.
좀전에 마기의 입출력 시스템을 다운시키려고 했을 때, 사령부 직속의 아오바씨가 휴가씨에게 카운트를 부탁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정식으로 권한을 이양하지 않으면, 작전부의 눈치를 보느라 기술부가 대담한 방법을 취할 수 없다.
문외한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봤자 백해무익이다.
「미사토, 너……」
「믿고 맡기니까, 리츠코…. 뒤를 잘 부탁해」
다시 사령관을 향해 경례.
「저는 지저호수의 아이들을 보호하러 가겠습니다」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발령소를 나왔다.


…………


 
「그래서 마기를 지키고 싶었던 거야?」
리프트업된 카스퍼의 본체 속. 몸부림치듯 기어 다니고 있는 파이프들은 마치 보일러실에라도 들어온 것 같아서, 이것이 세계 굴지의 슈퍼컴퓨터의 내부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파이프에 기대앉으려고 하다가 【앉지 마! 휜다】라고 쓰인 것을 보고 아이쿠 싶었다.
리츠코씨가 전동 회전톱으로 외판을 잘라내자, 사람의 뇌를 닮은 마기 카스퍼의 중추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어머니,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접속용 탐침을 꽂고 단말기로 옮겨갔다.
「과학자로서의 판단이지」
리츠코씨가 고뇌를 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머님은 어떤 분이셨어?」
대량의 아야나미들을 부서뜨렸던 그 때, 쓰러져 울던 리츠코씨에게서 얻어낸 좌절의 키워드.
“그 사람”, “모녀가 똑같이 얼간이년들” 그리고, 분명한 “아야나미에 대한 질투”
「제발, 이런 때 카운슬링은 하지 마」
「이런 때니까. 지금이라면 마음에 벽을 만들 짬이 없을걸.
 솔직한 리츠코…를 보여줬으면 좋겠어」
“그 사람”에 대한 확증은 없다. 하지만 “아야나미에의 질투”라면, 그 파괴를 보란 듯이 일부러 나를 불러 보여줬다는 것에서 짐작되는 사람은 내 아버지, 이카리 겐도였다.
「방심할 수가 없네.
 이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나는 쓸 만한 카드가 없다. 어쩌면 리츠코씨 쪽이 아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설마, 그럴 리 없잖아」
우선 아버지의 문제는 내게 있어서도 괴로운 화제였다. 미라 도굴꾼이 미라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카리 바보새끼!】라니……, 누가 쓴 낙서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맞을 것 같다.
「거기까지 생각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납득할 수 없어」
그렇다면, 리츠코씨의 마음을 읽어내려면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
「……마기가 어머님이라고 그랬지」
그것이 부친인지, 모친인지, 마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부터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리츠코…는 나한테 엄마나 마찬가지야」
「뭐라구요?」
손 멈춰 있어. 라고 지적하자 리츠코씨가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이거 때문에 늦으면 네 책임이야. 라면서 이전의 배는 되는 속도로.
「이거 봐, 대학 시절 생각해 보라고.
 그때쯤, 웬만한 여자다움이라는 건 다 네가 가르쳐 줬잖아」
「기가 막혀서, 겨우 그런 걸로 엄마 취급이야? 너, 나를 그런 식으로 봐온 거야?」
「소중하다는 거야. 깨달은 건 최근에서야 일이지만」
타이핑 음색이 반 음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키보드에 집중한 리츠코씨 나름의 물음표 띄우기다.
「…레이쨩을 내가 맡고 있잖아.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고 있어. 네가 나한테 그래 줬던 것처럼」
기관총 같던 타건음이 분명히 흐트러졌다.
「이런 게 모친의 역할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거 있지」
「그러니……」

 
멋지게 염색한 노랑머리를 학생식당에서 발견했을 때.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뒤로 처음 만난 지인의 모습에, 들고가던 카레라이스 쟁반을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것을 정말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기쁘고 또 기뻐서, 세상 모르게 울고, 말을 걸어 준 것이 또 기뻐서, 한층 더 울어서 리츠코씨를 당황하게 만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내, 내가 아니야」 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변명하는 리츠코씨의 모습이 어쩐지 우스워서, 울면서 웃었다.

그렇게 아는 사이가 된 직후에는, 아마 쫑알쫑알 말 많은 녀석이라고 리츠코씨에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 당시, 나에게 있어 리츠코씨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에, 얼굴만 봐도 기뻐서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던 것 같다.
또, 항상 기분이 고양되어 있어 여러가지로 무리를 했기 때문에, 리츠코씨에게도 폐를 끼쳤을 것이 틀림없다.
덕분에 카지씨와 그딴 식으로 만나게 되었고…….
왜 그렇게 까불고 떠들고 있었을까.
그 당시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니까 더 알고 싶어. 리츠코…에 대해서. 그리고 그 어머님도 말이야」
한숨. 담배를 피우고 싶은가 보다.
「마기에는 각각 어머니의 인격이 인스톨 되어 있어.
 과학자로서의 어머니. 부모로서의 어머니. 카스퍼에는, 여자로서의 어머니가 인스톨되어 있지」
 
화면 불빛이 반사되어 리츠코씨의 안경이 빛난다. 어쩐지 조금 으스스하다.
「과학자로서는 우수. 하지만 부모로서는 최악. 여자로서는……, 뭐 피차일반인가」
마지막에는 꺼져들어가듯 중얼거렸기 때문에, 알아듣는 데 집중력이 필요했다.
「어머니에게, 컴플렉스가…… 있는 걸까」
프로그램도 짜고 천공카드도 찍어대면서, 태연하게 대꾸하고 있다. 리츠코씨는 머릿속에 마기라도 기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가……. 리츠코…도, 아직 아이라는 걸까」
「뭔 소리야, 그게」
짜증을 내는 것은, 니코틴 부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부모를 의식하고, 부모와 비교하려 하는 우리는 아이야.
 부모와 같이 괴로워하면서, 부모와 다르게 고민하는, 아이란 건 그런 거야.
 그따위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거지」
「부모와 자기를 비교하는 이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라」
「리츠코…는 분명히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떠나보내지 못한 게 아닐까.
 이제 없는 상대와 경쟁해 봤자 괴롭기만 할 뿐이야. 객관적으로 될 수 없으니까.
 물론 자신이 성장한 정도를 알기 위해 부모와 비교하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금연파이프나 니코틴 껌이라도 찔러줘야 하는 걸까?
「지금이라면, 아무리 리츠코…라도 감정이 개입할 틈은 없다고 생각해.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어머님과 비교해볼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잖아.
 우선 과학자로서의 두 사람은 어떨까?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고명하신 쪽은 아카기 리츠코 박사님.
 여자로서는 어떨까?」
「……그러게. 피차 비슷하겠네」
입꼬리를 위로 올린, 의미 있어 보이는 미소. 『모녀가 똑같이 얼간이년들』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였던 걸까?

 『왔다! 발타자르가 점령당했습니다!』

시작된 건가. 하지만 내가 당황해 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모친으로서는, 고명하신 아카기 리츠코 박사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님께 점수가 있겠네.
 하지만 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모친이라니, 대폭 감점이야.
 바로 그 리츠코…는 미지수지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 자폭이 건의 되었습니다 ≫

「어떻게 라니, 너……. 설마……」
무심코 이쪽을 돌아보는 리츠코씨. 과연 그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는다.

   ≪ ・자폭장치는 삼심일치 이후 02초 시점에 작동합니다 ≫

「나는 리츠코…를 좋아해. 존경하고 있어」
똑바로 얼굴을 보고 말하자, 일순간. 정말 일순간 타자 소리가 끊겼다.
「좀 작작 해. 농담할 때가 아니야」
고개를 돌리는 그 뺨이 붉어진 것 같다.

   ≪ ・자폭 범위는 지오이드 심도 마이너스 280 마이너스 140 제로 플로어입니다 ≫

「진심이야.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단지 경산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모친으로서 평가할 수는 없는 거야.
 낳아 준 모친과 길러 준 모친, 어느 쪽이 아이에게 중요할까.
 부모가 없어도 아이는 자라지. 요는 어떻게 자랐는지, 어떻게 생각되는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치?」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혈연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그 태도만으로 그것을 깨닫게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너무 서툴렀지만.
그 모습을 반면교사로 하고 있다고 하면, 그녀는 화를 낼까?

   ≪ ・특례 582 발동중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이외의 방법으로는 취소시킬 수 없습니다 ≫

「궤변이야.
 만약 그렇다고 해도,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 따님 같은 건 필요 없네요」
「나로 안 된다면, …레이쨩은 어때?」

 『발타자르, 다시 카스퍼에 침입!』

「나를 그렇게 도와줬던 네가, …레이쨩을 그렇게 방치하고 있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어.
 못 보고 지낸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쓸데없는 참견이야」

 『해당 잔류자는 신속하게 대피해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해당 구역 잔류자는 신속하게 대피해 주십시오』

「……미안」

「……」
잠깐의 침묵. 하지만 알 수 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알려주는, 리츠코씨의 마음의 움직임.
「……나도 말이 지나쳤어. 레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테니까……」
「고마워」

   ≪ ・자폭장치 작동까지 앞으로 20초 ≫
『카스퍼, 18초 후에 빼앗깁니다』

「미리 말해두는데, 레이에게 「할머니」라고 불리면 목을 비틀어 버릴 거야」
그냥 모친이 아니라 계모일지도. 라고 생각한 것은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는 비밀.

   ≪ ・자폭장치 작동까지 앞으로 15초 ≫

 
「리츠코…, 서둘러」
본체에서 몸을 내밀어 보니 스크린 상의 마기 모식도는 거의 새빨갛다.
리츠코씨에게 맡겨두면 문제없다고 믿고 있지만, 역시 무섭다.

   ≪ ・자폭장치 작동까지 10초 ≫

「괜찮아. 1초 가까이 여유가 있어」
      ≪ ・9초 ・ 8초・ ≫
「1초라니」
      ≪ ・7초 ・ 6초・ ≫
「제로나 마이너스가 아니야. 마야!」
      ≪ ・5초 ・ 4초・ ≫
『가능합니다』
      ≪ ・3초 ・ 2초・ ≫
「눌러!」
        ≪ ・1초・ ≫

        ≪ ・0초・ ≫
            ・
            ・
            ・

……정적 때문에 귀가 아프다.

당장이라도 모두 붉게 물들 것 같은 마기 모식도의 한쪽 구석, 1개 블록만 남은 푸른 영역.
고요한 깜빡임이 딱 멈추었다 싶더니, 단숨에 되밀어내듯이 전체가 도로 푸르게 물들었다.

   ≪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 자폭이 해제되었습니다 ≫

……
 『 『『『「「「「 살았다아~! 」」」」』』』』 』

 
발령소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마야씨도 안도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린 것 같다.
돌아보니, 리츠코씨가 내벽에 기대고 있었다.
「사도 섬멸 축하해.
 이제 너도 아스카…쨩한테 찍히겠다」
「기쁜 것처럼 말하지 마. 게다가, 애당초에……」
「같은 신세인 동료가 필요했던 걸」
한숨.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 같다.
「그럼 축하나 좀 받자. 내 리퀘스트, 들어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날 저녁 식사가 매우 호화로웠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어때, 레이? 처음으로 타 보는 초호기는?」

제1회 기체 상호호환 시험

『…이카리군의 냄새가 나』

 피험자 아야나미 레이

 
「싱크로율은 영호기 때와 거의 다르지 않네」
내려다보는 케이지 안. 정면에는 초호기의 모습이 있다.
「퍼스널 패턴도 많이 닮았으니까요. 영호기와 초호기는」
「그래서 싱크로가 가능한 거지」
실험 중에 작전부장이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들러리일 뿐이다.
「오차, 플러스마이너스 0.03. 하모닉스는 정상입니다」
「레이와 초호기의 호환성에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는군. 그럼, 테스트 종료.
 레이, 올라와도 좋아」
『…네』

에바의 호환성을 확인한다는 이 실험.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아야나미와 초호기의 조합으로만 실험하도록 만들었다.

「어때, 신지군. 초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는?」

제1회 기체 상호호환 시험 (추가시험)

『어쩐지 이상한 기분인데요』

 피험자 이카리 신지

「위화감은 있어?」
『아뇨. 그런데, 아야나미의 냄새가 나서……』
전생의 영호기 폭주. 그 원인은 모르지만, 애초에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그 난관을 해결할 필요도 없다.
그때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인가 크고 무거운 응어리가 마음속에 지워졌다. 그런 느낌이 있었다.
「싱크로율에 저변, 인정되지 않음. 이네」
「하모닉스 모두 정상 위치」
작전부로터의 재검토 요망에 대해 리츠코씨는 당연히 난색을 표했다.
사령관 명령이다. 라는 전가의 보도를 뽑았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정도로 물러날 정도로 단념이 쉬운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원래부터 파일럿과 관련된 실험은 월권행위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기획 입안 단계부터 입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술부에 대한 내 발언력과 영향력은 의외로 크다.
덕분에 의미가 크지 않은 제87회 기체 연동시험을 취소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쯤 아스카는 격투훈련 중일 것이다.
「이걸로 그 계획도 수행할 수 있겠네」
게다가 AT필드 실험에 쓰이는 시간이 늘고 있었다. 작전부가 싱크로율이나 하모닉스를 중요시하지 않는 점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른 스케줄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미 시스템 말씀이신가요? 선배 앞이긴 하지만, 역시 저는 별로……」
「내키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준비는 항상 필요한 거야.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파일럿이 탔을 때 에바에 악영향은 없을까? 라는 염려도 제출했다.
덕분에 이렇게 그와 초호기가 싱크로하는 추가실험이 우선된 것이다.
「선배를 존경하고 있고, 제가 할 일은 해요. 하지만, 납득은 할 수 없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전부장이 직접 기술부장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공작이 있었다.
별 것 아니다. 미세군집사도를 섬멸한 그날 밤, 축하를 겸해서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만들었다, 그런 것일 뿐이지만――우리네 기술부장님 뿐 아니라, 온 세상의 일하는 여성들은 좋은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리츠코씨는 약속을 지킨다. 비록 그것이 취해서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한 약속이었라고 해도.
「결벽증은, 힘든 거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기가」
더미 시스템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마야씨의 표정은 줄곧 찌푸리고 있다.
「더러워졌다는 걸 느꼈을 때에야 알게 되는 거야. 그건」
결국 고개를 숙였다.
「……」
존경하는 선배에게 중요한 일을 부탁받았는데, 그 표정이 개운치 않다.

이 실험의 주목적이 더미 시스템의 개발인 것은 비밀도 뭣도 아니다.
그것은 눈앞의 사수와 부사수가 보는 사람 눈도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체 상호호환 실험은 표면적・대외적인 명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구실만 있다면 위장 목적인 다른 실험은 중지・연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더미 시스템.
작전부는 그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사양을 보면 당연하지만, 도저히 작전행동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대용품이 못 됐다. 제어할 수 없는 무기는 적보다도 골치 아프다.
할 수만 있다면, 전생에 에바 삼호기와 대치했을 때 초호기가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만약을 위한 준비. 그 필요성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개발 자체까지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つづく 계속

2006.09.11 PUBLISHED
2006.10.06 REVISED
2011.03.27 TRANSLATED
2021.09.24 TRANSLATION REVISED

special thanks to 오얏상オヤッサン님. 신지 as 미사토의 가족에 대한 생각의 원천에 대해 시사해 주셨습니다.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話

 저자 코멘터리 (2020.05.05)
⚠️스포일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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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다툼이 시작되려 해서, 빨리 발령소에서 나가주기를 빌었다.
    • 1:2지만 거의 대등하게 말다툼하고 있다.
  • 안 된다. 기분을 고쳐먹어야지. 후회 같은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자기 탓 모드를 멈추었던 것은 늘 외적 요인이나 시간경과였다. 이제는 스스로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
  • 「네가 쓰는 노이만형 스토어드 프로그램과는 달라」
    • 마기 이전의 컴퓨터는 어차피 계산기에 불과하다고 리츠코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 「하지만 사고하는 컴퓨터인 마기에게 있어, 그것은 베테랑이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넘겨 버리는 것과 같다. 일의 내용만 다 배웠다고 해서 신입사원이 곧바로 베테랑 수준으로 일할 수는 없다는 이치다.」
    • 유기컴퓨터 및 인격이식형 OS라는 단어로부터 마기를 이렇게 해석했다. 이것은 당연히 16화에서의 레이의 이야기나, 미사토의 혼에 대한 스탠스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 단서가 여기에서부터 어느 정도 언급하고 있었다. 투고 직전의 최종정리단계에서 그렇게 정했던 것인데, 관련성을 독자에게 지적받아 놀랐던 기억이 있다.
  • 「임전시하 작전부 권한에 의해 Y-19를 부칙 F로 발령」
    • 딱히 깊은 의미는 없지만, 마크로스 플러스의 「YF-19 엑스칼리버」를 패러디. 가이낙스에는 「톱에 오리지널 없다トップにオリジナルなし」는 괴명언(迷言)이 있으므로, 그것을 의식하여 이런 아무래도 좋은 것에도 전거가 있도록 했다.
  • 사도 출현이 확정된 시점에서, 자동적으로 작전부의 권한은 강화된다.
    • 원작에서 어떠한지는 불명이지만, 마기 시스템 다운을 시도했을 때 아오바가 마야가 아닌 휴가가 카운트를 의뢰한 장면에서 유추함.
  • 미라 도굴꾼이 미라가 될 수도
    • 역자: 상대를 설득하려던 사람이 오히려 설득당해 돌아온다는 뜻.
  • 타이핑 음색이 반 음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키보드에 집중한 리츠코씨 나름의 물음표 띄우기다.
    •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길이를 표현하기 위해, 리츠코의 버릇과 그것을 알아보는 미사토를 그렸다.
  • 그 당시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 정신분열증의 음성증상의 반동으로 조(躁)상태에 있었던 것이라는 설정. 참고로 정신분열증의 음성증세는 우울증과 비슷하지만, 양성증세는 조증과 완전히 다르다.
  • 「과학자로서의 두 사람은 어떨까?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고명하신 쪽은 아카기 리츠코 박사님」
    • 이 평가는 다분히 미사토의 역성이 개입되어 있다. 다만 마기는 네르프의 독점물이기에 세간에 아카기 나오코의 지명도는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다. JA 피로회에서 들었던 「고명하신」이라는 평가에 비교점을 한정한 것이 미사토의 속임수.
  • 그때의 내가 그 태도만으로 그것을 깨닫게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너무 서툴렀지만.
    • 서툴렀다기보다 상황이 너무 나빴던 것. 중학생에게 「죽어라」고 명령하면서 그 중학생을 상대로 완벽한 가족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타인이 있다면, 완전히 인격파탄자일 것. 그런 관계가 잘 풀리기 위해서는 「죽어라」고 명령하는 쪽의 사려(思慮)가 필요하다.
  • 그냥 모친이 아니라 계모일지도.
    • 겐도의 교제상대 ≒ 신지에게는 의붓어머니격이라 생각한 적이 있어서, 이번 회차에서 리츠코와 미사토(내용물 신지)를 모녀에 비유한 것의 원인이 되었다.
  • 「사도 섬멸 축하해」
    • 물론 착각. 모의체에 기생한 사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원작에서도 분명하게 「쓰러뜨렸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도를 반드시 쓰러뜨릴 필요는 없다」는 이 시리즈의 입장의 근거가 된다.
  • 의미가 크지 않은 제87회 기체 연동시험을 취소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쯤 아스카는 격투훈련 중일 것이다.
    • 원작에서의 아스카의 반응을 알아서 대응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경비절감을 위한 것.
  • 축하를 겸해서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만들었다,
    • 「술 마셨잖아. 어떻게 보내. 오늘 밤 자고 가」 운운하며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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