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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안노 히데아키 × 노비 노비타

2007년 8월 29일 수요일

『아스카의 아스카에 의한 아스카를 위한 보완』 제십팔화


초호기와 이호기의 AT필드에 갇히듯이 자폭한 영호기는, 제3신동경시 서남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도랑을 남겼다. 자로 그은 것처럼 반듯하게 예쁜 일직선에, 전장이 2 ㎞를 넘는다나.
지금은 아시노호의 호숫물이 유입되어 마치 운하처럼 되었다. 고열에 노출되는 바람에 물가는 연성되어서 마치 유리암벽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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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운하가 어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
어딘가의 정보지가 석양으로 물든 운하의 파노라마 사진에다가 【제3신동경시를 채색하는 리본・소중한 사람과 같은 색으로 물들러 가자】 뭐 이딴 캡션을 붙여놓아서, 해질녘이 되면 커플들이 물가에 우글우글 모이게 되었다.
수면이 있으면 줄을 드리우고 싶은 것이 낚시꾼의 습성이라 하니, 뭐가 낚이기는 할지 의문이지만 아침부터 저녁을 거쳐 밤낚시까지 쉴새없이 낚시꾼들이 진을 친다고도 한다.
물가라서 시원하다고 아침저녁 조깅코스에 추가한 사람.
운하 건너편까지 닿는 것을 목표로 물수제비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끝내는 관광코스의 일부가 되어, 대형버스가 와서 멈추는 일도 있다.
처음에는 출입금지구역이었는데, 몰려오는 시민들에 대응하지 못해 그냥 포기한 것 같다. 지금은 날림으로 【위험】 간판만 세워놓았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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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왜 이 운하 부근을 걷고 있냐 하면, 평소 이용하던 제7순환선 일부가 이 운하 때문에 절단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교통기관이나 대체운행하는 버스를 사용해도 될텐데, 조금 돌아서 가는 것도 좋잖아, 라는 아스카의 의견으로, 이렇게 쏘이는 저녁바람을 즐기면서 네르프를 오가는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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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고수부지 같은 공터에, 누가 갖다 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벤치가 있다.
거기에 한쪽 다리를 세운 자세로 앉은 소년이 허밍으로 부르는 것은…, 베토벤의 진포니Sinfonie 누머Nummer 노인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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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뇌를 뚫고 환희에 이른다Durch Leinden Freude…라…. 말은…, 아니지, 노래는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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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란 좋구나」
무심하게 지나치려던 신지가, 엥? 하고 돌아본다.
「노래는 마음을 윤택하게 적시거든. 릴림이 만들어낸 문화의 극치야. 그렇게 느끼지 않아? 이카리 신지군」
「내 이름 알아?」
석양에 물들어 깨닫지 못했는데, 그 눈동자가 붉고, 머리칼은 희다. …어쩐지, 레이와 닮았다.
「모를 리가 없지. 실례지만, 너는 자신의 입장을 조금은 자각하는 게 좋겠어」
마치 신지를 지키려는 듯이, 아스카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너 누구야」
신지의 뒤로 레이가 돌아나온다. 여차하면 끌어 넘어뜨릴 수 있는 위치를 잡으려는가.
「나는 카오루. 나기사 카오루. 너희와 같은, 짜여진 아이. 피프스 칠드런이야」
「피프스 칠드런? 네가? 저기, 카오루군?」
「카오루로 좋아, 이카리군」
「나도, 신지로 좋아」
­ …
…왜 뺨이 뜨거워진 건지, 아스카 누나야한테 얘기 좀 해주실까. 신지군?
­ 

***
­ 

자폭한 영호기를 대신해 오호기가 오게 되었나 보다. 그것을 위한 피프스 칠드런 선발이라나.
예전 이 무렵, 나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지.
그래서 오호기도 피프스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지 알지 못한 채, 신지가 하자는 대로 이렇게 피프스라는 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아스카는 진작 샤워하고 돌아갔고, 레이는 그 아스카에게 질질 끌려갔다. 신지는 혼자 벤치에서 SDAT를 듣고 있다.
­  ≪ 현재, 센트럴 도그마는 개방 중. 이동경로는 3번을 사용하십시오 ≫
­ 
 
테이프 돌아가는 주행음만 들리던 SDAT가, B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B면 첫 곡이 시작되기도 전에 게이트가 열렸다.
「어이쿠, 나를 기다려준 거야?」
「응. 길이 낯설 거 같아서」
그거 도움이 되겠네. 라며 눈을 가늘게 뜨는 미소. …그러니까, 뺨은 왜 뜨거워지는 거냐고.
「그래서?」
「응. 모처럼이니까 여기 대욕탕에서 땀 한번 빼고, 오늘 밤은 우리 집…이랄지 나도 얹혀 사는 신세지만…, 아무튼 자고 가면 어떨까 싶은데」
「그런 겉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야. 신지군이 가고 싶은 장소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그것이 어디든, 돌아갈 집…, home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으로 이어지는, 좋은 일이야」
그렇지. 라며 신지가 미소짓는다.

그렇구나. 지금이라면 그 집은 가정이라고 불려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신지가 어머니고 미사토가 아버지라는 게 골때리는 부분이지만.
­ 

***
­ 

신지가 목욕할 때라던가, 환복할 때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오감을 차단한다.
하지만, 피프스와 함께인 지금은 그렇게 무방비한 짓은 할 수 없다. 내가 부활했을 때, 오호기의 존재도 피프스에 대해서도 일체 이야기되지 않았다. 그것은 즉,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이 놈은 여기에서 없어졌다는 거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방심해서 좋을 리가 없다.
­ 
그래서, 피프스 소년을 감시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는데….
남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이 꺼림칙함은 무엇일까…. 
…아니, 실제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 
헤에~, 나기사 카오루라고 했던가, 피프스도 그럭저럭…이 아니고~오!! 바보신지! 왜 자꾸 저 새끼 쪽만 보고 지랄이야! 네가 그러니까 나까지, 진짜 싫어~.
으으…. 어떡해…. 더럽혀져 버렸어…….
­ 
 
…엿보는 게 아니야. …엿보는 게 아니야. 나는 절대 엿보는 게 아니야. 필사적으로 신지의 시야 가장자리, 네르프 마크가 찍힌 물바가지에 집중하고 자기암시를 건다.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God's in….
­ 
샤워를 마친 피프스가, 신지 곁에 자리잡고 탕에 들어왔다. 그러면 남들보다 퍼스널 스페이스가 큰 신지는 신경쓰이겠지. 엿보는 듯한 시선으로 살피고 있다.
「일시적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리는구나, 너는. 두려운 건가? 남과 접촉하는 게」
그동안 쭉 신지와 함께 보내서 알게 된 건데, 남자들끼리는 친구사이라도 이런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신지의 반응은 딱히 유별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지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피프스가 말을 이었다.
「타인을 알지 못하면, 배신당할 일도, 서로를 상처입힐 일도 없지.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신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그것은 신지가 쭉 고민해온 것이다. 카지씨가 일러준 인생관은 신지의 안에서 양조되어, 증류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외로움을 영구히 없앨 수 없어. 사람은 고독하니까. 그래도 잊을 수는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욕탕 속에서 겹쳐진 손에 놀라, 신지가 숨을 삼킨다.
혹시 이 피프스 소년이, …아니, 나기사 카오루가 신지의 친구가 되어 준다면. …신지는, 자신이 오래 품어온 물음에 답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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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대욕탕의 조명이 꺼졌다.
「시간 다 됐나…」
「벌써 끝인 거야?」
「응, 이제 돌아가야지」
「너와, 함께. …말이지?」
응. 신지가 수긍한다. 조금 즐거워 보이는 것은, 오늘 밤은 사람의 기척을 느끼며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는 걸까. 요즘 들어 좀 나아진 것 같았는데, 역시 완치는 어려운 건가.
카오루가 일어섰다. …이 무신경한 거동하며…, 어째 행동거지까지 레이하고 닮았네.
「언제나 인간은, 마음에 아픔을 느끼고 있지」
실로 상냥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시선으로, 신지를 내려다본다.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사는 게 괴롭다고 느끼고 있지」
신지의 뺨이 뜨거운 것은, 탕의 열수 탓이 아닌 것 같고.
「유리와 같이 섬세하구나. 특히 너의 마음은」
「내가?」
「그래. 호의를 살 만 해」
호의…? 카오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신지가 따라 중얼거린다.
「좋아한다는 거야」
아~? 엥, 그…, 역시 우정이 아니고, 그 쪽?
에ー! 에ー? 에ー♪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그래서 아무도 카오루에 대해 나한테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야? 신지를 자극하지 말라고?
그렇다는 건…, 신지가 공이야? …아니면 수인가?
…에에 그러니까? 이런 건 표기상 【카오루×신지】라고 할 수 있나…? 그치만 그치만 히카리한테 듣기로는 유혹수라던가 얼빵공이라던가 무슨 종류가 다양하게 있다는 거 같던데…, 아아아, 모르겠어! 그야 이런 건 대학에서도 가르쳐준 적 없는 걸~~
그보다 난 어떡해야 하지? 이대로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 줘? …어째선지, 있을 리 없는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는 것 같은 느낌.
­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히카리의 장서를 다 읽어두었어야 했나…싶었는데, 의미불명의 반성을 하고 있는 사이 둘은 목욕탕에서 나가 버렸다.
­ 

***
­ 

연중 여름인 일본에서는 오픈톱 차량이 쾌적하네. 독일이었으면 한겨울에도 천막을 덮고 달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솔직히 그 스타일은 이해가 안 돼.
「덕분에 살았어요. 카지씨!」
신지가 운전석을 향해 소리지른다. 지붕이 없기 때문에, 뒷좌석에서 앞좌석을 부르려면 풍압을 이겨내야 한다.
「아니아니, 우연이야」
게이트 앞 회전교차로에서 버스를 기다릴까, 순환선 역까지 걸어갈까. 버스 운행표와 눈싸움을 하던 둘을 덮쳐든 것은, 카지씨의 바르케타Barchetta의 전조등이었다.
「우연도 운명의 일부. …라면서요. 그럼 이것도 제 재능인가요?」
핫핫핫…, 카지씨가 진심으로 유쾌하게 웃었다.
「이거 또 한 방 먹었군. 아니아니, 의외로 웃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신지군 쪽이 걱정인데. …누구보다도」
카지씨의 바르케타는 뒷좌석이 좁기 때문에, 카오루의 얼굴이 가깝다. 커브를 돌 때마다 서로의 몸이 밀착된다.
「걱정하지 않아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아」
「…그러길 바라지요」
카오루는 전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그 말이 카지씨에게 제대로 도달한 것 같다.
「무슨 얘기야?」 ­  
「청탁이야」
카오루의 미소에, 신지가 부끄러워한다. 아 그러니까, 나까지 속일 필요 없잖아.
이 녀석, 카지씨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게다가 이 상황에서 방금 그 말. …초점은 신지잖아?
도대체가. 이 녀석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카지씨는 뭔가 알까?
신지의 역정을 사는 한이 있어도 떼어놓았어야 했나?
의혹이 그치질 않는데, 정보는 너무 적다.
답이 나올 새도 없이, 미사토의 맨션에 도착하고 말았다.
­ 

***
­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서 가로등을 올려다본다.
「너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니?」
엥? …하고 신지가 얼굴을 돌린다. 팔베개를 한 카오루도 가로등을 올려다보고 있다.
「내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게 있지 않겠어?」
올려다보이는 가로등은 별 것도 없는데, 어째선지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어, 여기 오고 나서」
그러게. 진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네.
「여기 오기 전에는, 선생님이란 분하고 살았어. 평온하고 아무 것도 없는 나날이었어. 그냥 거기 있을 뿐인…」
조금 그리워하는 듯한 어조. 이제 그런 평범한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그런데, 그래도 좋았어. 어차피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인간이, 싫으니?」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쪽 같아」
다만,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해. 라고 덧붙인 말은, 방금 전의 자기 말을 덮어쓰기하듯 빠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째서 카오루군한테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거지…』
 
얼굴을 돌려 보자, 언제부터 이쪽을 보고 있던 것인지, 카오루가 신지를 보고 있었다. 부드럽게 새어나온 한숨에, 신지가 숨을 삼킨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모르겠어」
신기하게도, 그 말에 거짓이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부활했을 때 이 녀석은 없었다. 그 사실이 신지에게 굉장히 좋지 못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아, 두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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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신지가 일어났을 때는 카오루의 모습은 없었다.
참으로 꼼꼼하게 개켜놓은 이불. 쪽지 한 장 없다. 언제 나간 것인지,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순수히 걱정하는 마음 뿐인 신지와 딴판으로, 나는 왠지 모르게 용솟음치는 불안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마아알! 카오루군이, 그가 사도였다니, 그건 거짓말이야!」
뿌득뿌득 움켜쥔 주먹으로, 신지가 인덕션 레버를 두들겼다.
본부에 도착하자마자 초호기에 집어넣고, 서론도 없이 대뜸 보고받은 것이, 카오루의 소식이었다니.
­ ≪ 사실이야. 받아들여 ≫
신지는, 신지는 그 움켜쥔 주먹으로 미사토의 말을 받아들인 걸까. 아니지, 일단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걸지도 몰라.
­ ≪ 출격, 할거지? ≫

신지의 대답은 없다. 그저 천천히 올라오는 시야가 서서히 열려갈 뿐.
­ 
­  ≪ 에바 초호기, 루트 2를 강하, 목표를 추격 중! ≫
 
「배신했겠다…. 내 마음을 배신했겠다…. 아버지하고 똑같이 배신했겠다!」
그 신지가, 이렇게 단시간에 마음을 터놓은 상대. 분명 만나야 하기에 만나도록 조작된 상대였던 건가.
그렇기에 신지가 이렇게 분노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이렇게 분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 
­  ≪ 초호기, 제4층에 도달, 목표와 접촉합니다 ≫
「있다!」
이호기의 품 속, 팔로 보호되는 것 같은 모습의 카오루.
「 기다렸잖아, 신지군 」
외부 마이크와 수중 스피커를 거쳤을 목소리가, 마치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카오루군!」
초호기가 왼손을 뻗자, 이호기가 오른손으로 막아낸다. 이호기의 왼손은 초호기의 오른손이 막아낸다. 우선은 힘겨루기다.
어찌 되든, 일단 이호기부터 침묵시켜야 한다.
「아스카, 미안해!」
거의 동시에, 에바 양기의 웨폰랙이 열린다.
「 에바 시리즈. 아담으로부터 태어난, 인간으로서는 꺼려야 할 존재. 그것을 이용해서까지 살고자 발악하는 릴림. 나로선 이해를 못 하겠어 」
작은 중얼거림인데, 이상하게 잘 들린다.
내려찍는 이호기의 프로그 나이프 칼날을 초호기의 나이프가 옆으로 후려쳤다.
「카오루군! 그만 해, 왜 이래!」
「 에바는 나와 같은 몸으로 되어 있어. 나도 아담에서 태어났으니까. 혼만 없으면 동화할 수 있어. 이 이호기의 혼은, 지금 스스로 틀어박혀 있으니까 」

…얼씨구, 얼버무리네? 너 이 새끼 방금 화제 바꿔서 물타기 하려 했지? 신지는 이유를 물은 건데, 묻지도 않은 걸 떠들어대고 말이야.

너, 떳떳하지 못한 거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마음이 아픈 거지.
그래서,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신지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거잖아.
­ …그러니까, 너. 정말로 신지를 좋아했구나.
­ 
미끄러진 나이프가, 카오루의 눈앞에서 가로막힌다. 아니, 방금 건 달랐다. 왠지 갑자기 이호기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AT필드…!?」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공기를 뒤틀다니, 사람이 아닌 사도라는 증거.
「 그래, 너희들 릴림은 그렇게 부르고 있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영역, 마음의 빛. 릴림도 알고 있겠지? AT필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라는 것을 」
카오루, 너 일부러 AT필드를 신지에게 보여준 거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카오루군!」
초호기의 흉부장갑에 프로그 나이프가 박힌다.
「크윽!」
어느새 날을 교체해서 새 날로 찔러온 것이다.
「…으아아아아!」
바로 되갚아서, 신지가 이호기의 목덜미에 프로그 나이프를 찔러넣었다.
­ 

*** 
­ 

 
이호기째로 게이트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카오루가 들어간 터미널 도그마 안쪽으로 뛰어든다.
모든 것이 색을 잃어가는 신지의 시야 가운데, 카오루만이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그곳만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몸을 붙잡기 위해, 일부러 노릴 필요도 없었다.
「 고마워, 신지군. 이호기는 네가 멈춰주었으면 했어. 그러지 않았으면 그녀와 계속 살아가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
「카오루군…, 어째서…?」
「 내가 계속 살아가는 것이 내 운명이니까. …그 결과로 사람이 멸망한다 해도 」
잠깐만 있어 봐! 카오루 너머 저쪽 십자가에 걸려 있는 거인, 저거 뭐야!?
­ 
 
「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도 있어. 삶과 죽음은 등가치니까, 나한테는 그래 」
게다가, 카오루와 거인 사이의 허공에 떠 있는 건…, 롱기누스의… 창!? 이런 데 있었던 거야!?
­ 
「 스스로의 죽음, 그것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자유인 거야 」
 
「무슨…, 카오루군.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 카오루군…」
「 유언이야 」
­ 
지구에 중력이라는 것이 있는 줄 금방 알았다. 라고 말하듯이 돌연 롱기누스의 창이 떨어져 내렸다.
「 …자, 나를 없애 줘 」
붉은 수면에 충돌하더니, 순식간에 수몰된다.
­ 
「 그러지 않으면, 너희가 사라지게 돼. 멸망의 때를 모면하고, 미래가 주어지는 생명체는 하나밖에 선택되지 않아 」
더는 카오루를 볼 수 없는 것인지, 신지가 고개를 수그렸다.
­ 
「 그리고, 너는 죽어야 할 존재가 아니야 」
사도…? 너, 정말 사도야? 정말 우리의 적이야?
­ 
「 너희에게는, 미래가 필요해 」
어째서 기다리고 있었어?
어째서 무저항이야? …아니, 어째서 스스로 섬멸당하려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슬퍼하고, 동시에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 
어째서 신지를 만나러 왔어?
무엇을 신지에게서 찾아냈어?
­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안 돼!
­ 
­   …하지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
­ 
 
「 …고마워. 너를 만나서, 기뻤어 」
­ 
보이지는 않지만, 너 지금 웃고 있지. 그렇게 끔찍하게 상냥한 눈빛으로, 신지를 바라보고 있는 거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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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신지는, 친구를 자기 손에 매달았다.
­ 
­ 

****
­ 

카오루를 만났던 그 벤치 위에서, 신지는 무릎을 껴안은 채 웅크렸다.
게, …나는, 피처럼 뻘건 석양에 물든 곳,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 
『카오루군이 좋아한다고 말해 줬어…. 나를』
지금은 그저,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 
『…처음으로. …처음으로 남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줬어…』
그렇구나…, 그게 네 마음에 뚫린 구멍의 곡절이구나. 에바에 탐으로써 모이는 모두의 관심으로 채워 왔구나, 마음의 결여된 부분을.
그래서 그렇게나 마음을 허락했구나.
­ 
『나하고 닮았었어…, 아야나미하고도…. 좋아했었어. 누가 살아남아야 한다면, 차라리 카오루군이 사는 편이 나았어…』
자신보다도 상대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 
『나 같은 것보다, 그 쪽이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었는데…, 카오루군이 살아남았어야 했는데』
『신지…』

신지가 대답하지 않는다.
『…신지. 카오루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해』
『카오루군, …도?』
시야에 겨우 초점이 잡혔다.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든 운하에, 어디선가 표착해온 것인지 플라스틱 울타리. 수면 위로 튀어나온 뿔이 긴 그림자를 드리워, 십자가 같다.
『카오루는 사도였어. 이건…, 알아듣지?』
끄덕이는 신지.
내게 카오루가 사도シト였는지 사람ヒト이었는지,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카오루는 카오루. 그러니 그 녀석이 사도였다는 것을, 신지도 받아들인다.
『카오루가 그랬지. 인류가 살아남냐, 카오루 혼자 살아남냐라고?』
그냥…. 신지의 중얼거림은 힘이 없다.
『카오루는 있지. 정말로 신지가 좋아서 그랬던 거야』
『정말로, …좋아서?』
분명히. 나는 아직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은 없으니까…, 아니다, 카오루의 선택을 본 지금이라면, 나라도…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 말 그대로, 자기 생명을 내던져서라도』
「그런! 나한테는, 그런 가치 따위 없다고! 살아남는 건 카오루군 쪽이어야 했어!!」
열린 수면은 신지의 절규를 빨아들이고, 돌려주지 않는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럴 수 있을 리가! 카오루군은! 카오루군은…,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목이 메여 신지가 신음한다.
『…신지, 너. 카오루를 모욕하려는 거야?』
「내가, 왜…!?」
가슴을 때리다시피 두드리는 손바닥.
『신지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었지? 카오루야말로 살아남아야 했지?』
그렇다고! 수긍하고, 가슴팍을 쥐어뜯듯이 움켜쥐어 온다.
『그 카오루가 살아있어 달라고 바란 사람이 너인데, 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구나』
「그런…!?」
『카오루가 좋았으면, 카오루의 소원이나 들어 줘. 그 녀석의 마음을 받아들여서, 살아라고. 적어도!』

서서히, …서서히 내려간 신지의 시선에, 더이상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다.
껴안고 있던 무릎에 얼굴을 묻은 신지의 눈시울이 뜨겁다.
지금까지 신지는 울지 않았다. 너무 슬퍼서 그랬겠지. 슬프겠지. 슬픔이 지나치면, 사람은 울 수도 없게 된다는 것, 진짜거든.
마비되었던 마음이 겨우 녹아내려, 신지가 흐느꼈다.
­ …
­ 
그래, 울어라. 마음껏 울어도 좋아.
마음이 나약하면, 울지도 못하는 걸.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울음을 그치고 다시 일어설 자신이 없으면, 울음으로 도망칠 수조차도 없다. 거기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두려우니까.
그러니까, 울어라.
울 수 있을 정도의 굳셈이, 네게는 있으니까.
­ 

­ 
완전히 해가 떨어지고, 겨우 신지가 눈물을 훔쳤다.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인기척이 다가온다.
3인분의 발소리.
하나는 대담하지만 걱정스러워하며. 하나는 무심한 듯 쏜살같이. 하나는 아무렇게나 갈팡질팡.

그것을 깨달은 신지가, 돌아보며 웃었다.
억지로 지은 웃음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만, 비 온 뒤 구름 사이로 엿보이는 태양 같은, 고운 미소였다.
­ 
계 つ
속 づ
  く
2007.08.29 PUBLISHED
2021.11.14 TRANSLATED
2021.11.29 TRANSLATION REVISED




원본 アスカのアスカによるアスカのための補完 第拾八話



히카리……. 아스카에게 뭘 가르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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